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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62화 (26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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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76화

    칼리두 와탕카.

    즉 이안이 1위를 달성했다.

    첫 번째 번외 과업이 끝나는 데 가장 많은 이바지를 했다는 뜻.

    다만 이안은 과업 설계자 아테나의 노림수처럼 수행자들을 학살하지 않았다. 꾀를 내었고, 그 꾀로 기여도 1위를 무난히 달성했다.

    그 꾀라는 것이 무엇이냐?

    간단하다. 이안은 ‘기여도’란 개념에 주목했다. 1,600명이 넘는 참가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정도, 이안은 그 기여를 학살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고, 그 결과는 보이는 것처럼 성공적이었다.

    ‘모두를 도왔다. 서로 죽이려고 눈이 벌게진 놈들에게 보조 마법을 걸어줬지. 공평하게, 똑같이.’

    모두를 보조마법으로 강화시켰다.

    누가 되었든 상대를 이긴다면 보조 마법의 덕을 본 것이니, 인원수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판정되지 않을까 하는 접근이었다.

    ‘순위를 보니 잘 먹힌 것 같네.’

    이안은 슈페리어 차원으로 넘어오면서 필요할 경우 학살자가 되는 것도 마다치 않고자 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고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적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묻히지 않아도 될 피까지 몽땅 뒤집어쓸 필요는 없는 법 아니겠나?

    ‘원한 관계가 없는 자들까지 학살한다는 거, 썩 내키지 않거든.’

    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완벽했다.

    기여도 1위에 칼리두 와탕카라는 이름을 당당히 올리지 않았는가?

    [기여도 1위, 칼리두 와탕카.]

    [1위 보상이 주어집니다.]

    [손등을 확인하십시오.]

    그 안내에 이안이 손등을 살폈다.

    본디 과업을 수행했다는 징표가 새겨진 손등에 웬 처음 보는 번개 문양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기여도 1위 보상인 것 같았다.

    [기여도 1위를 달성한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에게는 올림포스 전당의 수장, 제우스 님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해당 축복은 일회성이며, 언제 어디서든 수행자가 원하는 자리에 제우스 님의 강력한 번개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 번개는 최상급 지배자조차 크게 다칠 만큼 강력한 번개이니, 부디 신중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1위 보상은 무려 제우스의 축복.

    그가 부리는 번개를 1회에 한하여 불러올 수 있다는데, 최상급 지배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제우스의 번개라면 충분히 활용가치가 넘치는 보상이었다.

    ‘꽤 쓸모 있는 보상이다. 고작 이런 곳에서 낭비하기 아까울 만큼.’

    여타 최상급 지배자한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제우스의 번개.

    그런 무기를 이런 번외 과업에서 허비한다? 계산이 맞지 않는다.

    가능하면 아끼는 편이 좋겠다.

    “저기, 그쪽이 혹 기여도 1위 하신 칼리두 와탕카 님이십니까?”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아는 목소리는 아니고, 아까 많이 들어서 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전직 수행자 카르텔의 우두머리, 기여도 3위를 기록한 ‘유다 이스카리옷’이었다.

    그는 힘을 합쳐 사냥꾼과 맞서 싸우자던 초반과는 달리 누구보다 동족의 피를 많이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기여도 3위라는 수치가 괜한 수치는 아닌 것 같았다.

    “……맞는데, 무슨 일이죠?”

    “아, 다름이 아니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워낙 쌩하니 가버리셔서…… 하하, 지금 보니 완벽한 판단이셨습니다.”

    대충 의도가 보인다.

    기여도 1위의 현역 수행자.

    심지어 모두에게 보조 마법을 돌리며 달성해 낸 기여도 1위다.

    그것은 곧 요술사나 주술사라는 뜻일 테고, 이 세계에서 요술사와 주술사는 굉장히 귀한 편이다.

    그런 존재를 아군으로 만든다면 향후 번외 과업이 한결 쉬워질 터.

