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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06화 (30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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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20화

    [아, 설마 튀폰이 여기 있어서? 흐음, 좋아. 널 속인 건 사과하도록 할게. 그런데 사실 문제 될 것도 없잖아? 타르타로스에 처박아놓은 괴물 한 마리 내가 좀 애완동물 삼아 키우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하데스의 이죽거림에 제우스가 있는 힘껏 번개를 내뿜으며 발버둥 쳤다.

    물론 그래 봐야 명계의 원혼으로 강화된 흑요석 사슬 수백 겹을 끊어낼 순 없었다.

    튀폰이나 하데스처럼 특별한 영혼을 포박하고자 오랜 세월 담금질한 흑요석 사슬 아닌가?

    [그렇게 화만 낼 게 아니라 친하게 좀 지내봐. 우리 튀폰이랑 말이야. 앞으로 영원히 내 왼팔 오른팔로 활약해야 할 텐데, 호흡 좀 진하게 맞춰놔야지. 그래야 중간계인한테 빼앗긴 올림포스도 되찾고, 시계탑 꼭대기에 틀어박혀 있는 저 오만한 눈깔 괴물도 치우지 않겠어?]

    덜컹! 덜컹! 덜컹!

    하데스의 말문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발버둥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아직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에는 여러모로 불가능해 보이는 상태.

    진심으로 아쉬운 듯 고개를 휘휘 저은 하데스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별수 없군. 프란.]

    “알겠습니다.”

    [……나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척하면 척이죠. 한 달이면 고분고분해질 겁니다.”

    [한 달? 튀폰은 아직도 저 모양인데?]

    “그야 튀폰은 짐승이고, 제우스는 지성체 아닙니까?”

    [글쎄, 뭐가 그리 다를까 싶다만, 아무튼 알아서 해봐.]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어깨를 으쓱거린 하데스가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잔뜩 화가 난 제우스를 프란 페이지 앞에 던져놓은 채로.

    * * *

    [제우스가…… 죽었다고 합니다.]

    타 전당의 순위싸움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계탑의 오랜 불문율이었으니, 오딘을 포함한 아스가르드 전당의 지배자들은 제우스와 이안의 싸움을 관전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와 결과만 전해 들을 뿐.

    물론 결과만 전해 들었을 뿐임에도 굉장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행자 아니었던가?

    제우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칼리두 와탕카 말이다.

    [허어……! 설마 그 친구가 제우스를 꺾을 줄이야……!]

    [그 짧은 기간에 최상급 지배자의 격을 쌓은 걸로도 모자라서…….]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기는 합니까?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잖아요?]

    올림포스 전당만큼은 아닐지언정.

    아스가르드 전당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강자의 등장 따위가 아니다. 높은 확률로 올림포스 전당을 넘어서 아스가르드 전당까지 마수를 뻗어올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존재가 시계탑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아니, 혼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실로 놀랍구나. 만약 그때…… 우리 아스가르드 쪽으로 포섭하려던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늘 목이 떨어진 것은 제우스가 아닌 나였겠지. 이거 새삼 가슴이 철렁하구먼. 허허…….]

    또한 그 누구보다 깊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존재.

    아스가르드의 수장 오딘이 제 목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순식간에 올림포스를 장악한 놈입니다. 놈의 목표가 올림포스에서 끝날지, 아니면 우리 아스가르드를 노리고 있을지, 우선 그것부터 파악해야……!]

    아스가르드의 유물, 묠니르의 주인.

    제우스와 더불어 번개를 가장 잘 다루는 지배자.

    오딘의 적장자 토르가 특유의 호전적인 목소리로 고했다.

    [그리 소란 떨 거 없다. 토르, 이 아비도 다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아버지, 이대로 생각만 하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하는 법이야. 아버지께서 다 염두에 두고 계신다잖아?]

    그런 토르를 말리고 나서는 이.

    마찬가지로 오딘의 아들이자 토르의 동생.

    아스가르드 전당 소속 ‘기만의 지배자’, 로키였다.

    [동생아, 지금 이 형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거, 보이지 않느냐?]

    [보여, 너무 잘 보여서 탈이지! 난 뭐 눈이랑 귀가 없는 줄 알아?]

