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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68화 (16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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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68화

    66. 결착(1)

    “……아하!”

    이안의 행보에 잠시 당혹감을 느꼈던 프란 페이지.

    그가 비약을 발견하더니 코웃음부터 쳤다. 딱히 피하거나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반응뿐이었다.

    “그래, 너희끼리 그런 얘기를 나눴지. 날 제압하고 그 비약을 입구멍에 쑤셔 넣으시겠다고? 내 심상 세계로 진입하고자? 좋아. 아주 훌륭한 계획이야. 근데 말이지. 가능하겠느냐? 내가 순순히 입이라도 벌려줄 것 같아? 응?”

    프란은 전투불능에 빠지기는커녕 아주 완벽한 몸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비약을 강제로 복용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이안, 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발버둥을 쳐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일이란다. 그 사실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글쎄…….”

    하나 이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 프란의 발언으로부터 확신까지 생긴 것 같았다. 희미한 미소가 그 증거였다.

    “혹시 그거 알아? 나는 더 이상 사념 따위가 아니야. 당신의 사념으로 살기에는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지. 의도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더라.”

    프란 페이지의 사념으로서보다, 이안 페이지 자신으로서의 자아가 훨씬 더 강력해졌다.

    프란 또한 그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지속해서 이어져 있던 희미한 단말이 완벽하게 끊어져 버렸으니까.

    “알 것 같군.”

    “또한.”

    이안이 틀어잡았던 멱살을 풀어줬다. 그리고는 약병의 마개까지 뽑았다.

    “오, 직접 떠먹여 주려고?”

    “아니.”

    돌발적인 행동은 그다음.

    이안이 약병을 역수로 돌렸다.

    자연스레 내용물도 쏟아졌다.

    “그럼 깔끔하게 포기선언이라도?”

    “거짓말이었어.”

    그 한마디와 함께 떨어지던 내용물도 우뚝 멈췄다. 동시에 프란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뿌려졌다. 제아무리 프란이라도 그 찰나의 순간, 기습적인 비약의 움직임을 모조리 피할 수는 없었다.

    “……무슨 짓이지?”

    결국 비약의 내용물로 하여금 손등 부근이 흠뻑 젖어버린 프란, 그가 조금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말했잖아? 거짓말이라고. 이 약, 먹는 약 아니야.”

    “뭐?”

    “굳이 분류하자면.”

    이안의 목소리가 거기까지 도달한 찰나, 프란에게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르는 약에 가깝지.”

    ‘바르는 약’이라는 이안의 표현처럼, 손목 언저리에 쏟아진 비약으로부터 기괴한 거품이 끓어올랐다.

    “무슨 짓을……!”

    “지금부터.”

    거품은 점차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어찌나 빠른지 그 프란 페이지조차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신의 불사를 거두겠다.”

    그 선언처럼, 비약에 담긴 이안의 사념체가 프란의 심상 세계 속으로 진입했다.

    과연 놈의 심상 세계에는 수만 명의 프란 페이지가 선홍빛 점막에 갇혀있었는데, 이안 자신의 심상 세계에서 목격했던 환경과 무척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니, 갇힌 영혼의 머릿수만 다를 뿐 똑같다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상상을 초월하는군.’

    프란 페이지, 놈은 시간의 권능을 남용하며 저 머릿수만큼의 차원을 분열시켰고, 저 머릿수만큼의 목숨을 여분처럼 누려왔던 것이다.

    ‘미친 짓도 여기까지다.’

    프란 페이지의 심상 세계에 들어온 이안. 아니, 이안의 사념체. 그 존재가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비록 본신만큼은 아니었으나 상당한 힘을 운용할 수 있을 터.

    “스피릿 커터.”

    스피릿 커터.

    표현 그대로 ‘영혼을 베는 주문’.

    이안이 술식을 발동시키자 곧 회색 빛깔 마법 칼날이 오른손 끝으로 기다랗게 펼쳐졌다.

    동부 대초원 불사의 군단을 파훼하는 과정에서 익혀둔 ‘고위 흑마법’이었다.

    “흐읍!”

    이안이 그 기다란 칼날을 크게 휘둘렀다.

    과거 올리버와의 수련 당시 조금씩 배워둔 제국검술 기본기가 오늘에 와서야 제 빛을 보았다.

    후우우우우우웅-!

    회색 칼날, 스피릿 커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로부터 굉음이 터져 나왔다.

