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94화 (194/342)
  • 19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8화

    “예, 방금 사용했습니다.”

    “……뭐? 지금 뭐라 하였느냐?”

    하이든은 사실 별생각 없었다.

    솔직히 아직 이해조차 안 됐다.

    그도 그럴 게, 시간 회귀라니.

    해서 그냥 반 장난으로 물었다.

    한데 돌아오는 대답이 이상하다.

    설마 시간 회귀를 말하는 걸까?

    “지금 장난…… 치는 게지? 하하.”

    “폐하, 지금부터 제 말을 경청해 주십시오. 시각을 다투는 일이니만큼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안 너, 진심이구나?”

    진지하다 못해 굳어버린 표정.

    그 표정을 확인한 뒤에야 하이든도 이안의 말이 진심임을 알았다.

    “말씀해 보시오. 상아탑주.”

    그걸 깨닫기가 무섭게 존대와 존칭을 사용하는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였다. 지금 이안은 상아탑주로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북부에 괴물이 출몰할 겁니다.”

    “뭐, 뭐라……? 북부에 괴물? 설마 지금 황비의 고향 땅인 모그리안 영지를 말씀하시는 것이오?”

    “예, 폐하. 하오니 지금 즉시 제국 전역, 아니, 대륙 전역에 비상경고 6단계를 공표해 주십시오.”

    “……음? 비상경고 6단계? 상아탑주, 혹 5단계를 말씀하시는 거요?”

    “아뇨, 6단계입니다.”

    “6단계라니, 그렇다면 새로운 경고 단계를 만들라는 뜻인데…….”

    거기까지 읊조렸던 하이든.

    이내 그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설마 죽지 않는 자들과의 전쟁, 그때보다 더 위험한 사태가……?”

    이안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하이든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괴물은 거인의 형상을 띄고 있는데, 저로서도 쉽게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한 괴물이었습니다.”

    “뭐……? 네가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그, 그런 게 존재해?”

    이안조차 이길 수 없다.

    그 믿기 힘든 말에 절로 평대가 튀어나오는 황제 하이든이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얼간이 황태자가 아니었다. 이제 황제로서 마땅히 할 일을 수행할 차례.

    “……무슨 뜻인지 알겠소. 5단계 이상의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지. 또 요청할 사안이 있소?”

    “아직은 없습니다만, 곧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오니 부탁드린 일부터 신속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이거 지체할 필요 없이 서둘러야겠구먼. 올리버 경!”

    하이든의 부름에 즉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검공 올리버 레이우드.

    단 하루도 수련을 거르지 않는 제국의 검에게 하이든이 말했다.

    “채비하지. 할 일이 많으니.”

    “모시겠습니다. 폐하.”

    “음.”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가 이안을 바라봤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자세한 일은 다음에 듣도록 하겠소. 상아탑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하이든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적어도 마지막 한마디만큼은 황제가 아닌 하이든과 이안으로서 나누고 싶었으니까.

    “몸조심해. 이안.”

    황제의 말에 이안이 피식 웃었다.

    더불어 신하로서의 예를 갖췄다.

    “폐하께서도 조심하시길.”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이안이 텔레포트 주문과 함께 사라졌다.

    그럼에도 황제 하이든 그린리버는 이안이 시간을 되돌리기 이전처럼 텔레포트 마법과 비행 마법에 관한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다.

    그런 사사로운 감상 따위를 늘어놓기에는 오십 개의 상소문보다 훨씬 더 급한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 * *

    ‘정신없었을 텐데, 나도 생각지 못한 센스를 발휘했구나. 요하나.’

    이안이 북부 상공에 도착했을 때.

    거인은 이미 제국 북쪽 끝자락 설산 지대에 나타난 상황이었다.

    ‘설마 내 손을 맞잡고 있던 그 짧은 순간에 기억을 전이할 줄이야.’

    시간을 되돌리기 직전.

    요하나와 두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이안에게 참혹했던 20년간의 기억을 모조리 넘겨주었다.

    혹시라도 그 경험이 아버지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리라.

    ‘고맙다. 요하나. 덕분에 저 거인 놈의 패턴을 조금 알 것도 같아.’

    재빨리 기운부터 숨긴 이안이 설산지대에 나타난 거인을 응시했다.

    ‘놈에게 틈을 줘서는 안 돼. 누구한테 당한 건지도 모르게 즉사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억을 읽고 중요한 정보를 취할 수 있어.’

    이안의 기억흡수 마법 ‘메모리 이터’는 상대가 정신적으로 쇠약해졌을 때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 거인은 다른 차원에서 온 고등생물이니만큼 살려둔 채로 기억을 읽기가 쉽지 않을 거다.

    충분히 약화시킨 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놈이 언제든지 아군을 부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방법은 ‘즉사시키는 것’뿐이다.

    목숨을 잃은 대상에게도 얼마간은 메모리 이터 주문이 먹히거든.

    ‘그나저나, 저 양반은 또 사냥 중이군. 예전에도 사냥을 하다가 홉고블린이 이끄는 고블린 군단에게 당하더니만, 이번에는 거인인가?’

    이안의 눈에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모그리안 영지의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었다.

    ‘그래도 용케 도망치지 않네.’

    북부의 용맹함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용맹할지언정 눈앞에 설산만큼 커다란 거인이 나타난 이상 그 기개를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아니할 터.

    그럼에도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은 헐레벌떡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와 병사들에게 피난, 보고, 관찰 등의 명령을 내린 뒤 스스로 미끼가 되길 자청했다.

