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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89화 (28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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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03화

[결론부터 이야기하마.]

시계탑 평의회의 공동 수장.

제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우리에게 제안했던 그 방법, 그대를 최상급 지배자로 만들어 인신 공양의 제물로 바치라는 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아,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자발적인 희생을 거절할 리 없지.

두 팔 들고 환영했을지도 모른다.

기껏해야 헤스티아 정도만 아주 약간의 양심적 가책을 느꼈을 터.

[먼저 우리 올림포스는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의 열두 번째 과업을 완수로 인정, 그 결과에 따라 지배자의 격을 허락할 예정이다.]

드디어 지배자의 격을 얻는다.

무려 열두 번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끝에 얻어내는 보상.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한 우리 모두의 격을 조금씩 모아 그대를 최상급 지배자의 반열에 올릴 것이다. 물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진행했다가는 그대의 육신과 영혼이 남아나지 않을 터. 남은 기간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니, 그대 역시 만반의 준비를 다 하도록 하라.]

‘우리 모두’라고 함은 비단 평의회의 최상급 지배자뿐만 아닌, 시계탑 내 모든 지배자들의 격을 조금씩 모아 몰아주겠다는 뜻일 터.

무려 한 명의 최상급 지배자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일 아닌가?

무지막지한 양의 격이 필요한 일이니만큼 고사리 손이라도 빌릴 판국이리라.

공양의 대상이 아닌 최상급 미만 지배자들은 꽤 억울하겠지만.

뭐 어쩌겠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이래서 오리온의 낯빛이 어두웠나 보다.

한평생 어렵게 쌓아 올린 격 중 일부를 강탈당하게 생겼잖아?

“제 계획을 수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의회 여러분께 인정받았다는 기분도 들고, 나쁘지 않네요.”

정말 마음에도 없는 소리.

이안은 이제 그 마음에도 없는 소리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었다.

“그런데, 말씀하신 그 만반의 준비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제가 지배자는 처음이라서, 뭘 하면 그 준비라는 게 될지 모르겠거든요.”

[……지배자의 격을 허락받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시작이지. 이제 겨우 최하급 지배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까.]

이안의 물음을 제우스 대신 투쟁의 지배자 아레스가 대답해 줬다.

두 번째 과업의 계시자였으니, 꽤 오래간만에 말을 섞는 것 같았다.

[따라서 네 녀석이 당장 할 만한 준비는…… 결국 마지막까지 정진하는 것이겠지. 조금이라도 그릇을 넓혀놓으라는 뜻이야. 그래야…….]

“대량의 격을 주입받아도 버틸 확률이 올라가겠군요. 여러분께서 부담할 격도 그만큼 줄어들겠고요.”

[……어? 아, 그래. 바로 그거다.]

“그럼 지배자가 된 이후에는 어떻게 격을 쌓아 올립니까? 설마 지배자 전용 과업이 있다든지…….”

[그런 건 없다. 지배자의 단계에서는 철저히 각자도생이야. 수련을 통해서 천천히 쌓아 올리든지, 레르니안 히드라처럼 격이 쌓인 요물을 사냥해서 취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티탄의 땅 바깥으로 기어 나온 티탄을 사냥해서 취하든지.]

“쉽지 않네요.”

[암, 쉽지 않지. 애초에 개인의 노력으로 최상급 지배자까지 올라온 경우는 거의 없다고. 대부분 나처럼 혈통 빨이지. 아니면 그 누구야? 그래, 헤라클레스, 그놈처럼 튀폰의 격이라도 먹어치우거나.]

좋은 혈통을 타고나든가.

엄청난 기연을 만나든가.

새삼 쉽지 않은 길이다.

[순수 노력으로 최상급 지배자가 되어서 평의회에 들어오는 경우는…… 내가 알기로 우리 올림포스 쪽엔 없는 걸로 알아. 아스가르드 쪽에는…… 나도 잘 모르겠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 듯 고개를 휘휘 저은 아레스가 멈추지 않고 읊조렸다.

그는 이안이 마음에 들었기에 이 상황이 썩 달갑지는 않았으나.

그럼 도대체 누가 희생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고.

결국 이안이 자처한 희생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더 궁금한 것이 남았느냐?]

잠시 아레스와 이안의 대화를 지켜봤던 제우스가 다시금 읊조렸다.

[없다면 당장 할 일부터 처리하도록 하지. 열두 번째 과업의 완수와 그에 따른 보상 말이다.]

마지막 과업의 완수.

그에 따라 주어지는 격.

바야흐로 지배자로 거듭날 차례.

“부탁드리겠습니다.”

[좋다. 그럼.]

제우스가 손을 뻗자, 이안의 왼쪽 손등에 벼락이 떨어져 열두 번째 과업 완수의 표식을 새겨 넣었다.

평소였다면 여기서 끝이 났겠으나, 지금은 무려 마지막 과업을 완수하는 기념비적인 순간 아니겠는가?

아직 뭔가 더 남아 있었다.

[의식을 거행하지.]

그리 읊조린 제우스가 오딘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으로 펼쳐진 풍경 자체가 모조리 변해 버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의회 대회의장이었거늘, 순식간에 눈앞이 올림포스 신전 한복판으로 변해 버렸으니 말이다.

다만 이안이 아는 그 올림포스 신전과 다른 점이라면, 석상 대신 실제 지배자들이 이안을 중심으로 서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신전보다 훨씬 더 넓고 높다는 점이었다.

‘여긴……?’

