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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52화 (25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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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66화

심장에는 마나 하트가.

머리에는 마나 브레인이 생겼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마법적 재능을 후천적으로?

“저런 식입니다. 물론 저분은 엄청 희귀한 케이스긴 하네요. 없었던 마나 하트와 브레인이 자라났잖아요? 저건 진짜 보기 드문 경우인데…….”

이제 어느 정도 올리버 앞에서 말하는 것이 적응된 하급 관료가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부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방금 저 마지막 각성 등급 판정자 덕분이라면 덕분이리라.

‘설마, 나에게도……?’

본디 이 대륙에서 기사란 그런 존재였다.

마법의 발현을 담당하는 마나 브레인 없이, 마나 하트만을 타고나 육체 내에서만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존재들.

‘물론 내 검은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마나 브레인을 얻게 된다는 것은 실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일이야.’

단순히 마법사가 되는 게 아니다.

그간 마법사를 연구하고 또 연구하며 구상했던 이런저런 검법들 검과 마법을 혼용하는 기발한 초식들, 지금까지는 그저 망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가능케 된다.

‘물론 여전히 모든 게 의심스럽기는 하나, 이안 공께서 미리 언질을 주신 일이라면 믿어도 되겠지.’

심연 속에서.

수천 마리 거인을 도륙했을 때.

내기에서 패배한 붉은 눈의 말이 떠올랐다. 너희 세계에는 유독 미치광이가 많은 것 같다고.

‘그 미치광이의 한쪽이 나고, 다른 한쪽이 이안 공이라면, 이 모든 사태를 그나마 납득할 수 있다.’

올리버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을 쯤, 이윽고 그의 차례가 돌아왔다.

검사 업무를 맡은 관료와 마법사들이 올리버 레이우드의 등장에 긴장하였으니, 이거 아무래도 또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것 같았다.

“……공들은 모두 폐하의 황명을 받고 일하는 관료들이오. 허니 나를 어려워할 필요가 없소. 그대들이 내 주군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이상, 나는 공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처지이니 말이오.”

황명.

그것은 황실의 힘이 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현 그린리버 제국에서 가히 엄청난 권력이고 가호였다.

황명이라는 단어 언급 한마디에 관료들의 표정이 편안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리라.

“그, 그럼 각성자 올리버 레이우드 경에 대한 각성 검사를 시행하겠습니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되며, 피치 못할 경우에 따라 경을 구속하거나…… 임의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해 드립니다.”

구속과 제압이라.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만.

글쎄, 올리버를 상대로 가능할까?

아마도 여기 모여 있는 전원이 똑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으리라.

“그 피치 못할 사정이란 게 내가 이상한 능력을 각성해서 공들을 적대한다든지, 이성을 잃고 날뛴다든지, 그런 경우를 뜻하는 거라면, 아마 상아탑주께서 나서지 않는 이상 생포하기가 어려울 것이오.”

상아탑주, 대륙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 이안 페이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생포는 불가능할 것이다.

가히 자부심의 끝을 달리는 발언.

그게 결코 허풍이 아님을 여기 모인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때는 전력을 다하여 척살하시오. 그것이 많은 목숨을 살리는 길이니, 다들 명심하시오.”

생포보다 전력을 다해 죽여라.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

문제는 이리 말해도 다들 눈에서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죽일 수 있는지부터가 첫 번째 문제였고, 정말 죽여도 되는지가 두 번째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감히 누가 이 제국의 영웅 올리버 레이우드를 죽인단 말인가?

“흐음.”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

결국 올리버가 자신의 안내를 담당하는 신입 관료에게 말했다.

“관료 양반, 아무래도 관료 양반께서 황실을 좀 다녀오셔야겠소.”

“……예? 황실을 말씀이십니까?”

“가서 내 문제로 왔다 하고 흑요석 사슬을 내어달라 부탁하시오.”

“흐, 흑요석 사슬이요……?”

“어차피 검사가 제법 길다고 하니 다녀올 시간은 충분할 것이오. 가져와서 내 손과 발을 묶으면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될 거요. 내 힘으로도 풀 수 없는 사슬이니 말이오.”

그로부터 얼마 후.

정말 흑요석 쇠사슬을 도착하였으니, 올리버 레이우드의 손과 발을 포박한 다음에야 비로소 마음 편히 검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각성자 올리버 레이우드 경에 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흑요석 사슬 덕분에 검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완료되었고, 이제 검사 결과 발표만을 눈앞에 둔 상황.

제아무리 과묵하기로 소문난 올리버 레이우드라고 할지언정 이 순간만큼은 제법 긴장이 되었다.

어떤 능력을 각성했을까?

솔직히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그 어둠 속에서 마지막까지 버텼잖아? 혼자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다는 부분도 명백한 증거일 터.

“올리버 경께서는……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지 않으셨습니다.”

……뭐라고?

능력을 각성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대다수의 각성자들처럼 신체적인 능력이 대폭 향상된 부분을 제외한다면, 그밖에 뚜렷한 능력은 발현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만…….”

올리버 레이우드의 각성 판정을 내리는 상급관료가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눈 딱 감고 해치우자.

“올리버 경의 각성 등급을 1성급…… 으로 최종 판결하겠습니다.”

1성급 각성자.

각성자 중에서도 최하위.

대다수 각성자가 1성급에 해당하며, 발현된 힘이라고는 그저 신체적인 능력의 상승이 전부인 위치.

올리버가 순간 말문을 잃었다.

물론 길게 침묵하지는 않았다.

