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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90화 (29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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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04화

조금 전 지배자의 격을 허락받은, 그러나 시작부터 중급 지배자의 반열에 오른 칼리두 와탕카.

그 시계탑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존재가 올림포스 전당 지배자들과 함께 시계탑의 중간층, 하늘 정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아스가르드 쪽 지배자 전원이 도착해 있었으니, 튀폰 원정대 이후 다시 한번 모든 지배자가 한곳에 모이는 순간이었다.

‘……헤라클레스도 보이는군.’

그 여러 지배자의 틈바구니로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혼돈의 전당에서 겪은 ‘정신개조’가 완료된 듯 매우 공허한 눈빛과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미안합니다. 진심으로.’

이안의 눈인사에도 헤라클레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거기서 어떤 고문을 당했기에 저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

[상황이 조금 바뀌었네.]

바로 그때.

모두가 보이는 하늘 정원의 단상 위에서 제우스가 입을 열었고.

[그런 것 같군. 저런 괴물 같은 놈이 계속 올림포스 쪽에 남아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얼른 아버지께 제물로 바쳐 치워 버려야겠어.]

그 옆에 나란히 선 오딘이 대꾸했다.

그는 새삼 저런 괴물 같은 신입 지배자가 올림포스의 일원으로 남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도 그럴 게, 지배자의 자격을 허락받은 첫날부터 중급 지배자로 거듭난 수행자 출신 지배자,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처음 봤으니까.

[이보게, 그런 말은 속으로만 하지? 그렇지 않아도 속이 쓰린데.]

[아아, 미안하네. 알다시피 내가 속마음을 못 숨기는 편 아닌가?]

[그 나이 먹고 그러는 게 자랑은 아니지. 부디 자중 좀 하시게.]

[흐음, 제우스 자네, 듣자 듣자 하니 말을 좀 이상하게 하는구먼?]

[그렇게 느꼈다면 성공이군.]

건조하게 대꾸한 제우스가 더는 오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하늘 정원에 모인 지배자들을 향하여 읊조리기 시작했다. 최상급 지배자의 격이 잔뜩 담긴 전언이었다.

[계획이 앞당겨졌다. 지금 즉시 칼리두 와탕카를 최상급 지배자로 만들 예정이니, 그대들은 속히 할당된 만큼의 격 주입을 준비하라.]

최하급부터 최상급 지배자까지.

모두가 차등적으로 할당받은 만큼의 격을 주입하여 칼리두 와탕카를 최상급 지배자로 만든다.

만약 최하급 지배자를 이런 방식으로 최상급 지배자까지 끌어 올린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부작용에 시달리겠으나, 이안은 이미 중급 지배자 이상의 격을 갖추고 있다.

상승의 폭이 작아진 만큼 미미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튀폰의 격이 담긴 결정체를 먹고 최상급 지배자 그 이상이 된 헤라클레스의 경우처럼 말이다.

[칼리두 와탕카.]

“말씀하십시오, 제우스 님.”

[격 주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몸뚱이가 터져 버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질 거다. 그래도 끝까지 견뎌라.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 그대의 육신과 영혼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 버릴 터이니.]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버텨보죠.”

[좋다. 가운데로 와라.]

마침내 원형으로 모여든 올림포스 전당과 아스가르드 전당의 모든 지배자들 가운데 이안이 섰다.

다양한 종족, 덩치, 생김새, 격의 크기, 그리고 표정의 소유자들.

이제 곧 각양각색의 삶이 빚어낸 격 중 일부가 이안에게 집중될 터.

[격 주입을 시작하라.]

제우스의 말이 곧 신호가 되었다.

하늘 정원에 집결한 모든 지배자들이 이안을 향하여 자신의 소중한 격을 주입하기 시작했으니까.

수천 갈래 푸른 빛줄기가 이안의 육신을 향하여 맹렬히 뻗어져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아니, 이쯤 되면 스며드는 수준이 아니라 파고든다는 표현이 옳았다.

“크으으윽……!”

제아무리 이 악물고 버텨도 앓는 소리가 입술을 비집으며 흘러나올 만큼 무자비하게 고통스러웠거든.

“으으…… 으아아아악……!”

처음인 것 같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비명을 질러보는 것은,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이다. 갓난아기 때도 이렇게까지 고래고래 소리치진 않았으리라.

[견뎌라. 이 고통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이니, 진정한 고통은 우리 평의회가 주입에 합류하는 바로…… 지금부터다.]

