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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35화 (33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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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49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하셨죠?”

    “……그래, 덕분에 목숨을 건졌구나. 조카야.”

    황제 하이든의 대장선은 설산지대 너머에 추락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지면에 부딪히기 직전 요하나의 마법으로 보호를 받았다.

    조금 전의 폭발은 마나 보호막이 지면에 부딪히며 일으킨 굉음이리라.

    “솔직히 놀랐어요. 그 상황에서도 병사들한테 명령을 내리시다니.”

    요하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설마 추락하는 비행포격선에서 돌격명령을 내릴 줄이야.

    누구든 그 상황이었다면 탈출 시도가 첫 번째고, 두려움과 체념이 두 번째 아니겠는가?

    그런데 저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는 그 당연한 이치를 깨부쉈다. 차라리 올리버 레이우드 같은 기사가 저랬다면 놀라움이 덜했을 텐데, 설마 하이든이 저런 정신력을 발휘할 줄이야.

    “올리버 경한테 무슨 희생정신이라도 옮으셨어요?”

    “그렇다기보다는…… 어차피 죽을 거 멋있게 죽을까 싶어서?”

    “에이, 그게 뭐예요. 차라리 희생정신을 발휘했다고 하시지.”

    저렇게 말해도 다 안다.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는 많이 변했다.

    올리버를 만나면서, 이안을 만나면서, 왕으로 등극하면서.

    그리고 지금쯤 황궁에서 기도하고 있을 하나뿐인 아들.

    황태자 프란츠 그린리버의 아버지가 되면서 조금씩.

    정말 조금씩 성장하여 어느덧 여기까지 이르렀다.

    “아무튼 멋있었어요. 그래도 살려 드린 건 저니까, 나중에 다 끝나면 한턱 쏘세요.”

    “암, 당연하지. 무엇이든 말만 하려무나.”

    “개인적으로는 널찍한 사유지가 좋은데…… 아, 이건 그냥 혼잣말이에요.”

    싱긋 웃은 요하나가 마법의 힘으로 들어 올린 대장선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죽음만 피했을 뿐, 거인에게 당한 대장선은 부유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잠깐 여기 둘게요. 이거 유지하면서 싸우기는 좀 어려워서.”

    그 말인즉슨 창으로 심장을 꿰뚫린 거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

    물론 알아채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쓰러지기는커녕 멀쩡히 서 있잖아?

    하물며 가슴팍에 꽂힌 얼음덩이를 뽑아 연합군 방향으로 던질 준비까지 한다.

    가만히 뒀다가는 실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터. 그러니 요하나가 나설 차례였다.

    “후우!”

    멀리서 볼 때는 체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이제야 체감이 된다.

    저 거인, 요하나가 아는 얼굴을 확실히 닮았다.

    ‘엄밀히 따지면 다른 녀석일지 몰라도,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잖아?’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되돌리기 이전의 세상.

    홀로 고독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처절한 미래.

    그 세계는 바로 저 거인을 닮은 놈한테 파괴당했다.

    쉽게 말해서 요하나의 오랜 원수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열 배로, 아니, 백 배로 갚아줘야겠지.’

    바야흐로 모든 것을 갚아줄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의 그녀는 절대 이길 수 없었던 거인들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던 슈페리어의 괴물들에게.

    ‘시간을 되감았을지언정 내가 겪은 비극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여기서 끝낸다.

    그리고 나아간다.

    요하나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거기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격’을 가미했다.

    저 거인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놓을 만한 일격.

    그런 마법이 요하나의 머릿속에 뚜렷이 그려졌다.

    화르륵!

    그 시작은 조그마한 불씨였다.

    화력을 꾹꾹 눌러 담아 응축시킨 불씨.

    그것은 곧 요하나의 머리만 한 불덩이로 변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듯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 !

    화가 잔뜩 난 거인이 가슴팍에 박혔던 얼음덩이를 반으로 쪼개어 무자비하게 던졌다.

    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돌덩이든, 나무든, 다른 거인들의 시체든 가리지 않고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하물며 두 손으로 으깨어 그 파편을 뿌려댔으니 타격 범위가 반 슈페리어 연합군 진영 전체에 이르렀다. 이를 막지 못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터.

    “모두 진정하세요.”

    다만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요하나 페이지.

    지금은 그녀가 연합군 진영에 있다는 점이다.

    “제가 지켜드릴 테니.”

