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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301화 (3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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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15화

[앞으로 네가 무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눈이 유용하게 쓰일 거야.]

앞으로의 여정에 쓰일 눈.

어떤 힘이 담긴 선물일까?

“정확히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죠?”

[음, 그건 비밀.]

“……비밀이요?”

[벌써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그래도 뭔지는 알아야…….”

[곧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

[조만간 나한테 엄청 고마워질걸?]

미리 고마워하게 지금 알려줬으면 좋겠건만.

보아하니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지요. 이 선물이 발동되는 순간을 말입니다.”

[응, 기대해도 좋아. 그때 되면 내가 사는 별 쪽으로 절 한 번 올리도록 해.]

저 초월적인 존재.

코스모스가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치는 힘이다.

모르긴 몰라도 제법 그럴듯한 권능이 분명할 터.

[자, 그럼.]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거대한 토끼 코스모스가 아까부터 들고 있던 몽둥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자세히 보니 몽둥이가 아닌, 약재 같은 걸 빻을 때 쓰는 절구 방아처럼 보였다.

[모처럼 즐거웠어. 다음에 또 와!]

쾅!

그 절구 방아가 이안의 머리 위를 내려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왔군.]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기간테스 일족만큼 커다란 지배자.

흑요석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헤임달의 모습과 목소리였다.

[목적은 이루었나?]

“……보시다시피.”

[글쎄, 잘 모르겠는데?]

헤임달의 말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격의 크기도, 그밖에 모든 기세도.

저 보랏빛 별로 향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거든.

“한번…….”

이안이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읊조렸다.

헤임달과 똑같은 보랏빛 안광을 내뿜기도 했다.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시험.

쉽게 말해서 한 판 붙자는 거다.

붙어보면 뭐가 달라졌는지 알 것 아닌가?

[당돌한 놈.]

그런 도전을 마다할 헤임달이 아니다.

곧바로 흑요석 대검을 고쳐 쥐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흑요석의 망루는 상상 이상으로 넓기에 따로 장소를 옮길 필요가 없었다.

[죽어도 내 탓은 하지 마라.]

“이하동문입니다.”

이하동문.

너나 죽어도 내 탓 하지 말라는 뜻.

헤임달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났다.

흑요석 투구로도 감출 수 없는 감정이었다.

“먼저 들어오십시오.”

[……네놈, 감히 선공을 양보하는 건가? 이 헤임달에게?]

“양보는 아니고, 그냥 후공이 편해서요.”

[그런가. 그렇다면…….]

쾅!

[사양하지 않으마.]

헤임달이 지면을 박차며 이안에게 달려들었다.

선공이니 후공이니 하는 자존심 싸움 따윈 없었다.

그저 기회가 있을 때 달려들어 상대를 찢어버린다.

오직 그것만이 헤임달의 유일한 전투철학이었다.

카앙 -!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어째서 날붙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까?

상대, 칼리두 와탕카는 분명 요술사 타입의 지배자 아니었던가?

[……마냥 놀다 온 건 아닌가 보구나.]

“놀다 온 거 맞는데요? 그 토끼랑 말이죠.”

아, 그래. 그랬었지.

그 토끼, 코스모스는 헤임달 자신한테도 그런 태도를 일관했다.

이건 훈련도 뭣도 아닌 놀이일 뿐이라고, 무슨 놀이라고 했더라?

카앙! 캉! 카앙!

헤임달이 놀이 이름을 떠올리기도 전에 이안의 반격이 펼쳐졌다.

그는 더 이상 마나 하트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마나를 마음껏 뿜어댔다.

손끝에 길쭉이 뻗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검기’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리라.

캉! 카앙! 채채채채챙……!

이안이 헤임달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심지어 마법이 아닌 검법으로 말이다.

제국 사람들이 봤다면 굉장히 놀랐을 광경.

물론 언제까지 검법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롱기누스의 창.’

검으로 몰아치는 와중에 마법까지 섞는다.

거대한 빙뇌창, 롱기누스의 창이 헤임달의 배후를 노렸으니까.

앞에서는 검기를 휘두르는 이안이, 뒤에서는 그 이안이 일으킨 마법이.

