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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77화 (17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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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77화

    68. 마지막 매듭(6)

    아쉽게도 죽지는 않았다. ‘꼬맹이 이안’의 매직 미사일은 기껏해야 나무 방망이로 후려 맞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끄흑……!”

    물론 나무 방망이로도 사람은 죽일 수 있다. 최소한 기절초풍이다. 평범한 불량배인 람바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 털썩 나자빠져 흰자위만 보였다. 혀도 빠졌다.

    “허억! 헉! 하아……!”

    자신도 모르게 매직 미사일을 발동시켰던 ‘꼬맹이 이안’ 녀석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직접 행하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 이게…….’

    자신이 무언가를 쐈다. 심지어 공포의 대상이었던 불량배 람바오마저 쓰러뜨렸다. 단 한 방에 말이다.

    ‘뭐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공격하고자 주먹이 쥐어지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무언가가, 매직 미사일이 발동된 거다.

    우우우우웅-!

    한번 발동시킨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술식, 그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기호 몇 글자가 자동으로 떠오르더니, 곧바로 마력의 구체가 빚어졌으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꼬맹이 이안’은 지금 이게 마법이란 자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워낙에 정신이 없기도 없거니와, 평생 마법사는커녕 관련된 서책마저 읽어본 경험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길 수 있다. 내가!’

    하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꼬맹이 이안’ 자신은.

    이 정체 모를 구체로 하여금.

    불량배 무리를 이길 수 있다.

    충분히 쫓아낼 수 있다는 거다.

    “당장…….”

    ‘꼬맹이 이안’이 매직 미사일을 빚어냈다. 방금 불량배 람바오를 쓰러뜨린 구체보다 곱절은 더 커다란 크기였다. 동시에 한계이기도 했다.

    “내 집에서 꺼져!”

    두 번째 푸른색 구체가 ‘꼬맹이 이안’의 손아귀를 떠났다. 당혹감에 휩싸여 눈만 껌뻑거리는 불량배 무리가 새로운 표적이었다.

    “으…… 으아아아악!”

    “피해! 피하라고!”

    허겁지겁 피하기 시작한 불량배 무리들, 하나 좁아터진 집구석에 피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아비규환이란 표현이 실로 적당했다.

    콰아아앙-!

    두 번째 매직 미사일은 사람을 맞추지 못했다.

    빗나갔다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다만 흉가의 벽면에 부딪혀 그 일대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고작해야 나무 방망이 수준이었던 위력을 넘어서버린 거다.

    “히익……!”

    그 광경에 불량배 무리의 눈동자가 잔뜩 흔들렸다. 동공도 확장되었다. 그들은 ‘꼬맹이 이안’과 달랐다.

    몇몇은 실제로 마법사란 존재를 목격했던 경험이 있으며, 호사가들의 이야기나 소문 등 다양한 풍문으로 접해본 경험이 많았다. 그렇기에 쉬이 알아볼 수 있었다.

    ‘마법, 틀림없는 마법이다……!’

    저 꼬맹이가 빚어낸 구체.

    그리고 폭발을 일으키는 구체.

    저것은 단언하건대 ‘마법’이었다.

    ‘마법사였다고……? 저놈이?’

    자그마한 꼬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점의 하인이었던 꼬맹이가 마법사로서 등장한 거다.

    ‘도, 도대체 무슨 수로……?’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하등 쓸데없는 물음이기도 했다.

    마법사는 그냥 타고나는 거다.

    방법 따위가 존재하겠는가?

    “도, 도망쳐.”

    찰나의 적막함.

    그 속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모두를 깨운 한마디이기도 했다.

    “마법사라고, 마법사!”

    “마법사……?”

    “저 꼬맹이가……?”

    “마법사라면…… 마탑에서…….”

    “히…… 히이익……!”

    평범한 이들에게 ‘마법사’란 어떤 존재던가? 또 그들이 속한 ‘마탑’이란 어떠한 단체던가?

    그야말로 경외의 대상이자 제국의 문명, 전쟁사, 국력의 중심이며, 일부 특정한 각도로 바라보자면 황실보다 더 높은 곳에 군림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의 ‘마법사’였다.

    “이, 이런…….”

    마법사를 건든다.

    마탑의 심기를 거스른다.

    이 행위가 무엇을 뜻하겠는가?

    “염병할……!”

    더는 이 도시에서 살 수 없다.

