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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29화 (22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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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43화

[수행자여, 고생 많았어요. 오리온, 악타이온, 그대들도요.]

활을 버리고 단검 한 쌍을 꺼낸 아르테미스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이안이 모든 걸 퍼부었을지언정 아르테미스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히드라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을 터.

괜히 최상급 지배자가 아니다.

궁술만 보고 오해할 뻔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죠. 마지막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사냥이었으니.]

그럼에도 아르테미스는 몹시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활로 시작한 사냥을 단검으로 끝냈기 때문이리라.

“저기, 아르테미스 님.”

그런 그녀에게 이안이 말했다.

그는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거든.

[말씀하세요 수행자여.]

“저는 여기 조금 더 남겠습니다.”

[왜죠? 무슨 볼일이 남아서?]

“아직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많아서요. 마정석부터 해서 이래저래.”

[아하!]

아르테미스가 손뼉을 탁 쳤다.

괴수의 부속물을 자유롭게 챙겨가라고 허락한 게 그녀가 아니던가?

[좋아요. 대신 여기에 혼자 남아있는 건 위험하니까…… 오리온?]

[예, 아르테미스 님.]

[우리 수행자께서 부속물을 다 챙기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복귀해주세요. 그래 주실 수 있죠?]

[맡겨주십시오.]

[좋아요. 그럼 우린 먼저 가볼 테니, 수행자께서는 편하실 때 언제든 신전으로 오도록 해요.]

아르테미스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차원 문을 열어 악타이온과 함께 시계탑으로 돌아갔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이안과 오리온 둘뿐이었다.

[휴우……!]

상사가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일까?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는 오리온이었다.

[저는 잠깐 쉬고 있을테니까 하던 일 계속하세요. 뭐 필요하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네요.”

[에이, 아닙니다. 여기서 쉬나 돌아가서 쉬나 그게 그거죠 뭐.]

그리 말하며 바닥에 풀썩 드러눞는 최하급 지배자 오리온이었다.

괴수들의 피와 살점으로 더럽혀진 땅에서 용케도 깨끗한 자리를 찾았나 보다.

‘그럼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부속물을 챙겨볼까?

‘마정석, 흑요석 깃털, 히드라의 맹독, 그리고 가죽 정도 챙기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군.’

마정석이야 천연 마나 저장기.

그것도 엄청난 효율을 가진 물건이니만큼 모조리 챙겨야 한다.

흑요석 깃털도 마찬가지다. 아직 이안에게는 개인 소유 흑요석 광산이 없는 만큼 귀한 자원이다.

히드라의 맹독은 연금술사들에게 환영받을 재료이며, 가죽은 이안이 지켜본바 아르테미스의 일격에도 일말 단단함을 자랑할 정도였으니, 챙겨놓아서 나쁠 건 없으리라.

“오리온 님.”

[음?]

“쉬시는데 죄송합니다만, 혹시 이 히드라 가죽, 벗겨도 될까요?”

[맹독만 조심하면 못 할 것도 없긴 한데, 되겠어요? 저렇게 큰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가죽 벗기는 법은 아시고?]

“물론입니다.”

[그럼 좋을 대로 하세요.]

허락도 받았겠다.

이안이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부속물을 알뜰살뜰 챙기기 시작했다.

몇 가지 마법의 힘으로 마정석과 깃털을 싹 쓸었고, 가죽을 벗겨냈으며, 히드라의 맹독까지 챙겼다.

“……음?”

그러던 찰나.

이안의 눈에 또 다른 부속물이 들어왔으니, 그것은 바로 레르니안 히드라한테 잡아먹혔던 괴조들의 왕, 흐레스벨그의 사체 일부였다.

‘지금 보니 이거, 깃털 한 올 한 올이 다 마나를 머금고 있잖아?’

흐레스벨그의 온몸을 뒤덮은 은빛 깃털에서부터 마나가, 그것도 엄청난 양의 마나가 감지되었다.

몸통이 아닌 깃털에서 말이다.

이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깃털 자체에 뭔가 특별한 힘이 담겨있다는 뜻이니까.’

