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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요새 공성전
방어력 1에 마법 방어력이 10의 성능을 가진 아이템. 인챈트마다 마법 방어력이 +2씩 추가되는 대 매지션 전용이자 마법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가장 효율적인 망토였다. 나는 이것을 나이트 클래스에게 +6짜리로. 그 외의 클래스는 +5로 나누어 지급했다.
- 검 : ···마망이라고?
- 구두룡검 : +6짜리?
- 분노의활질 : 이걸 왜 인챈트까지 해서?
확인한 길드원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마법 망토의 현재 시세는 개당 200골드다. 같은 부위에 착용하는 ‘보호망토’의 방어력이 3인 것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때문에 마법 망토에 강화를 하는 짓은 미친 것으로 치부하고 이는 초보용 장비로 거쳐 가는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메시지를 띄웠다.
- 골리앗 : 이 장비는 공성전에서 승리하게 될 경우 여러분의 급여에서 아이템의 가격만큼 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가의 아이템이지만 오늘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될 테니까 이해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주문서의 가격을 고려할 때 길드원들 모두에게 지급할 만큼 구매하려면 약 1,300만 골드가 들어간다. 거금이라서 졸지에 나이트는 50만 골드, 엘프와 매지션들은 내게 25만 골드를 빚지게 된 것이다.
물론 책임을 길드원들에게만 넘기는 것은 아니었다. 패배한다면 1,300만 골드의 리스크는 오롯이 내가 감수해야 한다.
- 바람의검싱 : 에··· 그게 싫다는 건 아닌데···
- 모래모래콩 : 때깔이야 좋습니다만···
- 광혈막검 : 방어력 손해까지 보면서 이걸 왜 껴야 하는지 당최 이해가···
길드원들은 그저 난색을 표할 뿐이다. 쓸모도 없는 똥에다가 돈까지 처발라서 강매하다시피 건네는 셈이니까. 하지만 공식적으로 묻지는 못하고 저들끼리 수군수군 대화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대신해서 구두룡검이 총대를 맸다.
- 구두룡검 : 지금까지 총군주께서 하신 행동들을 보면 마법 망토를 구매하신 데 이유가 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어떤 것 때문에 이런 아이템을 준비하셨는지 정도는 듣고 싶습니다.
- 골리앗 : 이번 공성전부터는 매지션들이 참가합니다. 그리고 공성전은 특성상 한 자리에 모여서 진형을 이룰 때가 많습니다. 이때 우리는 파이어볼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이제 단순히 엘프의 활질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적 매지션 집단의 범위마법을 대비해야 합니다.
파이어볼은 범위 마법이다. 평균적으로 각각 길드에서 보유한 매지션의 숫자는 대략 5명 내외다. 최강자이기에 저들의 공동목표가 되는 우리 실정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파이어볼이 난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러한 차이는 말보다도 직접 겪어보는 편이 빠르다.
- 골리앗 : 마법 망토를 착용했을 때와 보호 망토를 착용했을 때, 그 체력 소모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드리지요. 모두 성 북부로 이동하겠습니다.
마법을 사용할 시범 조교는 좌호법이다. 그는 현재 오늘 업데이트 된 토네이도 마법까지 익힌 길드 내의 유일한 매지션이었다.
‘오늘 업데이트가 되었는데, 그걸 그새 배워서 오다니.’
근성과 오기, 집념으로 뭉친 사나이. 좌호법다운 모습이다.
- 골리앗 : 우선은 토네이도의 위력을 먼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토네이도는 강력한 위력을 지닌 7클래스의 범위 마법이다. 다만 시전자의 주변 4칸에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제대로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매지션이 적들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클래스 상 마법사는 종잇장 같은 약골 몸뚱이를 자랑한다. 당연히 찢겨지기 일쑤고 사용할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이 마법의 단점이었다.
- 골리앗 : 시작하세요.
- 좌호법 : 존명!
