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27화 (227/342)
  • 227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41화

    아르테미스의 다소 ‘특별한’ 사냥터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이안은 약속 장소였던 슈페리어의 심장 성문 근처에서 아르테미스 외에 몇몇 인물들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오리온입니다.]

    “아, 예. 칼리두 와탕카입니다.”

    [칼리두 와탕카 님, 그렇지 않아도 지배자분들께서 말씀 많이 하시더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악타이온이라고 합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악타이온 님.”

    그들은 모두 과업을 완수하여 최하급 지배자의 격을 부여받은, 비유하자면 이안의 선배가 되는 이들이었는데, 양쪽 모두 아르테미스의 호출을 받고 달려온 모양새였다.

    (푸흡……! 칼리두 와탕카래.)

    “…….”

    (어쩐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서 왜 그런 건가 했더니만, 이거였구나? 네 이름이 부끄러워서?)

    “…….”

    (그래도 그러면 안 돼. 부모님께서 손수 지어주신 이름일 거 아니야? 그걸 부끄러워하면 쓰니?)

    오직 이안에게만 들리는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의 놀림을 뒤로한 채.

    이안은 오늘 하루 아르테미스의 사냥 조수가 된 동료들을 살폈다.

    ‘악타이온과 오리온, 둘 다 모두 과업을 완수한 최하급 지배자들이다. 도대체 무얼 사냥하기에 이런 호화로운 구성원을 꾸리는 거지?’

    이거 아무래도 감이 좋지 않다.

    단순한 사냥놀음이 아닌 것 같다.

    [다들 모이셨군요?]

    바로 그때였다.

    이번 사냥을 기획한 장본인.

    아르테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인사들은 어련히 잘 나누셨을 거고, 그럼 오늘 사냥에 대해서 간단히 브리핑 좀 해드릴게요.]

    그녀는 여타 최상급 지배자들과 달리 이안과 눈높이가 맞을 만큼 조그마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힘과 권능을 과시하겠지.

    [먼저, 오늘 우리가 향할 사냥터는 스팀팔로스 호수랍니다. 다들 스팀팔로스가 어딘지는 아시죠?]

    스팀팔로스 호수로 간다.

    그 말에 최하급 지배자 악타이온과 오리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어두운 낯빛은 이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스팀팔로스 호수라니…….’

    프로메테우스의 기억 속 스팀팔로스 호수는 굉장히 위험하다.

    온갖 종류의 토착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서식지가 아니던가?

    ‘그야말로 야만과 원시의 호수.’

    티탄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지배 세력도 반쯤 포기한 채 방치해 놓은 공포의 호수.

    한데 그런 곳에서 사냥을 한다?

    이 사람, 아니, 이 슈페리언이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응? 표정들이 왜 그래요? 설마 벌써부터 겁먹은 건 아니죠?]

    “…….”

    [에이, 설마.]

    아르테미스라고 그 호수가 위험천만하단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아르테미스는 거리낌이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잘 들어요. 우리의 주요 목표는 호수 인근에 서식하는 스팀팔로스의 새예요. 그 왜, 다들 알죠? 흑요석 깃털을 가진 커다란 새들.]

    흑요석 깃털을 가진 커다란 새.

    참고로 여기서 ‘커다란’이란 최상급 지배자 아르테미스의 본신을 기준으로 하는 묘사였다.

    이안의 기준으로 묘사하자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고향 땅의 붉은 용 일족 수장, 리시스 라덴쥬만큼 거대한 새들이 득시글거릴 터.

    [사냥 계획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그 새를 몰고 와주시면, 제가 이 활로 흑요석 깃털이 보호해 주지 않는 유일한 부분, 바로 이 머리를 맞춰서 한 방에 즉사시킬 거예요. 어때요? 완벽한 계획이죠?]

    완벽한 계획은 개뿔.

    오죽하면 마도서 크로미조차.

    (푸하하하! 어디서 이런 골 때리는 여자가 나타났지? 고생하려무나. 계약자. 아니, 칼리두였나?)

    박장대소하고 있겠는가?

    그만큼 어이가 없는 계획이다.

    심지어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다.

    ‘……뭐, 그만큼 활 솜씨에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쪽으로는 절대 건들지 말라고도 했으니까.’

    헤파이스토스의 조언이다.

    활 솜씨와 사냥 실력에 관해서는 절대로 자존심을 건들지 말라고.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 * *

    ‘……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렇게 판단했건만.

    그 기대는 호수에 도착하여 사냥이 시작되자마자 무너져 버렸다.

