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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63화 (26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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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77화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은 5:5 인원 비율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것이 기준일 경우, 승자인 여러분의 전력이 망자 측보다 더 강할 것으로 판단하여 명계의 용병 몇 분을 특별히 모셔왔는데요.]

    [비록 처음의 계산과는 많이 어긋났으나, 이 또한 번외 과업의 묘미라는 것이 시계탑의 뜻입니다.]

    [그러한바 두 번째 번외 과업은 아무런 변동사항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 참고해 주십시오.]

    아하, 그래서 저 양반, 미첼 그린리버가 저기 섞여 있는 것이구나?

    그래도 용병치고는 너무 강하다.

    여기서 미첼 그린리버보다 많은 과업을 수행한 이는 없으니까.

    ‘물론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오히려…… 더 쉬워졌을지도.’

    그때는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지금보다 격이 낮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격도 높고, 마법도 쓴다.

    솔직히 질 것 같진 않다.

    ‘그때와 같은 수준이라면 말이지.’

    어쩌면 미첼 그린리버 역시 강해졌을 수도 있다. 훗날을 대비하고 있으라 말해두었으니, 적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승리와 패배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먼저 몰살을 당하는 쪽이 패배이며, 첫 번째 과업과 마찬가지로 과업 완수 기여도에 따라서 적절한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그럼 정확히 10분 후부터 두 번째 과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룰은 심플하다.

    싸워서, 이기면 된다.

    이번에도 기여도 보상이 있단다.

    문제는 밸런스가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점인데…….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아.’

    어째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간단하다. 이쪽에는 이안이 있다.

    상대편에 지배자의 격을 갖춘 존재라도 섞여있지 않은 한, 이 두 번째 번외 과업에 문제 될 건 없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번외 과업의 책임자 아테나의 변덕뿐이겠지.

    ‘더군다나 이번 상대는 전부 망자들…… 그러니까 언데드잖아?’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이미 죽은 자들이고, 두 번 다시 죽지 않을 상대다.

    기여도 1위를 위하여 마음껏 날뛰어도 심적 부담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잠시 생각을 멈춘 이안이 앞쪽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바로 그 두 번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칼리두 님……? 아직 시간이…….”

    “다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예?”

    “이번 기여도 보상은 저 혼자 먹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제 덕분에 모두 멀쩡히 살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테니까, 사과는 한 번만 드리는 걸로 하죠.”

    “그…… 그게 뭔…….”

    “보면 압니다.”

    이안의 호언장담에도 유다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기여도 보상을 혼자 독차지하겠다고?

    그 말인즉슨, 눈앞에 저 수많은 망자를 혼자 상대하시겠다?

    아니, 상대하는 것을 넘어서 단숨에 몰살시켜 버리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말도 안 되는…… 그게 가능한 건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구경만 할 줄 아나? 당연히 같이 싸우면 기여도가 분산되게 마련인데…….’

    유다는 물론이거니와 이안의 사과를 들은 수행자 모두가 비스무리한 생각을 떠올릴 때쯤.

    [6, 5, 4, 3, 2, 1……!]

    [전투가 시작됩니다!]

    마침내 전투가 시작되었고, 이안은 이미 적들 코앞에 닿아 있었다.

    저래서야 독식은커녕 집단공격을 당하기 딱 좋은 위치가 아닌가?

    “칼리두 님? 지금이라도 물러나심이 어떠십니까? 너무 위험…….”

    유다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그가 이안의 안위를 염려할 리는 없다.

    그냥 가뜩이나 불리해 보이는 전세가 더 기울까 봐서.

    괜찮은 전력이 시작부터 죽어버리는 걸 가만둘 순 없으니까.

    그래서 걱정을 하는 거다.

    “이러다 진짜 다 죽는 수가……!”

    하지만.

    “턴.”

    이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주문을 읊조렸다.

    그의 손아귀에 몰려드는 황금빛.

    또한 몇 마디 읊조림이 증거였다.

    “언데드.”

    턴 언데드.

