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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48화
“……이렇게 아플 거라고는 말씀 안 하셨잖아요?”
“아팠니?”
“많이요.”
“잘 견뎌냈으니 되었군.”
“하!”
잠시 헛웃음을 쳤던 요하나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힘, 분명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정도 힘이면 내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을 되돌리기 이전의 원수들, 내 시간대의 모든 것을 파괴했던 그 괴물들하고도 붙어볼 만하겠어. 아니, 압도하고도 남을 거야.’
예컨대 슈페리어의 분석관이라든지, 이후 나타난 집행관이라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인즉.’
아마 지금쯤 북부 모그리안 영지 설산 지대에서 일어나고 있을 전투.
슈페리어 차원으로부터 넘어온 거인들을 상대로도 절대 밀리지 않을 터.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바짝 말랐던 피가 이제는 끓어올랐다.
“스승님.”
“듣고 있다.”
“함께 가실래요?”
“그럴 필요가 있을까?”
“고사리 같은 손이라도 아쉬울 때니까요.”
“아서라. 슬슬 피곤하니 쉬어야겠다.”
“그러셔요. 전 다녀올게요.”
“몸조심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닐 테니.”
“물론이죠. 끝까지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까지가 목표니까요.”
아버지랑, 어머니랑.
할머니, 할아버지, 더글라스 삼촌까지도.
아, 황제 폐하 삼촌이랑 올리버 1대 스승님도 껴드려야지.
“그럼 쉬세요. 우리가 승리하기를 기도하시고요.”
“기도야 하겠다만, 나중에 이안 공 만나면 이야기 좀 잘해다오.”
“네? 어떤 이야기요?”
“나에게 돌려주셨던 힘이지 않느냐? 그 말인즉슨 나더러 전쟁터에 나서라는 뜻이셨을 터인데, 그걸 다른 사람한테, 심지어 자기 딸한테 줘버렸으니…… 이 세상에 그 어느 아비가 자기 딸이 전쟁터에 나서기를 바라겠느냐? 나 같아도 나한테 화가 많이 날 것 같은데?”
“에이, 설마요. 딸이 잘 컸으면 좋아하셔야지.”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걸까?
고개를 휘휘 저은 요하나의 육신이 빛으로 휘감겼다.
북부 모그리안 영지의 격전지로 향하는 텔레포트 주문이었다.
* * *
“밀어붙여! 승리가 눈앞이다!”
북부 모그리안 영지 설산 지대에서의 전투는 명백하게 한쪽이 승기를 잡았다.
그렇다면 그 한쪽은 누구일까? 용 일족과 휘하 권속들, 대륙 전체의 용감무쌍한 기사와 마법사, 각성 제국군, 그리고 일만여 대의 비행포격선으로 이루어진 반 슈페리어 연합군일까?
아니면 공허의 군주가 은밀히 우회시켜 첫 번째 중간계로 내려보낸 공허의 군단일까?
“함포 발사! 포격을 멈추지 마라!”
“저격수 3열 앞으로! 마법사 부대 합동 마법 준비!”
“나의 일족이여! 권속들이여! 고지가 눈앞이다! 승기를 굳히자!”
정답은 반 슈페리어 연합군.
그들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 세계를 초토화시킬 것처럼 몰려왔던 거인들의 시신이 설산지대를 ‘거인 시체의 산’으로 만들었으니,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 황제 하이든의 연설이 정확히 적중한 셈이었다.
“폐하, 승리가 눈앞이옵니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적어도 이곳에서의 전투는.
저 너머 이안과 올리버의 싸움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판이 날 터.
물론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는 굳이 그 뒷말까지 꺼내진 않았다.
입 밖으로 꺼내 봐야 사기만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말 아니던가?
[제군들이여! 저 거인들에게 남은 패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마지막으로 남은 거인의 숨통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아니 된다!]
하이든이 통신 수정구로 반 슈페리어 연합군 전원에게 정신무장을 요청했다.
보통 이런 순간에, 이겼다고 여길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는 법이니까.
[전군 앞으로! 이대로 승기를 굳힌다! 우리 세계의 위엄을 되찾자!]
황제의 외침이 거기까지 닿는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하늘에 열려 있는 붉은색 통로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지금껏 상대했던 거인들을 모조리 압도하는 덩치의 거인이 상반신을 들이밀었다.
그 괴물 또한 푸른 피부를 가졌으며, 굉장히 격노한 표정으로 중간계를 내려다봤다.
쿵!
어디 그뿐일까?
가장 선두에서 거인들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던 하이든 그린리버.
바로 그 금발의 황제가 탑승한 대장선을 반대쪽 손으로 빠르게 낚아챘다.
“폐, 폐하……!”
“폐하께서 위험하시다!”
“거인을 죽여라! 폐하를 구해야 한다!”
하이든의 직감처럼 마지막 순간에 발생한 변수 앞에서 병사들이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사이 새롭게 나타난 대형 거인은 하이든의 대장선을 박살 내기에 이르렀다.
콰드드드드드득……!
가장 먼저 부유장치를 뜯어냈으며, 졸지에 모든 추진력이 사라진 대장선을 머나먼 설산지대 너머로 집어던져 버렸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누구도 대처할 수 없었다.
아니, 설령 여유가 있다고 한들 대처하기는 어려웠으리라.
그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으니까.
“아, 안 돼……!”
“마법사들은 무얼 하는가! 어서 폐하를……!”
“할 수 있는 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눈앞에서 황제의 대장선이 추락한다.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나가떨어진다.
이제 곧 설산지대 너머 어딘가에 처박히며 산산이 조각날 터.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두 눈을 질끈 감는 게 전부였다.
