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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03화 (30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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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17화

격의 크기를 만천하에 공개한 이안이 제우스만큼.

그리고 여타 최상급 지배자들만큼 거대해졌다.

이제 눈높이가 딱 맞는다.

대화할 맛이 난다.

[네놈이 바라는 것들을 보장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벌써 잊었나?]

“아, 그거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히 내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냐?]

“그렇다기보다는, 깨달았을 뿐입니다.”

[……깨달았다? 무엇을?]

“제우스 당신이 나와 약속한 것들, 그것들은 결국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위치가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번개의 지배자 제우스 말고, 올림포스의 수장이며 평의회의 최종 결정권자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그 위치와 권력 말입니다.”

제우스는 이안에게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의 평화를 보장해 줬다.

자신이 평의회의 결정권자로 있는 한 재구성이 진행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충성을 바쳐라. 네 고향은 충성을 바친 기간만큼 평화로울 터이니.

제우스보다 약할 때는 당연히 그 말대로 충성을 바쳐야만 했다.

하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빼앗으면 그만이다.

평의회의 최종 결정권자라는 권한을.

올림포스의 우두머리라는 위치를.

[주제를 아는 놈인 줄 알았건만, 실상은 누구보다 건방진 놈이로군.]

이안의 말을 끝까지 들은 제우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는 말투가 일품이었다.

[어쩔 수 없지.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데 들어줄 수밖에.]

제우스가 손가락을 탁, 하고 튕겼다.

그러자 푸른색으로 이글거리는 차원 문이 나타났다.

제우스 고유의 시계탑 영역으로 통하는 통로였다.

[따라와라. 구경꾼도 환영하지.]

제우스의 뒤를 따라 들어간 차원 문 너머는 아주 높다란 탑의 꼭대기였다.

넓디넓은 흑색 원형의 꼭대기 한가운데에는 오직 제우스만을 위한 왕좌가 세워져 있었으니, 언젠가 시계탑 최정상을 차지하고자 말겠다는 야욕이 간접적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쿠궁……! 쿵! 쿠구구구구……!

어찌나 높은지 바로 옆으로 온갖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휘몰아쳤다.

이곳이 바로 시계탑 내 제우스 고유의 영역, 일컫기를 ‘폭풍의 성소’.

직계 혈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인 적 없었던 제우스의 안식처였다.

[어떠냐? 내 영역이.]

“음, 그쪽하고 잘 어울립니다.”

[잘 어울린다? 나쁘지는 않군.]

“아, 오해는 하지 마십쇼. 이 높은 탑 꼭대기의 왕좌에 잘 어울린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허면?]

“그냥 뭐랄까…… 칙칙하고 어둡다고나 할까요?”

[그런가.]

이안의 말에도 제우스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시뻘겋게 물든 안광은 여전히 번뜩거렸다.

[그렇다면 잘 봐둬라.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니.]

그 한마디를 끝으로.

파직, 파직, 파지지지지직 - !

제우스의 양손에 각각 한 자루의 창이 번개 줄기처럼 나타났다.

제우스를 상징하는 창이자 대대로 올림포스 전당의 우두머리에게만 주어지는 유물.

왼손에는 아스트라페αστραπ?가.

오른손에는 케라우노스κεραυν??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우우웅……!

이에 질세라 이안도 ‘팡이’에 담긴 격을 분출시켰다.

괜히 헤파이스토스의 역작이 아니라는 듯 엄청난 기세였다.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 둘 중 한쪽과는 맞먹을 만큼 강력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해볼까?]

제우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흔히들 그러는 것처럼 선공을 양보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먼저 이안의 머리 위에 번개를 퍼붓는 모습을 보라.

저런 이의 사전에 양보 따위가 존재하겠는가?

콰광! 쾅! 콰과과과광……!

엄청난 번개다.

스치기만 해도 먼지가 되어버릴 만큼 강력한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지금 수준의 격을 갖추기 이전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먼지가 되었을 터.

하나 작금의 이안 페이지는 다르다. 이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콜 라이트닝.’

쾅……!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번개에는 번개로 응수할 뿐.

격이 담긴 콜 라이트닝 주문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

제우스의 번개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에는 닿았다.