나이트 셋 엘프 셋이 섰고 그 사이에서 좌호법이 토네이도를 시전 했다. 팔을 휘젓고 바닥을 짚는 모션은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에서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묵직하게 들어가는 강력한 데미지는 놀라움의 마침표를 장식했다.
- 지옥검 : 와··· 이거 8번 정도 연속으로 맞으면 골로 가겠는데?
- 세이하 : 캐스팅 속도도 빨랐어.
토네이도의 무서운 점은 타깃을 지정하지 않는 덕분에 빠른 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마법을 레벨 40의 매지션은 9번~10번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쓰기 전에 죽거나 도망가야겠지만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었다.
- 골리앗 : 이제 마망을 착용하세요.
다음은 지급받은 장비를 입고 테스트해볼 차례다. 모두가 장비했다는 사인을 하자 바로 좌호법이 토네이도를 시전 했다.
- 구두룡검 : 줄기는 했는데.
- 바람의검싱 : 15를 위해서 들어가는 돈 치고는 쫌······.
망토 하나 바꿨다고 데미지가 확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골드에 미련을 두는 사람이 있었다. 유저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쏘는 토네이도의 특성 상 맞기 전에 죽여버리는 것이 가능했고 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이를 위한 추가 테스트에 들어간다.
- 골리앗 : 다음은 단체 파이어볼로 실험하겠습니다. 체력을 채워두세요.
이번에는 좌호법은 물론이고 진수와 성찬이도 나섰다. 세명의 매지션이 대기 중이던 캐릭터들에게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 결과 순식간에 100가량의 체력이 날아갔다.
- 지옥검 : 아!
- 세이하 : 총군주님이 토네이도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 이유가 이거네요.
- 광혈막검 : 방금 되게 멀리서 날아왔었습니다.
교체 후 맞아보기도 전이건만 바로 계산이 나온 모양이다.
파이어볼의 사거리는 6셀이다. 화면의 약 절반 정도의 사거리를 가졌기에 근접할 필요가 없다. 그런 범위 마법을 5명 이상이 사용한다면 화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비 변경 후 맞으니 피해량이 100에서 80으로 바뀌었다. 횟수 당 감소폭이 적용되는 만큼 생존확률을 훨씬 높여줄 것은 자명했다. 다른 길드원들 역시 직접 맞아보며 경험해보기를 원했고 그 결과 모두 한차례씩 순번이 돌아갔다.
이로써 마법 망토의 필요성과 투자 가치를 모두 인정하게 되었다.
- 분노의활질 : 우리처럼 준비하는 길드가 또 있을까 싶네요.
- 구두룡검 : 화끈하죠. 아마 총군주님만큼 배포가 크신 분은 어느 길드에도 없을 겁니다.
- 지옥검 : 업데이트 속도에 발맞춘 즉석 패치 수준입니다.
진수와 성찬이 역시도 내가 준비한 장비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 크게 논 다니까. 우리 꼭 미군같지 않냐? 지원 짱짱하고 장비 최첨단이잖아. 중간에 삥땅치는 비리도 없고.”
“서버를 쥐락펴락하는 황금거부시잖냐. 게임 갑부라니까.”
‘칭찬해줘서 고마운데, 생각보다 돈은 안 들었어.’
지급한 장비는 내가 직접 제작했다. 고강화된 마법 망토가 있을리 없기에 ‘축복받은 마법 망토’ 200장을 구매했고 강화 주문서를 하나하나 다 발랐다. 주문서야 내 소유라 치고 망토 값으로는 기껏해야 개당 200골드짜리 200장이니 4만 골드가 들었다.
‘축복받은 강화 주문서는 사용조차 하지 않았지.’
+2의 강화를 시켜주는 비싼 주문서를 쓰면 멍청이다. 오로지 상점표 강화 주문서를 사용해서 100개를 시도했는데 그 중에 +5 마법 망토가 80개나 성공해 버렸다.