……뭐?

더 남았다고?

하물며 더 고통스러워?

[시작하라.]

이윽고 모든 지배자들의 격이 오직 한 명의 지배자, 칼리두 와탕카에게 무차별적으로 주입되었다.

그리고 이안은 곧 제우스가 남긴 경고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니, 그보다 한술 더 떠 몸뚱이가 갈려 나가는 격렬한 고통이 이안의 오감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군. 이제 조금만 더 견디면 끝이다. 그대의 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고통 역시 덜어질 것이니.]

그 말은 곧 사실로 밝혀졌다.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고통.

그러나 이안의 관심을 끈 변화는 비단 고통의 절감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변화가 오직 이안에게만 느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프로메테우스한테 받았던 기억과 정보, 깨달음들, 그중 나의 지식과 격이 낮아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이해되어 간다.’

이건 크다.

한때 슈페리어 차원의 멸망을 꿈꾸며 수많은 일을 계획했던 반골 티탄의 기억과 깨달음 아닌가?

‘만약 크로노스를 되감고도 이 기억과 깨달음이 온전히 남아 있다면…… 분명 엄청난 힘이 될 거다.’

그러고 보니 슬슬 여유가 생긴다.

생각할 틈이 있다는 건 그만큼 고통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증거.

이제 거의 다 끝난 것 같다.

그렇다는 것은 곧.

‘최상급 지배자가 된다는 뜻.’

그 생각이 실로 정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격 주입이 끝났고, 이안은 여태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이질적인 충만함을 맛보고 있었으니까.

[잘 견뎠다. 칼리두 와탕카.]

제우스가 말했다.

저리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정말 끝인가 보다. 또한 정말 되었나 보다.

슈페리어 차원의 모든 지배자들 중 정점에 서 있는 극소수 집단.

최상급 지배자의 반열에.

[이제 그대는 명실상부 올림포스 전당의 최상급 지배자로 거듭났다. 물론 평의회에 입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긴 하나, 거기에는 별문제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우스는 이안의 정체를 안다.

중간계에서 올라온 이안 페이지라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다. 한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란다. 분명 평의회에 입적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들춰질 터인데, 문제가 없다고?

‘미리 손을 써뒀나 보군.’

제우스는 단순한 최상급 지배자가 아니다. 무려 한 전당의 수장이다.

분명 혼돈의 전당과 어떤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터. 미리 손 써두는 것쯤이야 문제도 아니겠지.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힘이네요. 최상급 지배자의 격이라는 거 말입니다.”

[그렇겠지. 아마 아직 전부를 느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면 더 큰 힘을 만끽할 수 있을 터, 기대해도 좋다.]

“그쯤 되면 시계탑 꼭대기로 끌려가겠죠. 막상 최상급 지배자의 격이 뭔지 알고 나니 좀 아쉽네요.”

[후회되는가?]

“후회해도 뭐 어쩌겠습니까? 여기서 말을 바꿨다가는 제우스 님께서 저를 가만두지 않으실 텐데, 설마 제가 제우스 님보다 강해진 건 아닐 테니까요. 그렇게 되도록 두셨을 리도 없고요. 아닌가요?”

[바로 맞추었다. 그대가 아무리 최상급 지배자가 되었다고 할지언정 내 앞에서는 그저 수행자 출신 풋내기에 불과하지. 그러니 허튼 생각은 품지 않는 것을 추천하마.]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역시.

딱 그만큼의 힘만 줬다.

제물로 바칠 수 있는 마지노선.

최상급 지배자 중에도 힘의 차이가 있으니, 아마 삼황은커녕 평의회에 소속된 모든 최상급 지배자 중 가장 약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예컨대 이안이 말을 바꾸는 순간 어렵지 않게 목숨을 거두고 주입했던 격을 도로 빼앗기 위함이겠지.

“……헌데, 어쩌죠?”

[음? 무엇이 말이지?]

“말씀하신 허튼 생각 비슷한 걸 품고 있어서요. 이를 어쩐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만두는 것을 추천하지. 알량한 힘 좀 얻었다고 날뛰다간 죽기 십상이니…….]

“말씀하신 알량한 힘에 뭐 좀 얹어보려는데, 그래도 알량할까요?”

그리 읊조림과 동시에 아공간 주머니로부터 무언가를 꺼내는 이안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는 주먹만 한 구체였다.

[그건……?]

