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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25화 (32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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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39화

짧게 읊조린 혼돈의 군주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맑기만 했던 하늘이 온통 까맣게 물들었다.

밤이 왔다기보다는,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은 모양새.

이곳이 바로 혼돈의 군주 특유의 ‘배틀 그라운드’였다.

“당신을 이기는 게 자격시험의 완수조건입니까?”

[그게 뭐가 중요하지? 그걸 목표로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아, 그거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이안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상대는 혼돈의 군주다.

시험을 떠나서 목숨 걸고 싸워도 될까 말까 갰지.

“마침 잘되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는 한 번도 전력을 다해본 적이 없거든요. 이제야 제 한계를 제대로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워낙 상대가 좋으니까요.”

전력을 다해본 적이 없다.

이제야 제대로 한번 싸워보겠다.

듣기에 따라 굉장히 건방진 소리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이가 누구던가?

단기간에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중간계 출신 괴물.

하물며 이제는 제우스와 오딘, 튀폰의 합공까지 압도한 이안 페이지 아닌가?

메시지란 메신저에 따라 달리 들리는 법이다. 바로 지금 이 상황이 그런 경우다.

“그럼…….”

이안의 머리 위로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다.

그와 동시에 번개 주 줄기가 내리쳐 창의 형상을 이루었다.

올림포스의 왕에게 주어지는 유물,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였다.

[고작 그따위 장난감으로 무얼 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유를 되찾은 이안의 두 팔이 양쪽 아래로 비스듬히 쭉 뻗어졌다.

뿐만 아니라 쭉 뻗은 손바닥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점차 들끓어 올랐다.

그 빛은 삽시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갔으며, 이안의 육신을 ‘격’으로 무장시켰다.

파직, 파직, 파지지지직……!

한껏 끓어오른 격이 체외로 번져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것은 언뜻 번개처럼 보였으나 번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평범한 생물이 이 스파크에 닿는다면 그 즉시 가루가 되어버릴 터.

그만큼 강력하고도 위험한 기운이었으니, 전력을 다한다는 게 조금은 실감 났다.

[호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심드렁했던 혼돈의 군주가 이번만큼은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이안이 내뿜고 있는 기세야말로 그가 거의 ‘다 왔다는 증거’였으니까.

‘자격을 논할 수 있는 수준 말이지.’

솔직히 얼마나 강해졌을까 싶었다.

제우스와 오딘, 튀폰의 합공을 이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준 뒤, 조금 더 강해져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안 페이지, 놈은 여태껏 진정한 힘의 한계치를 숨겨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꼭꼭 숨겨온 힘을 한 톨도 남김없이 방출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전력을 다한 적이 없단 말은 사실인 것 같군.]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제우스, 오딘, 튀폰 따위가 합공을 펼친들.

마계라는 곳의 사냥감들이 얼마나 강한들.

저 파멸적인 격 앞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리 읊조리는 입에서조차 강렬한 격의 여운이 입김처럼 뿜어져 나왔다.

덩치는 이제 혼돈의 군주만큼이나 커졌고, 내뿜는 기세 역시 막상막하였다.

무엇보다 밝은 갈색의 기다란 머리칼이 눈 부신 빛을 발하는 은색으로 변하여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으니, 그 모습은 흡사 ‘진정한 신의 재림’이 아닐까 싶을 만큼 경이롭기만 했다.

[…….]

그 압도적인 모습에 혼돈의 군주가 잠시 침묵했다.

물론 길지는 않았다. 복잡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 진즉 믿지 않은 것을 사과하도록 하지.]

사과는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혼돈의 군주가 아는 ‘그 존재’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았었으니까.

물론 상황의 차이가 크다고는 하나, 그걸 참작하더라도 무시무시한 성장세다.

그러니 인정을 해야만 했다. 마음껏 힘을 방출 중인 이안 페이지의 경지를.

어쩌면, 정말 어쩌면, 희박하다고만 여겼던 가능성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모든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찰나의 생각.

순간의 판단.

그가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겠지.

[나 역시 전력을 다하도록 하마.]

혼돈의 군주의 선언이 끝나는 순간.

