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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37화 (23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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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51화

이걸로 끝이다.

수행자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목 위가 박살 나고도 살아남는 생물을 본 적 있는가? 적어도 미첼 그린리버는 그런 경험이 없다.

고향 땅에서도 그랬고, 슈페리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곳 명계는 애당초 망자들이니 예외다.

“…….”

뿌옇게 흩어지는 폭발의 연기.

그 한가운데서 미첼 그린리버가 쭉 펼쳤던 손가락을 거두었다.

끝이다. 놈은 이제 망자가 된 채 하데스의 궁전에서 눈을 뜨겠지.

(죽은 자들의 자존심, 명계의 챔피언! 미첼 그린리버가 손쉬운 승리를 거머쥡니다. 그야말로 압도하는 전투력! 과연 대단합니다!)

자그레우스의 외침이 말해주듯.

대다수 망자들은 모두 ‘챔피언’ 미첼 그린리버의 승리를 확신했다.

“……음?”

그러나 그 확신도 잠깐일 뿐.

가장 먼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전투의 장본인 미첼 그린리버였다.

“살아 있을 리가…….”

“없죠. 저도 공감합니다.”

“……!”

놀라운 일이다.

분명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빗나가거나 피하진 못하였을 거다. 분명 손에 감각이 전해졌거든.

심지어 놈은 하데스의 제약에 걸려 본연의 능력조차 금지당한 몸.

한데 어째서 목소리가 들릴까?

“……어떻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쪽 말에 공감한다고. 살아 있을 리가 없는데 살아있네요. 누구 덕에.”

“무슨 헛소리를…….”

“그러려니 하세요. 저도 중간계인이 아홉 번의 과업을 완수했다는 말, 그러려니 하기로 했으니까.”

마침내 연기가 걷히고 이안의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멀쩡했다.

어깨 위로 모든 것이 날아가기는커녕 생채기 한 줄 없었으니까.

다만 시꺼먼 무언가로 얼굴이 감싸져 있었는데, 그 검은 기운은 곧 이안의 안면을 벗어나 마도서 네크로노미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만, 계약자의 그 재구축이란 마법, 본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이니라.)

크로노스를 되감는 재구축 마법.

그것은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주문이었으니, 그 사실을 깔끔히 인정한 크로미가 계속해서 읊조렸다.

(그렇다고 계약자가 죽어버리는 꼴을 두고 볼 수도 없으니 원…….)

‘오, 그건 조금 의외네요. 그세 저한테 호감이라도 생기셨나 봅니다.’

(하? 호감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호감? 벌써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아직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는데……!)

뭐, 대충 그런 까닭이었다.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은 이안과 다르게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으니, 자신의 힘으로 이안을 지켜줄 수 있었던 거다.

물론 아홉 차례의 과업을 완수한 미첼의 일격까지 막아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크로미 쪽도 생각보다 격이 높은 존재인가 보다.

‘그럼 이왕 도와주신 김에 계속 도와주시죠. 제가 이 검으로 저 남자를 쓰러뜨릴 수 있게 말입니다.’

(흐응, 글쎄. 저놈 말마따나 계약자의 검술이 너무 형편없어서 말이야. 본녀도 장담하기 어렵구나.)

‘전지전능한 마도서 아니십니까? 방법 한번 찾아주시죠. 이번 위기만 넘겨주시면 제가 원하는 거 한 가지,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본녀가 원하는 것을?)

‘물론 가능한 선에서요.’

(치사한 계약자 같으니라고. 그대 편한 조건을 주렁주렁 다는구나.)

그리 말하는 크로미의 목소리에 일말 기대가 서렸다. 아무래도 이안한테 바라는 것이 있는 눈치다.

(뭐, 좋다. 그 약속 받도록 하지. 저놈만 쓰러뜨리면 되는 것이냐?)

‘지금 당장은 그렇습니다.’

(쉬운 일이니라. 그대의 보잘것없는 육신이 버텨준다면 말이다.)

마도서 크로미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회수해갔던 검은색 기운을 다시금 내뿜어 이안의 온몸으로 퍼져 나갔으니, 그 기운은 곧 이안에게 시꺼먼 갑옷과 투구, 망토, 그리고 방패를 만들어줬다.

