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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14화 (3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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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28화

    ‘당연히 거절하겠지.’

    이런 기회를, 소위 ‘꿀 빠는’ 사냥을 나누어 먹을 리가 없지.

    하물며 그 나누어 먹을 자가 아스가르드 전당 소속이라면 더더욱.

    ‘그럼 나도 비프로스트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이야.’

    비프로스트의 제작자는 토르뿐이다.

    슈페리어 차원 그 누구도 토르 대신 비프로스트를 제작할 수 없다.

    사냥에 합류시켜주지 않는다면, 토르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만…….

    “좋습니다. 함께 가시죠.”

    [……어? 지, 진심이오?]

    이상한 일이다.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일 줄 알았건만.

    너무나도 간단하게 자신의 부탁을 수락했다.

    “애초에 혼자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위험한 곳이니까요. 일단 소규모 사냥단부터 꾸려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 볼 계획이었는데…… 토르 님께서 합류해 주신다니 저야 좋죠.”

    뭐야?

    혼자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었어?

    전혀 예상 밖의 흐름에 토르가 당혹감을 느꼈다.

    ‘원동력이 아닌 건가……?’

    잘못 짚은 걸까?

    수행자에서 올림포스의 수장 자리까지 직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따로 있나?

    이런 저런 고민이 토르의 입을 한동안 다물게 만들었다. 물론 길지는 않았다.

    ‘……내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

    결심을 굳힌 토르가 이안에게 말했다.

    사냥단에 합류하겠다는 뜻과 함께였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시오.]

    격을 쌓아 올린 원동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설명만 들으면 굉장한 괴수들이 득시글거리는 땅.

    그런 곳에서 수련을 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터.

    [전용 비프로스트를 제작해 주겠소.]

    * * *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의 도움과 함께.

    토르는 이안이 부탁한 새로운 비프로스트.

    이른바 ‘마계 전용 비프로스트’를 완성시켰다.

    [여행자 칼리두 와탕카 님, 여행자 토르 오딘손 님, 여행자 헤라클레스 님.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에 포함되지 않는 외부 행성, ‘마계’로의 여행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이안이 구성한 역사적인 첫 마계 사냥단의 구성원은 단출했다.

    이안, 토르, 헤라클레스까지 고작 3명뿐이었으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사냥단 구성은 전적으로 이안의 판단이었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시작은 셋이 적당하다고 여겼다.

    아직 마계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모를뿐더러, 위험한 곳이니만큼 믿을 수 있는 강자들만 포함하는 것이 옳다. 예컨대 헤라클레스는 슈페리어 차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최상급 지배자다. 물론 아테나도 격의 맹세를 맺긴 하였으나, 그것뿐이기에 완전한 신뢰는 어렵다.

    ‘더군다나 함께 악마를 사냥하면 그 결과물도 나누어 먹어야 하니, 누군가의 힘을 키워줘야만 한다면야 당연히 헤라클레스를 키워주는 편이 낫겠지. 토르는 비프로스트의 제작자니 어쩔 수 없고.’

    아군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아스가르드의 황태자, 토르 말이다.

    요 며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결과였다.

    ‘현재에 안주하는 대다수 지배자들과 달리 야망이 넘치는 지배자다. 언제고 오딘의 자리를 물려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를 아우를 힘이 필요하니, 당장은 그 힘을 명목으로 옭아매어 봐야겠군. 당장 사냥에 합류시켜달라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테니까.’

    말하자면 제우스의 장남 아레스와 비슷한 위치.

    그러나 아레스보다 훨씬 더 왕좌를 향한 야욕이 엄청난 지배자다.

    따라서 당장 이 사냥을 남한테 전파할 가능성은 적다.

    일단 본인부터 충분히 누린 뒤, 나중에야 생각이라도 해보겠지.

    [이그드라실 은하에 속한 중간계와는 달리 정밀한 좌표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동 직후 위험이나 천재지변, 기타 여러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강행하시겠습니까?]