그뿐이 아니다. 어차피 나이트 유저들을 위한 +6 마법 망토가 15개 필요했기에 거기서 더 질렀는데 하다보니 +6 마법 망토가 무려 30개나 완성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7강화에 도전했는데 여기서도 또 성공하는 게 아니겠는가.
덕분에 남은 장비는 +7 마법 망토 3개, +6 마법 망토 17개, +5 마법 망토 25개였다. 대성공도 이런 대성공이 없었다.
‘보통 100개를 질러서 7짜리 1개가 뜨면 될놈이라고 하는데.’
마법사들이 점점 고레벨이 되고 이후 업데이트로 몬스터들 역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마법 방어력의 가치가 점점 상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7 마법 망토 3개만 팔아도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준이 된다.
‘캐릭빨은 분명히 존재하는 거였어.’
그야말로 구운몽 계정 만만세다.
- 좌호법 : 주군의 혜안에 그저 감탄만 나오는군요. 전투가 기다려집니다.
- 악마혈 : 또 이겨봅시다!
그렇게 공성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
-[길드] 분노의활질 : 총군주님은 타이탄으로 참전하시기 때문에 우리 ‘강한사람들’을 직접 지휘하지 못하십니다. 따라서 오늘의 지휘는 제가 합니다.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오크 요새는 2진인 ‘좋은사람들’길드가 차지할 계획이다. 때문에 골리앗은 참전하지 않고 대신 전투원들만 동원될 뿐이다.
‘채팅도 한정되고.’
1진과 2진이라는 세력구도는 시스템적으로 구현된 것이 아니다. 유저들이 임의로 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좋은사람들’의 로열인 나는 ‘강한사람들’과 길드 채팅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위의 메시지를 끝으로 타이탄 캐릭터에 집중했다.
- [길드] 타이탄 :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좋은사람들’입니다. 가서 보여줍시다! 좋은사람들이 2진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순서상의 차이라는 것을! 절대로 '강한사람들'보다 부족하거나 빠지는 인원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겁니다!
- [길드] 천공의검마 : 가자!
- [길드] 바람신화 : 나도 곧 성주 길드 멤버다!
- [길드] 화살폭포 : 달려갑니다!
사기진작을 위한 멘트 이후로 열화와 같은 호응이 뒤따랐다. 그리고 축포를 쏘듯 시스템 메시지가 요동쳤다.
『윙크 길드가 오크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화전민패밀리 길드가 오크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불패 길드가 오크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
『3DKnight 길드가 오크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의적 길드가 오크 요새에 공성전을 선포하였습니다.』
지난 번 칸트 성 공성전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길드들. 여기에 그동안 관전하며 남몰래 칼을 갈았던 이들까지 총출동했다. 단언컨대 오픈 이래로 최대수치의 전투다.
- 소드맛수터 : 다 썰어버리겠다!
- 따뜻냉면 : xxx 졸라 끊겨! 아으아악!!
- 다크소울러 : 뭐야. 나 언제 누움?
- 대머리나라 : 오는 새퀴는 다 지져주겠어!
- 아기유령콩콩 : ㅋㅋㅋㅋ 에볼날리는 허좁은 뭐냐? 따꼼따꼼이냐?
- AKZ초콜릿 : 워메. 파볼 살벌하네. 하마터면 타 디질··· 아놔. 뻗었잖앜!!
- 고길동최고 : 잠깐! 아 씌봐! 잠깐!!! 아악! 물약이 있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곡ㅇㅁ러ㅤㅣㅇㄴ라ㅓ!!!
곧 스피커를 통해서 각종 타격음과 마법의 묵직한 소음. ‘커억!’하며 쓰러지는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인터넷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에는 일순간 화면이 멈췄다가 마치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것처럼 캐릭터들이 때로 눕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저들로 가득한 인산인해! 실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당장 피 튀기게 싸울 것처럼 말했던 나는 길드원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30분 타이머를 스타트 시킨 뒤 가만히 지켜보며 있을 뿐이다. 3분여가 지나자 항의가 들어왔다.
