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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07화 (30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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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21화

    [요는, 아스가르드 전당까지 장악하고 싶다?]

    자신의 영역을 안락한 방으로 꾸민 올림포스의 왕.

    이안 페이지 앞에 마주 앉은 헤라클레스가 물었다.

    “정확히는 혼돈의 전당 이외 모든 세력을 하나로 만들까 합니다.”

    이안 페이지는 더 이상 칼리두 와탕카가 아니었다.

    적어도 올림포스의 최상급 지배자들 앞에서는 그랬다.

    덕분에 몇몇 지배자하고는 목표에 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헤라클레스야말로 그 얼마 되지 않는 극소수의 지배자 중 하나였다.

    “모두의 힘을 합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니까요.”

    [그렇지. 우리가 혼돈의 전당의 통치를 받는 이유가 그것이니.]

    모두의 힘을 합쳐도 부족하다.

    이미 역사가 그 부족함을 증명해 주고 있다.

    다만 그 역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안 페이지였다.

    [여러모로 변수라 볼 수 있겠군. 자네의 존재가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우스를 쓰러뜨리면서 확신했고요. 혼돈의 전당이 저를 중간계의 오류로 규정한 까닭 말이죠. 이쯤 되면 제 생각에도 치명적인 오류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오류, 이안 페이지.

    그라는 변수가 발생한 이상, 역사가 반복될 확률은 적다.

    결말까지 장담할 순 없을지언정 과정이 달라짐은 확실하리라.

    [허나 아스가르드까지 장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올림포스의 지배자가 올림포스의 왕에게 도전하여 그를 꺾고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볼 수 있지만,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가 진정한 의미로 하나의 세력을 이루는 거, 그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설령 오딘을 쓰러뜨린다 해도 말이지. 아마 도전조차 받아주지 않을걸?]

    헤라클레스의 말이 옳았다.

    현재로서는 그들을 단숨에 장악할 방법이 없다.

    같은 목적을 품은 동맹이 최선인데, 그것만으로는 신뢰하기 어렵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흐음, 글쎄, 이런 일은 나와 상의할 게 아니라…….]

    잠시 말꼬리를 흐린 헤라클레스가 이안의 영역 한구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곳에는 처음부터 이 자리에 합석하였으나, 좀처럼 말이 없는 이안의 일시적 동맹.

    명계의 왕 하데스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이안과 헤라클레스의 대화를 듣는 중이었다.

    [하데스 님하고 상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더럽고 치사한 중상모략은 내가 전문가다, 뭐 그런 뜻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 않소?]

    [하! 원래는 나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놈이…….]

    [그럴 리가, 나는 언제나 당당했소. 내 눈앞에 누가 있든 말이오.]

    [암, 건방졌지. 가뜩이나 건방진 놈이 튀폰의 격까지 호로록 잡쉈으니 오죽하시겠어?]

    몇 마디 툭툭 던진 하데스가 이안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더 열 받는 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거야. 확실히 내 전문이기는 하지. 안 그래?]

    “그렇지 않아도 책략은 하데스 님께서 슈페리어 제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크으……! 왕이 되더니 말도 예쁘게 하는군. 이봐, 헤라클레스, 좀 보고 배우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어째 낯설지가 않다.

    프란이 이래서 하데스를 따르는 건가?

    누가 봐도 동류의 냄새가 나잖아?

    “……오늘도 그 혜안을 좀 빌려주시죠.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흐음, 뭐, 헤라클레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도 결국 지배를 받는 처지라는 점만 이해한다면, 그리고…….]

    올림포스 전당과 아스가르드 전당은 슈페리어의 주인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슈페리어 차원의 주인은 엄연히 혼돈의 전당.

    그들 아래 모든 세력은 그저 복종하는 처지에 불과하다.

    [혼돈의 전당 역시, 결국 통치를 하는 입장이라는 점만 이해한다면 말이야.]

    또한 슈페리어 차원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혼돈의 전당 역시.

    올림포스 전당과 아스가르드 전당, 그뿐만 아니라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익집단이란 점만 이해한다면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데스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잘 모르겠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힌트를 줬는데도 모르겠어?]

    “감은 오는데,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흐음, 맨입으로?]

    “제우스 드렸잖아요?”

    [에이, 그건 준 게 아니지. 네가 왕 해먹으려고 죽인 거면서.]