(여태껏 본녀와 함께했던 계약자들은 마도의 길을 걷는 족속들이 대부분이었지. 너처럼 말이야.)

괜히 마도서가 아니다.

마도서를 찾는 이는 대부분 마도사다. 지금껏 여러 우주를 모험하며 만난 계약자 대부분이 그랬다.

(다만 그중에는 아주 드물게 날붙이를 휘두르는 이도 있었느니라. 그래서 그런지 유독 기억에 남는 녀석이었지. 그 녀석 별명이 빛의 기사였는데, 나를 만나고 별명이 바뀌었어. 칠흑의 기사였나?)

칠흑의 기사.

지금 이안의 모습이 딱 그랬다.

온통 새까맣게 물들지 않았는가?

(그 녀석과 지내며 검술 쪽으로도 나름 조예가 생겼거든. 원한다면 그 정수를 빌려줄 수도 있어.)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니라. 어때, 고맙지?)

‘……네, 고맙습니다. 크로미 님.’

(호호.)

빌려달라는 부탁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색 안광으로 번뜩거리던 이안의 두 눈동자가 시꺼멓게 변했다. 마도서 네크로노미콘과 의식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증거였다.

“…….”

찰나의 고요.

그것을 깨는 쪽은 이안이었다.

(지금부터는.)

그런데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정확히는 두 개의 음성이 겹쳤다.

한쪽은 이안이요, 한쪽은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의 목소리였으니까.

(이래저래 다를 겁니다.)

“다르다?”

(일종의 각성을 해버려서요.)

“……헛소리는 아닌 것 같군.”

외형, 목소리, 풍기는 기세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각성’이란 표현이 절대 허언은 아니라는 뜻.

미첼 역시 자세를 다잡았다.

2차전 시작이다.

* * *

하늘을 날고 싶었다.

처음에는 단지 그뿐이었다.

그것이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쌓고, 탑주 자리에서 내려와 방랑자가 된 미첼 그린리버의 꿈이었다.

플라이 주문을 좀 더 자유롭게.

무한히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장인을 찾아다녔고, 특별한 로브를 의뢰하였으며, 두 벌 만들어 한 벌은 그린리버 황실에 기증했다.

훗날 황족 출신 마법사가 태어난다면 그에게 이 로브를 물려주라는 전언도 함께였다.

그러나 욕심은, 특히 인간의 욕망은 끝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던가?

아티펙트 로브의 힘으로 자유로이 날기 시작한 미첼 그린리버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하늘 너머, 구름 너머, 저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지, 전혀 다른 세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이런저런 시도에 나선 어느 날, 정말이지 우연치 않게 찾아내고 말았다.

슈페리어 차원으로 통하는 붉은색의 차원문, 일명 ‘쥐구멍’을.

전혀 새로운 세상을 찾았다.

역사에 남을 만한 발견 아닌가?

설레는 마음으로 차원 문을 넘었고, 그곳을 탐험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추방자들과 교류했고, 그들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 공감했으며, 연인까지 생겼다.

그곳에서만 무려 백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보냈으니, 미첼은 더 이상 고향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

슈페리언으로서, 추방자들의 조력자로서, 어떻게 그들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고, 12과업을 완수하여 시계탑의 지배자가 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작부터 운이 좋았다.

시계탑의 지배자들조차 속일 수 있는 변장 주술사와 만난 것도 운이 좋았고, 첫 번째 과업의 계시자로 명계의 왕 하데스를 만난 것도 운이 좋았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여겼다. 어째서냐고? 간단하다.

하데스는 미첼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으며, 그 덕에 미첼은 역대 수행자 중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강자가 되었다.

중간계에서 온 그가 9번의 과업을 완수해 낸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행운도 잠시일 뿐.

아니, 애당초 행운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그저 명계의 왕, 하데스가 펼쳐놓은 덫에 불과했으니까.

아홉 번째 과업을 수행하던 도중 지극히 의도적인 죽임을 당했다.

망자가 되어 명계로 떨어진 그는 모든 죽은 자들이 그러하듯 하데스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미첼은 이 모든 것이 하데스가 꾸민 계략임을 알아챘다.