    아니, 이 제국에서 살 수 없다.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튀, 튀어!”

    “밀지 마, 이 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아아악!”

    한시라도 빨리 도망을 치는 것.

    오직 그 길만이 살 길이니.

    “동작 그만!”

    불량배들이 그 도주의 길을 허겁지겁 밟으려는 찰나, ‘꼬맹이 이안’이 모두에게 외쳤다. 무려 마법사의 부름 아니겠는가? 일단 멈추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으리라.

    “저거도 데려가야지!”

    ‘꼬맹이 이안’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불량배 람바오가 여전히 나자빠져 있었다. 깊게 기절했거나, 혹은 기절한 척을 하고 있을 터.

    “예, 예! 나리! 죄송합니다! 예!”

    불량배들은 어느새 ‘꼬맹이 이안’을 대하는 말투부터 제대로 고쳐먹었다. 하물며 존칭까지 사용했다.

    “…….”

    몇 초나 채 걸렸을까?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몰려왔던 다수의 불량배들. 그놈들이 흉가에서 사라지기까지가.

    “…….”

    다시금 텅텅 비어버린 흉가, ‘꼬맹이 이안’이 자신의 손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법, 분명 놈들은 마법이라고 했다. 뿐인가? 자신을 마법사라고도 부르는 것 같았다.

    ‘……마법사라고?’

    마법사라니.

    그게 사실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분명 기이한 힘을 발휘했다.

    그 힘으로 불량배를 쫓아냈다.

    마법이 아니고서야, 이 경악할만한 사태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으으음…….”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한 그때, 드디어 어머니가 깨어났다. 동시에 복잡했던 ‘꼬맹이 이안’이 얼굴도 환하게 폈다.

    “엄마!”

    어머니는 여전히 안정된 호흡을 자랑했다. 혈색도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성수, 먹였었나?

    “이, 이안. 이게 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토끼처럼 뜬 눈이 놀란 기색으로 가득했으니까.

    문짝은 물론 그나마 바람을 막아주던 벽면까지 박살 나버렸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설명은 나중에, 이안의 첫 번째 관심사는 그녀의 건강이었다. 물론 두 번째 관심사도 마찬가지였다.

    “응? 아, 그러고 보니…….”

    그 물음에 베네사도 스스로의 몸 상태를 가늠했다. 나아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박살 난 흉가를 처음 목격했을 때보다 놀란 기색이었다.

    “모, 몸이 좀…… 이상하구나.”

    “네? 이상하다고요?”

    “그, 그러니까, 엄마 말은…….”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일단 너무나도 가벼웠다.

    항상 무거웠던 몸뚱이가.

    흐릿했던 눈과 정신이.

    갑갑했던 목구멍이.

    저렸던 팔다리가.

    “너무…… 말끔한데?”

    베네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같은 말만 뇌까렸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십 년을 살며 처음 겪어보는 쾌적함이었으니까.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단순한 회광반조가 아니라면, 그녀의 몸 상태는 완벽하게 회복된 셈이었다. 어찌 이렇듯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꼬맹이 이안’의 솔직한 심정은 그랬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적이 일어났다는 거다. 그것도 두 가지씩이나.

    ‘갑자기 마법을 부리게 되었고, 엄마의 건강까지 나아졌어. 꿈이 아니라면, 분명 신께서 밤마다 올린 내 기도에 응답을 해주신 거야.’

    기적, 혹은 신의 응답.

    오직 그런 종류의 추상적인 표현만이 수긍을 가능토록 만들어줬다.

    ‘이 힘이라면.’

    실로 엄청난 힘이 생겼다.

    ‘마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힘.

    이 세상에서 가장 이름 높은 힘.

    허상 따위가 아니라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질 신기루와도 같은 힘이 아니라면, 앞으로 닥쳐올 인생의 ‘선택지’가 크게 달라질 것이리라.

    ‘충분히 지킬 수 있어. 어머니, 그리고 내 몸뚱이 하나까지도.’

    ‘꼬맹이 이안’의 주먹이 단단하게 쥐어졌다. 오늘, 누군가는 마지막 매듭을 묶고자 고군분투하며 차원을 넘나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본격적인 시작에 나섰다.

    * * *

    '꼬맹이 이안'을 만난 이후로도.

    이안은 다양한 차원을 돌았다.

