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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03화 (20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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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7화

    [어머? 공양물이 반지잖아?]

    매혹의 지배자 아프로디테.

    올림포스 전당의 최상급 지배자.

    그녀의 목소리가 안광을 번뜩거리는 조각상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아휴, 예뻐라.]

    밝고 나긋나긋한 목소리.

    아프로디테가 중얼거렸다.

    [시작부터 반지라니, 이거 혹시 청혼은 아니겠죠? 아무리 내가 매력적이어도 벌써 청혼은 좀…….]

    “기혼입니다.”

    [아니, 혼인까지 했으면 아무리 못해도 백 년은 자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여튼 이놈의 바람기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니까?!]

    “…….”

    이건 또 새로운 유형이다.

    온갖 근엄한 척은 다 했던 분석관부터 호인이란 표현이 잘 어울렸던 헤라클레스, 그리고 지금 조각상에 깃든 아프로디테까지.

    ‘이놈들도 개인차가 심한가 보군.’

    다양한 성격과 유형.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모든 지배자들이 슈페리어의 분석관처럼 군다고 생각해 보라. 일이 참 힘들지 않겠나?

    ‘좀 더 반응을 볼까?’

    지금은 모든 것이 정보다.

    이안이 공양 그릇에 내려놓은 모그리안 링을 회수하며 읊조렸다.

    “공양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추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오, 정신을 좀 차리셨나요?]

    “청혼의 뜻은 아닙니다. 저는 제 아내와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니까요. 그런데 자꾸 이런 식으로 오해하시니, 저로서는 공양물을 바꿔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단호한 목소리.

    물론 정보도 좋지만, 빈말로나마 가족들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애당초 가족, 그리고 그에 준하는 지인들을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죠.”

    [자, 잠깐……! 무슨 뜻인지 알았으니까 그 반지 내려놔요. 어서!]

    아무래도 마음에 쏙 들었나 보다.

    딱히 화려한 반지는 아닐 텐데.

    취향 한번 독특하구나 싶다.

    “오해를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공양자의 순정, 확실하게 느꼈답니다. 그러니 일단 내려놓고…….]

    “알겠습니다. 가져가십시오.”

    딸그랑!

    이안이 모그리안 링을 다시 내려놓자 아프로디테의 조각상에서 더욱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우우웅!

    어디 그뿐일까?

    공양 그릇에 놓인 반지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더니, 이내 한 줄기 빛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음, 역시 나한테는 심플한 게 최고야. 존재 자체가 화려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쾌활했던 음성에 콧소리가 잔뜩 섞였다. 그만큼 공양물이 만족스럽다는 뜻이겠지.

    [공양자의 생각은 어때요?]

    “비록 제 눈에 보이지는 않으십니다만, 외모가 화려하시다면 장신구까지 화려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나요?]

    “많이 봤습니다.”

    [보다니, 어떤……?]

    “제 아내가 그렇거든요.”

    [……아하!]

    쾌활함, 콧소리.

    그다음은 미소였다.

    웃음기 잔뜩 섞인 목소리다.

    [그거 정말 백 점짜리 정답이네요. 안 그래도 요즘 공양자들, 되도 않는 아부만 할 줄 알아서 영 별로였는데, 심지어 그 아부가 창의적이지도 않아. 정말 최악이죠?]

    “판에 박힌 아부를 쉴 새 없이 듣는 것도 곤욕이죠. 이해합니다.”

    진심이다.

    이안 역시 그 아부라는 거.

    무지막지하게 받아봐서 안다.

    [역시! 이렇게 센스 있는 공양자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요. 이거 간만에 말이 통하는 기분이네.]

    이안의 진심이 통한 걸까?

    구구절절 말문을 늘어놓는다.

    공양자가 꽤 마음에 든 모양새.

    이안으로서는 굉장한 호재였다.

    [해서, 우리 누구와는 달리 일편단심 아내 바라기 공양자께서는 무슨 일로 공양까지 하셨을까?]

    과연 그 누구가 누구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왠지 이 타이밍에 풀 호기심은 아닌 것 같았다.

    “과업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이안이 본론을 꺼냈다.