“검사하느라 고생들 많으셨소. 이제 나는 무얼 하면 되는 것이오?”

“……아,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제 각성자로서 의무교육을 이수하셔야 하는데…… 올리버 경이시라면 딱히 교육까지 받진 않으셔도…….”

“아니오. 받아야지. 의무는 짊어지라고 있는 것이니. 앞장서시오.”

순순히 안내자로 지정된 하급관료의 뒤를 따르는 올리버였다.

아쉬움이 남긴 하나, 어쩌겠는가?

항상 입버릇처럼 ‘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해오지 않았던가?

그 실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한계를 뛰어넘을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반대로 생각하면 이마저도 행운이다. 피, 땀, 노력 없이 얻어낸 신체적 능력의 상승 아니겠는가?

‘……어?’

바로 그때였다.

하급 관료의 뒤를 따라 걷는 올리버의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게…… 뭐지?’

그것은 마나 수정구를 통한 서신과 비슷했다. 푸른색 마나가 허공에 푸른 문자를 수놓는 것 말이다.

다만 올리버 앞에는 마나 수정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일까? 허공에 나타나기 시작한 제국어의 색깔 역시 푸르지 않고 온통 새까맸으니…….

[죽은 자들의 왕이 당신의 행보를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봅니다.]

* * *

[쿨럭……!]

한편.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인류가 각성 현상을 겪고 있는 이때.

제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는, 또 다른 존재가 무작위로 발생 중인 각성 현상을 겪고 있었다.

[수장이시여! 어찌 그러십니까]

[일족의 수장이시여! 입에서 피가…… 피가 흐르고 계십니다!]

[일족의 수장이시여……!]

[수장이시여……!]

그 존재의 정체는 바로 붉은 용 일족의 수장, 리시스 라덴쥬였다.

당연한 게, 각성 현상의 대상은 ‘인간’이 아닌 ‘지성체’ 아니던가?

어지간한 인간보다 더 고차원의 지성을 가진 드래곤 일족이야말로 각성 대상에서 빠질 수 없으리라.

[도대체…… 무슨 일이…….]

눈앞이 캄캄해진다.

격렬한 고통이 몰려온다.

용들의 수장, 리시스 라덴쥬.

그 고룡 역시 올리버, 그리고 수많은 각성자들과 마찬가지로 심연 에 빠졌고, 붉은 눈과 마주했다.

물론 그는 누구와 마찬가지로 순순히 힘을 받거나, 내기에서 패배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 같았다.

* * *

슈페리어로 돌아온 이안은 아폴론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네 번째 중간계의 처분은 잠정적으로 유보되었고, 그 대신 이안이 꾸준히 중간계로 내려가 그들의 문명 발전을 억제하기로 약속했다.

[……하여, 나 태양의 지배자 아폴론은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수행자 칼리두 와탕카의 여섯 번째 과업 완수를 인정하는바, 더불어 수행자의 일곱 번째 과업 수행을 허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과업의 완수.

일곱 번째 과업의 권한.

두 가지를 인정받은 이안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곧장 일곱 번째 과업의 계시자 앞으로 접근했다.

이미 신전으로 오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내놓았으니, 시간을 더 지체할 필요가 없으리라.

텅그렁!

언제나 마찬가지다.

석상 앞에 설치된 공양 그릇.

그 안에 공양물을 올려놓는다.

물론 이번에도 황금 사과였다.

하데스한테 슬쩍 물어본 결과, 일곱 번째 계시자는 그 누구보다도 황금 사과를 선호하는 지배자란다.

그러니 한 덩이 쾌척해야겠지.

[황금 사과……?]

이윽고 석상에서 안광이 뿜어지며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시작부터 황금 사과가 공양물로 바쳐졌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뻐하는 눈치였는데, 역시 내부에 정보통이 있으니 편하긴 편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괜찮은 공양물을 바치는 수행자로구나. 그래,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이미 시계탑에서 칼리두 와탕카의 이름값은 높다. 그럼에도 이름을 물어본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정말 모르는 눈치다.

“칼리두 와탕카라고 합니다.”

[칼리두 와탕카, 칼리두 와탕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번이 일곱 번째 과업이니, 아마 지배자분들 사이에서 제 미천한 이름이 오르내린 것 아닐까요?”

[듣고 보니 기억이 나는 것 같구나. 헤라클레스 이후로 처음 나타난…… 쓸모 있는 수행자라지?]

“과찬이십니다.”

[아무렴, 과찬이겠지.]

공양그릇에 올려놓았던 황금 사과가 한 줄기 빛이 되어 시계탑으로 향한 뒤, 이내 그 사과를 한입 베어 문 헤라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나는 이그드라실에 속한 아홉 세계 모든 가정의 지배자, 헤라.]

일곱 번째 과업의 계시자, 헤라.

그녀는 아홉 세계 모든 가정의 평화를 수호하는 지배자로서, 배우자인 제우스와 함께 ‘신들의 여왕’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존재였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헤라님.”

[내 직책이 직책인지라 묻는 것인데, 수행자는 혹 혼인 경험이…….]

“있습니다.”

[……몇 번?]

“한 번이고, 쭉 그럴 겁니다.”

[슬하 자녀는?]

“딸아이 한 명 있습니다.”

[설마 사생아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존재할 리도 없고요.”

[과찬이란 말은 취소하마.]

“예……?”

[합격이다. 칼리두 와탕카.]

……어째서인지, 이 헤라란 이름의 최상급 지배자와는 유독 죽이 잘 맞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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