    [헌데 감히 끼어들어? 내 동생, 언제 이렇게 버릇이 나빠졌지?]

    [별수 있나? 어지간히 멍청한 소리를 지껄여야 말이지!]

    [뭐……? 이 사생아 놈이 근데……!]

    [그만!]

    말만 섞었다 하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형제.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입씨름을 멈추는 것은 아버지 오딘이었다.

    [헤임달, 앞으로 나오도록.]

    오딘이 찾는 것은 토르도, 로키도 아닌 헤임달이었다.

    헤임달은 자신이 호명될 걸 알고 있었는지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하문하시옵소서. 아스가르드의 왕이시여.]

    [내 일전에 로키의 말을 전해 듣기로, 또한 내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금일 제우스를 꺾고 올림포스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칼리두 와탕카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애당초 헤임달에게 칼리두 와탕카를 연결해 준 이가 로키다.

    그의 아비이자 아스가르드의 수장 오딘이 모를 리가 없을 터.

    [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접촉했는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제 소문을 듣고 왔더군요.]

    [어떤 소문이지?]

    [평의회에서 유일하게 자력으로 최상급 지배자의 격을 얻었다는 소문 말이지요.]

    [그것은 소문이 아닌 진실일 터. 해서, 그 방법을 전수해 준 것인가?]

    [오딘 님께서도 알고 계시듯, 제가 최상급 지배자의 격을 얻게 된 배경은 누구한테 전수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그 보랏빛 별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만이 시도나마 해볼 수 있는, 당시 오딘 님께서 해주셨던 표현을 감히 인용하자면…….]

    [그 별의 선택을 받은 자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지.]

    [……예, 바로 그렇습니다.]

    [칼리두 와탕카, 그자가 선택을 받았다는 건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러하옵니다.]

    헤임달은 자신이 보고 겪은 그 보랏빛 별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오딘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아스가르드의 지배자들에게 공유했다.

    그럼에도 아직 누구 하나 보랏빛 별을 발견한 이는 없었다.

    일부는 그런 헤임달의 주장을 거짓으로 치부하였으나, 오딘은 그러지 않았다.

    헤임달의 말을 믿어줬고, 이는 보랏빛 별의 선택이 필요한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데 설마 그 선택이란 것을 아스가르드가 아닌 올림포스의 지배자가 받게 될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제우스를 꺾을 만큼 강력해지다니, 자네도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 부분은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저보다 강해진 것은 돌아온 직후 파악하였으나, 설마 제우스보다 강해졌을 거라고는…….]

    범상치 않은 놈이라고는 생각했다.

    헤임달 자신을 뛰어넘은 것만 해도 전례가 없는 일.

    그런데 이제는 올림포스 전당의 우두머리마저 꺾었단다.

    이쯤 되면 전례를 넘어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할 만하리라.

    [흐음, 그렇단 말이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고뇌에 빠졌던 오딘이 읊조렸다.

    지금 당장 행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처에 관한 이야기였다.

    [……헤임달.]

    [하문하시옵소서.]

    [우리 쪽에는 아직도 그 보랏빛 별의 선택을 받은 이가 단 한 명도 없는가?]

    [그것이…… 한 명 나타나기는 했습니다.]

    [오, 그게 누구지?]

    [문제는 아직 수행자에 불과한지라…….]

    [수행자? 설마 요즘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

    [예, 그 친구입니다. 올리비우드.]

    [허어, 그 친구가…….]

    아스가르드 전당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행자.

    현재 아홉 번째 과업을 수행 중인 올리비우드.

    그가 보랏빛 별을 봤단다.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헤임달, 앞으로 자네가 그 친구를 면밀히 살피게.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보고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그 즉시 보고하도록.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리지 말고. 알겠는가?]

    [그리하겠나이다. 아스가르드의 왕이시여.]

    [음.]

    첫 번째는 아랫것들을 향한 명령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행보는 무엇일까?

    바로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

    [토르, 로키.]

    [예, 아버지.]

    [……네, 아버지.]

    [너희들은 날 따라와라. 갈 곳이 있다.]

    [외람되오나, 어디를 가시려는 것입니까?]

    묠니르의 주인, 토르가 물었다.

    로키 역시 말은 하지 않아도 궁금한 눈치였다.