“어떻습니까?”

[…….]

“이만하면 저도 번개의 지배자, 할 만하지 않습니까?”

[헛소리가 심하군. 제대로 덤벼라.]

“그럼 그러죠.”

그 순간 이안의 지팡이 ‘팡이’가 날카로운 검으로 변했다.

과연 이안의 생각에 즉각 반응하는 신통한 지팡이다웠다.

카앙! 캉! 카아앙……!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전투 스타일.

이번에는 검이다. 제국검법의 절기를 잔뜩 머금은 살초가 이안의 검으로부터 발휘되었다.

물론 그 동작과 구결에는 모두 최상급 지배자를 초월한 격과 깨달음이 담겨 있었으니, 제우스는 그저 한 쌍의 창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로 이안의 초식을 막아내는 데만 급급했다.

[……네놈, 되도 않는 칼부림을 하는구나.]

하지만 그 압도적인 양상도 잠시일 뿐.

잠시 물러난 제우스가 한 쌍의 창을 하나로 합쳤다.

그러고는 곧장 반격에 나서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 본디 창술사임을 모르지 않을 터!]

번개의 지배자 제우스.

그는 한때 슈페리어 최고의 창술사로 이름을 날렸었다.

혼돈의 족속들이 침략을 해오기보다도 훨씬 전의 명성이지만, 그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검법이라는 변수로 파고들었던 이안을 순식간에 몰아낼 정도로 완벽한 창술이었으니까.

탱그랑!

결국 이안의 검이 제우스의 창날을 이겨내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그 즉시 손아귀로 돌아오긴 하였으나, 명백히 압도당하는 순간이었다.

‘거저 올림포스의 우두머리가 된 건 아닌가 보네.’

후들거리는 팔뚝을 바라보며 이안이 생각했다.

인정한다. 여타 최상급 지배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기야, 혼돈의 전당만 아니었다면 이 세계의 정점으로 군림했을 놈이니.’

올림포스 전당의 수장 제우스.

아스가르드 전당의 수장 오딘.

그리고 티탄 일족의 수장 가이아.

슈페리어 차원을 삼분한 존재들 아닌가?

과연 그 명성이 헛되지 않았다. 정말 강하다.

‘……물론.’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애당초 힘들어 보였다면 이렇게 나서지도 않았을 터.

검으로 변했던 ‘팡이’가 다시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역시 어렵네요.”

[이제 와서 포기해도 살려줄 생각은…….]

“아뇨, 딱히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고.”

[……뭐라?]

“근접전만으로는 힘들겠다는 뜻이죠.”

그런데 팡이의 외형이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지팡이는 지팡이인데, 전과는 여러모로 달라졌다.

특히 남다른 점이라면 지팡이 맨 앞에 박힌 장식품이었다.

보통 지팡이의 앞부분에는 보석 따위로 치장하는 것이 평균 아닌가?

한데 보석은커녕 시꺼먼 촉수와 사슬이 잔뜩 돋아나 웬 ‘서책’을 붙들고 있었다.

굉장히 두껍고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 책, 그렇다. 바로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나대로 싸워라 이거지?)

“지팡이 고유의 격에 추가로 더 넣어놨습니다. 크로미 님께서 실력을 발휘하시기에 충분한 정도죠. 물론 그 뭐였더라, 강림? 현현? 그런 건 지팡이에 육체가 없으니 어렵겠지만요.”

이안은 팡이에 네크로노미콘을 결합시켰다.

자신을 보조해 줄 조수가 필요한 까닭이었다.

(흥! 나도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아느니라. 설령 이 지팡이에 그분을 강림시키는 것이 가능했어도 여기서는 하지 않아. 내가 무슨 최소한의 예의와 눈치도 없는 야만인인 줄 아느냐?)

“야만인보다 더 무서운 악마의 하수인 아니십니까?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순 없죠.”

(하, 하수인이라니……! 나는 그분의 가장 충실한 신하이자 파트너로서……!)

“그게 하수인이죠.”

(이, 이게……!)

피식 웃은 이안이 크로미가 결합된 지팡이를 휙 던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팡이는 바닥에 나뒹굴지 않았다.

