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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28화 (32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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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42화

‘그 세계선’의 프란 페이지는 그랬다.

이안에게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고, 명계로 뚝 떨어졌다.

정화의 불꽃과 함께 들끓어 올랐던 광기가 불타 사라졌기 때문일까?

더는 드래곤 일족을 향한 증오도, 뒤틀렸던 사상과 목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흥미를 잃었다.

대신 명계로 떨어져 알게 된 진리들, 예컨대 자신의 고향이 고작 중간계에 불과하며, 그보다 더 많은 세계와 강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이끌렸다.

‘나도 이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벌레 취급 받는 중간계인이 아닌.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 중 가장 우수한 종족들이 모인 슈페리어 차원.

그곳의 티탄 일족, 올림포스 일족, 아스가르드 일족과 동격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 중 높은 위치에 군림한 존재의 눈에 들어야 했는데, 프란은 명계로 떨어진 망자로서 그나마 연결고리가 있는 하데스의 심복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명계 투기장의 검투사가 되었고, 100연승을 거두어 하데스에게 기사작위를 받았다.

어디 그뿐일까? 기사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임무를 수행하며 최하급 지배자의 반열에 올랐으니, 결국 슈페리어 평의회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분석관’이란 감투까지 얻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

프란 페이지 본인의 고향이자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

그 세계를 파괴하라는.

이른바 ‘재구성’ 임무였다.

‘그 이유가 참 비루하기는 했다만, 나에게 거부권 따윈 없었다.’

재구성의 명목은 무분별하게 분열된 시계에서 어떤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독자적인 세계의 왕으로 군림하고 싶었던, 그리고 그 독자적인 세계의 베이스로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포세이돈이 티탄족 수장 가이아, 올림포스족 수장 제우스, 아스가르드족 수장 오딘으로 구성된 평의회의 의장들을 설득하고 매수하여 결정된 사안이었으니 말이다.

‘나를 죽인 아들에게, 나를 배신한 용 일족과 장인들에게 복수하려는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중간계에 남겨놓은 원한과 감정들이 얼마나 무용하고, 무가치하며, 사소한 일인지를 깨달았으니까.’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프란이 살아생전 겪었던 모든 일들은 그저 하찮은 과거에 불과했다.

단지 더 큰 세계에 합류하기 위해서, 그 세계로 올라가는 발판으로 삼고자 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안 페이지, 내 아들이 아주 비현실적인 권능을 깨우쳤다는 점이었지.’

그간 하데스의 임무를 수행하며 깨달은 여러 정보와 진리에 따르면, 이 세계의 시간선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이 모든 은하의 절대적인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

그리고 두 번째는 결코 절대적이지 못한 시간, 혹은 기회를 낚아챌 순간이라는 뜻을 가진, 하여 첫 번째 중간계를 무분별하게 분열시켰던 원흉 ‘카이로스’다.

‘분명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녀석은 나와 마찬가지로 카이로스만 되감을 줄 알았다. 그렇기에 차원이 분열된 것이고, 헌데 다시 만났을 때는 아니더군.’

이안 페이지.

자신의 생물학적 아들이자, 새로운 그릇으로 써먹으려 했던 존재.

다시 만난 녀석은 절대적인 시간, 크로노스를 되감는 영역에 닿아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을 되돌리는 녀석 앞에서, 슈페리어의 초월적인 존재들조차 저항하기는커녕 감히 자각하지도 못하는 그 엄청난 권능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나중에서야 알았다.

녀석이 다 얘기해 줬다.

사실 그때 여러 번 크로노스를 되감았다고.

처음 만났을 때는 지배자의 격을 갖춘 프란 페이지 본인에게 처참히 패배했었다고.

그렇게 패배할 때마다 크로노스를 되감고, 되감고, 또 되감아 마침내 꺾을 수 있었노라고.

‘뭐가 어찌 되었든 결국 난 패배했고, 녀석의 꼭두각시가 되었지.’

프란을 굴복시킨 이안은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슈페리어 차원을.

‘그 세계선’에서 가장 강력하고 무자비한 족속들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녀석은 슈페리어 차원의 수장들, 제우스와 오딘, 가이아를 꺾고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를 평정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어긋날 때마다 절대적인 시간 크로노스를 되감았으며, 힘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다른 중간계를, 심지어는 자신이 애써 안정시켜 놓았던 평행세계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어.’

그런 이안의 처절한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며.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었던 아들이 점점 변하는 것을 지켜보며.

프란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인간의 감정’을 느꼈다.

‘……연민, 그때 느꼈던 감정의 이름은 분명 연민이었다.’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

그 발버둥 끝에 미쳐가는 모습.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과거의 자신도 그렇게 미치지 않았던가?

‘차이가 있다면 나와 달리 녀석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바친 끝에, 본인 스스로마저 버린 끝에, 녀석은 슈페리어 차원의 모든 지배자를 몰살시켰으니까.’

그것은 매우 큰 차이였다.

이안 페이지, 녀석이 마침내 성공했거든.

슈페리어 차원을 부수고, 첫 번째 중간계의 평화를 쟁취했다.

‘하지만…….’

이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예전의 모습을 찾기란 어려웠다.

오로지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는 목적만 남아버린 괴물.

여러 번의 크로노스 회귀와 인격손실로 미쳐 버린 마법사.

