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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19화 (31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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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33화

    검공, 올리버 레이우드.

    이안의 발자취를 따라나선 그는 스스로 여기기에 운이 참 좋았다.

    각성 현상이란 기연을 얻었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올림포스 전당의 최상급 지배자 하데스라는 존재와 정신이 연결되었다. 그 초월자는 올리버의 성장과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으니, 그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도, 과업을 완수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리라.

    ‘그 보랏빛 별의 선택을 받은 것 또한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

    어디 그뿐일까? 헤임달의 말에 따르면 오직 헤임달 자신과 이안 공에게만 허락되었다는 보랏빛 별의 선택까지 받았다. 그 별 너머 거대한 토끼의 권능으로 여러 삶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올리버는 최대한 여러 삶을 경험하고 체득했던 이안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검, 오로지 검 하나만을 파고들었다.’

    수없이 다양한 삶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검을 잡았다.

    여러 국가의 기사로서, 용병으로서, 군인으로서, 하다못해 뒷골목 야인에 이르기까지.

    칼잡이의 삶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경험해 봤고, 무사로서 경험치를 끝없이 갈고닦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푸욱!

    이것이다.

    오딘의 심장을 커다란 칼날.

    서서히 무너지는 오딘 앞에 우뚝 선 지배자.

    제국의 검공, 드래곤 슬레이어,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

    올리비우드, 아니, 올리버 레이우드의 ‘압도적인 승리’ 말이다.

    [내, 내가 네놈 따위에게…….]

    “미안하오. 그대를 명계로 보내는 것이 조건이라서.”

    [뭐, 뭐라? 네놈…… 네놈 설마……?]

    “미안하게 되었소. 진심으로.”

    제우스에 이어 오딘까지 명계로 떨어진 그 날.

    올리버 레이우드는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

    올림포스 전당은 이안 페이지가, 아스가르드 전당은 올리버 레이우드가.

    바야흐로 수행자 출신 지배자, 혹은 중간계 출신 지배자의 시대가 열렸다.

    ‘운이 좋았다.’

    이안 페이지, 그 마법사는 이 모든 것을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갔다.

    수많은 기연과 이안이 남긴 발자취의 힘을 빌린 자신과는 고난의 급이 달랐을 터.

    ‘그러니 이제는 힘이 되어줘야겠지. 그럴 만한 힘을 얻었으니까.’

    이제 더는 숨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듣기로 무슨 사냥 중이라던데, 그것만 끝내고 돌아오는 즉시 만나봐야겠다.

    그래야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받고, 여태껏 갈고닦은 실력도 발휘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이거, 아무리 어쩔 수 없다지만 괜히 폐하께 송구스럽군.’

    아스가르드의 법도가 그렇다.

    올림포스와 달리, 수장은 자신의 취향대로 개인 영역을 꾸밀 수 없다.

    정해진 왕궁 양식이 있고, 그 왕궁처럼 꾸며진 영역에서 머물러야 한다.

    덕분에 올리버는 팔자에도 없는 왕좌에 앉은 채 왕 노릇을 해야만 했다.

    ‘내가 무슨 반역자도 아니고…….’

    왕좌에 앉은 기사라니.

    이것 참 기분이 묘하다.

    ‘……어서 모든 걸 끝내고 돌아갔으면 좋겠군.’

    그러기 위해서는 이안 페이지.

    칼리두 와탕카란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올림포스의 왕이 된 그가 돌아와야 할 터.

    듣기로는 올림포스의 헤라클레스, 아스가르드의 토르와 함께 아주 먼 곳으로 사냥을 떠났다던데, 어째서 이리 늦는 걸까? 설마 봉변을 당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큰일이다.

    ‘나가서 수소문이라도 해볼까?’

    그래,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편이 낫겠지.

    그리 마음먹은 올리버가 왕좌에서 몸을 일으키는 그때였다.

    [아버지!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좋은 소식과 함께 말이옵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데 아버지란다. 아직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모른다는 뜻이다.

    올리버가 알기로 그 사실을 모르는 지배자, 더불어 이 자리에 군림했던 전대 주인을 아버지라 부를 만한 존재는 딱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떤 의미로는 올리버에게 매우 반가운 인물이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두 팔 벌려 환영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네놈, 네놈이 왜 여기에?]

    역시 그랬다.

    왕좌와 가까워질수록 변해가는 반응을 보라.

    그는 올리버가 예상했던 그 지배자가 확실했다.

    묠니르의 주인이자 오딘의 첫 번째 아들, 토르 말이다.

    [내가 없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또한 그는 이안과 함께 사냥을 나섰던 지배자이기도 했다.

    그 말인즉, 이안 역시 사냥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뜻이겠지.

    덕분에 중요한 볼일이, 몹시 중요한 볼일이 생긴 것 같다.

    “오랜만이오. 토르 오딘손 경.”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네놈이 왜 거기 앉아있는 게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오, 믿기지 않아서 부정하는 것이오?”

    [뭐라……? 그, 그 말은 설마…….]

    “오딘은 패배하였소. 내 칼에 말이오.”

    [그, 그럴 리가, 아버지께서 네놈 따위한테 졌다고……?]

    “내가 이 과분한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이 증거 아니겠소?”

    […….]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묠니르의 주인 토르가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오직 아버지를 꺾기 위해서, 언젠가 아버지로부터 정당하게 왕좌를 물려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거늘, 매 순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힘을 키우고 또 키웠거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필이면 자신이 사냥을 떠난 사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일생의 목표였던 아버지 오딘께서 영면에 드셨다고?

    [내가 아닌 다른 놈이…… 아버지를 끌어내렸다고? 저 왕좌에서……?]

