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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76화 (27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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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90화

[저 괴물이…… 어째서……?]

저기에 있는 걸까?

아니, 어떻게 저기 있는 걸까?

설마 부활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어디서…….]

바로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림포스 잡종 냄새가 나는군.]

흡사 짐승이 언어를 내뱉듯 이질적이고도 불쾌한 목소리였는데, 그 주인은 바로 분화구를 밟고 올라선 고대괴수, ‘튀폰’의 음성이었다.

놈은 놀랍게도 언어를, 인즉 슈페리어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단순한 괴물이 아니란 증거일 터.

[그쪽인가.]

한때 모든 지배자들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고대의 괴수가 이안 쪽을 노려봤다.

그러자 재빨리 이안의 앞을 가로막는 헤라클레스였으니, 튀폰의 시선이 이안에게 향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큭……!]

튀폰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 것.

단지 그뿐임에도 신음을 토하며 피까지 울컥 쏟아낸다. 두 존재의 ‘격’ 차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

[지, 지금 당장 이 오브를 가지고 시계탑으로 가라. 가서 시계탑의 수문장 헤임달에게 보여줘.]

헤라클레스가 건넨 오브는 이안의 머리통보다 조금 더 큰 푸른색 구체였는데, 이안의 손길이 닿는 순간 알맞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리하면 평의회가 소집될 것이다. 물론 너 역시 참석하겠지. 거기서 얘기해. 네가 본 모든 것을.]

이안이 본 모든 것.

그것은 곧…….

[튀폰이…… 튀폰이 나타났다고!]

그 당부를 끝으로.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올리브 나무 몽둥이를 앞세우며 튀폰에게 달려들었다. 이안이 도망칠 시간을, 그리고 지원군이 도착할 시간을 벌기 위한 필사의 사투였다.

* * *

튀폰이 살아났다.

그 무시무시한 괴물이.

어째서 이안이 가는 곳마다 이런 무시무시한 변수가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애당초 이안 역시 이쪽 세계 기준으로 엄청난 변수임을 고려해 본다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내 존재가 억제되고 있었던 모든 변수의 시발점이 되었을지도.’

어찌 되었든 간에, 지금은 헤라클레스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한다.

적어도 이 타이밍에 헤라클레스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으니까.

[멈춰라. 수행자.]

한참을 날아와 도착한 시계탑.

그곳 정문에는 흑요석 갑옷과 투구, 대검 따위로 중무장한 최상급 지배자, ‘헤임달’이 시계탑 정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도 기간테스 출신인지 엄청난 덩치를 자랑했다.

[수행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시계탑 출입이 금지된다. 그러니 과업 수행을 바란다면 그대가 소속된 전당의 신전으로…….]

“이 오브를 당신한테 보여주라고 하더군요. 올림포스 전당의 지배자, 헤라클레스 님께서 말입니다.”

[……헤라클레스가?]

놀란 눈으로 헤라클레스의 오브를 건네받은 헤임달이 고민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대검을 열쇠 구멍에 넣어 회전시켰으니, 곧 시계탑의 육중한 문이 좌우로 열렸다.

[따라와라. 지금 즉시 평의회를 소집하겠다. 물론 그 소집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대와 헤라클레스, 둘에게 있음을 명심하도록.]

쉽게 말해 별거 아니면 알아서 하란 뜻이다. 물론 걱정하지 않는다. 이게 별거 아닐 리 없으니까.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곧 평의회가 소집될 터이니.]

시계탑 대회의장은 아주 커다란 타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24개의 황금의자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탁자 위로 이그드라실의 아홉 세계를 형상화한 푸른색 신기루가 마치 밤하늘 별자리처럼 띄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문드아일…… 이게 내 고향인가.’

그중 가장 오른쪽 뿌리 끝에 휘감겨 있는 원형의 푸르른 행성.

저기가 바로 이안이 그토록 지키고 싶은, 그리고 지키고 있는 고향이겠지. 이렇게나마 보니 반갑다.

그립기도 하고.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찰나의 그리움.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회의장으로 수많은 지배자들이 몰려왔으니까.

[무슨 일이지? 헤임달.]