- [길드] 지옥검 : 우리는 공성전 선포 안합니까?
지옥검은 2진 길드를 대표하게 될 부군주다. 보다 원활환 관리와 체계를 위해서 그는 일찌감치 강한사람들에서 나왔고 좋은사람들로의 이적을 완료한 상태였다.
- [길드] 타이탄 :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우리는 30분 후에 공성전을 선포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립시다.
- [길드] 지옥검 : 알겠습니다.
오크 숲 업데이트 이후 최초의 요새 공성전인 만큼 아직은 유저들이 모르는 정보가 있다. 그것은 공성이 쉽고 수성이 어려운 특색 있는 지역이 바로 오크 요새라는 점이었다.
‘이곳은 외성이 널찍해서 바리케이드를 쳐도 효율이 떨어지고 내성은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지.’
튼튼한 바위로 지어진 성채들과 다르게 나무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방어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은 요새인 주제에 성만도 못한 곳. 게다가 칸트 성처럼 창고가 있어서 그곳에서 물약을 계속 보급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성전 시간은 1시간.’
싸움은 영리하게 해야 한다. 낭만적으로 끝까지 노력해서 이 악물고 이겨내는 것은 동화나 만화에서 통하는 것일 뿐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청소년이나 소년소녀들이 주인공이지만 현실에서는 어른들이 지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수단을 채택할 줄 알기 때문이다.
오크 요새 공성전은 성을 차지하면 종료되는 부류가 아니다. 마지막 시간 때의 소유자가 진정한 승자가 되며 자연스레 공성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지키는 일인 수성전이 된다. 일찌감치 성을 차지해봤자 막아내기 급급할 것이 뻔하니 미리부터 전장에 돌입할 이유가 없었다.
‘패배했지만 멋지게 싸웠다, 따위로 자위할 마음은 없다고. 내가 얼마나 투자를 했는데 어중이떠중이들한테 양보하겠냐. 게다가 우리는 이미 칸트 성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면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된다.’
우리는 힘 대 힘으로 밀어붙여도 충분히 승리할 전력을 보유했다. 때문에 약자인 적대 길드들은 서슴없이 힘을 합칠 우려가 있다. 이상의 타당한 이유로 ‘싸우지 않는 것’이 전술이 된다.
‘물론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지.’
준비한 패는 많을수록 좋은 법! 나는 오늘 공성전의 핵심 카드 중 하나를 꺼냈다.
- [길드] 타이탄 : 매지션들은 작전대로 지금 다녀오도록 하세요.
- [길드] 달빛의노래 : 예, 군주님.
- [길드] 별빛의기적 : 알겠습니다.
매지션들이 움직였다. 일명 몬스터 부대 편입 전략이다.
대상 몬스터는 콜라이트닝 마법을 평타처럼 사용하는 ‘장로’와 ‘오크 스카우트’다. 우선 구하기 쉬운 오크 스카우트들을 테이밍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로들을 확보한다. 테이밍 후 합류까지의 시간은 공성 오픈 30분까지다.
이후 돌격의 순간에 1진, 2진, 테이밍 몬스터 부대까지 일거에 퍼붓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병력을 뻥튀기 하는 전법이라 하겠다.
‘진작 칸트 성 내성지역에 장로들을 모아뒀지.’
장로는 강하지만 개체수가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미리 테이밍 해서 잔뜩 가둬놨다. 1시간이 지난 지 오래라서 지금은 일반 몬스터의 상태지만 이쯤은 다시 테이밍하면 그만이다. 공성 타이밍에 맞춰서 발품 팔며 모으러 다니는 것보다야 이 방법이 백배 낫다.
그렇게 매지션들이 테이밍 몬스터들을 잔뜩 끌고 올 무렵에 공성전이 1단락 되었다.
『윙크 길드가 공성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오크 요새의 주인은 윙크 길드의 윙크공주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