    “저는 유다라고 합니다. 유다 이스카리옷,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기여도 3위에 들어갔죠. 사실 2위까지는 노려볼 수 있었는데, 저기 저 거적 뒤집어쓴 자 보이시죠? 제 생각에는 저자가 2위에 오른 작자인데…… 아주 비열한 놈입니다.”

    이안이 유다가 가리키는 곳에 우두커니 선 수행자를 바라봤다.

    덩치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컸다. 사실 고향 땅에서 만났다면 훨씬 크다고 느꼈겠으나, 이곳은 온갖 거구들이 다 모인 슈페리어 차원 아닌가? 저 정도면 자신처럼 소인족 취급을 받기 딱이다.

    “저랑 손을 잡는 척하더니 바로 뒤통수를 치더군요. 갑자기 난장판이 되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놈 손에 깜빡 죽을 뻔했습니다.”

    글쎄.

    이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남자.

    왠지 모르게 믿음이 안 간다. 보통 첫인상부터 이러기 쉽지 않은데, 정말 괴상하리만큼 못 미덥다.

    이 또한 오랜 경험에서, 특히 뒤통수 맞는 경험에서 온 본능일까?

    “아무튼 칼리두 님도 조심하십시오. 뒤통수 치는 게 아주 그냥 생활이 된 놈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정보를 저한테 주는 이유가 뭡니까? 이 번외 과업, 어차피 서로 죽고 죽이게끔 설계되어 있을 텐데.”

    “그야 뭐, 죽고 죽일 때 죽고 죽이더라도 그전까지는 협동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혹시 압니까? 우리 둘이 마지막까지 버텨서 격을 모조리 나눠 먹을지. 흐흐.”

    비릿한 미소.

    저 미소가 이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남자의 유일한 진심이겠지.

    “저는 이번에 살아남으면 다시 과업이나 완수해 볼까 합니다. 수백 명분의 격을 몰아받는 건데, 이걸 썩히기에는 많이 아깝죠. 이참에 지배자의 격까지 얻어서 진짜 왕 노릇 한번 해보렵니다. 하하.”

    이런저런 말들, 대부분 별 의미 없는 소리만 지껄이는 유다가 슬쩍슬쩍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무언가를 묻기 위함이었다.

    “……저, 그건 그렇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뭐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말해보십시오.”

    “혹시 몇 번째 과업까지 수행하셨는지…… 아, 참고로 저는 여섯 번째 과업까지 수행하고 멈췄습니다. 그때 진짜 죽을 뻔해가지고…… 더는 못 하겠더라고요. 하하.”

    이건 조금 의외였다.

    여섯 번의 과업을 완수하다니.

    보기보다 강하잖아? 하기야, 그 정도 실력자니 3위에 올랐겠지.

    ‘오리온도 조심하라고 했지. 이런 강자들이 군데군데 있을 거라고.’

    아마 이 유다라는 작자 말고도 꽤 많이들 숨어 있을 것이다.

    그저 동족 학살에 취미가 없어서 순위권으로 들어오지 못하였을 뿐.

    ‘굳이 힘을 숨길 필요는 없겠지.’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함께하려는 이가 많아진다.

    물론 그들 모두 언제든 뒤통수를 칠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는 꽤 유용하고 유익한 관계가 되리라.

    “저한테는 이게 여덟 번째 과업입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아홉 번째 과업으로 넘어갈 수 있죠.”

    “그 말씀은, 설마 일곱 번의 과업을 완수하셨다는……?”

    이안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유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행자 카르텔에 합류한 이들 중 유다 자신보다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카르텔에 합류하지 않은, 즉 유다가 알지 못하는 수행자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곱 번이라니, 심지어 요술사나 주술사 중 한쪽에 속한다. 어지간해서는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 해.’

    일곱 번의 과업을 완수한 요술사.

    혹은 주술사는 굉장히 희귀하다.

    듣도 보도 못하였으니 그 힘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예사 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저보다 더 많은 과업을 수행하셨을 줄은 몰랐군요.”