    본디 이 땅에 존재치 않아야 할 망자를 원래대로 돌려보내는 마법.

    오래전부터 애용했던, 그리고 그 효과 역시 톡톡히 보았던 만큼 익숙한 주문이었으나, 작금의 턴 언데드는 과거와 궤를 달리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 !

    망자의 육신에 황금빛이 모여들어 서서히 분해시킨다. 거기까지는 과거 수없이 애용했던 턴 언데드 주문의 과정과 차이점이 없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망자의 몸뚱이를 분해하는 황금빛이 한 개가 아니라는 거다.

    “크, 크아아아아악……!”

    “뜨, 뜨거워! 몸이, 몸이……!”

    “나한테…… 무슨 짓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전투가 시작되기 무섭게 이안 쪽으로 달려들고자 했던 망자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어디 비명뿐일까? 황금빛이 모여든 신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소멸되어가는 자신을 보며 허망하게 울부짖었으니, 무려 천 명이 넘는 망자를 동시에 처리하는 이안의 진화된 턴 언데드 되시겠다.

    “크윽……!”

    오직 한 명.

    미첼 그린리버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가 그 자리서 증발되는 마법.

    바로 이것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 이안의 턴 언데드였다.

    기여도를 자신이 독식하겠노라 공언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했다.

    “이, 이게 지금 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다 잡은 거야? 주술 한 방에?”

    “그, 그런 게 가능해? 아니, 아무리 과업을 여덟 번 완수했고, 주술이든 요술이든 부린다고 해도…….”

    그래서였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 까닭.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놀랍지 않은가?

    ‘이걸 버텨?’

    많은 이의 경의, 혹은 경악 속에서도 이안은 자신의 턴 언데드를 버틴 미첼한테만 관심이 생겼다.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은 했건만, 설마 망자로서 자신의 턴 언데드 주문을 저항할 만큼 강해졌을 줄이야. 이건 예상 밖이다.

    ‘아무래도 천 번의 우승을 끝낸 모양인데…… 그 하데스의 기사가 된다는 것이 마냥 허울뿐인 감투는 아니었나 보군.’

    명계 투기장에서 천 번의 우승을 달성하면 하데스의 기사가 된다.

    어떤 의미인가 했는데, 정말 큰 힘을 나누어주긴 주는 모양이리라.

    “……미첼 님.”

    잠시 생각을 갈무리한 이안이 미첼 그린리버의 이름을 부르자.

    “미첼……? 설마 그 수행자……?”

    “열 번째 과업까지 올라갔던 그 수행자 맞지? 잠깐이지만 우리 전직 수행자 모임에도 들어왔던…….”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나 했는데, 설마 죽어서 명계에 있을 줄이야.”

    “그럼 설마 지금 우리더러 과업 아홉 개 통과한 괴물까지 상대하라고 했던 거야? 쪽수도 적은데?”

    “이게 우리 전부 죽으라는 소리가 아니고서야…….”

    놀랍게도 전직 수행자들이 미첼의 이름을 알아들었다. 아홉 번의 과업을 운운하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동명이인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의 대화로 짐작건대, 미첼 역시 과업을 중단하고 이들의 사업에 동참한 이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는 추방자들의 해방을 최우선으로 여겼던 인물이니만큼 그쪽 활로를 모색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만, 근데 그 괴물을 저렇게 만들었다고? 저 칼리두라는 자가?”

    “저 괴물뿐이야? 다른 망자들은 아예 사라졌다고. 전부 저 현역 수행자가 부린 요술 한 방에…….”

    “그 말은, 저 수행자가…….”

    “더…… 강하다고……?”

    이미 천 명이 넘는 망자를 동시에 증발시킨 것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자신보다 많은 과업을 완수한 수행자 출신까지 저 지경으로 만든다?

    ‘……저쪽이 진짜 괴물이다.’

    괴물, 칼리두 와탕카.

    어쩐지 이름부터 과격하다 했다.

    누가 저런 단어를 이름으로 쓰겠나? 어느 정도 토속 언어를 아는 슈페리언이라면 누구도 저런 이름을 자식에게 지어주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자식이 괴물일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 표현 그대로 괴물의 이름 아니겠는가?