“예전에 과업을 수행하면서 구해놓은 겁니다. 새벽의 옛 지배자 에오스였나? 아무튼 아프로디테 님과 함께 제거했던 티탄이 남긴 거죠.”

첫 번째 과업 당시.

아프로디테와 함께 티탄의 땅 밖으로 유인하여 끝장냈던 존재.

최상급 지배자와 맞먹는 격을 소유한 새벽의 옛 지배자 에오스.

이안이 꺼낸 구체는 바로 그녀가 죽으며 남겨놓은 격의 결정체였다.

“왠지 곧 쓸 때가 있을 것 같더라니, 그때가 지금인 것 같네요.”

인신 공양의 희생양을 자처하기 얼마 전, 이안은 따로 아프로디테와 접촉해 그녀가 대신 보관 중이었던 에오스의 격을 미리 챙겨놓았다.

그것은 이안이 그려놓은 커다란 밑그림의 준비물로서, 바로 이러한 순간을 위하여 준비해둔 변수였다.

“처음 얻었을 땐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라 엄두조차 못 냈는데, 지금은 감당하고도 남지 않겠습니까?”

[잠깐, 네놈……!]

콰직!

제우스가 무어라 더 소리를 치든 말든, 이안은 오른손에 쥔 격의 결정체를 콰직, 하고 박살 내버렸다.

휘오오오오오오오 - !

그러자 그 안에 담겨 있던 에오스의 격이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이안에게 모조리 흡수되었으니, 이제 작금의 이안은 직전까지의 이안보다 더 강력한 존재로 거듭났다.

“자, 이만하면 어떨까요? 아직도 그저 알량한 힘에 불과합니까?”

그가 물었다.

제우스를 향한 물음.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노력은 가상하군. 하지만 아쉽게 되었구나. 고작 티탄족 나부랭이의 격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는 나, 올림포스의 수장 제우스에게 대항할 수 없으니, 따라서 네놈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자면…… 그렇다. 여전히 네놈의 힘은 알량하다.]

“그런가요?”

[그렇다. 허니 허튼수작은 그만 부리고 용서를 구하는 편이…….]

“헤라클레스, 아테나.”

[……?]

제우스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건만, 이안은 더 들을 필요조차 없는 듯 두 번째 카드를 꺼냈다.

헤라클레스와 아테나, 두 최상급 지배자가 바로 두 번째 카드였다.

“당신들의 격을 나한테 절반씩만 넘겨주십시오. 두 분께 걸린 격의 맹약에 따라 거부권은 없습니다.”

이안의 말 그대로다.

격의 맹약이 걸린 이상 아테나와 헤라클레스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그 증거로 헤라클레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의 격 절반을 이안에게 주입하기 시작하였으며, 아테나 또한 약간의 망설임 끝에 헤라클레스의 뒤를 따랐으니까.

[자, 잠깐! 네놈들 지금 무슨 짓을……! 당장 멈추지 못하겠느냐?]

급히 저지하려는 제우스였으나 이미 상황은 끝난 뒤였다. 에오스에 이어 아테나와 헤라클레스의 격까지 먹어치운 이안의 격은 실로 비대하기가 하늘에 닿았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슬슬 알량한 수준은 한참 벗어났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우스 님.”

[네, 네놈이 감히……!]

“반응 보니 알겠네요. 다행입니다. 이래도 알량하면 어쩌나 했는데, 더 준비한 게 없었거든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상급 지배자와 맞먹는 에오스의 격과 최상급 지배자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아테나의 격 절반.

그리고 튀폰의 격을 먹어치워 제우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헤라클레스의 격 절반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걸 등에 업은 최상급 지배자 이안 페이지, 그는 이제 제우스조차 어찌하기 힘든 존재로 거듭났으니, 더 이상 알량한 힘이라는 표현은 허세에 불과할 뿐이리라.

“자, 그럼 이제 말을 바꿔도 쉽게 죽진 않을 것 같으니 한번 바꿔보겠습니다. 먼저 공양물로 바쳐지겠다는 말, 취소하죠. 사실 처음부터 그럴 생각 없었으니까요.”

힘을 얻은 이안이 가장 먼저 공양물로 바쳐지겠다던 약속을 번복했다. 물론 이안의 반격은 겨우 그걸 번복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한테 주어진 공양물 선택의 결정권에 따라서, 저는 이번 인신 공양의 제물로 제가 아닌 제우스 님을 지목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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