    놀란 기색을 지운다.

    웃음으로 본심을 감춘다.

    그러고는 악수부터 청한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여기 모인 수행자분들 중 대다수가 소속된 수행자 연합체의 대표, 유다 이스카리옷입니다.”

    수행자 연합체의 대표, 여섯 번의 과업을 수행한 유다 이스카리옷.

    여전히 악수를 건네며 적의가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유다의 모습에 이안이 악수를 받아줬다.

    “칼리두 와탕카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자 눈치만 보던 여타 수행자들이 너도나도 이안과 유다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손을 맞잡은 일곱 번의 과업 수행자와 여섯 번의 과업 수행자에게 붙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생존할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는 것을.

    “오르비스 칼튼이라고 합니다. 기여도 9위에 올랐는데,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두 분에 비하면 워낙 아래에 있어서…… 하하.”

    “카날레우스입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만이라도 잘해봅시다. 어쩌면 다 함께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몬이라고 해요. 이번에는 워낙 갑작스러워서 실력 발휘를 못 했습니다만…… 다음부터는 다를 겁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수행한 과업이 세 번이거든요. 그러니…….”

    스스로를 어필하기 바쁘다.

    그 중심에는 이안이 있었다.

    유다 역시 그런 이안 옆에 착 달라붙어 함께 구심점 행세를 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다.

    적어도 유다는 그렇게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의 공식적인 명칭은 ‘명계 VS 이승’입니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명계로 떨어뜨린, 혹은 사냥꾼의 손에 명계로 떨어진 수행자들이 이제는 명계의 하수인이 되어 여러분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인원수 절반 감소라는 통과 조건이 걸렸으나, 생존자 여러분의 과욕으로 많이 불리해진 상황입니다. 모쪼록 잘 감수하시기를.]

    불과 조금 전에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죽인 동족들과 다시 한번 싸운단다. 심지어 이번에는 산 자 대 죽은 자의 구도로 말이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과업인지 몰라도 굉장히 악의적인…… 아, 이거 다 아테나 머리에서 나왔지?’

    새삼 궁금해졌다.

    최상급 지배자란 족속들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었을까? 기회가 되면 아무나 한 놈 붙잡고 메모리 이터를 써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프로메테우스의 기억을 읽긴 했지만, 그는 여타 최상급 지배자들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 아닌가?

    언제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진짜배기 최상급 지배자의 머릿속을, 과연 그 머리에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광기가 들어 있을까?

    ‘……그나저나, 이건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인원수 조절부터 했을 텐데.’

    분명 저들은 원한을 품었을 것이고, 머릿수조차 많으며, 어쩌면 명계의 왕 하데스가 그 짧은 사이 장난질을 쳐놨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위험하다는 거다.

    [그럼 두 번째 번외 과업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두 번째 번외 과업의 장소는 명계, 어쩌면 여러분의 종착지가 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안의 추측은 거기까지였다.

    다소 재수 없는 안내와 함께 이안을 포함한 생존자들이 하데스의 영토, ‘명계’로 전송되었으니까.

    그 위치는 하데스의 궁전이나 명계 투기장이 아닌, 명계에서도 발길이 뜸한 불모지 한가운데였다.

    “칼리두 님, 저기를 보심이…….”

    아까부터 이안 옆에 착 달라붙은 요다가 앞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생존자들의 상대가 될 망자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똑같은 처지였던 수행자 출신 망자들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정확히는 수행자 출신 망자들 중에서도 마치 우두머리처럼 몇 발자국 앞서 나온 망자가 문제였다.

    ‘저거, 설마……?’

    이안이 알기로, 저 존재는 본디 여기 있어선 아니 될 망자다.

    뭐라고 할까? 조금 미묘하다.

    수행자 출신도 맞고, 망자도 맞는데, 이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망자는 번외 과업으로 죽은 게 아니거든.

    ‘……미첼 그린리버, 저 양반은 또 왜 저기 붙어먹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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