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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28화 (22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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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42화

    [흐레스벨그.]

    “흐레스…… 벨그?”

    [오늘의 마지막 사냥감이죠.]

    마지막 사냥감, 흐레스벨그.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그 괴조怪鳥가 무섭게 울부짖었다.

    [우리가 조금 전까지 사냥했던 괴조들의 우두머리이기도 하고요.]

    그 말인즉 동족을 수백 마리나 살해당한 무리의 수장이라는 뜻.

    그 존재가 어떤 목적을 품고 날아올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리라.

    [수행자여, 그대의 진정한 네 번째 과업이 시작되었답니다. 지금부터 내가 이 활로 저 괴조들의 왕을 사냥할 수 있도록 도우세요.]

    굳이 또 활로?

    최상급 지배자만의 강력한 권능으로 사냥하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지?

    [고생하세요. 수행자.]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함께 사냥 보조로 끌려온 최하급 지배자 오리온과 악타이온이 슬쩍 다가와 이안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압니다. 우리도 그랬거든요. 나중에야 알았죠. 어째서 고집을 피우시는지.]

    “……어째서입니까?”

    소곤소곤 나누는 대화.

    아르테미스는 활시위를 조율하느라 엿들을 정신조차 없어 보였다.

    [저분께 활쏘기는 여흥입니다. 놀이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진짜 힘을 발휘하는 순간부터 그건 여흥이 아닌 전투가 됩니다. 피곤한 일이 되죠.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최하급 지배자 오리온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게 무슨 차이인가 싶긴 한데, 적어도 왜 저러는지는 알 것 같았다.

    [……뭐, 그래도 저 특유의 장단만 좀 맞춰 드리면 좋은 분입니다.]

    옆에서 잠자코 있던 최하급 지배자 악타이온이 몇 마디 거들었다.

    [아마도 이번 과업만 완수하시면 이래저래 챙겨주실 거예요. 높으신 분 중에서는 그나마 아랫것들 편의를 꽤 봐주시는 분이니까요.]

    그래, 한번 기대해 보자.

    얼마나 대단한 편의를 봐주는지.

    “조언 감사합니다. 혹시 저기 날아 오는 저 새, 흐레스벨그에 대해서는 해주실 조언 없으십니까?”

    [글쎄요. 우리도 저 새는 처음 보는 거라, 듣기로는 아르테미스 님께서 아끼시던 사슴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고 하더군요.]

    “사슴……?”

    [그 사슴도 웬만한 지배자만큼 높은 격을 가진 영물이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제법 강할 겁니다.]

    웬만한 지배자만큼 높은 격을 가진 사슴도 어이가 없는데, 심지어 그런 사슴을 잡아먹는 괴조란다.

    어째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아무튼, 행운을 빕니다. 이게 네 번째 과업이라 들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아깝지 않겠습니까?]

    두 지배자와의 대화가 끝날 때쯤.

    [준비하세요. 수행자여. 나와 함께 저 괴조를 끝장내는 겁니다!]

    활시위 조율을 끝낸 아르테미스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캬악! 캬아아아아악 - !”

    울음소리만 들려왔던 괴조들의 왕 ‘흐레스벨그’의 모습이 보였다.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새.

    그 존재는 스팀팔로스의 새와 다르게 흑요석 깃털이 아닌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깃털을 자랑했다.

    ‘확실히 평범한 새는 아니야.’

    세 번의 과업 완수와 지팡이 케리 케이온의 힘으로 상당한 격을 갖춘 이안은 타인의 격을 어렴풋이 감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 능력으로 보건대, 앞서 사냥한 스팀팔로스의 새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높다란 격이 느껴졌다.

    괴조들의 왕으로부터 말이다.

    ‘저런 걸 사냥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군.’

    다행인 점은 아르테미스의 활에 담긴 힘이다. 아무리 봐도 단순한 활과 화살이 아닌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머리에 한 방 꽂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은…… .

    “……어?”

    바로 그때였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사태가 일어났다.

    “캬아……?”

    괴조들의 왕 흐레스벨그가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날아오던 스팀팔로스의 호수 아래에서 흐레스벨그보다도 거대한 괴생물체가 튀어나와 흐레스벨그를 낚아채 버렸다.

    콰드득……!