그런 뒤틀린 영혼만이 이안 페이지라는 껍데기 속에 남아 있었다.

‘녀석은 멈추지 않고 다른 은하까지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을 제외한 모든 은하와 행성을 파괴하는 것, 하여 자신의 고향에게 완전무결한 평화를 선사하는 것, 바로 그것이 한때 이안 페이지라고 불렸던 괴물에게 남은 유일한 원동력이었으니.’

그 어느 쯤부터.

우주의 여러 존재들은 이안을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파괴적 행보를 보이면서도 투항하는 이들만큼은 절대로 죽이지 않았거든.

따라서 이는 존경의 뜻이라기보다, 두려움과 경외심이 만들어낸 호칭에 가까웠다.

‘나 역시 혼돈의 군주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별명을 얻었고.’

이안의 곁에서 그를 도와 행성 파괴에 앞장섰던 이인자.

뿐만 아니라 투항한 이들을 실질적으로 돌보기도 하는 요상한 포지션.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만, 아무튼 그런 삶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의무가 되어버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더군. 긴 세월 나를 억압했던 이안의 지배력이, 덕분에 나는 자유를 되찾았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전 우주적 포식자가 된 이안 페이지.

아니, 이안 페이지였던 것으로부터 벗어난 프란은 고민했다.

이제는 연민이 대상이 되어버린 녀석의 안식을 돕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정말 우연치 않은 기회에 이것을 발견했다.’

이안이.

이안이었던 존재가 남긴 일지.

정확히 언제 남긴 일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꽤 오래전에 쓰인 일지임은 확실했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거든.’

그 일지의 말미에.

이안은 그런 글귀를 남겨놓았다.

이제 모든 것을 멈추고 싶다고.

누군가 제발 나를 ‘구원’해 달라고.

아마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한 정신이 남아 있던 모양이리라.

‘아마 나에게 남긴 메시지였을 거다. 오직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일지를 남겨놓았으니까.’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얼마나 멈추고 싶었으면.

녀석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지 않는 자신에게 부탁을 남겼을까?

그러한 생각들이 오랜 세월 느꼈던 연민과 뒤엉켜 프란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지금 당장 무얼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부터 들더군.’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때 왜 녀석을 돕고 싶었는지.

자신을 죽이고 노예로 만들어 영겁의 세월을 부려먹은 불효자의 고통을 어째서 끊어주고 싶었는지.

추측건대 연민 한 스푼, 나머지는 순간의 변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때 이안이었던 괴물이 만든 이 세계가 퍽 지겹기도 했을 테지.

‘한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 헤맸다. 괴물이 되어버린 녀석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부터 시작해서 내가 직접 크로노스를 되감고자 하기도 했었지. 물론 전부 헛수고였지만…….’

아무리 찾아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택해야겠지.

이안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할 수밖에.

‘문제는 그마저도 내 힘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점.’

이안은 괴물이다.

무지막지한 괴물이 되어버렸다.

프란 역시 만만치 않게 강해졌으나, 이안 앞에서는 벌레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마저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안을 정상으로 되돌리든, 죽음이라는 이름의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든, 둘 중 한 가지를 이루어낼 뾰족한 수가 프란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녀석을 죽일 수 있는 것은 결국 녀석 자신뿐이라고.’

프란은 망설임이 없는 자다.

어떤 파멸적인 계획을 수행하기에 적당한 광기도 가졌다.

그는 재빠르게 계획을 수렵해 냈으며, 즉각적인 실행에 나섰다.

‘비록 크로노스는 되돌리지 못할지언정, 과거로 갈 수는 있으니까.’

시간을 되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과거의 시간대로 옮겨간다.

이안과 그를 따르는 무리와 함께.

‘과거의 이안 페이지로 괴물이 된 이안 페이지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한다. 내 목적은 그뿐이다. 이후에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어차피 내 세계는 끝장이 나버렸으니까.’

그렇게.

프란 페이지는 세력을 이끌고 과거의 슈페리어 차원을 침공했다.

한때 이안이었던 ‘아버지’를 앞세워 굴복시킨 뒤, 그들의 세계 한복판에 높다란 시계탑을 건설했다.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거악’이 되어 과거의 이안 페이지를 자극할 수 있도록.

슈페리어의 지배자들을 움직여 과거의 이안 페이지가 더욱 빠르게 강해질 수 있도록.

‘……역시 내 계획은 완벽했어.’

그리고 그 결과.

혼돈의 군주는 지금 누군가가 만들어낸 얼음덩이에 갇혀 버렸다.

지금쯤 이 모든 기억을 막바지까지 읽고 있을 존재.

자신을 구원하는 건 자신뿐이라는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가 부린 존재.

“…….”

과거의.

아니, ‘현재’의 이안 페이지.

이내 정신을 차린 그가 활활 타오르는 보랏빛 안광부터 잠재웠다.

그러고는 몹시 차가운 표정과 눈빛으로 혼돈의 군주를 응시했다.

“……프란 페이지.”

그리고 읊조렸다.

마찬가지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나와.”

물론 곱게 꺼내주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얼음덩이를 터뜨렸으니까.

콰앙 - !

작금의 폭발은 개인적인 감정일까, 아니면 만약에 대비하여 안전을 추구한 걸까?

어찌 되었든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혼돈의 군주 앞에 서는 이안이었다.

“아직 들어야 할 얘기가 많이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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