    아버지 오딘이 죽었단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이 세계는 힘의 논리가 혈연의 정을 뛰어넘은 지 오래거든.

    문제는 아버지가, 목표였던 존재가 다른 놈에게 죽었다는 거다.

    [용납할 수 없다. 이건…… 이건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어.]

    아스가르드의 유물, 혹은 황태자의 징표.

    망치 묠니르를 쥔 토르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 솟아오른 핏줄이 꿈틀거렸다.

    [그 왕좌, 네놈 따위가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야.]

    “마침 불편하던 참이었소. 그래도 익숙해져야겠지.”

    [아니, 익숙해질 필요 없어. 당장 끌어내려 줄 테니까.]

    “그 말씀은, 혹 소장에게 도전하시겠다는 뜻이오?”

    [도전? 웃기는 소리! 그저 내 자리를 되찾는 것뿐이다.]

    “허면.”

    이윽고 왕좌에 앉아 있던 올리버 레이우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디 한번 되찾아보시구려.”

    그러자 마치 새로운 주인의 취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오른손에 들려 있던 투창, 오직 아스가르드의 왕에게만 주어지는 유물 ‘궁니르’가 올리버의 체형에 어울리는 검의 형태로 변했다.

    “쉽지는 않을 터이니.”

    * * *

    이안은 마음이 급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이안의 행보를 급행보다 ‘내실 다지기’로 이끌어줬다.

    [……자네, 그냥 관심만 있었다기에 긴가민가했더니만, 생각보다 재능이 있는데?]

    “과찬이십니다. 이게 다 헤파이스토스 님께서 지도편달해 주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하하! 물론 그것도 크지. 아무렴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 스승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니.]

    첫 번째 내실은 바로 대장기술 연마였다.

    일전에 헤파이스토스에게 배우기로 했던 것을 이제야 차곡차곡 진행하기 시작했다.

    잘 배워서 고향의 장인들에게 전수하는 것, 우선 그 목표부터 이루기 위함이었다.

    이미 수많은 자원을 제공했으니, 아마 이 기술로 화룡점정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이쯤 하지. 내 중한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오늘 하루도 소중한 가르침을 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래. 내일도 똑같은 시간에 찾아오도록 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스승님.”

    헤파이스토스의 영역에서 대장기술을 배우는 것이 첫 번째 일정.

    그렇다면 두 번째 내실 다지기 일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이쪽은 평소부터 쭉 해오던 일이다.

    바로 슈페리어의 자원을 고향으로 보내는 일.

    다만 예전과는 그 생산량부터 차원이 달랐다.

    제우스의 광산과 밭을 몽땅 물려받지 않았던가?

    거기서 생산되는 흑요석과 여러 희귀 광물, 그리고 특별한 약재의 양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니, 개구멍을 통하여 고향 땅에 보내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 걸렸다.

    ‘오랜만에 편지도 한 통 보내야겠군.’

    어느 순간부터 편지와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고향으로 편지를 보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거든.

    아무렇지도 않다, 힘들지 않다, 금방 끝날 것 같다, 곧 돌아가겠다.

    보내는 이한테도, 받는 이한테도 희망고문밖에 되지 않는 거짓말들.

    그런 거짓말을 할 바에는, 그냥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생존신고야 자원을 꾸준하게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이래저래 설명할 것들이 늘어났으니…….’

    자원이 갑작스레 늘어난 까닭.

    자원과 함께 보내는 마계의 전리품 설명.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그리고 간단한 안부까지.

    희망 고문이 될지도 모르는 구절들을 지극히 의도적으로 뺀 편지 한 통과 더불어.

    여러 광물과 약재, 전리품이 담긴 꾸러미가 오늘도 어김없이 고향 땅으로 뚝 떨어졌다.

    언제나 그래 왔듯, 가장 강력한 보호 마법과 저속 낙하 마법이 걸려 있는 채로 말이다.

    “후우.”

    오늘 치 대장기술도 배웠겠다, 고향을 향한 전폭적인 지원도 끝냈겠다.

    개인 영역으로 돌아온 이안의 세 번째 내실 다지기 행보는 다름 아닌 ‘연구’였다.

    기존의 마법 술식에 격을 융합하여 엄청난 시너지를 꾀하는 이안 페이지 고유의 권능.

    이미 제우스를 쓰러뜨릴 때, 그리고 마계의 악마와 마왕들을 무자비하게 사냥하며 그 강력함이 증명된 새로운 마법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내실 다지기’ 아니겠는가?

    ‘결국 내가 이 세계에서, 시계탑 상층을 차지한 혼돈의 족속들과 그 꼭대기의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준으로는 부족해. 조금 더, 지금보다 더 완벽해질 필요가 있어. 그래야 혼돈의 군주가 말한 자격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

    이안은 그렇게 한참을 서재처럼 꾸며진 영역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능을 최고조로 키우기 위한 연구의 연속.

    그로부터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이야, 바위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거물이 될 줄은 몰랐거늘, 설마 제우스의 모가지를 따고 그 위에 떡하니 앉아있을 줄이야.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내 선택이 옳았다고 해야 하나? 으음,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누군가 연구 중인 이안의 영역으로 들어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이안이 결단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이안의 계획에 엄청난 도움을 줬던 목소리였으니까.

    “……프로메테우스 님?”

    [오, 바로 알아보잖아? 난 또 높으신 분이 되셔서 나 같은 놈은 잊어버렸을 줄 알았는데.]

    티탄 일족의 배신자.

    더불어 슈페리어의 배신자.

    그런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뒤집어쓴 채 바위산 꼭대기에 감금되었던.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제우스의 명령으로 타르타로스 깊숙한 곳에 갇혀야만 했던 지배자.

    프로메테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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