[아무 예고도 없이 평의회를 소집하다니,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용건만 간단하게 해줬으면 좋겠군요. 중요한 연구 중이라서…….]

역시나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럼에도 헤임달은 아무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이안을 바라보며 알아서 하라는 눈치만 줬다.

‘치사한 놈.’

저 수행자가 헤라클레스의 오브를 받아왔다, 딱 그 정도만이라도 먼저 설명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

‘별수 없지.’

고개를 휘휘 저은 이안이 대회장으로 모여든 24인의 최상급 지배자들을 둘러봤다. 올림포스 쪽은 대부분 아는 얼굴이고, 아스가르드 쪽은 모르는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다들 잠시만 제 말에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헤라클레스 님의 부탁을 받고 여러분을 소집한 칼리두 와탕카라고 합니다. 올림포스 전당 쪽에서 과업을 수행 중이죠.”

이안의 목소리에 24인의 최상급 지배자들이 모두 그를 바라봤다.

이안과 안면이 있는 올림포스 쪽 지배자들은 그나마 덜한 반면, 아스가르드 쪽 지배자들은 노골적인 반감과 불쾌함을 잔뜩 내비쳤다.

[그러니까, 지금 수행자 따위가 우리 평의회를 소집했다는 건가?]

[이보세요. 제우스 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수행자 관리가 이리 형편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가만, 저놈 그때 그놈 아니야? 번외 과업 우승자 있잖아?]

[아, 기억나는구려. 어쩐지, 수행자 따위가 너무 건방지다 했소.]

[네놈, 설마 헤라클레스 따위를 믿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그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우리들한테는 그저 하수인에 불과한…….]

특히 이안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아스가르드 쪽 최상급 지배자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이안을 쳐 죽일 것처럼 사납게 굴어댔다.

“……헤라클레스 님께서는.”

물론 그따위 협박에 굴할 이안이 아니었다. 예전 같았더라면 저 압도적인 격 앞에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익숙해지기도 했고, 가진바 격이 수행자의 수준을 넘어서기도 하였으며, 무엇보다 손에 쥔 지팡이 케리케이온과 머리에 쓴 모자 페타소스의 영향 역시 대단했다.

“저더러 당장 시계탑으로 달려간 다음, 평의회 여러분께 이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24인의 최상급 지배자 앞에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제 할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말이지?]

[그놈이 무어라 했는데?]

[각오하는 게 좋아. 괜히 되도 않는 소리를 했다간 네놈부터…….]

“튀폰이.”

[……?]

“되살아났다.”

튀폰이 되살아났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하던 아스가르드의 최상급 지배자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으니 말이다.

[튀, 튀, 튀폰…… 이라고……?]

[그놈이 살아나? 어, 어떻게?]

[놈은 분명 타르타로스에…….]

[수행자, 튀폰이라고 했나? 그 괴물이 되살아났다고 말하는 게야?]

어디 입만 다물었을까? 일부는 튀폰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겁에 질린 듯 뒤로 물러났고, 또 일부는 이안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되묻기에 이르렀다.

“네, 하이모 산 최정상 분화구에서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마, 말도 안 돼! 그 괴물을 봤다면 네놈이 여기 서 있을 리가 없다!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그럴 뻔했는데, 헤라클레스 님께서 살려주셨습니다. 제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셨죠. 지금 어떻게 되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으음……!]

이제야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다. 물론 헤라클레스는 중급 지배자에 불과하나, 순수 전투력만 따진다면 가히 최상급 지배자의 문턱에 닿아있는 싸움꾼 아니던가?

그런 강자가 목숨까지 걸고 시간을 벌어줬다니, 도망칠 시간쯤이야 충분히 벌어주고도 남았으리라.

[중대사로군.]

가만히 듣고 있던 제우스가 읊조렸다. 그 말은 곧 평의회의 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지금 즉시 모든 지배자를 소집하여 하이모 산으로 진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오딘.]

오딘.

아스가르드 전당의 수장.

