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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26화 (32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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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40화

[어차피 네 세계는 무너진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이 부서지고,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며, 결국에는 영원한 소멸을 맞이하겠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듣기 싫은 목소리가 머릿속에 계속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안이 고개를 들어 무너지고 찢겨 나간 도시를 바라봤다.

“……이게 재구성의 결과인가?”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지.]

“시작……? 이게 시작이라고?”

이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너무 끔찍했으니까.

시간을 되감기 전 미래보다 오히려 심각하다.

[네 녀석이 크로노스를 되감기 전보다 훨씬 더 악독한 재구성이 시행될 것이다. 그때와 달리 반항을 일삼은 대가라고나 할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예컨대…….]

폐허가 된 페이지 일가의 저택.

그 안에 파묻혔던 사람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이안의 눈에 너무나도 익숙한 이들이었다.

‘어, 어머니……?’

처음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시신은 바네사 페이지.

이안의 어머니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 중 하나.

[네 어미는 마지막까지 너를 위해서 기도했지.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져 무너진 저택 더미에 깔려 죽는 순간에도 말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메아리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아마 명계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혼돈의 군주는 굳이 어머니께서 맞이한 최후를 자세히 묘사해 줬다.

심지어는 환술에 걸려서인지, 그 묘사가 유독 실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옆에, 네 어미 옆에서 그녀를 감싸다 죽은 네 의붓아비, 저 녀석은 마지막까지 무언가 하려고 하더군. 이상한 물약으로 붕괴하는 저택을 막아보려고 애썼으나…… 결과는 보이는 그대로다. 그저 무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꼴사납게 죽었지.]

다음 차례는 이안의 의붓아버지, 래디오였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를 감싸다 죽었다.

“그, 그만…….”

[네 아우를 보아라. 마지막 순간까지 연구실에 틀어박혀 네놈한테 도움이 될 만한 연구를 계속하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삶의 후반부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무의미한 발버둥으로 끝났지. 오직 너 때문에,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하지 않는 네놈 때문에.]

“알겠으니까 제발…….”

[어디 그뿐인 줄 아느냐? 여기를 보아라. 네 소중한, 그럼에도 지켜주지 못한 아내와 딸을 보란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지아비이며 아버지를 기다렸던 저 갸륵한 모녀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보여주지. 참혹했던 그 날의 순간을.]

“으, 으아아아아아악……!”

시야가 격렬하게 요동친다.

온갖 끔찍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을 감아도 소용없다. 머릿속으로 파고드니까.

[이쯤에서 포기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모두를, 너의 소중한 모든 것들을 지킬 수 있다. 적어도 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그러고 나서도 한참 동안은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먼 후손들의 일이야 그들의 사정 아니겠느냐?]

이안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끔찍한 광경의 반복 속에서.

혼돈의 군주가 무척 달콤하고도 편의적인 말을 쏟아냈다.

[이안 페이지, 너는 온 힘을 다했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를 통틀어서, 아니, 그 이상의 모든 은하를 통틀어서 너만큼 할 수 있는 이가 또 어디 있겠느냐?]

“…….”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이치를 초월한 일이기도 하고, 따라서 나는 너의 모든 행보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는바, 그러나 모든 일에는 멈춰야만 하는 순간이 존재하는 법이다.]

“…….”

[너에게는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겠지. 그 오만한 완벽주의가 모두를 해하기 전에 멈추어라. 불가능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할 때가 왔다. 오직 그것만이 구원받을 길이니.]

“…….”

[여기서 멈춘다면, 내 직권으로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의 재구성을 연기해 주마. 적어도 너의 세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기 전까지는 완벽한 평화를 유지해 주도록 하지. 그러니 너는 네 힘으로 쟁취한 평화와 함께 천수를 누리면 된다. 이 얼마나 합리적인 제안이냐?]

혼돈의 군주가 읊조리면 읊조릴수록.

고통으로 가득했던 이안의 표정이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평화, 하물며 이안이 아끼는 모든 것들과 함께 맞이할 평화.

듣는 것만으로도 달콤하다. 상상이 되니 더더욱 구미가 당긴다.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너는 이 기나긴 전쟁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어. 설령 여기서 나를 꺾어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공허의 군주는 명백히 나보다 강한 존재다. 나와는 달리 거느린 군대도 엄청난 규모와 힘을 가졌거든.]

일전에 한 번 만났던 공허의 군주.

그가 자신보다 강하단다. 심지어 군대까지 있단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첩첩산중이다.

[어디 그뿐인 줄 아느냐? 공허의 군주까지 넘어선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야. 지금 이 순간조차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을 존재, 우리 시계탑 최상층의 우둔한 주인께서는 가히 무적의 존재시니,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한번 볼까?]

그 말이 끝나며 다시 한번 풍경이 달라졌다.

혼돈의 군주가 부리는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의 세계.

그 어둠을 듬성듬성 밝혀주는 별과 행성으로 가득한 세계.

통칭 ‘우주’에서 벌어지는 시계탑 꼭대기의 주인, ‘아버지’의 기록들.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산산이 부서져 잡아먹히는 무시무시한 광경들.

실로 비현실적인 광경에 이안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저런 존재를 상대로, 저런 괴물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군주의 말이 옳다.

어떠한 선을 넘어버린 존재.

도통 닿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존재.

시계탑 꼭대기의 주인은 그런 존재였다.

지금 보이는 저 광경들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자, 이안 페이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여기서 모든 것을 멈춰라. 그 알량한 완벽주의를 버려라. 그로 하여금 구원받아라. 내가 너를, 네가 아끼는 모든 것들을 구원해 주마.]