    어째서냐고?

    일단 한번 보시라.

    [수행자! 자꾸 왼쪽으로 돌지 말고 오른쪽으로 돌라니까요? 역풍이 불어서 맞히기가 어렵잖아요!]

    남 탓은 기본이요.

    [쓰읍, 오늘따라 이상하네. 활에 문제가 생겼나? 아니면 화살이?]

    장비 탓은 부가옵션인 데다가.

    [어…… 저게 스팀팔로스의 새가 맞나? 아무리 봐도 너무 잘 피하는데? 자세히 보면 생긴 것도 좀 다른 것 같고…… 오리온! 새로운 기행종인지 좀 알아봐 줘요!]

    현실부정까지 시작했으니, 비로소 헤파이스토스의 조언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이안이었다.

    ‘활솜씨와 사냥 실력에 엄청난 프라이드가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못하니까 건들지 말란 뜻이잖아?’

    못 쏜다.

    진짜 더럽게 못 쏜다.

    호수에 도착한 지 어언 세 시간째.

    지금껏 사냥한 괴수는 0마리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이제 보니 네 번째 과업은 단순한 사냥 보조 따위가 아니었다.

    재능도 없는 주제 활쏘기만 고집하는 아르테미스의 사냥 성공을 위하여 온종일 괴수를 몰고 다니는 몰이꾼, 그것이 바로 이번 과업의 핵심적인 임무였으니 말이다.

    ‘별수 없군. 어떻게든 활로 쏘기 편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수밖에.’

    이안이 잡아먹을 기세로 쫓아오는 초대형 괴조류, 스팀팔로스의 새를 곁눈질로 이리저리 살폈다.

    ‘약점은 머리, 나머지는 흑요석 깃털로 뒤덮여 있다. 그래서인지 썩 빠른 편은 아니야. 그렇다면…….’

    팟!

    한참을 달리던 이안이 별안간 공중으로 폴짝 뛰어오르며 거대한 괴조류의 목덜미에 착지했다.

    “캬아아아아아아 - !”

    “가만히 있어.”

    마나를 끌어 올린 이안이 괴조류의 목덜미에 두 손바닥을 올렸다.

    그러고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주문 하나를 펼쳤으니…….

    ‘커스 페럴라이즈.’

    커스 페럴라이즈.

    본디 상대방을 마비시키는 주문이지만, 스팀팔로스의 새한테는 마비 대신 ‘둔화’가 한계인 마법.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르테미스 님, 지금입니다!”

    이안의 다급한 외침에 다른 표적을 노리고 있었던 아르테미스 역시 화살촉을 이안 쪽으로 돌렸다.

    쾅!

    명중이다.

    아르테미스가 쏜 화살이 괴조류의 머리에 정확히 맞아 폭발했다.

    드디어 한 마리 잡은 거다.

    [수행자여, 괜찮으신가요?]

    “폭발하는 줄은 몰랐는데…….”

    폭발하는 화살이었으면 미리 말을 좀 해주든가, 순간 울컥함이 올라왔으나 꾹 참아내는 이안이었다.

    [그나저나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죠? 수행자의 특기라는 주술?]

    “빈틈이 보여서 주제넘게 나서봤습니다. 혹 원치 않으시면…….”

    [아뇨, 아뇨. 오히려 나이스한데요? 계속 그렇게만 해줘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것도 없다.

    후딱 이 사냥을 끝내버리자.

    “알겠습니다. 그럼.”

    그로부터 얼마 후.

    스팀팔로스 호수 부근에 초대형 조류의 사체가 산처럼 쌓일 때쯤.

    아르테미스의 다소 기형적인 사냥놀음 또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매우 성황리에 막을 내렸으니, 이때쯤이면 항상 불만족스러웠던 아르테미스의 표정이 오늘따라 싱글벙글했다.

    “……음?”

    한편.

    겨우 한숨 돌린 이안의 눈에 스팀팔로스의 새가, 정확히는 그 새가 죽으며 남긴 잔해가 들어왔다.

    ‘이게…… 뭐지?’

    그 잔해는 생물의 육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라 보기에는 너무나도 인위적인 모양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완벽한 구체 형태인 데다가 마나까지 느껴진다.

    ‘꼭 마나 저장기 같잖아?’

    이안의 고향에 존재하는 물건.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구체 형태의 마도공학 발명품, ‘마나 저장기’와 여러모로 흡사하지 않은가?