    “그냥 타르타로스에 가둬놓고 설득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명계로 떨어뜨렸죠. 평소 하데스 님께서 저한테 여러 번 요구하셨던 동업자 정신, 그거 발휘했다는 겁니다.”

    [하……!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믿으셔야죠. 왕의 말인데.”

    [이런, 벌써 권력의 맛을 알아버렸군.]

    저 뻔뻔한 것 좀 봐라.

    역시 이놈은 타고난 지배자다.

    지배자의 미덕을 실천 중이지 않는가?

    [우리가 신이 아니듯, 혼돈의 전당 놈들도 신은 되지 못해. 그저 신에 가까워 보일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을 뿐이지. 그 말인즉 놈들한테도 다 있다는 거야. 권력, 서열, 감정, 입장, 처지, 욕망…… 지성체가 무리를 이룬 이상 절대 없을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말이다.]

    하데스가 말문을 이어갔다.

    이제 슬슬 본론이 나올 차례였다.

    [몇 가지만 물을까? 올림포스의 수장은 이안 페이지, 바로 네 녀석이 되었고, 아스가르드의 수장은 여전히 오딘이다. 그렇다면 혼돈의 전당의 수장은 누구지?]

    “그야 당연히 눈먼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 괴물 아닙니까?”

    [힘으로만 치면 그렇지. 하지만 그 눈깔 괴물은 결국 괴물일 뿐이야. 혼돈의 전당이 우리 모두를 통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에 불과해. 허니 실질적인 통치자는 따로 있을 수밖에.]

    혼돈의 전당의 실질적인 통치자.

    2인자이면서 1인자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는 자.

    이안의 머릿속에 딱 한 명의 존재가 떠올렸다.

    “……혼돈의 군주가 그들의 실질적인 수장이라는 뜻입니까?”

    [아니, 강력한 후보일 뿐, 아직 수장이라고 볼 수는 없어.]

    “그 말씀은……?”

    [공석, 혼돈의 전당의 수장 자리는 여태 공석이 확실하다.]

    혼돈의 전당.

    아홉 세계의 최강 세력.

    그 집단의 실질적인 수장 자리가 비어 있다.

    혼돈의 군주 역시 강력한 후보일 뿐, 아직 권력을 잡은 것은 아니다.

    [그 권력의 정점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겠지. 혼돈의 군주를 포함한 그 집단의 강자들끼리 말이야. 예를 한 명 들자면…… 아스가르드 전당의 뒤를 봐주는 공허의 군주라든지.]

    혼돈의 전당에는 혼돈의 군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동격의 힘을 가진 초월자가 몇몇 더 존재한다.

    ‘공허의 군주’라는 이름의 존재 역시 그중 일부일 터.

    [이 말이 무슨 뜻이냐? 결국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우리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서열을 결정한다는 뜻이 된다. 만약 아스가르드의 뒤를 봐주는 공허의 군주가 실질적인 수장이 된다면? 우리로서는 답이 없지. 찍 소리 못하고 아스가르드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걸?]

    “그 말씀은, 결국 우리 올림포스의 뒤를 봐주는 자를…….”

    [그 자리, 혼돈의 전당의 수장 자리에 앉혀야 앞으로의 계획이 편해질 거다.]

    “그게 누구죠?”

    [응? 그걸 왜 물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예?”

    [혼돈의 군주잖아? 그래서 번외 과업 때 너를 살려준 거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네놈이…… 아니, 네가 우리 올림포스 소속 수행자 중에서도 최고로 잘나가는 유망주였으니까.]

    아하, 어쩐지.

    당시 혼돈의 군주가 이안을 살려줬음에도 누구 하나 의문을 표하지 않더니만.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다들 하데스처럼 생각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던 건가?

    “아, 그랬죠.”

    그렇다면 비밀이다.

    혼돈의 군주와 다소 특이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 말이다.

    [혼돈의 군주를 수장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 공을 세우는 거야. 그리되면 우리의 위치 역시 올라가겠지. 적어도 아스가르드보다는 훨씬 더 높은 입지를 굳힐 수 있어.]

    “그다음에 장악하라는 겁니까? 아스가르드 전당을?”