그대로 두둥실 떠올라 이안의 주위를 맴돌았다.

“해주실 일은 간단합니다. 저기 저 양반, 귀찮게 좀 만들어주십쇼.”

(그 양반이라는 게 저기 저 느끼하게 생긴 아저씨 말하는 게냐?)

“그렇습니다.”

(눈이 시뻘건 게 참으로 살벌하구나.)

“방심하지 마십쇼. 저만큼 강하니까요.”

(흥! 암만 강해봐야 그분 앞에서는 한낱 제물일 뿐이지.)

지팡이와 결합한 크로미가 제우스를 살피며 읊조렸다.

(성가시게만 하면 되는 게냐?)

“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죠.”

(좋아. 간만에 몸이나 풀어볼까?)

한편.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제우스가 커다란 창을 고쳐 잡았다.

그러고는 무언가 꾸미는 이안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것이지?]

“아, 이제 끝났습니다. 꿍꿍이.”

그 순간.

(네 녀석이 제우스냐?)

[……뭐?]

(가까이서 보니 더 느끼하게 생겼구나.)

제우스에게 날아든 지팡이.

아니, 크로미가 중얼거렸다.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시꺼먼 폭발이 제우스의 왼쪽 어깨에서 일어났다.

크로미의 강력한 흑마법, ‘어둠의 격노’ 주문이었다.

쾅! 콰광! 쾅! 쾅! 콰앙 - !

크로미의 활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우스의 몸뚱이 구석구석에 시꺼먼 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켰다.

물론 그 피해는 미미할지언정, 이안이 주문했던 ‘성가심’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면서도 어찌나 잘 도망치는지 제우스의 손아귀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다.

(내가 책에 갇혀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렴. 내 고향에 얼어붙어 있는 본신만 있었어도 네놈은 이미 죽었어! 어디 죽기만 했을까? 지금쯤 내 꼭두각시가 되었을걸? 이름은 번개돌이가 좋겠구나!)

물론 크로미 특유의 혼을 빼놓는 정신 공격.

혹은 ‘고막 공격’ 내지 입놀림도 빠지지 않았다.

폭발 한 번에 말 몇 마디는 거의 한 몸에 가까웠다.

[이 미꾸라지 같은……!]

과연 크로미였다.

이안이 주문했던 명령, 혹은 부탁.

일명 ‘성가시게 굴기’의 정점을 보여줬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승기를 굳힐 수 없을 터.

‘……지금이다.’

크로미가 제우스를 상대하는 찰나.

이안은 아주 강력한 한 방을 준비했다.

제대로 먹힐 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기술.

여러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가장 완벽한’ 이안 페이지의 비기?技.

쿠구구구구구구구……!

격이 응축된 검은 구체를 품은 이안이 제우스의 배후로 달려들었다.

빠르게 가까워졌으나 제우스는 여전히 크로미를 잡는 데 혈안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닿으면, 놈의 등허리 어딘가에 닿기만 한다면……!

[안타깝군.]

바로 그때.

이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중얼거림.

그 목소리의 주인은 제우스였다.

[고작 이따위 눈속임이라니.]

그는 이미 배후에서 파고드는 이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등 뒤까지 접근했던 이안의 팔뚝을 가볍게 낚아챘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이 크구나.]

제우스는 더 이상 틈을 주지 않았다.

팔뚝을 잡힌 이안이 무어라 중얼거리기도 전에.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파직!

뇌전의 기운이 잔뜩 흐르는 창끝으로 찔러버렸으니까.

이안 페이지, 그 시건방진 도전자 놈의 심장을 말이다.

“……실망은.”

하지만 그 승리의 기운도 잠시.

심장을 꿰뚫린 이안이 읊조렸다.

“내가 해야지.”

파스스스스스……!

어디 읊조리기만 할까?

제우스에게 붙잡힌 이안의 몸뚱이가 흙먼지처럼 흩날렸다.

그것은 여기 모인 최상급 지배자들의 눈조차 속일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분신이었으니…….

“정화의 불꽃.”

그 본체는 어느새 뒤를 돌아봤던 제우스의 정면에 나타나있었다.

잡티 한 점 없이 새하얀, 일컫기를 ‘정화의 불꽃’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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