    “망자의 몸으로 이만큼 버텼으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러니 그만 버티시죠. 아마 지금쯤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일 텐데요.”

    바로 그 괴물.

    이안이 읊조렸다.

    미첼을 향한 충고였다.

    “끝까지 버틸 요량이시라면, 저도 후속 조치를 취할 수밖에…….”

    이안의 충고가 경고로 변하는 그 순간, 미첼이 눈앞에 선 이안을 향해 무어라 짤막이 중얼거렸다.

    “…….”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바로 앞에 있는 이안조차 겨우 들을 정도였으니, 이내 미첼이 남긴 전언을 들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

    짧았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이안이 손가락을 튕기자 미첼의 몸에 남아 있던 황금빛이 강렬히 불타오르며 그를 소멸시켰으니까.

    물론 영원한 소멸이 아닌지라 명계 어디선가에서 다시 깨어나겠지.

    [번외 과업 ‘이승 vs 망자’ 종료.]

    [승자는 이승, 사망자 0, 번외 과업 기여도 계산을 시작합니다.]

    [본디 기여도는 10위까지 책정되는 것이 원칙이나, 이번 과업은 단 1명의 기여자만 존재하므로 나머지 9명은 발표되지 않습니다.]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에게는 10위부터 1위까지의 모든 보상이 주어집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모든 보상.

    이대로 계속 가면 번외 과업 중 삐끗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

    바로 그때였다.

    [이거 너무 쉽게 끝나버렸잖아? 난이도 조절을 잘못한 건지, 아니면 그대가 너무 심각하게 강한 건지 원…….]

    두 번째 과업의 총결산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 번외 과업의 총괄 책임자 아테나가 직접 나타났다.

    그녀는 매우 난감하다는 목소리로 이안을 향하여 읊조렸다.

    [아무튼 이대로는 안 돼. 가뜩이나 이제 몇 게임 안 남았는데, 결과가 빤히 보이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계속 이따위면 내 생애 최악의 기획이 될 거라고! 평생 남을 오명!]

    빤히 보이는 결과.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칼리두 와탕카의 우승이겠지.

    아무래도 그녀는 이 시나리오가 무척 마음이 들지 않는 눈치였다.

    [생각해 봐. 그대들로서도 그렇잖아? 그대들이 목숨 걸고 참가한 번외 과업이 평생의 오명으로 남을 순 없지 않겠어? 그렇지?]

    글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물론 아테나가 듣고 싶은 대답은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세 번째부터는 난이도 조절 좀 신중히 할게. 대신 보상도 화끈하게 뿌려주고. 어때? 콜?]

    한낱 수행자 처지에서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아테나의 제안.

    모두의 침묵은 곧 아테나가 받아들이기에 강한 긍정이 되었다.

    [콜!]

    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고개를 휘휘 저은 이안이 손에 쥔 지팡이 케리케이온을 고쳐 잡았다. 아무래도 세 번째부터는 정신 바짝 차려야겠거니 싶었거든.

    “…….”

    그리고 그 경각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런, 미친.”

    아테나가 특별히 수정한 세 번째 번외 과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래, ‘그냥 죽어라 게임’ 정도가 참으로 적절한 이름일 것 같았다.

    * * *

    “잘 다녀오셨나?”

    그로부터 잠시 후.

    명계 검투사 숙소에서 눈을 뜬 미첼 그린리버 옆에는 아주 의외의 인물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내 말은 잘 전달해 줬고?”

    의뭉스러운 표정과 미소.

    그 두 가지가 잘 어울리는 인상.

    하데스의 임무로 하여금 타르타로스를 마음껏 누빈 최초의 망자.

    “뭐라던? 내 무서운 아들이.”

    이안의 생물학적인 아버지.

    혹은 ‘본신’이었던 존재.

    생전과 달리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 또한 마찬가지로 하얗게 변해버린 눈동자를 번뜩거리는 남자.

    “욕을 하던가?”

    프란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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