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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31화 (33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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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45화

    [올림포스의 영웅들이여! 우리의 새로운 왕께서 혼돈의 군주를 격퇴하셨도다! 고로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혼동의 전당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것밖에는! 그러니 나를, 전대 왕이셨던 제우스의 아들이자 올림포스의 황태자인 나를 따르라!]

    [올림포스를 위하여!]

    [올림포스를 위하여!]

    올림포스 전당의 모든 지배자들을 통솔하는 것은 아레스였다.

    그는 투쟁의 지배자라는 이명에 걸맞은 통솔력을 마음껏 뽐냈다.

    이안 역시 그런 그를 믿고 지배자들에게 따로 명령하지 않았다.

    명령권자가 많아져 봐야 전선에 혼란만 가중될 뿐일 테니까.

    [아스가르드의 용맹한 전사들이여! 비록 예상했던 바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본디 기회란 소리소문없이 찾아오는 법! 나 묠니르의 주인 토르와 함께 오늘의 전투로 우리 세계의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내자! 전군 돌격하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아스가르드를 위하여!]

    [아스가르드를 위하여!]

    아스가르드 쪽은 역시나 오딘의 아들 토르가 지휘권을 휘어잡았다.

    그는 이안과 함께 마계까지 다녀온 만큼 압도적인 무용을 뽐냈다.

    특히 거대한 망치 묠니르를 활용한 전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어째서 궁니르가 아닌 묠니르를 휘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거 열심히들 싸우고 있군. 어쩐지 명계로 떨어지는 놈들이 별로 없더라. 많이들 온다 싶으면 그냥 뒤통수 후려치고 끝날 때까지 숨어 있으려 했는데 말이야. 쯧, 별수 없지.]

    가장 먼저 도착한 지원군은 하데스가 이끄는 명계의 군대였다.

    툴툴거릴지언정 오늘도 유감없이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눈치다.

    [망자들이여, 나의 하수인들이여!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죽음의 묘미를 선사하라!]

    그런 그의 명령과 함께 차원 문을 넘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망자들이 무면탈을 뒤집어쓴 공허의 군주의 군대와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며 본격적인 다수 대 다수 구도를 그려냈다.

    그중에는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전대 수장이었던 제우스와 오딘, 그리고 타르타로스에서 몰래 빼돌린 튀폰까지 나타나 고막이 찢어지는 괴성을 질러대며 날뛰기에 이르렀다.

    [뭐, 뭐야?]

    [어째서 튀폰이…….]

    [우리를 돕는 거지……?]

    갑작스러운 튀폰의 등장에 지배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지금은 따지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몰려드는 공허의 군대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으니까.

    [나의 아이들아, 저기를 보아라. 아스가르드, 올림포스, 혼돈의 조무래기들까지, 우리 티탄의 원수들로 득시글거리는구나.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다마는, 침착하게 우선순위를 둬야겠지. 오늘은 혼돈의 조무래기들부터 쓸어버리자꾸나. 놈들은 침략자가 아니더냐?]

    그다음 차례는 가이아를 필두로 한 티탄 일족이었다.

    그들로서는 여기서 싸우고 있는 모두가 철천지원수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반 혼돈의 전당’ 세력에 가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 중심에는 이안 덕에 저주로부터 벗어난 헬리오스의 입김이 한몫 단단히 했으리라.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우리 세계의 판을 다시 짜도록 하자꾸나. 침략자에 불과한 저 혼돈의 조무래기들부터 싹 다 걷어낸 다음, 그 위에서 다시 패권을 두고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

    [티탄 노인네께서 간만에 그럴싸한 말씀을 하시는군. 그 말이 실로 옳아. 이 땅은 본디 우리들의 터전이지. 치고받아도 우리가 치고받음이 옳고, 누군가 군림하고 누군가 복종해도 우리끼리 나뉘는 것이 순리야. 우린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고.]

    티탄 일족을 이끌고 나타난 가이아의 말에 하데스가 호응했다.

    이는 비단 하데스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배자들이 가슴에 품고 있던 생각이기도 했다.

    슈페리어는 명백히 티탄, 올림포스, 아스가르드 등 여러 토착 일족들의 땅이다.

    지배를 해도 우리가 하고, 누군가 군림해도 우리 중 누군가여야만 한다.

    이 땅에 흉물스러운 시계탑을 쌓아올린 저 침략자들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목숨 걸고들 싸워. 잔꾀 부리지 말고. 아, 물론 죽는 것도 나쁘진 않아. 그 자리에서 명계의 병력으로 다시 참전하게 해줄 테니까. 살아있는 거랑 별 차이 없을 거야.]

    [네놈이나 가서 싸워라. 네 보잘 것 없는 망자들만 앞세우지 말고.]

    올림포스, 아스가르드, 티탄, 명계의 군단에 이르기까지.

    반 혼돈의 전당 연합군으로 뭉친 그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하여, 누군가는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하여.

    그리고 또 누군가들은 훗날 새로운 패권을 거머쥐기 위하여.

    각기 목적은 다를지언정, 목숨을 걸었음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세는 쉽게 기울지 않았다.

    공허의 군대 역시 엄청난 전력을 자랑했으니 말이다.

    ‘이대로는 안 돼.’

    한참을 싸우던 이안이 전투의 양상을 살피며 생각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공허의 군대를 넘어야 눈먼 아버지에게 닿을 수 있다.

    일단 닿아야 저지를 하든, 방해를 하든, 목숨 걸고 싸우든.

    무엇이 되었든 시도나마 해볼 수 있을 터.

    ‘조각난 행성을 퍼붓기 전에 말이지.’

    최고의 루트는 전투 자체를 압도하는 것이다.

    하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들의 전력 또한 막강하거든.

    그렇다면 최선은 무엇일까?