구원.

내색만 하지 않을 뿐 심적으로 많이 지친 이안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속삭임.

“…….”

이안이 잠시간 침묵했다.

도통 속내가 읽히지 않는 표정.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어떤 결론을 내린 눈치였다.

“완벽주의자가 아니야.”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지금 그게 무엇이 중요한 걸까?

“그저 남을 믿지 못할 뿐.”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이안은 남을 잘 믿지 않는다.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하기를 반복한다.

바로 그 의심의 사슬을 끊어낸 극소수의 사람들.

오직 그들만이 이안에게 진정한 신뢰를 얻고는 한다.

“특히 당신처럼 감추는 게 많은 자를 무슨 수로 믿겠어?”

그런 의미에서, 혼돈의 군주는 이안에게 신뢰받기 참으로 어려운 존재다.

아군보다는 적에 가까우며, 품고 있는 비밀이 많고, 무엇보다 동족조차 아니잖아?

“그러니까…….”

콰득!

그 순간.

이안의 눈이 보랏빛으로 번뜩거렸다.

일전에 코스모스한테서 받았던 힘이었다.

“눈속임은 여기까지 합시다. 지겨우니까.”

어디 눈빛만 보라색으로 물들었을까?

순식간에 뻗어 나간 오른쪽 손아귀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느껴지지 않았던 혼돈의 군주의 목을 낚아채 위로 들어 올렸다. 명백히 잡아서 조르는 모양새였다.

[커, 커헉……!]

그와 동시에 어둠과 환영으로 가득했던 주변이 와르르 무너졌다.

혼돈의 군주가 야심 차게 부린 환각의 술법이 파훼되는 순간이었다.

[어, 어떻게……?]

“그야 뭐, 잘?”

어떻게 하기는?

어련히 알아서 잘했지.

씩 웃은 이안의 손아귀에 차가운 기운이 몰려들었다.

혼돈의 군주의 목을 조르는 채로 무언가 하려는 눈치였다.

‘얼음 불꽃.’

그것은 단순히 냉기와 화염의 만나 일으키는 마법이 아니다.

손아귀에 들어온 혼돈의 군주를 순식간에 얼려 버릴 뿐이었으니까.

단지 그렇게 빚어진 얼음덩이가 불꽃의 형상이라 하여 얼음 불꽃이다.

콰득, 콰득, 콰드득……!

이안에게 잡힌 혼돈의 군주가 불꽃 형상 얼음덩이에 갇혀 버렸다.

엄청난 격이 담긴 얼음이었기에 쉬이 녹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이 얼음을 녹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마법의 당사자, 이안 페이지.

그가 말했다.

“잘 들어. 나는 당신 같은 작자가 속삭이는 구원 따위 믿지 않아. 바란 적도 없고.”

얼음에 갇혔어도 명백히 들린다.

이안의 얼음 불꽃은 그런 마법이다.

“하물며 당신이 말한 구원은 제대로 된 구원도 아니잖아? 나와 내 주변이 죽을 때까지만 유효한 평화라니, 그딴 걸 누가 바라? 내 딸의 자식들, 그 자식의 자식이 살아갈 세상인데.”

그따위 구원을 바라지 않는다.

아니, 애당초 구원조차 아니다.

나와 내 주변, 그 후손까지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평화.

오직 그것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걸어온 고행길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당신은 나를 구원해 줄 수 없어.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쏟아낸 이안이 차가운 눈으로 얼음 속 혼돈의 군주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마치 문을 노크하듯 가볍게, 아무것도 아닌 양 무심하게 얼음덩이를 두들겼다.

똑, 똑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혼돈의 군주조차 부수고 나오지 못할 만큼 견고했던 얼음덩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단순히 쪼개지는 수준이 아닌, 어떤 내재한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느낌이었으니…….

콰앙 - !

실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얼음덩이로부터 일어났다.

이제야 좀 ‘얼음 불꽃’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근사한 풍경이었다.

[커헉……! 허억……! 허어억……!]

물론 그 폭발도 혼돈의 군주를 죽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만신창이가 된 채 겨우겨우 버티고 선 모습.

그 처량한 혼돈의 군주 앞으로 이안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떻습니까? 혼돈의 군주님.”

나아가 천천히 읊조렸다.

여유를 되찾은 목소리였다.

“더 시험할 것이 남았습니까?”

정말이지 오만한 물음에도 혼돈의 군주는 코웃음을 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부상은 방심을 유발하기 위한 연기 따위가 아니었거든.

정말 크게 다쳤다. 놈이 일으킬 강력한 폭발에, 자칫 목숨마저 잃을 뻔 했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가파르게 뒤쫓아 왔을 줄이야.’

이안의 달라진 힘을 몸소 경험해서일까?

어떤 심경의 변화를 느끼는 혼돈의 군주였다.

아니, 변화보다는 미루었던 무언가를 앞당겨야 했다.

‘이러면 가능성이…… 높아졌군. 그것도 꽤 많이.’

이내 결심을 굳힌 혼돈의 군주가 이안을 응시했다.

[……그래, 애석하게도 아직 남았구나.]

동시에 오른쪽 손바닥 위로 어떤 구체를 만들어냈다.

이안의 눈이 틀리지 않다면, 그것은 ‘결정체’에 가까웠다.

품고 있는 격뿐 아니라 모든 게 담겨 있는 결정체 말이다.

[더 시험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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