    어디 그뿐일까?

    괴수임에도 엄청난 격을 가진 흐레스벨그를 잡아먹기에 이르렀으니, 이안은 물론 아프로디테조차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괴물은…… 설마……?]

    별안간 호수에서 튀어나온 괴물.

    그 정체불명의 생물은 언뜻 보기에 거대한 물뱀처럼 보였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머리로 추정되는 것들이 아홉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히드라?]

    일컫기를 ‘레르니안 히드라’.

    이곳 슈페리어 차원의 토착 괴수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종으로 분류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

    터무니없이 강한 데다가 포악하기 까지 하여 지배자들이 대대적인 소탕에 나섰음에도 끝내 모든 개체 수를 제거하는 데 실패한 괴물.

    그런 괴물이 스팀팔로스 호수 밑바닥에 잠자코 숨어 있었던 것이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 !

    머릿속을 후벼 파는 괴성.

    과연 괴조들의 왕을 단숨에 잡아먹을 만큼 강력한 포식자다웠다.

    급히 마법으로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이안조차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기세였으니까.

    [……수행자여.]

    “말씀하세요. 아르테미스 님.”

    [미안하지만, 그대의 과업이 조금…… 많이 달라진 것 같군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최상위 포식종과의 싸움이다.

    과업 난이도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르테미스와 함께 싸울 거라는 점.

    그리고 두 명의 최하급 지배자 역시 전투를 준비한다는 점이었다.

    [저 괴물이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보나 마나 숨어 있었겠죠. 그러다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먹잇감이 보였을 테고…….]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성이랄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그저 강하고 포악하기만 한 괴물이라는 부분이다.

    머리를 쓸 줄 아는 것보다야 단순한 편이 더 상대하기 편할 터.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제가 곁에 있잖아요?]

    그리 읊조린 아르테미스가 활과 화살 다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단검 한 쌍을 꺼내 들었으니, 그 단검이야말로 아르테미스의 진정한 무기였다.

    [수행자께서는 되도록 후방에서 저희를 돕도록해요. 몸조심하시고요. 특히 저 괴물이 내뿜는 독은 우리 지배자들한테도 위험한 맹독이니까 각별히 유의하세요.]

    “명심하겠습니다.”

    후방에 남아라, 독을 조심해라.

    그 몇 마디 조언을 남긴 아르테미스가 호수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한 히드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리온과 악타이온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맹렬하게 움직였다.

    ‘……가만, 분명 이 마정석이란 물건은 토착 괴수 중에서도 일부한테만 얻을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저 괴물.

    토착 괴수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

    레르니안 히드라가 머금고 있을 마정석은 얼마나 대단할까?

    ‘그뿐만이 아니야. 지배자들한테도 위험하다는 맹독을 아버지와 더글라스에게 전해준다면…….’

    어쩌면 시계탑의 지배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획기적인 독극물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나?

    더군다나 아르테미스도 괴수의 부속물을 욕심내지 않는 상황.

    이건 기회다.

    ‘반드시 히드라 사냥에 일조해서 그 부속물을 모조리 독점한다.’

    여기서는 아직 유망한 수행자에 불과한 이안이 바닥 아래 감시자의 갈빗대를 심어놓고는 연이어 마도서 네크로노미콘까지 꺼냈다.

    “크로미 님.”

    (뭐냐? 배불러서 딱 좋은 참에.)

    “이제 밥값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응? 밥값? 그게 무슨…….)

    “저 괴물 보이시죠? 물뱀처럼 생겨 가지고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으, 보인다. 역한 마기를 가졌군. 저건 먹지도 못하겠다.)

    “지금부터 저 괴물을 사냥할 겁니다. 그러니 좀 도와주십시오.”

    (도와달라? 어떻게?)

    “지금부터 제가 부리는 모든 마법을 강화해 주시면 됩니다. 전에 보여주신 사용 설명서에 보니까 그런 능력이 있으시던데, 아닙니까?”

    마도서 크로미와 계약을 맺은 이후, 이안은 그 마도서의 권능에 관하여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그중 몇가지가 제법 인상적이었는데, 이제야 써먹을 때가 왔다.

    (흐음, 못할 것도 없지.)

