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9년 게임 스타트-7화 (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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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 방어구 강화 주문서 팝니다.

- →[귓속말] 윙크영업직 : 님. 제가 살게요.

- →[귓속말] 3DKinght쫄 : 70만에 사겠습니다. 삽니다.

예상대로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두 유저의 관계가 참 묘했다.

“얘네 둘 적대 길드 아닌가?”

세력 싸움을 하는 만큼 방어구 강화주문서를 사는 것에도 경쟁 중인 모양새로 보였다. 이를 보니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하고 켜졌다.

‘이거 잘만하면 짭짤하게 벌 수 있겠는데?’

이들을 경쟁 붙이면 판매단가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강화주문서가 귀하다는 인식이 있는 거다.

이럴 때 ‘얼마에 사실래요?’ 같은 귓속말을 하면 기껏해야 75만 정도에 끝난다.

그러니 상대 길드에서도 주문서 아이템을 원한다는 부분에 포인트를 짚어주기로 했다. 이래야 자연스럽게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 어? 동시에 여러 분이 말씀을 주셔서··· 음······ 그러면 더 비싼 쪽에 팔게요.

곧 두 유저 모두 답변 없이 조용히 있었다. 내 채팅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까지 돈을 써도 될지 토의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양측 모두 이야기가 끝난 건지 다시 귓속말이 찾아왔다.

- →[귓속말] 윙크영업직 : 저쪽에서 얼마를 부르던 5만 골드를 더 드리겠습니다.

- →[귓속말] 3DKinght쫄 : 80만 골드에 사겠습니다.

딱 좋다. 내가 기대하고 바랐던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쪽은 상대가 얼마를 부르던 5만을 더 준다하고 다른 쪽은 80만을 부른다 이거지?’

윙크영업직 유저는 시세보다 무려 15만 골드나 더 비싼 금액인 85만에 구매한다는 뜻이 된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거래인 것이다. 그런데 내 촉이 ‘더 받을 수 있어.’하며 귀띔을 해주었다. 어쩌면 아직 펌핑이 더 될지도 모른다.

나는 80만 골드를 부른 3DKinght쫄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 →[귓속말] 구운몽 : 죄송합니다. 다른 님이 85만을 불러서요.

길드끼리의 뭔가가 있다는 그런 티는 내지 않는 게 포인트다. 괜히 판매하지 않은 상대로부터 적대감을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곧 답장이 날아왔다.

- →[귓속말] 3DKinght쫄 : 그럼 저희가 90만 골드에 사겠습니다. 파세요.

‘좋았어’

이제 윙크에게 귓속말을 줄 차례다.

- →[귓속말] 구운몽 : 저 그게··· 다른 분이 90만을 부르셨거든요. 아무래도 95만은 무리가 있으시지 않을까 싶어서······.

- →[귓속말] 윙크영업직 : 음··· 그 값은 확실히 너무 쎄긴 하네요. 포기할게요.

“나이스!”

제대로 이익을 봤다. 윙크에서 자발적 포기를 해주었기에 어느 쪽에도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20만 골드를 더 받고 팔 수 있게 됐다.

- →[귓속말] 구운몽 : 네. 그럼 창고로 와주세요.

그렇게 깔끔히 거래를 마쳤다. 두둑한 골드를 보니 저절로 배가 부를 지경이다.

“꿈속에서는 정말 빌빌 거렸는데 지금은 아주 날아다니는구나.”

90만 골드.

구울이 자신과 동렙을 달성했다는 선물로 준 것의 가치다. 사실 이 귀한 강화주문서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판매한 이유는 장래의 업데이트에 대해 미리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 고가의 주문서들은 고작 두 달 뒷면 3만 골드로 대폭락을 하게 된다.

심지어 공성전이 나오기 전에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할 정도로 너무 받은 거지만 지금 시점으로는 이 가격이 또 맞는 거니까.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진 셈 치자.’

원래 부자가 팍팍 써줘야 나처럼 가난한 이들의 삶이 좋아지는 거다. 이런 게 바로 낙수 효과 아니겠는가.

