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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96화 (19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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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10화

“가서 의원님이라도 모셔볼까?”

“그렇지 않아도 폐하께 부탁드렸어요. 요하나가 이상하니 황실 의원님 한 분만 급히 보내달라고요.”

주인이 떠난 이안의 저택.

생후 6개월 차 갓난아기 요하나가 자신을 침대에 눕혀놓은 채 대화하고 있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 어디 아픈 건 아니겠죠?”

“이안이 당부했던 그 마나 하트 문제는 아닌 거 확실하지?”

“그건 확실해요. 그 문제는 저랑 같이 해결책을 찾았던 거라서…….”

“으으음, 매번 안아주던 아빠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예전이었다면 단박에 울어재꼈을 거다. 본디 아기란 그런 존재니까.

한데 오늘은, 아니, 이안이 떠난 그날부터는 좀처럼 울지를 않았다.

정말 제 아버지가 위험한 곳으로 떠났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너무 답답해요. 걱정할 일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그래, 그럴 테지.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단다. 이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 거야.”

그래서였다.

평소에는 교대로 요하나를 돌보는 하이리와 베네사가 함께 요하나 앞을 지키며 대화하는 까닭.

더는 울지 않는 요하나의 건강이 걱정되었으니, 결국 한순간도 눈앞에서 떼어놓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래도 우리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꾸나. 결국 이안도 무사히 돌아올 거고, 요하나한테도 아무 이상 없을 테니까. 대부분의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다고들 하잖아?”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요하나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생각이란 것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태어난 지 여섯 달 된 갓난아기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 * *

붉은 문을 넘어서며.

이안은 불과 몇 시간 전에 떠올렸던 감정들을 다시금 되짚었다.

‘이길 수…… 있을까?’

아득함.

혹은 절망에 가까운 막막함.

분석관의 기억을 살펴본 이안이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그러했다.

‘분석관은 자신의 세상에서 하급 관료밖에 되지 않는 존재다. 심지어 두 번째로 나타났던 인도자란 괴물 역시 우리 식으로 비유하자면 사형집행관에 가까운 존재고.’

분석관은 강했다.

인도자는 그보다 더 강했다.

중간계의 최강자라고 볼 수 있는 이안조차 어찌하기 어려울 만큼.

시간을 되돌려 도망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만큼.

‘그들조차 그만큼 강한 힘을 가졌는데, 그보다 더 위에 군림하는 존재들, 슈페리어 차원의 실질적인 지배자들은 얼마나 강할까, 내가 이길 수나 있는 존재일까? 그걸 생각하니 미쳐 버릴 것 같더군.’

‘평의회’라고 불리는 지배자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할까?

‘특히 그 평의회의 수장,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재는 도대체…….’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이안은 공기가 달라짐을 느꼈다.

마침내 도달한 것이다.

붉은 문 너머에.

‘이곳이…….’

슈페리어 차원.

그곳에 첫발을 내디딘 인간.

이안 페이지가 주변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평범하네.’

드넓은 평야.

바람에 흔들리는 광활한 수풀.

맑은 하늘, 선명한 구름, 꽃냄새.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공기까지.

생각보다 모든 것이 평범했다.

‘다만.’

다른 점을 꼽자면 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부유물.

흡사 거대한 민들레 씨가 흩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부유물과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나무, 생전 처음 보는 짐승들이 주요한 차이였다. 아마 이쪽 고유의 동물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고품질의 마나가 느껴진다.

공기 중에, 바람결에, 땅 밑에.

마나가 순환하고 호흡하는 세상.

덕분에 이안 역시 본연의 세상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마나를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것과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은 차이가 제법 크니까.’

흥미로운 세상이다.

이안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도.

그렇다 하여 같지도 않은 세상.

바로 그때였다.

‘뭔가…… 온다!’

기척이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많은 기척이.

설마 벌써부터 발각당한 걸까?

‘여차하면 시간을 되돌려야 해.’

부작용 따위 알게 뭔가? 당장 살아남아야 훗날을 도모할 터인데.

‘부작용은 오롯이 내 육신, 그리고 내 영혼이 감당할 문제니까.’

이안이 몸을 바짝 낮췄다.

상황부터 살핌이 우선일 터.

