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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81화
[기여도 1위가 사망할 경우, 나머지 생존자들은 전원 번외 과업을 완수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이 경우, 보상으로 주어질 격은 균등하게 나뉘어 지급됩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할 경우, 당연하게도 칼리두 와탕카만이 번외 과업을 완수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이 경우, 보상으로 주어질 격은 칼리두 와탕카가 독차지합니다.]
쉽게 말해서 칼리두 와탕카.
그러니까 이안을 죽이라는 거다.
이안이 죽거나, 모두가 죽거나.
둘 중 하나로 번외 과업의 승자가 결정된다는 뜻인데, 아테나의 사심이 듬뿍 느껴지는 룰이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에게 아테나 님의 강력한 축복이 부여됩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의 체력과 부상이 상시 빠르게 회복됩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에게 아테나 님의 아티펙트 무구가 주어집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에게 마지막 번외 과업의 장소, ‘하늘 정원’의 전체 지도가 주어집니다.]
어디 룰만 사심이 담겼을까?
온갖 것들을 다 몰아준다.
심지어는.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의 힘이 일부 금지되거나 감소합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의 체력과 상처회복력이 떨어집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의 피로도 누적이 가속화됩니다.]
[이 모든 감소 효과는 마지막 번외 과업의 장소, ‘하늘 정원’ 내에서만 적용됩니다.]
……이건 뭐.
대놓고 죽으라는 뜻이네.
왜 자기가 잘못해 놓고 화풀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리고 이 어이없음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더욱 어이가 없다.
‘이래서 만만하면 안 된다니까?’
역시 이 모든 걸 바로 잡으려면 힘이 필요하다. 아까 그 혼돈의 군주 앞에서 설설 기던 아테나를 떠올려보라. 지금과 정반대 아닌가?
‘백날 이따위로 치사하게들 굴어봐. 내가 너희들 뜻처럼 무너지나.’
이안이 올림포스 전당의 아티펙트 케리케이온을 꽉 움켜잡았다.
이왕 이리된 거, 반드시 살아남아 수행자들의 격을 독차지하리라.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고.’
* * *
‘운이 좋았다.’
행운.
그것이 시계탑 지하에서 살아남은 유다 이스카리옷의 자평이었다.
‘설마 그 작자들이 조장으로 선출되지 않았을 줄이야. 어지간히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나 보군.’
여섯 번의 과업을 완수한 유다 이스카리옷은 전직 수행자 중 굉장히 강한 편에 속하지만, 그보다 더 강한 이들도 소수 존재한다.
적게는 여섯 번에서 최대 여덟 번의 과업을 완수한 극소수의 전직 수행자들, 유다는 그 강자들을 조원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살았네요. 하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그 칼리두 와탕카라는 놈만 제거하고 다 함께 나갑시다. 나가면 제가 한턱 쏘지요!”
고민을 많이 했다.
기회를 봐서 제거할까, 말까.
실제로 기회가 있었다. 출입구를 찾는 순간 나타난 괴수들, 그놈들만 적절히 써먹었다면 조원들을 죽이고 혼자 탈출할 수 있었을 터.
‘자칫 마지막 번외 과업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작자들이니까.’
결론은 후자였다.
끝내 제거하지 않았다.
괴수와의 전투 중 사망한 1명을 빼고 다 함께 던전에서 탈출했다.
순도 100%짜리 감으로 선택한 판단이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칼리두 와탕카, 그 괴물 같은 놈을 죽이려면 이 작자들의 힘이 꼭 필요하거든. 자칫 아쉬울 뻔했어.’
그야말로 신적인 판단력.
남몰래 전율한 유다가 아테나에게 받은 축복과 무구를 살폈다.
이 정도면, 이 정도의 지원을 받은 생존자 전원이 덤벼든다면…….
‘가능성이 높다.’
칼리두 와탕카.
그 괴물을 죽이는 것이.
“다들 제 말에 주목해 주십시오.”