흔히 일컫기를 ‘마검사’의 전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더 하면 피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글쎄, 좀 더 봐야 알겠는데?]

“피 봅시다.”

팟!

고개를 끄덕거린 이안이 빠르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충분히 거리를 벌리는가 싶더니, 왼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마나로 이루어진 활이 손끝에 나타났다.

파직! 파직! 파지지지직……!

그 활에 딱 맞는 화살로 조금 전 펼쳤던 마법.

이른바 롱기누스의 창이 소형화되어 화살처럼 쓰였다.

냉기와 뇌전을 잔뜩 머금은 초월적인 화살이었다.

‘저놈, 이젠 궁술까지……?’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놈의 본질은 분명 요술사였다.

한데 고강한 검법은 물론 궁술까지 선보인다.

코스모스와의 놀이를 제대로 즐기기는 했나 보다.

쾅! 콰광! 쾅! 콰과과과광 -!

그것은 마치 폭우와도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의 폭우 말이다.

심지어 그 하나하나에 강력한 냉기와 뇌전이 담겼다.

단순히 지면에 꽂히는 수준이 아닌,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강력하다.

그 비현실적인 폭격 앞에서는 천하의 헤임달조차 목숨을 걸어야만 했으니까.

‘이놈, 정말 최상급 지배자의 반열에…….’

……아니, 아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최상급 지배자라고 볼 수 없다.

최상급 지배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과 동급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순 없을 터.

“……!”

바로 그때였다.

화살 폭격을 멈춘 이안이 오른쪽 검지를 머리 위로 추어올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그리고 그 손가락을 따라간 헤임달의 시선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현실적인 요술은 한평생 처음 목격했다.

아스가르드 최강의 요술사 헬라조차 저런 요술을 부리는 건 본 적이 없다.

‘얼음 유성.’

그것은 슈페리어 차원의 경계를 넘어선 곳에서.

이 행성 바깥으로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얼음덩이였다.

그래, 마치 대기권을 뚫고 내려오는 커다란 유성처럼 말이다.

[……힘자랑치고는 너무 과한데?]

“피 보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너와 내 피 얘기지. 이 도시는 논외다.]

“그럼 이쯤 해둘까요?”

[그러지.]

이안이 헤임달의 대꾸를 듣자마자 오른쪽 손가락을 탁, 하고 튕겼다.

그러자 대기권을 파고들었던 얼음 유성이 순식간에 녹아 비처럼 쏟아졌다.

비가 내리지 않는 슈페리어 차원에 역사상 처음으로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는 순간이었다.

[대단하군. 그분께서도 꽤 만족하셨겠어.]

“모처럼 즐거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가.]

이 대목에서 헤임달은 이안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깨달았다.

‘나한테는 그럭저럭 재미있었다고 했으니…….’

헤임달한테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럭저럭 재밌었노라고,

아쉬운 가득한 말투는 덤이었다.

한데 저 올림포스의 개, 칼리두 와탕카한테는 모처럼 즐거웠단다.

그만큼 그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 혹은 ‘만약에 놀이’가 다채롭고 원활했다는 증거일 터.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을 경험했고, 훨씬 더 많은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녀석이 다재다능한 것도 이해가 된다.

성공적인 삶 중에는 검을 쓰는 삶도 있었을 것이고, 활을 쏘는 삶도 있었겠지.

아마 더 싸웠다면 온갖 경험을 활용하여 무궁무진한 전투를 보여줬을 터.

[이제 어쩔 셈이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시계탑의 꼭대기를 친다는 건가?]

“그럴 리가요. 혼자서는 무리죠.”

[그 말은…….]

“올림포스의 개라는 오명부터 씻을 겁니다.”

[오명을 씻는다?]

“개보다는 우두머리가 좋지 않겠습니까?”

올림포스의 우두머리.

쉽게 말해서 제우스를 밟고 올라선다는 뜻.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성공한다면 그 이후는?]

“그건 그때 가서 말씀드리죠. 당장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쉽지는 않다.

헤임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올림포스 전당의 우두머리 아닌가?

솔직히 헤임달 본인도 그 제우스한테는 이길 자신이 없었다.