    ‘정체가 뭐지? 내가 아는 그 마나 저장기는 아닐 테고, 무슨 천연 저장기라도 되는 건가……?’

    그런 이안의 호기심을 느꼈을까?

    뿌듯한 표정으로 휴식 중이었던 아르테미스가 이안을 한 번, 그리고 그의 손에 붙들린 구체를 한 번씩 번갈아 살피고는 읊조렸다.

    [수행자여. 마정석에 문제라도?]

    “이게 마정석이라는 물건입니까?”

    [아, 그러고 보니 모를 만도 하겠네요. 그 물건, 토착 괴수 중에도 극소수한테만 얻을 수 있거든요.]

    아르테미스가 일컫기를 ‘마정석’.

    이쪽 세계 토착괴수 중에서도 극소수한테만 얻을 수 있는 귀중품.

    이안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르테미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듣자 하니 가져가서 팔면 값어치가 꽤 된다던데, 쓸 일 있으면 수행자께서 챙기도록 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전 딱히 필요 없거든요. 무엇보다 오늘 수행자께서 아주 나이스한 활약을 해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치죠. 어때요?]

    순간 이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단순히 값나가는 물건이라서?

    아니, 그럴 리가. 그런 단순한 이유로 좋아할 이안이 아니지 않나?

    ‘아무리 봐도 천연 마나 저장기다. 심지어 그 어떤 마나 저장기보다 훨씬 더 방대한 마나를 품고 있어. 그런데 크기는 더 작지.’

    마나 저장기는 곧 마도공학 발명품의 원동력으로 쓰인다. 해서 오랫동안 ‘크기는 작게, 마나 저장량은 크게’를 모토로 개발되어왔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마정석이란 이름의 천연 마나 저장기는 절대로 그냥 넘길 물건이 아니다. 흑요석만큼이나 반드시 내 고향에 가져다줘야 할 물건이야.’

    어쩌면 이안의 고향 땅에 무궁무진한 발전을 가져다줄 귀한 물건.

    무려 그러한 보물을 마음껏 챙기라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는가?

    “감사히 챙기겠습니다.”

    [별말씀을, 조금 쉬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챙겨요. 천천히.]

    이안이 그 마정석이라는 이름의 괴수 파편을 알뜰살뜰하게 챙겼다.

    겸사겸사 사체에서 떨어져 나온 흑요석 깃털도 챙겨 모조리 아공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계약자야! 나도! 나도!)

    “……?”

    (이 괴물딱지들한테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잖아! 어서 날 꺼내줘.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아, 참.

    그러고 보니 계약조건에 그런 조항이 있었지? 마기인가 뭔가를 지속적으로 먹여줘야 한다는 조항.

    이참에 먹여둬서 나쁠 건 없겠지.

    “마정석은 건들지 마십쇼.”

    (웩, 먹으라고 해도 안 먹어.)

    “……그건 왜죠?”

    (딱 봐도 맛없어 보이잖아?)

    “그런가요?”

    (너희로 치면 과일 맛있게 먹다가 씨를 씹는 경우라고 할까?)

    비유 한번 확실하네.

    피식 웃은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 속에서 마도서 크로미를 꺼냈다.

    그러자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 멋대로 펼쳐진 마도서로부터 시꺼먼 연기가 내뿜어졌는데 그 형상이 꼭 뱀의 아가리를 닮았다.

    와그작!

    그다음은 예상대로다.

    죽은 스팀팔로스의 새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에 이르렀으니까.

    [혹시 그 책이 프로메테우스의 보물창고에서 계약했다는 그……?]

    “아, 알고 계셨네요. 그렇습니다.”

    [우와, 신기해라. 괴수를 먹는 마도서라니, 사냥 끝나고 청소할 때 요긴하겠네요. 앞으로 종종…….]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이 포식하는 모습에 흥미를 보이는 아프로디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멀찍이서 들려오는 괴성.

    이는 앞서 스팀팔로스의 새 수백 마리를 사냥하며 지겹도록 들었던 울음소리와 상당 부분 흡사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너무…… 큰데?’

    울음소리가 커도 너무 크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머나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이거늘, 마치 근처에서 울부짖고 있는 것 마냥 무지막지하게 컸다.

    ‘또 뭐가 오는 거지……?’

    이안이 다소 긴장한 듯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은 지팡이 ‘케리케이온’을 움켜잡자, 근처에서 휴식 중이었던 아르테미스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이제부터 시작이네요.]

    “무슨……?”

    [수행자의 네 번째 과업이요.]

    ……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