‘···아니면 말고.’

그나저나 오늘 하루에 올린 수익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6카타르에 방어구 강화주문서까지 먹었으니 이 캐릭터는 100% 축복받은 게 확실하고 어찌 보면 윤태식이라는 녀석도 대박 난 게 분명했다. 예지몽이라는 꿈을 간직했으니 말이다.

“시야가 좁으면 어때. 적어도 내 삶 하나만큼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기분 좋게 파이팅이다.

5. 이벤트

이따금 그럴 때가 있다. 혼자서 먹는 점심이지만 대충 먹기보다는 제대로 차려서 먹고 싶을 때가. 어머니가 해 놓으신 맛있는 찌개와 밑반찬 대신에 직접 요리를 해먹고 싶은 경우가 말이다.

“땡기면 해먹어야 사내대장부지.”

혼잣말을 하면서 집 책장 한편에 있는 요리책을 이리저리 넘겨보았다. 미래와 달리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의 정보들이 완전 오픈 형태가 아니었다. 물론 ‘나음’에서 본격적으로 포털사이트 사업을 시작했고 그들의 특별한 서비스인 ‘카페’가 운영되기는 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모두의 정보라기 보단 끼리끼리의 공유 형식이 강해서 수고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정보를 책으로 접하는 게 편했다.

‘역시 만만한 건 제육볶음.’

돼지고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옳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그리고 물엿이 대충 섞이면 기본적으로 먹을 만한 게 무조건 나오기에 그렇다.

“일명 상남자의 야매 요리 타임.”

나는 집의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양파와 파를 대충 썰어 넣은 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부었다.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것은 실수였지만 사실 나는 원래 매운 요리를 할 생각이었어.’

듣는 이도 없건만 괜스레 변명을 해보았다.

다음으로는 팬을 달구며 물엿을 넣고 볶았다. 초딩 입맛이라서 나는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수분 없이 바싹 볶은 것 보다는 물이 많은 작작한 제육 취향이라 이렇게 요리하는 게 편했다.

‘중간에 물엿을 마음대로 부어도 팬이 탈 걱정이 없거든.’

그렇게 손쉽게 제육볶음이 완성됐다. 나는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매콤하면서 아주 달콤한 맛이 실로 취향 저격이다. 남한테는 못 주겠지만 나한테는 마음에 쏙 든다.

“여기에 어머니표 김치를 꺼내주고.”

제육볶음을 식탁의 가운데에 두고 주변에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보이는 데로 꺼냈다. 이렇게 차리고 나니 한상 가득이다.

‘그냥 원래 있던 밑반찬들로도 충분했겠지만.’

김치와 멸치볶음, 어묵볶음, 절임 무에 감자 국까지다. 해놓고 보니 이걸 왜 했나 생각이 들었다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얼른 지워버렸다. 어쨌거나 없던 메뉴가 생겨난 것 아니겠는가.

먹을 게 많아지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으-! 배부르다.”

매콤하면서도 꽤 푸짐하게 만들어서 생각보다 밥을 너무 많이 먹었다. 하지만 배고프고 추운 것보다는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게 훨씬 낫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야.’

식탁과 싱크대를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금 컴퓨터 앞에 앉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멀게 만 느껴졌던 30레벨을 넘어 이제는 32에 도달했고 나름대로 고레벨이라 자처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오토 플레지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제 아이템 먹을 때 일일이 클릭하지 않아도 돼.”

이 프로그램은 F4를 누르면 빠르게 캐릭터 주변을 마우스로 클릭을 하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드롭된 아이템을 토글하게 해주기에 한결 편해지는 거다. 일일이 클릭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 소소한 편의성은 그간 고생해온 유저들에게 빛과 소금처럼 은혜롭게 다가왔다.

‘이런 걸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면 다른 걸 요구해도 될 거야.’

나는 프로그램의 하단에 있는 제작자의 이메일로 하나의 제안을 보냈다. 이후 플레지에 접속했는데 이벤트 알림 메시지가 크게 떠올랐다.