[어찌 되든 약속은 지키도록.]

“물론입니다. 반드시 시계탑을 무너뜨리고 원주민들끼리 치고받을 환경을 만들어 드리지요. 그날이 오면 부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지배자들을 죽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실 거 아닙니까?”

이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프로메테우스와 다르지 않다.

바로 이곳 슈페리어 차원 전체의 파멸을 바라는 처지 아닌가?

따라서 자기네들끼리 치고받는 내전도 환영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까.

다만 프로메테우스가 궁극적인 목적을 숨긴 채 시계탑의 멸망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였듯, 이안 역시 당장은 그와 비슷한 처세로 일을 진행해 나감이 옳으리라.

[기대하고 있으마.]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등을 돌린 헤임달이 평소처럼 망루 너머만을 응시했다.

이안도 그런 그를 뒤로한 채 시계탑 망루를 벗어나려다가,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다시 한번 헤임달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말해라.]

“저도 받았습니다. 헤임달 님과 똑같은 보라색 눈이요.”

[헌데?]

“정확히 어떤 능력이 생긴 겁니까? 설명을 듣지 못해서요.”

[…….]

이안의 물음에 헤임달이 침묵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분께서 설명해 주지 않으셨나?]

“어련히 알게 될 거라더군요.”

[그렇다면 다 그만한 뜻이 있으시겠지. 네 재주껏 알아내도록 해.]

알려주지 않는단다.

대충 예상했던 대답.

이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별수 없네요. 나중에 또 뵙죠.”

[흥! 올림포스의 개 따위와 또 볼 곳은 전쟁터뿐이다.]

“음, 그건 아닐 텐데,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마지막 인삿말을 끝으로.

푸른빛이 이안을 집어삼켰다.

그 빛이 사라질 때쯤에는 이안의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슈페리어 차원에서도 텔레포트 주문을 발휘할 만큼 고강한 격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 * *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프로디테 님.”

이안의 다음 행선지는 시계탑 내부.

그중에서도 아프로디테의 구역이었다.

[오랜만이라니요? 지배자의 격을 허락하는 의식에서 만났잖아요?]

시계탑은 겉에서 보기에 그저 커다란 탑 형태의 건축물이지만, 그 내부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층마다, 그리고 구역마다 그 일대의 주인이 원하는 환경과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니, 아프로디테의 구역은 굉장히 화려한 궁궐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꽃밭, 그리고 그 위를 잡티 하나 없이 맑고 청량한 하늘이 뒤덮은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 그랬죠. 제가 요즘 깜빡깜빡합니다.”

[벌써부터 그러면 큰일인데, 아무튼 잘 왔어요. 여기서 만나는 건 처음이죠?]

“잘 꾸며놓으셨네요. 특히 저 꽃밭은…… 가족들 한번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입니다.”

[언제 한번 오셔요. 기꺼이 초대해 드릴 테니까.]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데리고 오면 큰일이지.

피식 웃은 이안이 말을 이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보관해 주셨던 물건 있지 않습니까?”

[에오스의 격이 담긴 결정체 말씀이시죠?]

“네, 그걸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그 말씀은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에오스는 최상급 지배자의 격을 갖춘 존재다.

그런 존재의 격이 담긴 결정체를 돌려받겠다고?

그 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는 뜻일 터.

[지배자의 격을 허락받으신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 평의회의 일원으로……?]

“아, 그건 아직입니다. 몇몇 볼일부터 좀 끝내놓으려고요.”

에오스의 격을 흡수하는 일도 그 볼일 몇 개에 포함되는 일이겠지.

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아프로디테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러자 꽃밭 너머 궁전 안쪽으로부터 자그마한 보석함이 날아왔다.

에오스의 격이 담긴 결정체를 안전하게 보관 중인 보석함이었다.

[받아요. 그렇지 않아도 볼 때마다 불편했는데, 이제야 정당한 소유권자한테 돌려드리네요.]

새벽의 옛 지배자로서 최상급 지배자의 격을 갖춘 에오스의 정수.

이안이 보석함을 열어 그 푸르게 빛나는 구체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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