흥미가 생긴다.

한번 살펴봐야겠다.

그리 마음먹은 이안이 조심스레 흐레스벨그의 사체 일부에서 은빛 깃털 한 올을 뽑아 살폈다.

[아, 그러고 보니 흐레스벨그가 있었죠? 히드라 때문에 그걸 잊어버렸네? 수행자여. 지금 손에 쥔 그 깃털, 귀한 거니까 챙겨둬요.]

그러자 유유자적 휴식을 취하던 오리온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바람의 힘이 담겨 있거든요.]

“바람의 힘이라고 하시면?”

바람의 힘이 담긴 깃털.

그게 대체 무슨 뜻일까?

[아까 히드라랑 싸울 때 보니까 하늘을 막 날아다니시던데, 그것도 주술 맞죠? 아니면 요술인가?]

“아, 네. 비슷한 겁니다.”

[그럼 한번 날아보세요.]

“…… 지금 말씀이십니까?”

[손에 쥔 깃털 놓지 마시고요.]

날아보란다.

깃털을 손에 꼭 쥐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해보자.

“그럼…….”

팟!

이안이 별다른 고찰 없이 플라이 주문을 펼치는 그 순간이었다.

“……!”

손에 쥔 흐레스벨그의 깃털로부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이안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그 힘은 이안의 비행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줬는데, 그렇다고 이걸 마법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자연 친화적’이었다.

‘이게 바람의 힘?’

그래, 바람의 힘.

어째서인지 잘 어울린다.

이게 바람의 힘이구나 싶을 만큼.

[잘 보면 깃털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겁니다. 흐레스벨그야 계속 자라서 유지가 되지만, 우리는 몸에 깃털이 자라지 않으니까요.]

과연 그 말이 옳았다.

손에 쥔 은빛 깃털이 조금씩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운이 참 좋으십니다. 날지 못하는 이도 날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라서 엄청 귀하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요. 원래는 흐레스벨그가 날아다니면서 흘린 깃털만 주워도 굉장한 행운인데, 설마 그걸 통째로 얻을 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 부럽네요.]

이안에게 모든 부속물의 소유권을 넘겨준 자가 누구인가? 바로 최상급 지배자 아르테미스다.

그러니 이안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감히 부속물에 손을 댈 수 없다.

그저 오리온처럼 부러워만 할 뿐.

‘그렇단 말이지.’

뜻밖의 행운이다.

특히 이안에게는 엄청난 이점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낮은 격에 막혀 속도가 제한되었던 플라이 주문이 비약적으로 빨라졌거든.

‘이동 속도가 대폭 빨라졌다. 이 속도면 늑대의 땅에 존재하는 중간계, 인즉 내 고향과 연결된 통로까지도 단숨에 날아갈 수 있어.’

그것이 무얼 뜻하겠는가?

고향에 이쪽 세상의 물자와 정보를 넘겨줄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

흑요석이나 마정석, 기타 등등 온갖 것들을 제공할 수 있을 터.

‘아직 내가 직접 내려갈 순 없지만, 물건만 보내는 건 가능하겠지.’

중간계를 다녀오면 이래저래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양쪽 세계 간의 쥐구멍을 통해서 물건만 내린다면야 아무런 문제도 없으리라.

‘이제야 내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기분이다. 그간 과업 수행 말고는 너무 진척이 없었으니까.’

이안의 근본적인 계획이 뭔가?

슈페리어 차원을 몰락시킴으로써 고향을 지키는 것 아니었던가?

그 목표로 봤을 때, 이안이 과업을 수행하고 더욱 강해지는 것은 물론 중요한, 그만큼 중요한 숙제가바로 고향 땅의 전력 강화다.

‘물론 내가 강해져야 승산이 나오는 싸움이지만, 나만 강해져서는 답이 없는 전쟁이기도 하다. 이제야 길이 조금 보이는 것 같네.’

이제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슈페리어 차원의 자원과 기술.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그로 하여금 고향 땅의 군대가 새롭게 태어나리라. 무려 ‘슈페리어 침략군’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오리온 님.”