그도 그럴 게, 하데스는 망자가 되어 중간계인임이 드러난 미첼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미첼이 중간계에서 왔음을.

망자가 된 미첼 그린리버에게 명계의 왕 하데스는 그리 속삭였다.

우선 명계의 검투사가 되어라.

하여 첫 번의 우승을 거머쥔 뒤 정식으로 기사 작위를 받아라.

그리고 훗날 첫 번째 중간계를 침공하는 선봉장이 되어 달라.

그리한다면 훗날 명계의 군대가 모든 세계를 정복했을 때, 특별히 그대의 고향인 첫 번째 중간계 문드아일의 통치권을 내려주겠다.

멸망이 아닌 통치와 정복이 목적이니만큼 그대보다 더 제격인 자가 없다는 말도 함께였다.

물론 그 속삭임은 권유가 아닌 명령이었다. 애당초 망자에게 하데스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권한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별거 없는 삶이다.

아니, 삶은 이미 끝났다. 망자가 된 순간부터 삶이 아닌 죽음이니.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명계의 왕 하데스의 명령을 따르는 것뿐.

오늘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나타난 저 가련한 존재.

과거의 본인처럼 덫에 빠진 줄도 모른 채 과업을 수행 중인 저 슈페리언을 망자로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곧 왕의 뜻 아닌가?

“……어?”

그런데 왜, 어째서?

고작 네 번의 과업밖에 완수하지 못한 애송이한테, 하물며 어설픈 검술이 전부인 저 수행자의 칼날에 내 목이 떨어지고 있는 걸까?

* * *

챔피언이 쓰러졌다.

승자는 칼리두 와탕카.

슈페리어에서 온 검투사였다.

그 놀라운 반전에 원형 경기장의 관중들은 물론이거니와, 전투를 지켜보던 자그레우스와 하데스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자그레우스.]

[하문하시옵소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럴 리가.

실력 차이가 상당하다.

심지어 칼리두 와탕카는 본연의 요술과 주술을 금지당한 상태, 미첼 그린리버가 질 수 없는 경기다.

단지 변수가 발생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소유 중인 무언가의 힘을 빌린 것 같습니다. 예컨대 마도서라든지, 아티펙트 같은…….]

[마도서……? 아, 그래, 들은 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보물창고에서 어떤 마도서와 계약했다지. 내 그걸 잊고 있었군.]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심지어 한때 올림포스 전당 최상급 지배자였던 프로메테우스의 보물창고에 꼭꼭 숨겨진 마도서란다.

그 힘이 어디 보통 힘이겠는가?

[그런 존재의 마도서라면…… 납득이 되는군요. 문제는 더 이상 내보낼 검투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미첼보다 강한 검투사들은 모두 하데스 님의 기사가 되어 임무를 수행 중이니…….]

미첼 그린리버는 무려 920번의 우승을 거머쥔 명계의 챔피언이다.

그보다 먼저 천 번의 우승을 거머쥔 망자들은 이미 하데스의 기사가 되어 검투사를 은퇴, 각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 중일 터.

따라서 작금의 콜로세움에는 미첼보다 강한 검투사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누굴 내보내든 마도서의 힘을 빌린 수행자를 이길 수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리라.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실망스럽군. 그따위 말이나 듣자고 그대를 곁에 둔 것이 아닌데.]

[소, 송구합니다. 하데스 님.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방법을…….]

[됐다. 슬슬 지겹구나. 검투사 놀음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하, 하오면……?]

[수행자를 재판장에 세워라.]

[……예? 재판장 말씀이십니까?]

재판장이라니.

그곳은 죽음으로조차 씻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죄악을 저지른 망자만이 설 수 있는 장소다.

한데 어찌 망자가 되지도 못한 수행자를 그곳으로 부르는 걸까?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기회를 줬건만, 스스로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내 직접 나설 밖에.]

[하오면 죄명은 어떻게 할까요? 아시다시피 명계의 재판장에 세우려면 뚜렷한 죄명이 있어야…….]

[미첼 그린리버와 같다.]

[예……? 그, 그 말씀은…….]

[사칭, 속임수, 기만.]

[……!]

[준비하라. 기다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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