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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30화
(어, 어라……?)
마왕 아즈모데우스의 거대화에 마계 출신 크로미조차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도 아즈모데우스가 저리 거대해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니까.
(저분이 원래 저렇게 컸었나……?)
“크로미 님이 모르면 누가 압니까?”
(내 말하지 않았느냐? 본녀도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설명이 되지 않는구나. 어찌 저런…… 마계의 법칙을 역행하는…… 아, 아아……! 설마……?)
무언가 깨달은 크로미가 읊조렸다.
(……그, 그렇군. 마계의 정수를 취한 것이로구나.)
일컫기를 ‘마계의 정수’.
이안이 그 읊조림에 의문을 표했다.
“마계의 정수가 뭡니까? 시간 없으니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표현 그대로이니라. 이 마계라는 행성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지. 그렇기에 아무도 건들지 않는, 감히 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힘이었거늘! 아아…… 이래서 행성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어. 저 멍청한 놈, 마왕 아즈모데우스가 오랜 불문율을 어겼기에……!)
마계의 정수.
그야말로 행성의 힘 그 자체를 손에 넣은 마왕.
그 존재의 힘은 크로미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리라.
“그 말씀은, 크로미 님께서 알던 것보다…….”
(강하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
이런, 낭패다.
본디 크로미의 예상은 막상막하 내지 아즈모데우스가 다소 우세.
그렇기에 셋이서 도전을 했건만, 이제는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강하다고?
“그냥 다 불러올 걸 그랬나……?”
이안의 후회 섞인 중얼거림에 토르가 앞장서 나섰다.
망치 묠니르를 앞세운 그 지배자는 이미 전투태세였다.
[후회하긴 늦었소.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싸워봅시다. 강해진 만큼 뱉어내는 격의 크기도 크지 않겠소? 그거 셋이서 나눠 먹으면 우리, 그땐 정말 어마어마해지는 거요.]
틀린 말은 아니다.
강해진 만큼 얻을 것도 많아질 터.
문제는 과연 이길 수 있느냐는 점인데.
[아스가르드의 왕자님께서 모처럼 만에 옳은 말씀을 하시는군.]
헤라클레스가 흑요석 몽둥이를 단단히 쥐며 토르 옆에 섰다.
마왕들을 사냥하며 얻은 마계의 손도끼도 빼먹지 않았다.
승패의 가능성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스가르드 왕자님과 내가 먼저 갈 테니 우리 올림포스의 왕께서는 답을 찾아. 저 뚱뚱한 마왕을 한 방에 골로 보낼 방법 말이야. 우리 셋, 매번 그렇게 사냥해왔잖아?]
“……글쎄요.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매번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해왔다.
토르와 헤라클레스가 먼저 달려들고, 이안이 뒤에서 결정적인 살수를 준비한다.
물론 이번에는 적의 수준이 달라졌으나, 그렇기에 더더욱 방법을 찾아야겠지.
[보이는 기준으로 내가 왼쪽, 헤라클레스 자네가 오른쪽, 어떤가?]
[그 말은 우리 왕자님께서 오른팔을 맡겠다는 뜻인데, 저 괴물, 칼 든 손으로 봐서 오른손잡이일 거요. 감당할 수 있으시겠소?]
[그러니 왼쪽으로 간다는 거 아닌가? 자네보다는 내가 조금 더 강하니까!]
[하!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릴! 비키시오! 내가 왼쪽으로 가겠소!]
“하아…….”
두 화통한 성격의 지배자 둘이 마왕 아즈모데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문제는 그 내달리는 와중에도 서로 더 어려운 쪽을 맡겠다며 아등바등 싸웠으니, 이를 지켜보는 이안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계로 넘어온 이후 자주 보는 풍경이었음에도 여전히 적응을 못 했다.
중간계에서도 쉬이 만나보기 어려운 바보들이 아닐 수 없으리라.
[버러지 같은…… 놈들……!]
하나 그 바보들의 논쟁은 무의미했다.
마왕 아즈모데우스가 두 손으로 대검을 잡았으니까.
[사라져라……!]
그뿐만 아니라 달려드는 토르와 헤라클레스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
마왕 아즈모데우스의 커다란 대검이 지면을 강하게 내려쳤다.
워낙 거대하고 육중하기에 운석이 떨어진 것과 흡사한 재앙이 펼쳐졌다.
요동치는 행성, 역류하는 물줄기와 용암, 한 치 앞을 가리는 흙먼지에 이르기까지.
[쿨럭……! 쿨럭……! 아이고, 먼지야!]