그림자가 드리운 하늘에서 시꺼먼 벼락이 요란하게 내리쳤다.

그 벼락들은 마치 수만 마리 뱀 마냥 혼돈의 군주를 휘감고 또 휘감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혼돈의 군주에게서 느껴지는 격의 크기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무래도 이안이 그랬던 것처럼 혼돈의 군주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힘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리라.

[오너라. 이안 페이지.]

선공을 양보하는 것처럼 중얼댄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양보가 아니었다.

파멸적인 기세의 흑색 화살이 검은 하늘로부터 비처럼 쏟아졌으니까.

물론 그 화살 비의 표적은 혼돈의 군주가 아닌, 이안 페이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막지 못할 건 없다.

이안에게는 마나 방패가 있거든.

그러나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이 검은 화살비의 근원을 찾아 부수는 게 먼저다.

‘예전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저 널따란 하늘에서 화살비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도.

만에 하나 근원을 찾았다 한들 부수는 것도 어려웠을 터.

‘지금은 상황이 조금, 아니, 많이 다르지.’

마나 방패 뒤에 몸을 숨긴 이안이 왼손으로 무언가를 준비했다.

그것은 엄청난 폭발력이 응축되기를 반복한 마나 폭탄이었다.

“크로미 님.”

(……응? 갑자기 나는 왜?)

“저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이안은 그 폭탄을 직접 쏘거나 운반하지 않았다.

대신 팡이와 결합한 마도서 크로미에게 냉큼 맡겼다.

‘본신에 가까워질 좋은 기회입니다. 무얼 하셔야 하는지는 잘 알고 계시겠죠?’

(흥! 자꾸 본신 갖고 협박할 생각이라면 그만두어라. 내 어련히 알아서 할 터이니……!)

지팡이 끝에 폭탄을 머금은 크로미가 마치 마법의 빗자루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누볐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흑색 화살 비를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이안이 지정해준 어둠 속 근원을 찾아 빠르게 움직였으니, 마침내 어마어마한 폭발이 검은 하늘 안쪽에서 발생했다.

쾅! 콰광! 콰과과과광 - !

그 폭발은 비단 흑색 화살비의 근원만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림자로 가득했던 검은 하늘을 그야말로 조각내 버렸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하늘에 수만 갈래의 금이 갔거든.

어디 그뿐일까? 와르르 무너진 채 허공을 부유했다.

하늘이라는 공간 자체가 무너져 내렸다는 뜻이다.

파지직, 파직, 파지지지직……!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든 말든.

이안의 맹공은 전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너진 하늘 아래 두 자루 올림포스의 상징과 뇌전의 기운을 잔뜩 방출했다.

목표는 마찬가지로 한 명, 그림자 지팡이를 쥔 채 허공에 떠 있는 혼돈의 군주였다.

‘저쪽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로 선공을 취했으니…….’

이쪽에서도 화답을 해줘야겠지.

“흐읍……!”

이안이 오랜 세월 즐겨 연구하고 사용했던 냉기 속성.

그 냉기에 올림포스의 왕 특유의 뇌전을 섞은 마법.

더불어 그림자 화살 비에 대항마와도 같은 반격.

그것들을 충족시키는 마법이 이안에게 있었다.

‘롱기누스의 창.’

처음 슈페리어의 분석관이 고향을 침범했던 당시.

이전까지는 내내 연구만 하다가 처음 발휘했던 마법.

그 빙뇌의 창이 이안의 머리 위에 빠른 속도로 빚어졌다.

‘레인.’

물론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면 혼돈의 군주를 상대로 부릴 이유가 없을 터.

이안이 롱기누스 창에 몇 가지 특별함을 더하였으니, 그 첫 번째는 ‘개수’였다.

‘레인’이라는 접미술식이 추가됨과 더불어 본격적인 ‘무한증식’을 시작했으니까.

[……설마 그 얼음덩어리들을 비라고 우길 생각은 아니겠지?]

“뭐든 길쭉한 것이 번개랑 섞여서 쏟아지면 폭우 아니겠습니까?”