    지배자들은 목숨 걸고 심부름꾼을 자청하는 이들에게 자비롭다.

    여러 기억으로는 분명 그러할 터.

    하지만.

    [……좀 이상하네요.]

    올림포스 전당의 최상급 지배자.

    아프로디테의 반응이 미묘했다.

    [아내와 딸을 끔찍이 아끼신다는 공양자께서 십중팔구 죽어서 끝난다는 12과업에 도전한다? 음, 이건 이유를 좀 들어봐야겠는데?]

    쓸데없이 까다롭기는.

    무어라 둘러대면 좋을까?

    “마음으로만 아낀다고 해서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인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가장으로서 더 높은 위치에 닿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으으음……!]

    “가장의 성공이야말로 나머지 가족들의 윤택한 삶을 보장해 주는 열쇠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믿기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고자 합니다. 지배자 여러분께서 내려주시는 열두 번의 과업에 말이죠.”

    술술 나온다.

    그야말로 청산유수다.

    과거 어린아이의 외형으로 여러 사람을 좌지우지했던 이안다웠다.

    [일리가…… 있네요?]

    그때의 경험과 타고난 재주는 다른 세상에서도 여지없이 먹혔다.

    [확실히, 만에 하나 모든 과업을 완수한다면, 아니, 아니지. 단 하나의 과업이라도 완수해서 미약하게나마 ‘격’이 올라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지긴 하죠?]

    잠시 생각에 빠졌던 아프로디테.

    이내 그녀가 결심한 듯 읊조렸다.

    [충분히 납득했어요. 공양자께서 과업을 받고자 하는 이유 말이죠.]

    “그 말씀은…….”

    [마침 맡길 만한 일이 하나 있긴 한데…… 으음, 솔직히 말할까요?]

    “말씀하십시오.”

    [아마 죽을 거예요. 당신.]

    죽을 확률이 매우 높은 임무.

    매혹의 지배자 아프로디테는 이번 공양자가 마음에 들었고, 따라서 빨리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건 해봐야 알겠죠.”

    물론 이안은 목숨이 위태로운 임무라 하여 거절할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애당초 ‘과업’이라 불릴 만큼 위험한 시련 아니겠는가?

    “그러니 과업을 내려주십시오.”

    이안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제 막 신성한 열두 과업을 시작하려는 ‘수행자’의 예법이었다.

    [……이거 어쩔 수 없군요. 공양자께서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면야.]

    그런 이안의 반응에 아프로디테 역시 더 이상은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누군가에게는 맡길 임무였으니, 만약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만간 친히 나서고자 했을 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준비되는 즉시 티탄의 영토로 가세요. 물론 당당하게는 어려울 테니…… 몰래 들어가야겠죠?]

    티탄의 영토.

    대다수의 지성체가 슈페리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 이곳에서 아직까지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종족, 티탄.

    그들의 영토는 북부 끝자락 상공을 무한히 부유 중이라고 한다.

    ‘기간테스 일족과는 같은 뿌리를 두었되 다른, 또 하나의 거인족.’

    그들은 모두 ‘옛 지배자’ 가이아의 핏줄인데, 여전히 가이아를 숭배하는 쪽이 티탄 일족이고, 그들과 갈라서 슈페리어의 일원으로 전향한 쪽이 기간테스 일족이었다.

    ‘거길 왜?’

    여러 기억이 경고한다.

    티탄의 땅은 위험한 곳이라고.

    갔다간 십중팔구 죽을 것이라고.

    [가서 ‘에오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그 남의 것이나 탐낼 줄 아는 천박한 여자를 죽여주세요.]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아프로디테의 목소리가 분노로 일그러졌다.

    [감히 남의 것을, 특히 나의 것을 탐낸 대가가 무엇인지! 수행자께서 똑똑히 보여주고 오시라는 겁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나, 아프로디테, 수행자께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가호를 내려 드리겠어요!]

    임무 하달은 거기까지였다.

    좀처럼 울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한참을 씩씩거렸던 아프로디테.

    [……후우, 그건 그렇고.]

    이내 그녀가 정신을 차린 듯 이안에게 물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묻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과업까지 내린 지금에야 묻는다.