[왼쪽이고 오른쪽이고 별 의미가 없군.]
[그러게 말이오. 지금부터는 그런 거 구분 없이 알아서 합시다. 알아서.]
물론 아무리 천지가 뒤엎어진다 한들 토르와 헤라클레스의 진격을 막지는 못하였다.
다만 그 덕분에 아무런 의미도 없고 유치하기만 했던 말다툼이 끝났으니, 이제야 제대로 된 악마 사냥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용케 저런 바보들을 데리고 사냥하는구나.)
“바보들이니 쉬웠죠. 돌격하라면 돌격하니까요, 저렇게 말입니다.”
(해서, 후방에 남으신 우리 계약자께서는 무슨 수로 아즈모데우스 님을 끝장낼 계획이신가? 저 양반, 마계가 이렇게 되기 전에도 목숨줄 끈질긴 거로는 바알 님과 비견될 정도였다고.)
“바알이라면, 그 72마리 중 서열 1위라던?”
(그래, 제대로 기억하는군.)
다른 건 몰라도 끈질기다.
인즉 생명력이 좋다 이거지?
“일단 한번 지켜보죠.”
토르와 헤라클레스.
두 바보, 아니, 두 지배자는 이제 만만치 않을 만큼 강해졌다.
그만큼 마계에서의 사냥은 성공적이었으니, 이제 그 결과를 감상할 차례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하는지.”
또한 그 결과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
이안 자신이 끼어들 타이밍과 방식을.
[하아아아압……!]
[으랏차 - !]
이안이 지켜보는 두 명의 대상.
토르와 헤라클레스가 각각 아즈모데우스의 오른팔과 왼팔 위를 누볐다.
그 커다란 팔뚝 끝에 보이는 목과 머리야말로 두 지배자의 목적지였다.
[벌레 같은 놈들……!]
마왕 아즈모데우스의 시선으로는 그랬다.
웬 벌레 두 마리가 팔뚝을 타고 기어 올라온다.
하물며 날카로운 무언가로 살갗을 가르기까지 한다.
이보다 더 성가시고 짜증 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모조리 죽여주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즈모데우스가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러자 놀랍게도 피부 곳곳에 땀구멍이 열리며 어마어마한 열기가.
쇳덩이조차 녹여버릴 만큼 뜨겁디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큭……!]
[뭐, 뭐야 이거?!]
자신의 팔뚝 위를 가로지르는 두 벌레를 박멸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으니, 엄청난 열기에 노출된 토르와 헤라클레스가 잠시 주춤거렸다.
아마 예전 수준이었다면, 처음 마계에 발을 들인 그때였다면 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였을 터.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차원이 달라졌다.
‘……어라? 이거 뜨겁기는 한데,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잖아?’
‘계속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도.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버틸 만하다.
솔직히 별거 아니다.
뜨겁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놈은 분명 우리를 죽이려고 내뿜었을 텐데 말이다.
‘오히려 열기를 내뿜는 데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야.’
‘이대로 달려들어서 급소를 찌른다. 눈이든, 목이든, 머리든!’
굳이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
여태껏 사냥을 해오며 완벽한 팀워크를 이룬 두 지배자 아니겠는가?
이 순간에도 같은 생각을 떠올렸으며, 일말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아즈모데우스가 뿜어대는 열기를 견디고 또 견디며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하아아아아아아압 - !]
마침내 헤라클레스와 토르의 기합이 합주를 이루었다.
그만큼 두 지배자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아즈모데우스의 머리를 향하여, 정확히는 그 마왕의 시뻘건 눈을 향하여 있는 힘껏 도약하기에 이르렀으니, 각각 양쪽 눈을 향하여 자신의 무기 중 가장 날카롭고 뾰족한 것들을 찔러 넣었다.
헤라클레스는 악마 사냥 중 습득한 전투 도끼를, 토르는 묠니르의 망치 부분이 아닌 반대쪽 넓적 도끼 부분을 활용했다.
콰직……!
콰직……!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가는 두 지배자의 일격.
효과가 있는 걸까? 마왕 아즈모데우스가 뿜어대던 열기를 멈췄다.
그러고는 그 육중하단 표현으로도 모자란 몸뚱이를 크게 휘청거리며 울부짖어댔다.
[크아아아아악……! 눈이, 내 눈이……!]
순식간에 두 눈을 잃었다.
어마어마한 고통까지 몰려온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마왕 아즈모데우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벌레 같은 놈들! 오냐, 소원이라면 죽여주지! 이 다 죽어가는 행성과 함께 사라져라!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주마!]