[허허, 내 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그런 궤변은 또 처음일세.]

“익숙해지십시오.”

거대한 빙뇌의 창, 롱기누스.

그 마법이 무너진 하늘에 빼곡히 드리웠다.

비라고 우기는 그 광경은 누가 봐도 재앙에 가까웠다.

[글쎄, 이게 익숙해질 수 있는 문제인지…….]

혀를 내두른 혼돈의 군주가 그림자 보호막으로 일대를 감쌌다.

과연 그의 그림자 보호막이 단단할지, 이안의 창이 날카로울지.

그 모든 궁금증의 계산은 이안의 손가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무너진 하늘을 가득 채운 빙뇌의 창이 쏟아졌다.

그 모든 창끝은 오직 혼돈의 군주만을 노렸다.

카강! 캉! 카가가가강 - !

직전까지의 상황에서 양측 입장만 뒤바뀐 셈.

놀라운 점은 이안의 공격이 더 강하다는 거다.

[큭……!]

보호막을 유지하는 혼돈의 군주의 입에서 침음이 터졌다.

이안의 공격이 유효하게 먹혀들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과연……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건가?]

한 손으로는 방어막을.

다른 한 손으로는 반격을.

혼돈의 군주가 반격의 손을 뻗자 무너졌던 하늘의 어둠이 그 손아귀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어찌나 압도적인 광경인지, 공격을 퍼붓던 이안조차 잠시간 넋을 놓아버릴 정도였다.

[잔기술은…….]

혼돈의 군주가 제 손바닥 위로 모여든 응축된 어둠을 다시금 하늘로 방출했다.

그러자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져 내리던 모든 빙뇌의 창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여기까지다.]

어둠에 잡아먹힌 빙뇌의 창이 부질없이 녹아내렸다.

순간이나마 압도했다는 성취감 역시 그와 함께 사라졌다.

역시 혼돈의 군주는 강하다. 이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식전 음식은 이만하면 되었고, 이제 슬슬 본 메뉴로 넘어가 볼까?]

혼돈의 군주가 그림자 지팡이를 높이 치켜드는가 싶더니, 곧장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지팡이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그림자가 이번에는 주변 일대를 모조리.

하늘뿐만 아니라 이 널따란 평야 전체를 칠흑 같은 어둠으로 순식간에 물들여 버렸다.

“……!”

피할 틈도 없이 어둠에 잡아먹힌 이안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아무리 오감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않았으니까.

어둠 속은 그야말로 ‘무감’의 영역이었으니, 이안에게 남은 거라고는 오직 본능뿐.

[……솔직히.]

그런 이안에게 혼돈의 군주가 속삭였다.

[다 부질없지 않으냐?]

귀가 아닌, 정신으로 들리는 목소리였다.

어디에서 말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고향을 지키겠답시고 이러고 있는 것이.]

거기까지 들었을 때.

이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혼돈의 군주는 이 어둠 속에서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물리적인 타격을 가할 생각이 없었다.

애당초 이 어둠은, 이 기술은, 살상력을 갖춘 권능이 못되거든.

‘……환술?’

상대방의 취약한 정신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환술.

겉이 아닌, 내면부터 천천히 무너뜨리는 사특한 술수.

‘이래서 혼돈의 군주인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

환술이야말로 혼돈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가?

무려 그런 단어에 군주까지 붙였으니, 이 초월자의 환술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긴장을 좀 해야…….’

이안이 마음을 단단히 먹는 그때였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은 재구성이 시작될 것이고, 네 소중한 모든 것들이 불타 무너지겠지. 너의 고향, 너의 왕국, 너의 도시, 너의 보금자리, 그리고…… 너의 가족들까지도 모조리.]

오직 어둠뿐이었던 눈앞 풍경이 달라졌다.

멸망하다 못해 폐허가 되어버린 어떤 제국의 수도.

그 도시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누군가의 저택.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새까맣게 불타 쓰러진 황금사과나무까지.

‘……여긴?’

그렇다.

지금 이안이 목격 중인 것은 멸망 이후의 세계, 결국 재구성을 막지 못한 이안의 보금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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