생각을 끝낸 유다 이스카리옷이 30명 남짓 생존자들에게 말했다.
이안이 깨어났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미 이안을 제외한 나머지 생존자 전원이 한곳에 모여 있었거든.
“다들 봐서 아시겠지만, 상대는 괴물입니다. 칼리두 와탕카요. 그놈 잡으려면 싸울 수 있는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런 뜻입니다.”
다시금 시작된 유다의 연설.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긴 하였으나, 여전히 그는 전직 수행자 카르텔의 구심점이었다.
“그러니 욕심부리지 말고 다 같이 살아남읍시다. 벌써 어마어마하게 죽었어요. 그 격 나누어 먹기만 해도 충분하잖아요. 아닙니까?”
물론 틀린 말이 아니기도 했다.
상대는 다 함께 힘을 합쳐 상대해도 모자랄 괴물이며, 이미 천육백 명의 격이 보상으로 걸렸다.
그걸 서른 명 남짓이 나누어 먹기만 해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터.
굳이 여기서 피를 더 보는 것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편이 옳다.
“저 칼리두 와탕카라는 놈, 괴물입니다. 그걸 아시는지 아테나 님께서도 이거저거 많이 챙겨주셨죠. 축복도 내려주시고, 무기도 주시고, 회복력도 올려주시고, 지도에 칼리두 와탕카의 위치까지…….”
솔직히 말하건대, 형평성이 어긋나도 너무 심각하게 어긋났다.
이쯤 되면 칼리두 와탕카를 죽이라고 사주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유다와 서른 명 남짓의 생존자들에게는 엄청난 호재였다.
“이 정도면 우리,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무엇보다 저희 조원이셨던 분들, 여러분도 대충은 아시죠? 이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수행자 위의 수행자.
그들이 합류한다면 칼리두 와탕카, 그가 아무리 괴물 같은 힘을 가졌을지언정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 말에 수행자들이 공감했다.
자기네들끼리였으면 몰라도, 저들이 합류해 준다면 얘기가 다르니까.
“다들 하나만 기억하십시오. 목표는 칼리두 와탕카 한 명입니다. 저 괴물이 죽으면 우리가 살고, 저 괴물이 살면 우리가 죽어요. 전부.”
유다가 단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목표는 단 하나, 칼리두 와탕카.
그 괴물을 죽여야 우리가 산다.
“비록 상황이 그래서 서로 죽이고 비난했지만, 적어도 이번 한 번만큼은 그러지 맙시다. 우리, 나가서도 계속 볼 사이 아닙니까?”
공동의 적이 생겼다.
룰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적이 바뀌지 않는 한.
서로의 뒤통수를 노릴 필욘 없다.
“자, 이해들 하신 것 같으니, 그럼 슬슬 시작해 보죠. 괴물 사냥.”
그로부터 얼마 후.
다소 형평성이 어긋난 1 대 30의 전투가 지배자들의 휴식처, ‘하늘 정원’을 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 * *
“후욱, 훅! 후우욱……!”
어긋난 형평성은 이안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크게 어긋나있었다.
고작 서른 명 남짓의 수행자를 상대로 여태껏 결판을 내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리라.
‘이, 이럴 수가…….’
물론 그 어긋남은 이안의 패배를 뜻하지는 않았다. 온갖 페널티를 다 받았음에도 이안은 강했다.
서른 명 남짓 수행자 중 여섯만 살아남았다는 점, 그리고 그 여섯에 포함된 유다 이스카리옷의 안색이 시퍼렇다는 점으로 미루어보건대, 이 싸움의 결말은 이제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수순까지 왔다.
‘이렇게까지…… 강하다고?’
엄청난 페널티가 부여되었다.
반대로 이쪽은 별의별 지원을 다 받았다.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 여겼다. 내분만 없다면 말이다.
‘이놈…… 진짜 여덟 번째 과업 맞아? 이미 최하급 지배자의 격 정도는 뛰어넘은 것 같은데……?’