    이만하면 북부의 방패라는 별명에 걸맞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조금만 더 버텨 봐요. 영주님.’

    이안이 그런 대영주의 영웅적 행보를 응원하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스스로 소개하기를 ‘슈페리어의 분석관’에게 선사할 비장의 한 수.

    아군 하나 부르지 못한 채 즉사시킬 수 있는 강력한 살상 마법.

    이렇듯 아무런 방해도 없이 준비할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아, 그리고, 오늘 사냥 즐거웠네. 요리 대접은 미루도록 하지.”

    이안이 마법을 준비 중인 그때.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은 부하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끝냈다.

    동시에 십년지기 애마 윈터 위에 올라타 거인을 향하여 나아갔다.

    “너한테는 미안하구나. 윈터. 이번 사냥을 끝으로 은퇴시켜줄 생각이었는데, 종마로서 남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말이야.”

    그가 백색 갈기를 자랑하는 명마 윈터에게 미안한 듯 속삭였다.

    “그래도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거라. 너만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나 또한 함께 가지 않느냐?”

    주인과 생사를 함께하는 전투마.

    윈터는 마치 그 운명을 납득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인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갔다.

    다른 숲의 짐승들이 역방향으로 도망을 치는 와중에도 꿋꿋했다.

    “워, 워.”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이윽고 거인 앞에 도착한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곧장 소통을 시도했다.

    “나는 모그리안 영지의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다. 지금 그대가 짓밟고 있는 이 땅의 주인이지.”

    […….]

    “낯선 거인이여. 그대가 적대심을 내비치지 않는 한 우리도 그대를 적대시하지 않을 터. 상호 간 적대심이 없음을 확인하는 수단으로서 통성명을 나누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그대의 이름이 궁금하군.”

    […….]

    “다시 한번 말하겠다. 나는 모그리안 영지의 대영주 마커스…….”

    시간을 되돌리기 이전과 같았다.

    대영주는 말하고, 거인은 그런 대영주를 한동안 가만히 내려다봤다.

    [?????? ?????????? ]

    그러고는 무어라 중얼거렸다.

    [?????? ????? ????? ?????]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는 북부 그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거인의 언어였으나, 지금은 다르다.

    이안이 여기 있다.

    ‘너희 중간계의 인간들은 눈앞에 더러운 벌레가 나타나 길을 막고 시끄럽게 울어대면 어떻게 하지?’

    그것은 질문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더러운 벌레.

    대영주한테 던지는 질문 말이다.

    “아직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다 알아들을 순 없으나, 적어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 ????? ?????? ]

    “……뭐?”

    ‘밟아 죽이지 않나? 바로 이렇게.’

    시간을 되돌리기 전과 같다.

    대영주 마커스 모그리안이 딛고 있는 땅바닥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제 곧 참혹한 결말이 대영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더럽힐 터.

    ‘붕괴.’

    하지만 그 비극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거인조차 감지하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기운을 숨겼던 이안이 마침내 완성시켰으니까.

    [네놈은…… 중간계의……?]

    쾅!

    설산만큼 커다란 거인의 육신이 균열을 일으킴과 동시에 폭발했다.

    푸른 피부, 백색 피, 그 두 가지 색이 뒤엉킨 내장과 뼈의 파편 따위가 북부의 하늘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이 꼭 우박과 비가 쏟아져 내리는 듯 기묘하였으니, 대영주는 물론 이 상황을 숨죽인 채 지켜보던 기사와 병사들조차 일순간 넋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그런 그들 앞에 착지하는 남자.

    상아탑주 이안 페이지가 물었다.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그럴까? 순간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 하는 대영주였다.

    “타, 탑주께서 어찌…….”

    “몸부터 추스르고 계십시오. 저는 아직 할 일이 좀 남아 있어서.”

    대영주가 무사함을 확인한 이안이 조금 전에 쿵, 하고 떨어졌던 거인의 커다란 두뇌부터 찾았다.

    그야말로 전신을 ‘붕괴’시켜 버렸으나 두뇌만큼은 남겨놓았으니, 이것만으로도 기억을 읽긴 충분했다.

    ‘메모리 이터.’

    인간의 것과 달리 딱딱한 두뇌.

    이안이 그 표면에 손을 얹었다.

    거기 담겨있는 기억과 경험들을 구석구석 들쑤시기 위함이었다.

    “…….”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을까?

    어느덧 밤이 찾아왔음에도 대영주와 기사, 그리고 병사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비록 상아탑주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엄연한 생명의 은인,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주변을 지키고자 했다.

    “으음.”

    이내 기억을 갈무리시킨 이안.

    그가 뒤늦게 대영주와 그 부하들을 발견하고는 당황한 듯 물었다.

    “다들 여기서 뭐 하십니까?”

    “탑주께서 뭔가 하시기에 주변을 지키고 있었소. 물론 우리가 탑주를 지킨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는 하오만,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오.”

    “그럼 이왕 거기 계신 거 조금만 더 있어 보세요. 이제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기는 할 거라서.”

    “……?”

    대영주가 의아함을 느끼든 말든.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떤 주문 같은 것을 외우는 이안이었다.

    그 주문은 명백한 언어의 힘.

    다만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첫 번째 분석 코드 전송, 중간계로의 차원 이동은 성공적이다. 즉시 ‘크로노스의 접속 권한’에 침범한 변수 이안 페이지를 확보하겠다.]

    그러자 놀랍게도 밤하늘에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던 약간의 일렁거림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음, 생각보다 무슨 일은 없네요.”

    “…….”

    “일단 돌아가죠.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제가 파악한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