    심상 세계 속에 갇혔던 영혼들. 그들 모두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이제 단 한 명만을 남겨둔 찰나. 이안이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

    무척 익숙한 세상이기도 했다.

    “……오랜만이네.”

    주변이 활활 타올랐다. 말하자면 불타는 오두막집, 그 속에 ‘중년의 이안’이 있었다. 가슴팍 언저리로 칼이 박혔던 흔적 역시 보였다.

    “설마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이곳은 30년 전으로 돌아가기 전.

    이안이 처음 살았던 차원이었다.

    독살을 당한 직후이기도 했다.

    그렇다. 바로 ‘전생’ 말이다.

    “흡……!”

    이안은 급하게 치료 마법부터 펼쳤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육신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스며든 영혼의 여파로 눈을 뜨긴 했으나, 이대로 가만히 있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죽을 것 같았으니까.

    우웅! 우웅! 우우웅……!

    물론 평범한 마법 가지고는 한번 죽어버린 육신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없었다. 오직 제로 클래스의 경지에 도달한 술자만이 가능했다.

    “휴우…….”

    칼을 박아 넣었던 가슴팍은 물론, 라그나르에게 당했던 극독의 여파 역시 말끔하게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원래의 세상, 그리고 원래의 육신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쾌함마저 느껴졌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 세상의 이안이란 죽어버린 존재 아니겠는가?

    당장에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이제는 진정한 의미로 ‘원래의 세상’이 되어버린 차원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 숨 쉬는 세상으로.

    ‘하지만.’

    이곳에 볼 일이 남았다. 이야기를 들었고, 기억마저 읽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머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안의 ‘친모’나 다름없는 그녀가 생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프란 페이지의 기억에 따르자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계시다.’

    프란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기억을 읽어본 결과, 사실이었다.

    전생이라 표현할 수 있는 차원.

    그 세상의 어머니가 살아있다고.

    이안이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막 1년 차가 지날 때쯤, 고향에 홀로 남아 쓸쓸히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 말이다.

    ‘이제 다시는 내 어머니가 되어주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웠던 두 번째 삶과는 달리, 전생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렸고, 몰랐으며,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아니, 일찍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으니까.

    ‘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먼발치에서라도, 딱 한 번만이라도.’

    그것은 이안의 가슴에 응어리져 이따금씩 아파왔던 ‘한’이자 ‘후회’였다. 그 응어리를 깔끔하게 도려내고 싶었다. 그래야만 두 번째 삶의 어머니, 그리고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란의 기억에 따르자면…….’

    프란으로부터 읽어냈던 기억, 그 속에는 전생의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들 역시 단편적으로 남아있었다.

    ‘전혀 새로운 기억, 새로운 이름,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셨지.’

    프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물’이었다. 성공적인 도구, 이안을 잉태한 상으로 인간으로서 만족감이 높은 삶을 선사해줬다는 논리였다.

    ‘지극히 편의적인 논리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게도 느껴졌다.

    비록 이안을 잊어버렸을지언정.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그 행복을 확인해 두고 싶었다.

    두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꼭.

    ‘그 기억이 아직 유효할 경우.’

    어머니는 대륙의 외곽, 몇몇 소도시와 마을을 사방으로 낀 산속 언저리에 있었다.

    사냥과 나무, 목수일 등을 생업으로 삼은 남자와 부부로서 연을 맺었고, 비록 자식은 없지만 자연을 벗이며 자식 삼아 오순도순 살았다.

    “그럼.”

    막상 마음을 먹으니 그랬다.

    어딘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싱숭생숭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가볼까.”

    프란 페이지의 기억에 따른 위치,

    이안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풀과 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장관이네.”

    건조하게 뇌까린 이안, 그가 장대한 산속으로부터 오두막집 하나를 발견했다. 작지만 깨끗한, 그리고 아름다운 보금자리였다.

    “……!”

    그 오두막집으로부터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뚜렷하게 들려왔다. 기척 하나하나가 가볍고 조용한 것이, 여인네 특유의 기품으로 가득했다.

    “어…….”

    하얀 생머리를 가지런히 묶은 노령의 여인. 한데도 세월의 풍파가 빗겨간 듯 곱고 새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백색의 머리카락이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머니…….”

    가슴 한편에 묻었던 ‘아픔’.

    전생의 기억 속 ‘어머니’.

    이안의 실질적인 ‘친모’.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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