    [그때쯤 되면 장악하고 말고도 없지. 아홉 세계의 실질적인 패권이 달린 권력 싸움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고, 아스가르드 놈들은 공허의 군주와 함께 패배한 패잔병이 될 테니까. 그냥 집어삼키면 그만이야. 만약 반항하는 놈들 있다면 싹 제거하고 격이나 잡수시든가.]

    “흐음.”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데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가 말하는 계획이 어떤 것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아니, 완벽히 이해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네요.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만날 생각이긴 해서.”

    [누구를, 혼돈의 군주를?]

    “네.”

    [으음, 하기야,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으니 만나긴 해야겠지. 어찌 되었든 우리들의 뒤를 봐주는 자니까. 도무지 무슨 생각을 품고 사는 작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지?]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는 프로메테우스 님을 풀어주십쇼. 그리고 제 앞으로 데려와 주세요.”

    프로메테우스를 풀어줘라.

    그 말에 하데스가 난색을 표했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프로메테우스는 단순하게 제우스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가두어놓은 것이 아니야. 명백한 일족의 배신자이기 때문에, 마땅히 감당해야 할 죗값을 치르는 중이지. 그러니 제우스가 죽었다고 해서 그자를 풀어주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배신행위가 정확히 무엇입니까? 특출한 재능을 가진 중간계인 몇몇에게 슈페리어의 언어를, 그리고 그 언어에 담긴 힘을 전수해 준 것, 그것이 전부 아닙니까?”

    [그게 전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죄질이 고약한지라…….]

    “그 배신행위 덕분에 제가 여기 있는 겁니다. 제우스의 폭정을 끊고, 헤라클레스 님을 살렸으며, 하데스 님의 가장 든든한 동업자도 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제 말이 틀립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명령입니다. 하데스 님.”

    […….]

    젠장.

    이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지.

    잠시 잊고 있었다. 여태껏 힘이 없어서 사려왔을 뿐.

    눈앞에 저 이안 페이지야말로 제우스보다 더한 놈이란 사실을.

    [……모두 네 힘을 두 눈으로 봤으니 심하지는 않겠다만, 그래도 반발이 꽤 있을 거야.]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데려와주세요.”

    [네가 정 원한다면야, 좋아. 대신 여유를 좀 달라고. 그게 단순히 타르타로스로 내려가서 문 열고 데려오는 거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 이래저래 절차가 좀 복잡해. 알잖아?]

    “물론입니다. 그러니 올림포스 전당에서 가장 유능하신 분께 부탁을 드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 거참, 말이나 못하면.]

    하데스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차원 문을 열었다.

    지금 즉시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더 할 말 없으면 시킨 일이나 하러 가도록 하지. 그래도 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아, 그리고 헤라클레스, 자네는 말 예쁘게 하는 법 좀 배우고.]

    헤라클레스가 무어라 반응을 보이려는 그 순간.

    재빨리 차원 문 너머로 쏙 넘어가는 하데스였다.

    [……하데스는 로키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자다. 정말 저런 자를 믿는 건가?]

    “안 믿습니다. 공동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만 서로 이용할 뿐이죠.”

    [그마저도 안심이 되지 않는군. 조심해라. 칼리두…… 아니, 이안 페이지.]

    “네, 명심하지요. 다른 누구도 아닌 헤라클레스 님의 조언이니까요.”

    이안의 대답에 조금은 안심이 된 걸까?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헤라클레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허면 나도 물러나 보겠네. 시킬 일이 있으면 언제든 호출해도 좋아.]

    하데스에 이어 헤라클레스 역시 떠나간 이안의 시계탑 개인 영역.

    고향 저택 서재와 똑같이 꾸며놓은 그 공간에 고요가 찾아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우우우우우우웅……!

    한 개의 차원 문이 이제 막 고요함을 되찾은 서재에 나타났다.

    그로부터 넘어온 지배자들은 제법 익숙한 얼굴들이었으니…….

    [투, 투쟁의 지배자 아레스, 올림포스 전당의 새로운 왕을 뵈옵니다!]

    [아홉 세계 모든 가정과 풍요의 지배자, 헤라가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을 알현하옵니다!]

    아레스와 헤라.

    마지막 순간까지 제우스의 뜻에 따르고자 했던 최상급 지배자들.

    혹은 제우스가 가장 아끼는 아들.

    그리고 단 하나뿐인 정실부인.

    그들이 다짜고짜 무릎을 꿇으며 큰소리로, 정말 큰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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