왼쪽 눈을 황금안대로 가린 그가 제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동문이오. 놈이 날뛰기 전에 먼저 해치웁시다. 그 괴물이 무슨 수로 살아났는지, 어떤 목적을 품고 돌아왔는지 추측하는 건 놈을 잠재운 이후에 해도 늦지 않소.]

두 수장의 결단은 빨랐다.

다른 지배자들 역시 수장들의 결단에 이렇다 할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수장들의 결정에 따를 뿐.

[좋소. 지금 즉시 모든 지배자들을 소집하도록 하지. 단, 혼돈의 전당에는 이 사태를 보고하지 않는 것이 어떠하겠소? 괜히 그들의 도움을 받아봐야 요구하는 것들만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바에는 우리 손으로 해결함이 어떨까 싶어서 말이오.]

[으음, 하지만 튀폰을 상대하려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우리가 지난 수만 년간 가만히 놀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않소? 우리 올림포스는 그때보다 더 강해졌소. 아스가르드 측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는데, 혹 아니시오?]

도발이 섞인 제우스의 물음.

이에 오딘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럴 리가, 우리도 마냥 놀고먹지는 않았지.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이번 일은 우리 선에서 해결하도록 합시다. 그때처럼 말이오.]

그로부터 잠시 후.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

두 전당에 소속된 지배자들 전원이 하이모 산 앞으로 결집했다.

최하급 지배자부터 최상급 지배자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빠짐없는 대대적인 소집령이었다.

* * *

“……처참하네요.”

이안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모든 지배자들이 공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하이모 산맥 전체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으니까.

저 거대한 산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만큼 격렬했던 전투의 흔적.

쿵!

바로 그 초입부로부터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거대 괴수가 뚜벅뚜벅 내려왔다. 처음 마주 했을 때보다도 강대해진 격, 튀폰이었다.

쿵!

지배자들 앞에 나타난 튀폰이 머리카락을 잡은 채 질질 끌고 내려온 헤라클레스를 내동댕이쳤다.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다.

[이거, 참으로 오랜만이군. 제우스, 오딘, 나의 오랜 형제들이여.]

그 괴물.

튀폰은 제우스와 오딘을 오랜 형제라고 불렀고, 그 표현에 두 지배자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되살아난 거지? 네놈의 영혼은 분명 타르타로스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갇혔을 텐데?]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런가.]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돌아가도록.]

어차피 대꾸를 기대하진 않았다.

콰과과과광 - !

그와 동시에 내리치는 벼락!

그 수만 갈레의 번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튀폰에게 쏟아졌으니, 그것은 곧 총공세의 신호탄이 되었다.

[공격하라!]

[튀폰을 죽여라!]

[타르타로스로 돌려보내!]

[예전과는 다름을 보여줘라!]

겉보기로는 그랬다.

튀폰이 너무나도 불리하다.

지배자들의 파상공세에 정신을 차리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 형국도 잠시일 뿐.

이안은 생각을 바꿔야 했다.

[내가 설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돌아왔을까? 그리 여겼다면 내 형제들에게 무척 실망할 것 같군.]

지배자들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튀폰은 멀쩡하기만 했다. 오히려 그들을 비웃으며 제 할 말을 이어갈 만큼 여유가 넘쳤으니, 지금부터는 고대괴수 튀폰의 차례였다.

[그 오랜 세월…… 오직 네놈들을 향한 증오로 견뎠다. 다시 돌아오는 날 모조리 도륙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얻기 위해서 인내하고 또 인내했지. 마침내 그 기회가 왔구나. 바로 지금이라는 기회가……!]

천지를 뒤흔드는 튀폰의 포효.

그와 더불어 하이모 산 전체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검붉은 촉수들이 지배자들을 단숨에 포박했다.

[어떠하냐? 지난 수만 년간 내 증오만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힘이! 네놈들을 향한 증오의 크기만큼 질기고, 무자비하게……!]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모든 지배자가 저 증오를 먹고 자랐다는 촉수에게 잡혔다.

그런데 딱 한 명만큼은, 이중 유일하게 지배자가 아닌 존재만큼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았다.

“……어?”

바로 이안 페이지.

혹은 칼리두 와탕카.

그는 어째서인지 튀폰의 증오가 낳은 피조물 앞에서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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