일이 틀어졌다.
이래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 괴물의 손에 모조리 죽을 터.
‘이대로는…… 이대로는 안 돼. 뭔가 방법을 찾아야…….’
후방으로 물러난 유다 이스카리옷이 특유의 잔머리를 회전시켰다.
방법을 찾자. 항상 그래 왔잖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혼자 기절해 있던 칼리두 와탕카도 그렇고, 갑자기 백발노인이 된 아테나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 백발노인이 된 아테나가 사실상 칼리두 와탕카를 죽이라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인 룰까지 내걸었잖아?
‘분명 둘 사이에 뭔가 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겼다.
그것도 아주 깊숙한 골짜기가.
“커헉……!”
고민하는 사이 한 명이 더 칼리두 와탕카의 손에 나가떨어졌다.
일곱 번의 과업을 완수한 수행자였다. 이제 정말 패배가 코앞이다.
‘……밑져야 본전, 해보자.’
결심을 세운 유다 이스카리옷.
그가 다짜고짜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그 대상은 칼리두 와탕카가 아닌, 바로 어딘가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아테나였다.
“아테나 님! 당신의 미천한 종이 감히 고하옵니다! 마지막 번외 과업의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아테나 님께서는 칼리두 와탕카의 죽음을 원하심이 아니시옵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다는 계속 외쳤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업을 완수한 경력이 있는 수행자를 함부로 죽일 수 없단 사실 말입니다! 그것은 시계탑에서 아주 신성시되는 율법이라고 들었습니다! 해서 저희에게 기회를 주셨겠지요!”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 하여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허나! 그 율법에도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옵니다! 첫 번째 번외 과업을 떠올려보십시오! 사냥꾼으로 분하셨던 아르테미스 님께서는 본인이 직접 과업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율법을 피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첫 번째 번외 과업 당시 아르테미스는 아무런 거리낌조차 없이 수많은 수행자를 사냥했다.
그것은 그녀가 지배자로서 수행자들을 살해한 것이 아닌, 룰의 일부로서 사냥하였기 때문일 터.
언뜻 말장난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애당초 법이란 것이 허점을 파고드는 말장난에 약하지 않던가?
아테나는 스스로 율법과 질서의 지배자라고도 자칭하는 만큼, 그 빈틈을 파고들어 첫 번째 번외 과업에 아르테미스를 투입했던 거다.
“아테나 님!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괴물을 죽이고 싶으시다면 좀 더 확실하게 도와주십시오! 저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아테나가 직접 나서지 못한 까닭은 간단하다. 그녀가 번외 과업의 설계자이며 책임자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설계자가 직접 관여한다는 거, 그것은 곧 설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니까.
하지만.
[……그대의 말이 옳아.]
백발노인으로 전락한 아테나.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그녀의 눈에는 뵈는 것이 없었다.
[번외 과업이고 나발이고,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겠어. 그래야 이 모욕감이 조금은 가실 것 같구나.]
그리 읊조린 아테나가 하늘 정원에 현현했다. 이전까지의 그 작은 외형이 아닌, 완연한 ‘본신’으로.
“……그럼 나도 한마디 하죠.”
한 방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유다의 입가에 승기를 잡았다는 미소가 번질 만큼 확실한 역전.
그럼에도 이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까지보다 훨씬 더 침착했다. 어디 침착하기만 할까?
마치 이런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꾹 참았던 패를 꺼내고자 했다.
[네놈한테 들을 말 따위는…….]
“아니, 아테나 당신 말고, 누가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여흥을 지켜보고 있을 우리 지배자 여러분들한테.”
[……뭐?]
아테나 이외 모든 지배자들.
이안의 한마디는 그들을 향했다.
“저한테 보상으로 주어진 일회성 권능들 말입니다. 지금부터 모조리 퍼부을 생각이니까, 괜히 같은 지배자라고 살살하거나 그러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봐도 선은 저쪽에서 먼저 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