“공지? 데빌 스피릿?··· 아! 이게 그거구나!”

초창기에도 이벤트가 있었다는 건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이 시기에 플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말만 들어봤을 뿐이다.

“베리 굿. 열심히 참여해주겠어.”

상세히 이를 확인했다.

「공지. (이벤트 알림)

데빌 스피릿 이벤트가 개최됩니다.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데빌 스피릿이 필드에 나타납니다. 이 존재는 무자비한 학살을 꾸미고 있으며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 죽음을 선사할 것입니다. 대신 그를 막는 자는 막대한 가치의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데빌 스피릿의 출현은 자정부터 익일 정오까지입니다.」

「수렵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개구리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필드에 등장하는 개구리를 사냥하십시오. 오늘 단 하루 동안 개구리는 무기 강화주문서와 방어구 강화주문서를 드롭합니다.」

처음 것이 고렙 타깃 이벤트라면 개구리는 전체 이용가였다. 당연히 모두가 눈에 불을 켤 만한 대규모였고 이건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다. 바삐 접속했다.

흥분하는 내 심정만큼이나 마을은 이벤트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 데빌 스피릿이라는 거 얼마나 쎌까?

- 글세? 바포메트 정도로 강력한 거 아냐?

- 아니. 그런 게 필드에 갑자기 나오면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 그래도 좋은 거 떨군다고 하잖아.

- 좋아 봤자지.

- 바포메트도 끝내주는 거 드롭하는데 우리랑 전혀 관계 없잖슴?

- 맞아. 대신 거긴 가지도 못하는데 여기선 운 좋으면 먹을 수도 있잖아.

- 꿈이라도 꿔보자. 순간이동 조종 반지 같은 거 나오면 좋겠다~!

- 난 변신 조종 반지.

한창 달구어진 유저들 사이의 대화가 빠르게 채팅창을 오르내렸다. 물론 열띤 토론은 현실적인 타협으로 매듭지어지곤 했다.

- 생각해봐. 공지에도 조낸 강력하다고 나왔잖아? 가봐야 우리 같은 건 케첩 밖에 안 될 거라고.

- 개구리가 강화주문서들을 준다는데······.

- 맞아맞아. 개구리 잡으러 가자.

- 요것만 먹어도 대박잉께~

삼삼오오 움직이는 유저들 사이에서 나 역시 고민했다.

‘데빌 스피릿은 저 두 개를 다 줬었단 말이지.’

순간이동 조종 반지와 변신 조종 반지는 현 시점에서 최고가에 해당하는 워너비 아이템이다. 데빌 스피릿은 이 반지 두 개를 세트로 떨어뜨린다. 대신 매우 강력하다.

일단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최대치인 18이고 힘은 그 이상이다. 최대치 18/02였는데 이는 D&D룰에 따라 최고치라 표현될 뿐 실제 적용은 20이라는 수치다. 이런 능력치에다가 장비는 +6 카타르를 꼈고 아머 클래스는 무려 ?30이다.

“가장 황당한 건 NPC가 아니라는 거야.”

흔한 이벤트 몬스터가 아니다. 게임사의 직원이 직접 조종하는 혼돈 성향의 캐릭터였기에 당연히 물약도 먹고 인공지능보다 판단능력도 좋다. 저런 캐릭터가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유저를 사냥하는 거다. 사냥하기는커녕 섣불리 다가가지도 못할 정도다.

하지만 잡기만 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일단 데빌 스피릿은 혼돈 성향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죽인다면 들고 있는 장비를 추가로 떨굴 가능성이 높았다. 반지 두 개는 일단 차치해두고 강화 주문서를 발라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서 얻을 방법을 모색했다.

‘일단 지금 내가 1:1로 이길 가능성은 없어. 그러면 고렙 유저랑 데빌 스피릿이 싸울 때. 그 타이밍을 잘 노려야 해.’