쾅! 콰앙! 콰아아아아앙……!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마왕 아즈모데우스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목적 없이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대검이 마계의 지형을 무너뜨렸으니까.
파괴자, 그래, 저 모습은 마치 행성 파괴자와도 같았다.
이 마계라는 행성을 때려 부수는 파괴자 말이다.
(저, 저런 미친놈을 봤나? 아무리 그래도 제 고향을 저리 박살 내려 들어……?)
그 모습에 같은 마계 출신 크로미조차 혀를 내둘렀다.
화가 좀 났기로서니 고향 땅과 함께 적을 죽이겠다고?
(계약자야! 더 두고 볼 것도 없느니라. 어서 슈페리어로 돌아가거라! 어차피 마계가 파괴되면 저놈도 죽는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건 저놈이야! 마계의 정수가 역류할 테니까!)
“아뇨, 그럴 순 없지요.”
(뭐, 뭐라? 어째서?)
“이대로 돌아가면 얻는 게 없잖아요? 저 아즈모데우스라는 마왕이 뱉을 격도, 숨겨놓았을 보물도, 전부 다 말씀하신 우주의 먼지가 되겠죠. 그 꼴을 어떻게 두고 봅니까? 아깝게.”
(하, 하지만 이대로 너희들까지 휩쓸리면……!)
“휩쓸리기 전에 끝냅니다. 행성이 파괴되기 전에 탈출할 것이고요.”
(그게 가능하겠느냐? 계약자가 아무리 강해졌다지만…….)
“대충 보니까 견적 나오는데요? 한 방이면 충분합니다.”
(……뭐?)
한 방이면 충분하다고?
도대체 이 계약자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크로미는 이들의 힘을 안다. 또한 아즈모데우스의 힘을 안다.
계약자와 두 명의 바보들은 분명 강해졌다. 당연하지. 마계에 남은 마왕과 악마들의 격을 몽땅 먹어치웠잖아? 따라서 마왕 중 강자에 속하는 아즈모데우스와도 할 만할 거라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
아즈모데우스가 마계의 정수를 흡수했다. 저 덩치가 증거다.
‘한데 그런 아즈모데우스를 한 방에 끝내겠다고……? 도대체 무슨 수로……?’
크로미가 아는 한.
그녀가 아는 이안 페이지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궁금했다. 기껏해야 허풍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헤라클레스 님, 토르 님, 잘해주셨습니다.]
이안이 목소리에 격을 담아 읊조렸다.
오직 헤라클레스와 토르의 귀에만 들리는 전음이었다.
물론 아즈모데우스가 들어도 상관없다. 슈페리어의 언어였거든.
[이만 물러나십시오. 마무리는 제가 알아서 해볼 테니.]
그 말에 토르와 헤라클레스는 일말의 의구심이나 반발심 없이 그대로 마왕 아즈모데우스의 육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난동이 심했기에 벗어나는 것도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후우우우……!”
두 지배자의 눈물겨운 탈출을 바라보며.
이안이 온몸에 퍼져 있는 마나를 끌어모았다.
마나 하트에서 만들어내는 마나가 아닌, 격으로부터 추출된 새로운 원천이었다.
그저 이름이 없기에, 이안은 자신이 고안한 그 힘의 원천을 ‘또 다른 마나’라고 불렀다.
‘퍼핏 플레이.’
아주 오래 전.
라그나르를 향한 복수로 눈이 멀었던 시절.
이안은 6클래스의 마법 ‘퍼핏 플레이’로 몇 가지 위기를 넘겼다.
뿐만 아니라 아프로디테의 과업으로 에오스를 유인할 때에도 활용했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한 퍼핏 플레이가 아니다.
그 이름 뒤에 특별한 ‘접미사’가 붙는다.
‘밀리언.’
일컫기를 ‘퍼핏 플레이 밀리언’.
이안이 술식 마법과 격의 힘을 융합시키는 연구 끝에 탄생한 22가지 마법 중 하나.
그 내용은 평소와 같다. 마치 인형 놀이처럼 여러 분신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다만 그 수가 많을 뿐이다. 접미사로 붙은 밀리언, 즉 백만 명에 이르는 분신을 다루거든.
(미, 미친…… 언제 이런 걸 준비한 거야?)
크로미의 다소 과격한 감탄사와 더불어.
백만의 이안 페이지가 마왕 아즈모데우스를 포위했다.
저마다 일관된 공격 마법 한 가지를 추가로 준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