‘사람? 아니, 저건…….’

가장 먼저 보이는 기척의 원인.

그들은 언뜻 사람처럼 보였다.

열서너 살쯤으로 꼬맹이 두 명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들은 이안의 세상을 쳐들어왔던 슈페리어의 분석관, 그리고 인도자와 비슷한 종족으로 보였다.

다만 그들과 달리 덩치가 인간 꼬맹이만큼 작았고, 머리카락이 뱀처럼 꿈틀대지 않았으며, 두 눈 역시 안광으로 번뜩거리지 않았다.

‘피부색만 빼면 인간이잖아?’

푸르스름한 피부.

그것만이 유일한 차이.

“크릉! 컹! 커겅……!”

반면 그들을 쫓는 존재는 이안의 눈에도 꽤나 익숙한 괴물이었다.

세 개의 머리, 쉴 새 없이 내뿜어대는 불, 사냥개에 가까운 외형.

20년 후 미래에서 지겹도록 학살했던 분석관의 사냥개 아닌가?

다만 사냥개 역시 마찬가지로 이안이 알고 있는 덩치보다 작았다.

[굶기 싫으면 잡아라! 네놈들 밥은 저 꼬맹이들한테 달렸으니까!]

도망치는 슈페리어의 꼬마들.

그 뒤를 바짝 쫓는 사냥개들.

그리고 사냥개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또 다른 슈페리어인까지.

‘저놈은 그나마 비슷하네.’

놈은 꼬맹이들과 달리 뱀처럼 꿈틀거리는 머리와 백색 안광을 가졌다. 그뿐일까? 머리가 세 개 달린 괴물까지 부리고 있었으니, 적어도 꼬맹이들보다는 슈페리어의 분석관에 한결 가까운 모양새였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느껴지는 힘은 꼬맹이들도, 그리고 저 사냥개들의 주인도 분석관보다 한참 아래다. 특히 꼬맹이 쪽은 평범한 인간이나 마찬가지야.’

그들에게는 슈페리어의 분석관.

그리고 인도자처럼 강대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사냥개들의 주인은 미약하게나마 힘을 가졌는데, 그마저도 4클래스 마법사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기억을 확보하기도 쉽겠군.’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분석관의 기억은 실로 많은 부분이 검열되어 흐릿하게 남아 있다.

이 땅의 주민으로 보이는 저들이야말로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 줄 터.

‘조금만 더 지켜볼까?’

* * *

[헉, 허억! 헉……!]

제리와 카이는 이 드넓은 평야 늑대의 땅 구석진 곳, ‘미첼 마을’에 사는 열두 살배기 소년이었다.

[왜 사냥꾼에 여기에……?]

[나도 몰라! 일단 뛰기나 해!]

그들은 미첼 마을에서 가장 달리기가 빠르기로 소문난 아이들이다.

또한 이곳 늑대의 땅 지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길잡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촌장님께서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고는 하셨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 맞아? 촌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했던 중간계의 손님이?]

[이 멍청아! 딱 보면 몰라? 아니잖아! 설마 촌장님이 평의회의 사냥꾼을 데려오라 했겠냐고!]

오늘의 심부름은 그랬다.

손님 한 분을 모셔오란다.

그 손님은 자신들과 다르게 분홍빛이 서린 살구색 피부와 파란 눈동자를 가졌을 거라고 하셨다.

또한 눈동자만큼이나 파란 로브와 밝은 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늑대의 땅 남쪽 끝단에 계실 거라고.

과거 유랑민이었던 마을 사람들을 이곳 늑대의 땅에 정착시켜준 요술사 ‘미첼’ 님의 진짜 이름을 언급한다면 순순히 따라올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좀만 더 뛰면 갈대밭이야!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갈라지자!]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촌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했던 그 중간계의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의 피’를 받은 ‘사냥꾼’과 마주했고, 언제나 그렇듯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럼 어디서 만나?]

[거기서!]

[거기? 아, 거기?]

[그래! 거기서 만나자고!]

제리와 카이.

푸른 피부를 가진 두 소년이 늑대의 땅 북서쪽 커다란 갈대밭.

어른들이 일컫길 ‘거인의 갈대밭’ 방향으로 목숨을 건 채 내달렸다.