생각을 끝낸 이안이 부러운 듯 바라보는 오리온에게 말했다.

[……아, 네 말씀하세요.]

“혹시 필요하십니까?”

[예? 그게 무슨…….]

“이 흐레스벨그의 깃털, 오리온 님께서도 필요하신 물건이라면 조금 나눠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어…… 지, 진짜요?]

“물론이죠. 아무리 아르테미스 님께서 저에게 소유권을 주셨다고는 해도, 엄연히 함께 사냥한 결과물 아닙니까? 필요한 만큼 나눠야죠.”

이안이 지금껏 살펴본 결과.

그리고 여러 기억, 특히 프로메테우스와 분석관의 기억에 따르면.

아까 그 악타이온은 몰라도 눈앞에 저 최하급 지배자, 오리온만큼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제우스의 형제이자 최상급 지배자인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괜찮은 관계를 맺어놓아서 나쁠 건 없어.’

언젠가 도움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기회 생겼을 때 눈도장이나 한번 찍어놓자.

[그럼 조금만…… 몇 가닥만 챙겨도 될까요? 많이는 필요 없고, 진짜 몇 가닥이면 충분한데…….]

“얼마든지요. 다 가져가시는 것만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아휴, 그럴 리가요. 아르테미스 님께서 수행자께 주는 선물인데.]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

그러나 표정은 솔직했다.

입이 귀에 걸려 있잖아?

[그럼 더도 말고 딱 열 가닥만 챙기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쓸 데가 조금 있긴 해서…….]

“이쪽으로 오십쇼. 챙겨 드리죠.”

그로부터 얼마 후.

필요했던 부산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리온과의 친분마저 챙긴 이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그럼 복귀할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안의 대답에 오리온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차원 문을 열었다.

이쪽 세계의 수도, 슈페리어의 심장으로 연결된 차원 문이었다.

* * *

오리온 덕에 심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안은 쉴 틈이 없었다.

따로 갈 곳이 있었으니까.

그곳은 바로 늑대의 땅.

이안의 고향 땅과 쥐구멍으로 연결되어 있는 바로 그 땅이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속도감인지 모르겠군. 고향에서는 이마저도 답답해서 텔레포트로만 다녔는데, 내가 너무 팍팍하게 살았나?’

깃털에 담긴 흐레스벨그의 가호를 받은 이안의 비행 속도는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기존의 격, 그리고 비행 속도로는 족히 몇 개월이 필요한 거리를 하루만에 주파하였으니, 새삼 왜 그토록 귀한 깃털인지 알 것 같았다.

탁!

그렇게 늑대의 땅 최남단.

태어나서 처음으로 슈페리어 차원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위치.

마침내 그 땅을 다시 밟은 이안이 서둘러 고향으로 연결된 비밀 통로, 이른바 ‘쥐구멍’부터 찾았다.

“…….”

아직 이안은 갈 수 없다.

알고 있듯 흔적이 남으니까.

그런데 막상 통로가 눈앞에 나타나니 그냥 넘어가고 싶어졌다.

‘참자, 참아.’

어떻게든 참아야만 한다.

그리움을 다스려야만 한다.

마음을 다잡고 또 잡은 이안이 허리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항상 설산 지대를 주시하라고 해뒀으니, 바로 발견할 수 있겠지.’

각각 모그리안 영지 북쪽 설산 지대와 늑대의 땅 최남단을 연결해 주는 쥐구멍 아닌가?

그곳을 주시하라 일러뒀으니, 여기서 내려보낸 물건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터.

‘우선 메모부터 남겨놓고…….’

내려보낼 자원의 용도와 특징.

기타 주의사항 등을 적어 자원 및 부속물 꾸러미에 첨부한 이안이 서둘러 저속낙하 주문을 걸었다.

물론 그 대상은 이안 스스로가 아닌, 쥐구멍을 통해 내려보낼 수많은 자원 및 부속물 꾸러미였다.

‘부디 늦지 않게 발견하고 회수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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