조금 치사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아니면 답이 없다. 나는 정보창을 열어서 내 장비 현황을 점검했다. 레벨은 32이고 +6 카타르와 난쟁이족 철 투구[방어력 2], 엘프족 방패[방어력 2], 청동판금갑옷[방어력 6], 마법 망토[방어력 1], 부츠[방어력 2]를 껴서 총 AC는 ?3이다.

‘아직 면갑이 나오지 않아서 지금은 난투가 이 시대 최고의 투구니까.’

훗날에는 민첩 수치에 따라서 방어력이 증가하지만 아직은 그런 개념이 없는 상태이다. 오직 순수하게 방어구에 의존한 방어력만 존재한다.

골드 역시 꽤 모아서 이제는 110만 골드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 강화하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만 해두고 있었는데 이는 조만간 던전 7층이 업데이트 되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날이 오면 강화 주문서를 NPC가 판매하고 하늘까지 치솟은 주문서 및 강화된 방어구들의 가격은 살벌하게 폭락할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열심히 저축 중이었다.

“오늘 레벨 업은 포기해야지. 우선 개구리를 잡고 데빌 스피릿이 나오는 야간에는 매복하자.”

순서를 정하고 마우스를 부지런히 클릭했다.

개구리는 한 대치면 죽는 그냥 동물이다. 너무나도 작아서 클릭이 조금 힘들다는 소소한 불편이 있기는 하지만 이걸 잡고 주문서를 먹는다면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된다.

“한 마리··· 꽝이네. 어? 또 개구리!”

콰직-

“오! 강화 주문서다!”

대형 이벤트라서 아이템을 대범하게 풀었을까. 대 캐릭터가 축캐라서려나. 자정 전까지 쉬지도 않고 개구리 헌터를 한 결과 무기 강화 주문서 3장과 방어구 강화 주문서 2장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반작용 역시 있었다.

“눈알이 빠질 거 같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녀석을 정확하게 클릭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심력을 소모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 메인이벤트가 시작되는데 벌써 지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이벤트 진행자라면 어디에서 등장하고 싶어 할까?’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거다. 그 가정하에 데빌 스피릿의 출현 지역을 점쳤다.

“아마도 사냥터 위주로 등장할 거야.”

일단 콘셉트 자체가 학살자다. 게다가 너무 저 레벨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건 자칫 이벤트를 벌이고 욕만 잔뜩 먹는 결과에 수렴할 수 있다. 그러니 고레벨을 노릴 것이고 그러면서도 최대한 다수를 죽이도록 사냥중인 상대를 노릴 거다.

‘제대로 붙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들도록.’

나는 고레벨들이 사냥하는 곳을 골랐다. 바로 굴밭 위쪽에 있는 버그베어 밭이었는데 이 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나무 뒤에 숨어서 대기를 했다.

작전은 매우 단순하다. 경찰들이 범죄자를 기다리는 방법으로 나무 뒤에 매복하고 세월아 내월아 기다리는 거다.

“이거야 말로 확률에 거는 거야. 모 아니면 도다.”

1.5리터 콜라와 옥수수 과자를 세팅한 채 모니터를 예의 주시했다. 나는 주전부리하고 허리를 돌리건 트위스트 댄스를 추건 상관 없다. 핵심은 캐릭터가 옴짝달싹 않는 것이 포인트다.

20분이 지났다.

“안 나오네.”

추가로 1시간이 흘렀다.

“···자리를 잘못 잡았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거?”

괜히 강태공들끼리 자리싸움을 하는 게 아니었다. 잠잠한 시간이 너무 오래되자 물고기가 잘 낚이는 장소인지 아닌지 다시금 고민되었다. 하지만 애당초 오늘 하루는 그냥 버리는 셈 치기로 하지 않았던가.

추가로 칸초와 새우과자, 홈런과자를 섞어서 1분에 하나씩만 먹기 수련을 하던 중이었다.

“다음에는 크래커 사서 젠가라도 하고 놀아야··· 어?!”

긴긴 시간을 마냥 대기만 하던 그때,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흑기사 대장의 모습을 한 이벤트 몬스터!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새빨간 색의 이름을 가진 데빌 스피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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