“크르르르르르……!”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사냥개는 꼬마들과 달랐다.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못했다.

반면 꼬마들은 달리면 달릴수록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 결국 추월당하다 못해 앞뒤로 포위당하는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헉! 허억! 허어억……!”

“카, 카이, 이제 어쩌지?”

유랑민은 비천한 존재다.

‘아버지의 피’를 타고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슈페리어인들.

그들은 짐승이나 마찬가지인 취급을 당하며 노예, 검투사, 사냥감 등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그러한 취급에서 벗어나고자 유랑집단을 이루어 평생토록 도망을 다니는데, 카이와 제리 역시 그 유랑민의 후손이었다.

[내 그렇지 않아도 평의회에 바칠 공물이 부족해서 걱정이 참 많았는데, 마침 이렇게 인신공양거리가 굴러다니고 있을 줄이야.]

활과 화살로 무장한 사냥꾼이 만족스러운 듯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너희 둘, 유랑민 맞지?]

[…….]

[네놈들만 여기서 알짱거리고 있을 리가 없잖아? 내 말 틀려?]

[…….]

[좋아. 이렇게 하지. 다른 놈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 그럼 내 특별히 너희들만큼은 살려서 풀어주마.]

말하면 살려주겠다는 빤한 회유.

카이와 제리가 침묵으로 응했다.

[쯧쯧, 하기야, 그렇게 미련하고 우둔하니 태어날 때도 아버지의 피를 걷어찼겠지. 멍청한 놈들.]

사냥꾼이 혀를 끌끌 찼다.

동시에 단검 한 자루를 뽑았다.

어차피 인신공양의 제물로 쓸 천것들이다. 살려만 놓으면 될 터.

[팔다리는 달려 있어 봐야 도망칠 궁리만 할 테니 잘라놔야겠고.]

[…….]

[이빨이랑 혀도 뽑아놔야겠군. 네놈들은 팔다리만 잘라놓으면 이빨로 물고 소리치더라고. 내가 그 발악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니거든?]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카이와 제리가 모든 걸 포기했다. 이미 수많은 어른들께서 평의회의 사냥꾼들한테 잡혀 생사가 묘연하지 않던가?

이제 곧 자신들도 사라진 어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리라.

[자, 그럼…….]

‘페럴라이즈.’

바로 그 순간.

사냥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냥개와 소년들도 마찬가지다.

페럴라이즈란 그런 마법이었다.

[무, 무슨……?]

‘메모리 이터.’

마법 한번으로 모두를 멈춰 세운 갈색 머리칼 청년, 이안 페이지가 곧장 사냥꾼의 기억을 들쑤셨다.

놈은 슈페리어의 분석관만큼 강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딱히 정신적으로 약화시킬 필요조차 없었다.

[끄, 끄으으윽……!]

뇌가 통째로 헤집어지는 기분.

그 불쾌한 느낌이 사냥꾼의 오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을 때쯤.

“……말하는 수준으로 볼 때 별거 아닐 거라고 예상하긴 했는데.”

열람 가능한 모든 기억과 정보를 빨아들인 이안이 차갑게 읊조렸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별 볼 일 없는 놈이었군. 여기도 너 같은 쓰레기가 존재하긴 하는구나?”

[끄으……!]

“그래도 덕분에 잡다한 지식은 좀 늘었네. 그 부분은 고마워. 지은 죄가 많아서 성불은 못 하겠지만.”

파스스스스스스……!

일방적인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생기가 빠져나간 사냥꾼이 땅바닥에 널브러졌으니, 이안의 다음 목표는 푸른 피부의 꼬마들이었다.

“너희들은 잠깐 나 좀…….”

[미, 미첼……!]

둘 중 조금 더 성숙한 꼬마.

카이가 벌벌 떨며 소리쳤다.

[혹 중간계의 요술사이신 미첼 그린리버 님을 아시는지요!]

“……뭐?”

순간 이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첼…… 그린리버?”

수백 년 전에나 존재했던 황족 마법사의 이름이, 한때 그의 로브를 하사받아 입었고, 그가 남긴 탐험일지로 장인들을 추적하기도 했던 그 이름이 어째서 이곳 슈페리어 차원에 남아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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