    ‘다른 이들에게 공허의 군대를 맡기는 것.’

    다른 이들에게.

    예컨대 반 혼돈의 전당 연합으로 뭉친 이들에게 전투를 맡긴다.

    이후 이안만 시계탑 정상으로 올라가 사생결단을 내는 거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문제가 한 가지 있으니, 바로 공허의 군주다.

    지금도 멀찍이 건너편에서 오직 이안만을 주시하고 있는 존재.

    놈을 누군가 묶어줘야 하는데, 이쪽에는 그럴 만한 실력자가 없다.

    애당초 혼돈의 군주보다 강한 괴물을 누가 상대할 수 있을까?

    ‘나 말고는 없다. 현재로서는.’

    애당초 놈이 작금의 전투에 직접 참전하지 않는 까닭.

    배후에서 이쪽을, 오직 이안만을 주시하는 까닭이 무엇이겠나?

    ‘나를 절대로 보내주지 않겠다는 뜻.’

    눈먼 아버지께서 모든 준비를 끝마칠 때까지.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에 파멸을 선사할 때까지.

    어떠한 방해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저놈을 제압하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사이 모든 준비가 끝나고도 남겠지.

    ‘방법을 찾자. 분명 있을 거야.’

    놈과 부딪치지 않고 시계탑 최정상으로 나아갈 방법.

    그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찾아서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여기서 발을 더 오래 묶였다간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아가 그 어떤 전략을 취해도.

    놈들을 따돌릴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안이 물러나면 공허의 군주 역시 물러난다.

    이안이 움직이면 공허의 군주 역시 움직인다.

    이안이 전투에 참전하면 공허의 군주 역시 참전한다.

    그야말로 전담마크가 따로 없으니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제기랄.’

    도통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뿐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양 세력의 전투 역시 조금씩 균형이 무너졌다.

    공허의 군단이 우세, 반 혼돈의 전당 연합군이 열세.

    약소한 차이였으나,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함은 명백했다.

    ‘이대로는…….’

    어렵다.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질 터.

    여기서 밀리면 최선이고 차선이고 없다.

    ‘……별수 없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공허의 군주와 직접 부딪쳐 정면 돌파를 시도할 밖에는.

    시간이 꽤 걸릴지언정 놈을 부수고 나아갈 밖에는.

    파직, 파직, 파지지지직……!

    이안의 머리 위로 떠오른 두 자루 창과 지팡이 한 자루.

    아스트라페, 케다우노스, 네크로노미콘이 뇌전의 기운을 머금었다.

    나아가 양손에 초월적인 한기까지 맺혔으니, 시작부터 전력을 다할 기세였다.

    “후욱!”

    거친 숨을 내뱉은 이안이 공허의 군주에게 접근하려는 바로 그때.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지 한복판에 이변이 발생했다.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강하게 내리꽂히는 무지갯빛 통로.

    그 빛 기둥은 여기 모인 지배자들에게 익숙한 ‘이동수단’이었다.

    “……비프로스트?”

    비프로스트.

    오직 토르만이 제작할 수 있는 슈페리어 차원 특유의 행성 간 이동수단.

    바로 그 통로가 슈페리어 차원 바깥으로부터 내리꽂히며 ‘누군가들을’ 내려보냈다.

    서걱! 서걱! 서걱!

    그중 한 사람이 단검 두 자루를 앞세워 공허의 군단을 무자비하게 도륙하기 시작했다.

    적진을 누비는 움직임이 매우 빨라서 이안조차 육안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허의 군단과 싸우는 걸로 봐서 아군인 것 같긴 한데,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가만, 내가 저 단검술을 어디서 봤더라……?’

    물론 그 의문도 잠시일 뿐.

    이안은 곧 두 자루 단검의 주인을 알아봤다.

    몰라볼 수 없을 만큼 이국적인 외형의 소유자였으니까.

    ‘……차민성?’

    다섯 번째 중간계 어나더 어스.

    그 세계의 자타공인 최강자이며 유일한 희망.

    차민성이 두 자루 단검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수십, 수백 배는 족히 강해진 채로.

    ‘그럼 나머지 한쪽은……?’

    비프로스트를 타고 넘어온 이는 차민성뿐만이 아니었다.

    차민성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기 시작한 또 다른 존재.

    그는 민성과 달리 이안의 눈에 익숙한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어?”

    그 남자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이안은 진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민성이야 이안 본인이 직접 슈페리어 차원으로 넘어오는 방법을 전수해줬으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금 저 갑옷과 망토 차림의 남자는 이쪽 세계에 있을 수 없는 남자가 아니던가?

    “어…… 어떻게……?”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이안이 마음껏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사이.

    은빛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가 허리춤 검 한 자루를 천천히 뽑아 들었다.

    “후우우우우……!”

    단전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흡.

    사방의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침착한 눈빛.

    그 ‘기사’가 두 손으로 검을 곧추세우며 읊조렸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그 기사의 중얼거림은 마법사들의 주문과는 달랐다.

    “무적의 적수를 넘어서며, 고통을 견뎌내고, 마침내 고귀한 이상을 위하여 죽는 것.”

    한데 어째서인지 칼날 끝으로부터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부정한 것을 바로잡을 줄 알며, 순수함과 선의로 충성하는 것.”

    그 기사가 읊조리면 읊조릴수록.

    자기 스스로에게 어떤 암시를 걸면 걸수록.

    미미했던 푸른 기운이 칼날 전체를 활활 불태웠다.

    “불가능한 꿈속에서 믿음을 갖고, 마침내 별에 닿는 것.”

    이윽고 모든 읊조림을 끝낸 그린리버의 기사.

    그가 자신의 검으로 반월을 그렸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수려한 반월이었다.

    ‘유성 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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