[지직, 지지직……!]
그렇게 모두가 대장선의 추락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버린 그때.
모든 비행포격선에 설치된 통신 수정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정신 차리고 싸워……! 지직……! 승리가 눈앞까지…… 지직! 지지직……!]
그 수정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의 정체는 놀랍게도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였다.
그는 자신이 탑승한 대장선과 함께 추락하는 와중에도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혹여 그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 마지막까지 왕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해냈다.
[진격하라……! 지직! 마지막 남은 적을 반드시……! 지직! 승리는 우리의 몫……! 지지직!]
정신 차리고 싸워라.
승리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니 진격하라. 마지막 남은 적을 반드시 멸하라.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승리는 우리의 몫이 될 터이니.
황제의 전언이 모든 병사들에게, 머리와 심장에 꽂히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 !
대장선이 떨어진 설산지대 너머로부터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온갖 마도공학 장치로 이루어진 비행포격선이 추락하며 폭발하는 소리였다.
“……폐하?”
“폐, 폐하께서…….”
갑작스러운 변수의 발발.
그로 말미암은 대장선의 추락.
아마 죽었을 것이다. 황제 말이다.
저런 폭발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
충격적인 상황에 병사들이.
반 슈페리어 연합군 전원이 침묵했다.
물론 그 침묵을 오래 지키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적들은 쉬지 않았고, 우리는 황제의 마지막 명령을 받았으니까.
“……전진, 전진하라!”
“전군 앞으로 돌격하라!”
“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조리 섬멸하라!”
“모조리 죽여! 황제 폐하의 원수를 갚는다!”
“죽어라 이 괴물 놈들아! 편히 죽진 못할 거다!”
활활 불타오르는 증오와 복수심은 때로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
작금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황제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슈페리어에서 넘어온 거인들을 향한 병사들의 증오가 하늘을 찔렀다.
쾅! 콰광! 콰과과과과광 - !
마지막 적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서일까?
혹은 증오와 복수심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까?
연합군의 집중포격은 영지 전체를 진동할 만큼 강력했다.
마치 남아 있는 모든 화력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강력한 적이었으며, 마지막 적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
반 슈페리어 연합군의 집중포격이 통한 걸까?
자욱한 연기 속에서 거인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 울음은 누가 들어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였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거의 바닥나버렸다는 점이다.
“371번 포격선, 비행에 필요한 최소 마나 외 모든 마나가 소진되었습니다!”
“91번 포격선, 비행에 필요한 최소 마나 외 모든 마나를 소진했습니다!”
“3928번 포격선, 최소한의 마나를 제외한 모든 마나가 바닥났습니다!”
“7번 포격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포격이 불가능합니다!”
먼저 비행포격선에 설치된 마나 저장기가 대부분 바닥났다.
마법사와 병사들, 용 일족과 권속들의 체력과 마나 역시 한계다.
이 전투에 퍼부을 수 있는 화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리라.
파스스스스스스스……
하지만 그에 비하여 대형 거인의 몸 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안개가 걷히며 다시금 보이기 시작한 몰골이 생각보다 훨씬 더 멀쩡했거든.
더욱이 아까보다 더 흉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미루어보건대,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자신에게 아픈 공격을 퍼부어댄 연합군을 모조리 밟아 죽이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으니까.
“이, 이런 제기랄…….”
대형 거인의 얼굴이 흉포하게 일그러지면 일그러질수록.
연합군의 표정에 깔려 있던 희망은 절망으로 무너져갔다.
분명 승리할 줄 알았다. 다 이겼노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나타난 저 거인이 모든 흐름을 바꿨다.
이것이 상위 차원의 힘일까? 처음부터 이길 수 없었던 싸움일까?
‘……이젠 다 끝이야.’
‘하, 하하, 그럼 그렇지, 저런 괴물을 무슨 수로…….’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저 거인들한테는…….’
희망에서 절망으로.
나아가 좌절의 단계로.
그만큼 저 변수는 강력했다.
여기까지 버틴 게 용하다 싶을 만큼.
모…… 조리……
놀라운 일이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포효가 아니었다.
일그러진 얼굴의 거인은 명백히 제국어를 구사했다.
죽여…… 주…… 마……!
압도적인 공포가 낳은 환청일까?
아니면 정말 제국의 언어를 구사하는 걸까?
어느 쪽이든 위협이 목적이라면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남은 사기조차 꺾어버리는 목소리였으니까.
파직, 파직, 파지지지직……!
일그러진 표정의 거인이 한쪽 팔을 들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꺼먼 기운이 몰려 커다란 투창을 이루어냈다.
말이 좋아서 투창이지, 저걸 맞았다가는 일대가 초토화되어버릴 터.
진정…… 한…… 해방을…… 위…… 하여……!
도망칠 겨를도 없다.
거인이 던진 시커먼 투창이 연합군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이제 곧 연합군 중 일부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기도와 절망뿐.
바로 그때였다.
‘롱기누스의 창.’
거인이 던진 흑색의 투창과 맞먹는 크기.
아니, 그마저 압도하는 크기의 빙뇌의 창이 반 슈페리어 연합군 측 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날아왔다. 어디 날아오기만 했을까? 정면에서 날아오는 흑색의 투창마저 집어삼킨 채 그대로 날아가 투창을 집어던진 장본인, 일그러질 표정의 거인의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크으…… 크어어어어……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고통을 맛본 듯 하염없이 질러대는 비명과 더불어.
어떤 푸른색 로브 차림의 여인이 만신창이가 된 대장선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 요하나 페이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