    비프로스트의 거듭된 경고와 물음에 이안이 헤라클레스와 토르를 번갈아봤다.

    그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무언의 눈빛이었고, 두 지배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하겠습니다.”

    [외부 행성, 마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연결합니다.]

    우우우우우웅……!

    비프로스트가 쏟아낸 빛기둥이 하늘 너머로 뻗어 나갔다.

    중간계로 연결될 때와 달리 꽤나 긴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만큼 거리가 상당하다는 뜻,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 틈에 인사나 제대로 나누지. 나 토르 오딘손이오.]

    가만히 기다려서 무엇 하겠는가?

    토르가 먼저 악수를 권하며 호탕하게 읊조렸다.

    그 대상은 평의회에 새로 들어온 지배자, 헤라클레스였다.

    [……헤라클레스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힘으로는 아스가르드에서 으뜸이시라고.]

    [나 역시 그쪽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 수행자 시절부터 엄청났다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 한계에 부딪혔나 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튀폰의 격을 꿀꺽해 가시더군.]

    [운이 좋았소. 다 여기 있는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 말리두 와탕카 덕분이오.]

    [말리두…… 뭐요? 내가 지금까지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나?]

    [칼리두 와탕카입니다. 저분이 유독 제 이름을 자주 틀리셔서.]

    이안이 자신의 가명을 정정하며 나섰다.

    헤라클레스 저 양반은 언제쯤 가명을 똑바로 부를까?

    따지고 보면 이 이름을 지어준 것도 헤라클레스잖아?

    덕분에 어딜 가든지 이상한 이름이란 소리를 듣건만.

    [통로 연결이 완료되었습니다. 여행자 여러분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겠습니다.]

    바로 그 순간.

    두 행성을 관통하는 통로가 연결되었다.

    이제 저 통로에 몸을 던질 차례.

    ‘혹시 모르니…….’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예컨대 불량이나 함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터.

    여차하면 망설임 없이 크로노스부터 되돌릴 준비가 된 이안이 읊조렸다.

    “자, 그럼 출발해 보죠.”

    [좋소. 내 먼저 가서 기다리지.]

    이안의 말에 토르가 먼저 비프로스트의 통로로 몸을 던졌다.

    자신이 만든 물건의 성능에 확고한 신뢰가 있다는 증거였다.

    [간만에 재미있겠군.]

    두 번째는 헤라클레스였다.

    그 역시 별다른 의심이나 대비를 하지는 않았다.

    이들한테 조심성이 없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너무 의심으로 가득한 걸까?

    (계약자야, 명심, 또 명심하여라. 절대 아무한테나 싸움 걸지 말고! 사냥하기 전에는 무조건 나한테 물어보고! 넘어가면 가장 먼저 내 본신부터 찾아야 한다! 내 말 알겠느냐?!)

    “네, 뭐,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런 소리 말고, 확답을……!)

    “어디 구경하러 갈까요? 크로미 님의 고향이 어떤 곳인지.”

    마지막으로 이안 페이지.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이 비프로스트에 몸을 맡겼다.

    끝을 알 수 없는 빛기둥과 함께 우주를 누비는 기분.

    그 비현실적으로 황홀한 기분이 퍽이나 익숙해질 때쯤.

    [이런 염병할……! 괜히 첫 번째로 왔잖아!?]

    [우선 거기서 나오시오!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이름하야 ‘마계’의 새로운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전투가 시작되었으니까.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

    단언컨대 처음 듣는다.

    이토록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 말이다.

    슈페리어 차원 최강의 토착괴수, 레르니안 히드라가 지르는 울부짖음이 어린아이 투정쯤으로 들릴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런 괴물을 앞서 도착한 두 명의 지배자가 상대 중이다.

    가장 먼저 괴물과 마주했던 토르는 그 괴물의 커다란 입에서 위턱과 아래턱을 잡은 채 어렵사리 버티는 중이었고, 뒤늦게 도착한 헤라클레스가 그런 토르를 구출하고자 나섰다.