그 압도적인 풍경에 이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은 석상이 세워진 올림포스 신전 따위가 아닌, 시계탑 내 존재하는 올림포스 세력의 본거지.

‘올림포스 전당’임을.

[나, 올림포스의 수장이며 번개의 지배자 제우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에게 지배자의 격을 허락하고자 하니, 자랑스러운 내 동족들의 뜻을 묻고자 한다. 그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의 결정을 지지해준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칼리두 와탕카는 올림포스의 일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리라.]

제우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읊조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격을 꾹꾹 눌러 담은 지배자만의 목소리였다.

[……나, 죽은 자들의 왕이며 명계의 지배자 하데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우리 올림포스의 동족으로 인정하겠다.]

어딘가 매우 떨떠름한 표정과 목소리의 하데스가 제우스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는 우선 당장의 일부터 재빨리 해치워 버린 다음 이안과 담판을 짓고 싶은 눈치였다.

[나, 이제 곧 아틀란티스의 왕이 될 몸이자 아홉 세계 모든 물줄기의 지배자 포세이돈 역시,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우리들의 동족으로 인정한다.]

‘올림포스의 삼황’이라고 불리는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의 릴레이와도 같았던 선언을 시작으로.

[아홉 세계 모든 가정과 풍요의 지배자 헤라,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동족으로 인정한다.]

[태양의 지배자 아폴론,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우리들의 동족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나, 달빛과 고결함의 지배자 아르테미스도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인정하겠어요. 우리들의 동족으로 말이에요.]

[아홉 세계 모든 대장장이와 대장간, 그리고 불의 지배자 헤파이스토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를 내 동족으로 인정한다.]

[모두들 인정하시는 것 같으니…… 그럼 저도, 매혹의 지배자 아프로디테도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가 우리의 동족이 되는 것을 말이지요.]

[이 세상 모든 상인과 도둑들의 지배자 헤르메스! 모든 과업의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를 우리 올림포스의 동족으로 인정할게요!]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투쟁의 지배자 아레스, 기꺼이 칼리두 와탕카를 동족으로 인정합니다!]

[저 아테나도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가 우리의 일원이 되는 것을.]

[모두의 뜻이 그러시다면…… 저 헤스티아도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과업의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가 우리 올림포스의 일원이 되는 것을요. 하지만…… 그가 자처한 희생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정말 이것말고는 해답이 없는 건지…….]

이윽고 이안에게 지금껏 과업을 내려줬던 열두 지배자 전원의 찬성표가 떨어지는 순간.

이안이 서 있는 올림포스 전당 한가운데에 커다란 황금색 빛기둥이 내리꽂히며 이안을 휘감았다.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모든 과업의 완수자 칼리두 와탕카, 그대는 더 이상 수행자가 아니다. 바로 우리 올림포스 전당의 당당한 일원이자 동족, ‘지배자’로 거듭났으니, 모든 소임을 다하도록 하라.]

지배자의 격을 허락받는 것.

그것은 단순하게 더 커다란 격을 부여받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를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본디 수행자의 한계 탓에 제한되고 억눌려 있었던 격의 상한선이 지배자로 등극함과 더불어 확 뚫려 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높아진 상한선을 향해 억눌려 있던 격들이 치솟는…… 그래, 치솟고 있다. 끝을 모른 채로.’

이안은 그간 수행자의 신분으로는 과분한 격을 쌓아 올렸다.

하지만 그 격 전부를 소화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수행자로서의 한계에 부딪쳐 억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나 이제는 다르다.

그간 억눌려 있었던 격의 소용돌이가 지배자의 격과 어우러져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배자의 격……?’

정말이지 무지막지한 힘.

끝을 모른 채 솟아오르는 힘.

그 힘은 조금 전 최하급 지배자로 거듭났던 이안의 격을 단숨에 중급 지배자 수준까지 끌어올려 줬으니,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배자들조차 당혹감에 빠뜨리기 충분한 수준이었다.

‘겨우 이 수준에서 이만한 힘이라니, 그럼 대체 저 최상급 지배자란 족속들의 힘은 얼마나 강한 거야?’

최상급 지배자들의 강함이야 이미 여러 번 겪어봐서 알고 있다.

다만 그 힘을 자신의 육신과 영혼으로 발휘할 때 느껴질 그 체감.

새삼 그것이 정말로 궁금해졌다.

이제야 막연하기만 했던 것들이.

예컨대 최상급 지배자의 힘과 그들을 복속시킨 혼돈의 존재들이 가진 권능 같은 것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뚜렷하진 않아도 조금은, 그 추상적인 실루엣만큼은 말이다.

“후욱, 후욱, 후우욱……!”

그로부터 한참 후.

마침내 모든 힘과 권능, 그리고 그것들의 바탕이 되는 격을 갈무리한 이안이 호흡부터 가다듬었다.

[……이거 아무래도 준비가 필요 없을 것 같군. 설마 시작부터 그만한 격의 소유자로 거듭날 줄이야.]

그리고 그런 이안의 힘을 간파한 제우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준비도, 시간도 필요 없단다.

그 말인즉.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지. 지배자 칼리두 와탕카를 시계탑 평의회의 일원으로, 최상급 지배자로 바꿀 대대적인 의식을.]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다.

한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이제야 겨우 가늠되기 시작했던 최상급 지배자의 힘이 곧 이안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다.

물론 환영하는 바다.

그 힘을 쥐었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이안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 밑그림이 몽땅 완성되어 있었으니까.

“괜히 시간 끌 필요 없겠죠. 그럼 이번에도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우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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