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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83화 (외전) (18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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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83화

    외전. 장인들의 속내

    이안의 장원, 그곳에 여덟 장인 중 일곱이 뿌리를 내린 지도 십여 년이 흘렀다.

    물론 여덟 번째 장인은 다양한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마법사 ‘프란 페이지’를 포함시킨 숫자이니만큼, 사실상 모든 장인들이 이안의 장원에 모여서 살고 있는 형국을 이루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네. 우리가 너무 과했던 것 같아. 세상 변한 것 좀 보라고. 자중을 좀 했어야하는 건데…….”

    ‘재봉술의 명인’이자 모든 장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베르톨도가 푸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 정도면 십 년이 아니라, 거의 뭐 백 년은 더 앞당겨진 것 같구먼.”

    베르톨도의 말에 마도공학자 스람이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마침 그 하늘로부터 다른 영지로 향하는 비행선 한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비행포격선을 만들었던 기술 그대로, 나아가 발전까지 시켜 만들어낸 장인들의 ‘걸작’이었다.

    “하늘에 저런 물건이 떠다닐 줄이야 상상이나 해봤겠나? 뭐랄까, 이건 정말이지…….”

    어디 비행선뿐일까?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실로 편리해지고, 간편해졌다.

    제국군과 기사들의 보편적인 무장상태가 몇 단계는 더 진화되었으며, 마법사에게 지급되는 마법물품과 아티펙트의 수준 역시 확연하게 상승되었다.

    성벽과 건축물은 더더욱 완고해졌고, 여러 편리한 마도공학품으로 하여금 백성들의 생활수준 또한 고르게 높아졌다.

    “참 어마어마해졌어. 세상이.”

    이처럼 그린리버 제국, 아니 제국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륙 전체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바야흐로 ‘문명적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처음에는 다 적당히 푸는 걸로 약속하지 않았었나? 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거지? 응?”

    처음은 그랬다. 이안을 기다리는 김에, 인류 사회에 끼어든 김에, 가진 바 재능과 기술을 풀자.

    물론 소일거리 삼아서 ‘조금씩’ 말이다.

    “다 그놈에 경쟁심리가 문제인 게지.”

    문제가 있다면 그 ‘조금씩’이라는 단어였다.

    장인 중 누군가 새로운 기술의 산물을 세상에 공개하면, 다른 장인들도 덩달아 그 공개된 물건과 필적하는, 심지어 그 이상의 산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어 그대로 한 분야 장인으로서의 ‘경쟁심리’가 발동된 까닭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자중들 하자고.”

    목수 제르비오가 말하자.

    “하! 이제부터는 개뿔, 슬슬 가야지. 이안, 그 양반도 돌아왔잖아?”

    대장장이 할리아가 톡 쏘듯 대꾸했다.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장인들의 지긋지긋한 영생을 거두어줄 존재, 이안 페이지가 돌아온 지도 어느덧 일 년이 흘렀으니까.

    “우리가 말을 안 해서 그래, 말만 하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다고.”

    분명 당장이라도 이 ‘영생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싶었는데, 정작 기회가 찾아오자 망설임을 표하는 쪽은 일곱 명의 장인들이었다.

    “…….”

    찰나의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알고는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말이다.

    “그렇긴 해.”

    “뭐, 슬슬 가긴 가야지.”

    “아무렴, 원했던 거니까.”

    말년에 와서 정말 즐거웠다.

    ‘새로운 걸작’도 하나씩 남겼다.

    이제는 정말 멈출 때가 온 거다.

    “하지만…….”

    마치 목구멍에 걸린 빵조각처럼, 안타까운 문제가 딱 한 가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소년의 모습과 인격을 가진 조각가, 클레반이었다.

    “적어도 저 친구, 광증은 고쳐주고 가야하지 않겠어?”

    클레반의 광증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했다. 어린 시절의 인격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연히 다른 장인처럼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렇잖아? 죽어도 기억을 되찾고 죽어야지. 지금 당장 강제로 함께 가는 건…… 사실상 살인이나 마찬가지잖아? 영 못할 짓이지.”

    대장장이 할리아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다. 그렇다고 클레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떠날 수도 없었다.

    장인들 모두가 클레반의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였으니 말이다.

    “할리아의 말이 옳아. 리커버리 매지션 쪽에도 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요청해 뒀으니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조금만 더 기다려봄세.”

    재봉사 베르톨도가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줄기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머지 다른 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클레반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미련이 생겼을 수도…….’

    그토록 원했던 죽음, 이제 목전까지 다가온 ‘영원한 안식’ 앞에서 머뭇거리는 까닭이 정말 클레반의 광증 때문일까?

    그 본질적인 의구심 하나가 장인들의 뇌리를 관통했다.

    ‘오랜 은둔을 끝내면서, 세상의 전면에 나와 인류문명을 우리 손으로 쥐락펴락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새 미련이 생겼을지도 모르겠군.’

    비록 입 밖으로 전부 꺼내지는 않았으나, 클레반을 제외한 모든 장인들이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물론 우리의 존재는 세상 이치를 한참이나 거스른 존재, 당장에 사라져줘야 마땅하나…… 역시 클레반이 문제다. 가도 함께 가야겠지.’

    참으로 다양한 방식과 성격을 가진 장인들이었지만, 상황을 합리화시키는 ‘의식의 흐름만큼’은 소름끼치도록 똑같았다.

    그 증거로 모두가 한곳을 바라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귀여운 고양이 석상을 조각 중인 꼬마, ‘클레반’이 대상이었다.

    “……응?”

    장인들의 시선을 느낀 탓일까? 조각에 열중했던 클레반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귀여운 얼굴, 그리고 인격이었다. 그저 순수하기 짝이 없는 눈망울을 반짝거리면서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으니까.

    “우으음…….”

    왜 갑자기 자신을 바라볼까? 잠시동안 고민에 빠졌던 클레반, 그 꼬맹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무래도 이 귀여운 광증으로부터 벗어날 때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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