    이 모든 것이 외부 행성 마계에 도착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사태였으니, 어지간하면 침착함을 잃고도 남을 만한 광경이었다. 설령 이안 페이지, 그 마법사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아스트라페, 케라우노스, 크로미.”

    그 ‘설령’이라 함은 이안 페이지란 존재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명령에 따라 괴물의 머리 위로 향하는 세 자루 지팡이.

    아스트라페, 케라우노스, 크로미와 결합된 팡이야말로 그 증거였다.

    파직, 파직, 파지지지지직……!

    강력한 세 자루 지팡이.

    그리고 이안의 손바닥까지.

    총합 네 곳으로 뇌전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것은 올림포스의 왕으로 등극한 마법사, 이안 페이지만이 발휘할 수 있는 권능.

    ‘올림포스의 격노.’

    일컫기를 올림포스의 격노.

    올림포스의 왕으로서 허락받은 뇌전의 권능.

    그 권능에 마법사 특유의 술식과 격을 융합한 새로운 마법.

    쿠구구구구구궁 - !

    그 파멸적인 마법의 벼락이 괴수의 머리통에 내리꽂히는 순간.

    쿵……!

    특별한 권능 없이 오직 힘으로 두 명의 지배자를 압도했던 마계의 괴수가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확인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명백한 즉사였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순식간에 벌어졌고, 순식간에 마무리된 전투.

    그 주인공 이안 페이지가 두 지배자에게 물었다.

    [어째 제우스를 쓰러뜨릴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군.]

    이안의 빠른 성장세와 강력함을 가까이에서 쭉 지켜봤던 헤라클레스야 형식적인 놀라움 한 번 표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 토르는 좀처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리 내가 기습을 당했고, 또 처음이라 제대로 싸우지 못하였기로서니, 저 괴물은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진 괴물임이 분명하다. 아마 내가 재정비를 하고 다시 싸웠어도 금방 끝내기는 어려웠을 테지. 한데 그런 괴물을 벼락 한 번으로 저리 쉽게 잡는다고……?’

    강해도 너무 강하다. 소문을 듣긴 했으나, 직접 목격하니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혹 올림포스 전당의 수장에게만 주어진다는 유물,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의 힘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어. 아스트라페도, 케라우노스도, 당장 내 묠니르와 비슷한 수준의 유물이다. 순전히 유물의 힘이라면 나도 아까 그 괴물을 일격에 비명횡사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건 힘들지. 지금의 수준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칼리두 와탕카.

    저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인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쿵쿵 뛰는 심장이 이를 거부했다.

    ‘제기랄, 시작부터 아스가르드 망신만 다 시켰군.’

    오자마자 괴물 따위한테 절절 매는 꼴이라니.

    올림포스 지배자들 앞에서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고맙소. 방심했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군.]

    은근슬쩍 방심했음을 어필하는 토르였다.

    물론 그 즉시 후회가 밀려왔으나, 한 번 흘린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그가 조금 전 괴수와의 전투에서는 꺼낼 틈조차 없었던 묠니르를 집어 들며 말했다.

    [내 두 번 다시 짐 되는 일 없도록 하지.]

    자존심이 상한다.

    아스가르드의 2인자로서.

    오딘의 뒤를 이을 황태자로서.

    “기대하죠. 그럼 움직여볼까요?”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머나먼 외부 행성, 마계의 풍경들이.

    이 모든 풍경을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뒤틀렸다.’

    그래, 뒤틀렸다.

    어딘가 뒤틀려도 한참 뒤틀려있다.

    시꺼먼 땅, 불쾌한 녹색을 띤 채 흐르는 강물.

    하늘 높은 곳에 둥둥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부유물들.

    ‘무엇보다도…….’

    멀찌감치 보이는 커다란 칼날.

    마치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존재가 행성 밖에서 내리 꽂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대검.

    정말 칼인지, 아니면 칼의 형상을 한 건축물인지 분간되지 않는 그것이야말로 모든 풍경의 절정이었으니, 3인의 지배자는 모두 그 검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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