    [공양자…… 아니, 이제 수행자죠. 수행자의 이름이 어떻게 될까요?]

    이름이 무엇이냐?

    매우 쉬운 질문이다.

    하나 이안에게는 쉽지 않았다.

    여기서 이안 페이지란 본명을 드러낼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

    물론 그렇다 하여 고민이 길어서는 아니 된다. 괜한 의심만 살 터.

    “……칼리두.”

    이안의 선택은 당연하게도 가명.

    한데 그 가명이 심상치 않았다.

    “칼리두 와탕카입니다.”

    본의 아니게 헤라클레스의 예언을 실현시켜 주는 이안 페이지였다.

    * * *

    ‘티탄의 영토, 에오스라.’

    새벽의 옛 지배자 에오스.

    아프로디테가 추가로 내어준 몇 가지 정보에 따르면, 그 에오스라는 티탄은 아주 오래전 이 땅을 지배했던 존재, 일명 ‘옛 지배자’의 핏줄임과 동시에 일원이었다.

    ‘목표는 척살, 사유는…… 바람.’

    이런 과업이 내려진 까닭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치정’이다.

    ‘아프로디테의 배우자, 또 다른 최상급 지배자인 아레스란 자와 에오스가 바람을 피웠다고…….’

    유형이 다양하다 못해 평범하다.

    마음대로 고향 땅을 멸망시키고자 했던 놈들이 정작 자기네들끼리는 치정 싸움이나 하고 앉았을 줄이야, 새삼 분노가 치솟았다.

    ‘……아니, 어쩌면 다행일지도.’

    놈들은 그렇게 무지막지한 일을 벌여놓고도 천하태평이다. 그만큼 중간계의 위협에 둔감하다는 뜻.

    놈들이 둔감하면 둔감할수록 자신의 활동반경 역시 넓어지겠지.

    ‘사각지대에 숨어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린다. 그리고 반드시…….’

    팡, 하고 터뜨리리라.

    이안의 결의가 굳어지는 그때.

    [멈춰라. 과업의 수행자여.]

    누군가 이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이안보다도 자그마한 크기에 앳된 목소리를 가졌으니, 추방자 마을의 꼬맹이들 또래 같았다.

    “……누구십니까?”

    문제는 그 정체불명의 꼬맹이가 ‘과업의 수행자’를 운운한다는 것.

    평범한 존재가 아니란 뜻이리라.

    [나, 나는 투쟁의 지배자 아레스 님께서 보낸 심부름꾼이다.]

    “심부름꾼?”

    [아레스님께서 트, 특별히 네놈한테 전할 말이 있다고 하시니, 잠깐 멈춰 그분의 전언을 경청하도록!]

    어딘가 몹시 어설픈 꼬맹이.

    다소 의구심이 들었으나, 일단 얘기는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왠지 모르게 꼭 어린 시절의 더글라스가 생각나는 비주얼이거든.

    “들어보죠.”

    [……응?]

    “경청할 테니.”

    [아……! 그, 그래. 크흠! 다름이 아니라 네가 받은 그 과업 말이다. 티탄의 땅으로 숨어들어서…….]

    “에오스란 자를 암살할 겁니다.”

    [그래, 그래. 에오스, 아프로디테 눈에서는 참으로 눈엣가시 같은 여자겠지. 헌데 있잖아. 이 임무는 사실상 너더러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티탄의 땅은 웬만한 지배자들도 절대 살아나올 수 없는 곳이야. 그건 알고 있겠지?]

    “대충은 압니다.”

    [아는데 그걸 해? 어째서 개죽음을 당하러 가는 거지? 죽으면 다 끝이잖아? 아내와 딸이 있다며?]

    “심부름꾼이면 심부름꾼답게 아레스 님의 전언이나 말씀해 주십시오.”

    [……아, 그, 그렇지. 참.]

    심부름꾼이라더니?

    이거 아무래도 아닌가 보다.

    감정 실리는 게 딱 보인다. 보여.

    [커흠흠……! 그럼 지금부터 경청하여라. 투쟁의 지배자이신 아레스 님께서는 네놈의 투쟁심을 높이 사 아주 특별한 은혜를 내리셨다.]