    그녀의 말에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지켜준다고 하니, 무슨 보호막이라도 씌워줄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요하나가 말하는 ‘보호’란 상식이란 걸 벗어났다.

    쾅! 콰광! 쾅! 콰과과광 - !

    놈이 던지는 파편마다 강력한 매직 미사일로 응수하며 모든 공격을 격추시킨다.

    단 한 발의 오차도 없는, 정말이지 완벽에 가까운 요하나 특유의 ‘보호’였다.

    “모두 잘 들어요. 딱 한 번! 딱 한 번의 기회가 있을 거예요. 저 거인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여줄 기회 말이에요! 그러니 모두 마지막 폭격을 준비하세요! 이번에야말로 힘을 아끼지 마세요! 어디를 조준해야 하는지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일 겁니다!”

    마나가 잔뜩 섞인 요하나의 목소리가 연합군 전체에 퍼져 나갔다.

    저 어린 마법사가 상아탑주 이안 페이지의 딸이라는 사실이야 여러 번 치러온 훈련을 통해 연합군 내 모든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누구도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 그럼.”

    거인의 파편 투척에는 약간의 준비 시간이 소요된다.

    손에 잡히는 것을 으깨어 던지니 시간이 필요할밖에.

    요하나는 바로 그 찰나의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화르르르르륵……!

    먼저 아까부터 멈추지 않고 응축시켰던 불덩이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적에게 쏘아 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모조리 빨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요하나의 육신이 활활 불타오르며 불꽃 그 자체로 거듭났다.

    “시작해 보죠.”

    팟!

    단 한 명의 불꽃 인간.

    요하나 페이지가 일그러진 얼굴의 거인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실로 엄청난 열기와 공간의 일그러짐이 그녀가 지나는 길을 뒤따랐다.

    오죽하면 인근에 쌓여 있는 설산지대의 눈까지 녹아내리겠는가?

    쿠구구구구구구……!

    어디 열기와 기세만 어마어마할까?

    그 속도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화살보다, 붐 스틱의 총탄보다 빠르다.

    ‘예전이었으면 보이지 않았을 거야. 근데 지금은 보여. 저 거인의 피부 겉에 눈으로 볼 수 없는 보호막이 펼쳐져 있다는 것. 그런 주제에 충격은 또 어마어마하게 흡수한다는 것.’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뿐이다.

    우선 저 견고한 보호막에 틈을 만든다.

    어떻게? 간단하다. 구멍을 뚫어버리면 된다.

    ‘바로 이렇게.’

    요하나의 선택은 굉장히 단순했다.

    아니, 이건 단순함을 넘어서 무식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화살보다 빠르다고 한들 스스로 화살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하아아아아아아압 - !”

    쩌렁쩌렁한 기합.

    활활 타오르는 불꽃.

    한 순 화살이 된 요하나가 거인의 가슴팍을 꿰뚫고 지나갔다.

    나아가 그 표면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 역시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

    “……지금!”

    “바로 지금이다!”

    “요하나가 말한 조준점!”

    “저 구멍을 향하여 모든 화력을 집중해라!”

    “마지막 기회다! 포격 준비! 저격수 앞으로!”

    요하나가 거인의 가슴팍, 그리고 보호막에 만들어낸 조그마한 구멍.

    그곳이 조준점 역할을 하였으니, 바야흐로 연합군의 맹공이 펼쳐졌다.

    쾅! 콰광! 콰과과과광 - !

    아직 포격이 가능한 비행포격선의 마나 함포.

    마지막 한 톨 마나까지 몽땅 짜낸 마법사들의 주문.

    저격수들의 집중사격, 용 일족의 브레스와 권속들의 마법.

    그야말로 모든 힘을 다 쥐어짜 낸 마지막 화력집중.

    만약 여기서 끝내지 못한다면 정말 위험할 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두가 반신반의한 얼굴로 먼지바람 속 거인의 동태를 살피는 그때.

    여러 예측 중 가장 바라고 또 바랐던 반응이 설산지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은 바로 비명, 죽음을 직감한 생물 특유의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이었다.

    쿠웅 - !

    그리고 마침내.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태산처럼 거대했던 거인의 육신이.

    다른 거인의 시체 밭 위로 쓰러졌다는 거다.

    “…….”

    정말 쓰러진 걸까?

    정말 목숨이 끊어진 걸까?