    [그분을 만나야겠다.]

    [그분이라고 하시면……?]

    [슈페리어 차원의 많은 이들이 시계탑의 주인을 눈먼 아버지라고 여긴다. 물론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지. 하지만…… 2인자에 관해서는 의견이 조금 달라지지 않겠느냐?]

    슈페리어 차원의 1인자는 명실상부 시계탑 최상층의 왕, ‘눈먼 아버지’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2인자는 누군가? 아버지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 혼돈의 군주일까?

    꽤 많은 지배자들이 그렇게 여길 터. 하지만 아스가르드의 수장 오딘의 생각은 달랐다.

    [공허의 군주, 그를 한번 만나봐야겠다. 만나서 오늘의 일을 상의해야겠어. 그만큼 일련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구나. 어쩌면 우리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일컫기를 ‘공허의 군주’.

    오딘은 그 존재를 혼돈의 전당의 진정한 2인자로 여겼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오늘 처음 만나 뵙겠군. 경고하는데 그분 앞에서는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그런 추태를 보였다가는 이 아비가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이 아비의 말, 알아듣겠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좋다. 어서 가자꾸나.]

    * * *

    아스가르드 전당의 열 번째 과업 수행자 올리비우드.

    혹은 그린리버 제국의 검공, 기사 올리버 레이우드.

    그는 오늘도 누구보다 먼저 가시밭길을 헤쳐나간 동료.

    상아탑주 이안 페이지의 발자취를 뒤따르고 있었다.

    물론 그와는 달리, 아스가르드 전당 쪽을 공략했다.

    ‘이안 공께서는 지금쯤 지배자의 격을 얻으셨을까?’

    자신보다 한참 먼저 올림포스 전당의 12과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번외 과업에서 봤을 때 이미 여덟 번째 과업을 수행하는 중 아니었던가?

    지금쯤 지배자의 격을 얻고도 남았을 거다. 어쩌면 최상급 지배자에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최상급 지배자는 너무 나갔나?’

    이안이 단편적으로 전해주는 정보로는 부족했다.

    아니, 그 정보만 해도 최상급 지배자란 괴물들의 힘과 권능은 엄청났다.

    하지만 역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던가? 직접 슈페리어 차원으로 올라와 경험한 최상급 지배자란 존재들, 그 괴물이란 말조차 부족한 초월자들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제아무리 이안 페이지라 한들 벌써 그 초월자들의 힘에 닿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터.

    ‘그래도 이안 공이라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럼에도 이안 페이지라면.

    올리버가 아는 그 사내라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부디 모든 것이 잘 풀리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올리버 본인의 포지션 또한 무척 중요했다.

    어떻게든 이안 공의 행보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배자의 격이 실로 필수적이리라.

    ‘이번 과업만 완수하면 앞으로 두 개가 남는다. 나도 이제 머지않았다는 뜻이야.’

    물론 지금 당장 해결할 열 번째 과업부터 난제다.

    레르니안 히드라를 직접 사냥해오란다. 올리버가 알기로, 레르니안 히드라는 그 이안 공조차 몇몇 지배자들과 함께 사냥한 것으로 안다. 과거 중간계로 레르니안 히드라의 가죽과 이빨, 혈액 따위를 보내면서 동봉한 편지에 분명 그리 적혀있었다.

    한데 그걸 수행자더러 알아서 사냥하라니?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건 혼자 사냥하라는 조건이 없다는 점.’

    그래, 그것은 참 다행이다.

    ‘알아서’ 함께 사냥할 동료를 구해도 된다는 뜻이니까.

    예컨대 똑같은 수행자라든지, 레르니안 히드라의 부산물이 필요한 사냥꾼이라든지.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함께 레르니안 히드라를 사냥할 동료가 생겼다.

    그 역시 열 번째 과업의 수행자였으며, 레르니안 히드라 사냥을 명받았다.

    이미 아스가르드 신전을 오가면서 낯이 익었는데, 이제야 통성명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여깁니다.”

    함께 레르니안 히드라를 사냥할 동료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났다.

    짧게 자른 검은색 머리카락이 사뭇 인상적인 슈페리언, 그의 이름은…….

    “결국 이렇게 되네요. 올리비우드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차민…… 아니, 제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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