    “은혜라 하시면?”

    [받아라.]

    꼬맹이가 내민 물건.

    그것은 다름 아닌 목걸이였다.

    왕방울만 한 보석이 박힌 목걸이.

    갑자기 웬 목걸이일까?

    [티탄의 땅으로 잠입하는 것까지는 네놈 운에 맡기겠다. 하지만 네놈의 알량한 힘으로는 절대로 에오스를 죽이지 못해. 허니 그 목걸이를 줘라. 아레스 님의 선물이라 전하면 너를 살려줄 것이다.]

    “…….”

    [어디 그뿐이겠느냐? 그녀 역시 대충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을 터. 자신을 죽였단 증표 역시 내어줄 터이니, 네놈은 목숨도 부지하고 과업도 완수하는 셈이지.]

    에오스에게 주란다.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제법 솔깃한 이야기다. 동시에 이 꼬맹이가, 아니, 아레스란 지배자가 무얼 바라는지도 알 것 같다.

    분명 그렇기는 한데.

    “거절합니다.”

    [……뭐? 어째서?]

    “죽였다는 증표로 과업을 완수했다가 뒤늦게 들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 무조건 들킬 겁니다.”

    [그, 그건…….]

    “그 후폭풍, 저로선 감당키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러니 거절하죠.”

    간단하면서도 빈틈없는 논리.

    순간 자신을 심부름꾼이라 주장했던 꼬맹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물론 그것도 잠시일 뿐.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티탄의 땅에서 죽은 티탄족은 잠시 사라질 뿐, 다시 태어나거든. 아프로디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이는 그냥 분풀이에 불과할 뿐이야.]

    여러 기억들이 심부름꾼의 말을 사실이라고 말해줬다. 이쯤 되면 협상의 여지가 조금 생기긴 한다.

    “그래도 불안하군요. 이건 아프로디테 님을 속이는 일 아닙니까?”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추후 네놈이 나의…… 아, 아니, 아레스 님의 과업을 수행할 때 많이 신경 써주겠다는 말씀도 남기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주 간단한 임무만 내리시겠다는구나.]

    “흐음.”

    과업 중 한 가지를 날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인데, 이건 제법 구미가 당긴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

    “글쎄요. 아무리 그래도…….”

    [끝이 아니다. 이걸 내어주마.]

    쉬운 임무의 보장.

    그 다음은 뇌물이었다.

    “……반지?”

    [과거 아스가르드 전당 놈들과 천 년의 전쟁을 치를 때 얻은 전리품이니라.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물건인데, 보통 물건이 아니지.]

    니벨룽겐의 반지.

    이안이 그 반지를 받았다.

    동시에 깃들어 있는 힘을 느꼈다.

    “……!”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거 하난 확실하다.

    ‘엄청난 마나가 담겨 있어.’

    모그리안 링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한 마나를 머금은 반지.

    중간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장인들이 제작한 아티펙트조차 간단히 뛰어넘는 수준의 유물이었다.

    [이 대단한 물건을 네놈에게 주겠다. 아, 아니, 내어주라고 하셨다. 앞으로 과업을 완수하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될 거라고도 하셨고.]

    틀린 말은 아니다.

    마침 모그리안 링이 빠진 자리에 채워 넣을 만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화된 아티펙트 아닌가?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니벨룽겐의 반지를 낚아챈 이안이 말했다.

    “이 일은 전적으로 아레스 님께서 미천한 수행자를 겁박하였기에 시작된 겁니다.”

    [내, 내가 언제 겁박을……!]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걸로 하자는 뜻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저도 살아나갈 구멍이 있지요.”

    [으음…….]

    아레스, 아니, 꼬마 심부름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일리 있는 소리였으니까.

    [……좋다. 그런 걸로 하지.]

    “한 가지 더.”

    [또 있느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패?]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저는 그 에오스란 존재를 죽일 겁니다.”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 네까짓 놈이 티탄의 땅에서 에오스를?]

    “그건 해봐야 알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일이 그렇게 되더라도 이 반지는 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뭐……?]

    “여기까지가 제 조건입니다. 아레스 님과 상의해 보시고, 마음이 들지 않으시면 제안을 철회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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