    정말 이 전투에서 승리한 걸까?

    모두가 비슷한 생각으로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아무리 침묵해도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더는 차원 너머에서 거인이 몰려나오지 않았으니까.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실로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럼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오늘의 전투는 그런 전투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긴 것 같다.

    다른 세계의, 그들 스스로 일컫기를 ‘상위 차원’의 군대로부터 승리했다.

    “폐, 폐하, 저희들이…….”

    “……그래, 아무래도 이긴 것 같구나.”

    황제 하이든은 의외로 침착했다.

    잠시 고민한 뒤, 통신수정구를 잡았다.

    그러고는 다소 천천히, 담담하게 읊조렸다.

    [모두 고생들이 많았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과는 달랐다.

    어떻게든 연합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고자, 분위기를 불태우고자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면, 지금은 그저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가장 바라는 한마디면 충분할 터이니까.

    [돌아가자. 우리들의 집으로.]

    이안과 올리버의 약점이 되지 않았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돌아가서 간절히 바라는 것밖에는.

    이안과 올리버가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길.

    ‘……가만, 그런데 요하나는?’

    그러고 보니 그렇다.

    요하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거인과의 격돌에서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분명 거인을 꿰뚫자마자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걸 봤는데……?’

    황제 하이든의 시선이 생각을 따라 자연스레 하늘로 향했다.

    나아가 곧 깨달았다. 요하나가 어째서 이 자리에 없는지를.

    ‘갔구나. 아버지를 도우러.’

    그녀가 솟아오른 하늘에 열려 있는 통로.

    그녀는 아마 저 붉은색 통로를 넘어갔으리라.

    이안과 올리버가 고군분투 중인 슈페리어 차원으로.

    ‘무운을 비마. 조카야.’

    * * *

    “그럼 믿고 가겠습니다.”

    “아직 안 가셨소? 어서 가시오.”

    공허의 군주는 더 이상 이안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그러기엔 새로 합류한 올리버 레이우드가 너무 강했거든.

    ‘단숨에 올라간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끌었다.

    당장 저 말도 안 되는 행성파괴공격부터 막아야 한다.

    저걸 막지 못하면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는 모조리 끝장이리라.

    ‘가자.’

    이안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시계탑을 따라서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시계탑 최상층, 속칭 ‘눈먼 아버지’가 부유 중인 하늘.

    물론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예컨대.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시계탑 곳곳에서 뻗어져 나오는 기괴한 촉수라든지.

    그 뱀처럼 꿈틀대는 촉수가 내뿜는 치명적인 독이라든지.

    “크로미 님!”

    (알고 있느니라!)

    이안의 말에 팡이와 결합한 마도서 크로미가 창날처럼 변했다.

    그 자체로 굉장히 날카로운 마창 한 자루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탁!

    이안이 그 마창을 잡았다.

    나아가 자신에게 뻗어져 오는 촉수를 끊임없이 베어 넘기며 시계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올림포스의 상징인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 역시 뻗어져 오는 촉수로부터 이안을 지켰다.

    ‘조금만 더……!’

    베고, 베고, 또 벤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이제 곧 모든 대재앙의 원흉.

    눈먼 아버지, 혹은 미래의 이안.

    그 궤멸적인 존재와 조우할 터.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안의 재빠른 접근에 위기감이라도 느낀 걸까?

    그저 지켜보기만 하던 시계탑 최상층의 주인이 낮은 소리로 울었다.

    그것은 생물의 울음이라기엔 어딘가 매우 뒤틀린 구석이 다분한 괴성이었다.

    ‘가만, 저 소리, 설마……?’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길함.

    이안이 본능적으로 지상을 돌아봤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했다.

    ‘……그래, 아직 이게 남아 있었지.’

    눈먼 아버지의 낮은 울음소리가 전투 중이었던 지배자들을.

    정확히는 ‘아버지의 축복’으로 푸른색 피부와 안광을 갖게 된 지배자들을 통제하고자 했다.

    사실상 족쇄나 마찬가지였던 힘이니,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어찌 대응을 하느냐는 점인데…….

    ‘다행스럽게도.’

    이안에게는 방법이 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뾰족한 수가.

    “프란! 지금이다! 무얼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미리 준비해 놓은 차원 문을 허공에 설치한 이안이 외쳤다.

    그러자 곧 그 너머로부터 프란 페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주 거대한 약병과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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