    이안의 부탁에 제멋대로 펼쳐진 마도서로부터 시꺼먼 연기가 뿜어졌다. 조금 전에는 뱀의 머리처럼 변하여 새들의 사체를 집어삼키더니만, 이번에는 이안의 몸에 휘감겨 마치 로브처럼 변해버렸다.

    (자, 나는 준비되었다. 이제 마법이든, 주술이든, 흑마술이든, 무엇이 되었든 재주껏 부려보아라.)

    순식간에 시꺼먼 로브 차림이 된 이안이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본디 푸른 계열 로브만 즐겨 입던 시절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그럼 시작해 보죠.”

    (얼마든지.)

    검은 마법사, 이안 페이지.

    마도서의 힘을 등에 업은 그가 감시자 군단과 함께 맹공을 퍼부어댔으니, 이런 지원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르테미스와 두 최하급 지배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 * *

    쿵……!

    거대한 육신이 고꾸라졌다.

    그 물뱀을 닮은 몸뚱이에는 아홉개의 머리가 달려있었으며, 땅이나 물에 닿는 것만으로도 일대를 부패시키는 맹독이 질질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후우욱……!”

    이안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정말이지 모든 걸 다 쏟아냈다.

    어떻게든 이 싸움에서 유의미한 지분을 얻고자 했고, 결국 얻었다.

    이안을 보는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악타이온의 표정이 증거였다.

    (이제 되었느냐?)

    “……충분합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본녀도 오래간만에 힘을 쓰니 지치는구나.)

    “네, 쉬십시오.”

    수만 년.

    어쩌면 그 이상 되는 영겁의 세월을 프로메테우스의 보물창고에 방치 되어 있던 크로미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가진바 힘을 유감없이 방출했으니, 조금 쉴 때도 되었다.

    파스스스스스……!

    크로미가 휴식을 선언하자 이안에게 입혀졌던 검은색 로브 역시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어딘가 퇴폐적으로 변했던 분위기도 지워졌으니, 이제야 말을 걸어보는 아르테미스였다.

    [……저기, 수행자?]

    “듣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님.”

    [내가 아는 수행자 맞긴 하죠?]

    “……네?”

    [뭔가 좀 달라 보여서…… 아, 지금 말고 방금 전까지 말이에요.]

    뭔가 좀 달라 보였다.

    아마 네크로노미콘의 영향이겠지.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이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대꾸했다.

    “저 맞습니다. 방금은 마도서의 힘을 빌려서 그리 보였나 봅니다.”

    [그렇죠? 뭔가 다르더라고요. 눈빛부터 차림새까지…… 음, 근데 그 모습이 더 괜찮은 것 같기도?]

    그리 읊조린 아르테미스가 스팀팔로스 호수 밑바닥에 숨어 있던 레르니안 히드라의 머리 아홉 개를 모조리 잘라 한곳에 모았다.

    [이 괴물은 죽은 것처럼 보여도 금방 되살아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뒤처리를 해놓는 편이 좋아요.]

    “불로 태우는 겁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우리한테는 더 확실한 방법이 있죠.]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시면……?”

    [일단 한번 보셔요.]

    하늘 높은 곳으로 화살을 쏘아 올린 아프로디테가 목소리에 지배자로서의 격을 잔뜩 담아 외쳤다.

    [올림포스의 왕, 제우스시여!]

    얼마 전 바위산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외쳤던 것처럼 말이다.

    [나, 고결함의 지배자 아프로디테가 스팀팔로스 호수 밑바닥에 숨어있던 레르니안 히드라 한 마리를 제거했습니다! 여기, 그 괴물의 머리를 잘라놓았으니,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도록 조치해 주십시오!]

    그러자 곧 스팀팔로스 호수 일대 하늘에 시꺼먼 구름이 몰려왔다.

    그 먹구름은 명백히 천둥과 번개가 쏟아지기 직전의 전조 현상.

    예고는 곧 현실이 되었다.

    콰과과과과과광 - !

    한줄기 날벼락이 떨어져 레르니안 히드라의 머리 아홉 개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툭! 투둑! 툭……!

    그와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튀는 잔해 속에서 이안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언가가 존재했으니…….

    ‘……마정석!’

    그것은 앞서 챙긴 마정석들과 궤를 달리하는, 어딘가 모르게 탐스러운 빛깔을 가진 마정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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