    프란의 영혼이 소멸하며 터뜨린 절규이기도 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백에 달하는 영혼이 소멸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편히 쉬길, 광기로 중독된 영혼이여, 소모품으로 전락한 영혼이여!"

    베고, 베었으며, 또 베어버렸다.

    프란 페이지의 영혼들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절규가 터져 나왔다.

    [살려줘! 제발!]

    [나는 아무런 죄가 없어!]

    [우린 소모품에 불과했다고!]

    프란 페이지의 영혼,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이안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당장 멈추지 못하겠느냐?]

    [은혜도 모르는 후래 새끼!]

    [이 찢어 죽일 놈……!]

    이유는 간단했다. 본디 ‘심상 세계’란 육신을 지배 중인 영혼의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공간, 바로 그러한 공간에 오래도록 방치된 영혼들 아니겠는가?

    자연히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터. 심지어 그들은 프란의 영혼이다. 차원이 분열되는 그 시점부터 타락한 존재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후우! 후우, 하아……!”

    프란의 영혼을 얼마나 베었을까?

    이윽고 이안의 손속이 멈췄다.

    거친 숨마저 몰아쉬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시라도 빨리 끝내야…….”

    상대는 프란이다. 사상 최고의 마법사이자 최악의 거악, 프란 페이지 말이다.

    필시 새로운 수단으로 하여금 반격에 나설 터. 그전까지 모든 영혼을 제거해야만 한다.

    “멈춰라.”

    아직 수천에 달하는 영혼이 남아있건만, 벌써부터 프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뿐일까? 선홍빛 심상 세계 가장 구석진 곳으로부터 사람의 형체가 빚어졌다. 놈의 정신이 직접 심상 세계 내부로 들어온 거다.

    “지금껏 많이 봐줬다. 그래도 내 핏줄로부터 잉태된 사념이니까, 특별대우를 해줬다는 얘기다. 허나, 더는 두고 볼 수가 없겠구나.”

    프란이 한 글자 한 글자를 씹어뱉기도 하듯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단숨에, 고통 없이 보내주마. 먼저 그 주제넘은 사념 덩어리부터!”

    프란의 참모습은 그때부터였다. 놈은 마법사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무예에 통달한 기사, 마치 올리버처럼 낮고 빠른 보폭으로 거리를 좁혔다. 심지어 기사들의 발검 자세로 마법의 칼날을 뽑아냈다.

    푸욱-!

    그 마법의 칼날이 이안을, 심상 세계로 침투한 사념의 복부를 관통해버렸다.

    비록 사념체인지라 피를 흘리지도,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았으나, 그 몸뚱이만큼은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흐릿해지기에 이르렀다.

    “큭……!”

    그러나 사념도 엄연한 정신체이자 기억의 산물인 만큼, 일종의 ‘착각’과 가까운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나가서 기다려라. 친히 목숨을 거두어줄 테니까. 알겠느냐?”

    승기를 손아귀에 거머쥔 프란.

    놈이 확신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안의 반응은 의외였다.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가 싶더니.

    “걸렸다.”

    의미심장한 읊조림마저 내뱉었다.

    걸렸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끝을 보자. 프란 페이지.”

    “……?”

    (스피릿 익스플로전.)

    이윽고 칼날에 꿰뚫린 이안의 사념체. 그 흐릿해져 가는 형상으로부터 균열이 벌어졌다. 지금 당장에라도 폭발을 일으킬 기세였다.

    ‘자폭?’

    프란이 단번에 상황을 가늠해 냈다. 이안은 애당초 심상 세계 속 모든 영혼을 광범위하게 공격할 만한 수단이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선택하지 않았다. 육신을 지배 중인 프란의 영혼을 심상 세계로 유인함으로서, 잠깐이나마 묶어두기 위한 속임수를 펼친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자폭의 여파가 심상 세계의 지축을 잔뜩 뒤흔드는 그때, 사념체로부터 모든 기억을 전수받은 이안의 본신이 곧장 다음 행동에 나섰다.

    ‘지금이다.’

    면전에 우뚝 선 프란 페이지의 본신, 그는 어느새 완전무결한 얼음 보호막으로 몸을 가렸다.

    드래곤 일족의 힘으로도 단숨에 뚫어내기가 어려운 보호막이었다. 적어도 몇 분가량의 시간을 소요시켜야 뚫어낼 수 있을 터. 심상 세계의 문제에 대응하고자 펼친 방어였다.

    ‘시간이 없어.’

    축적된 모든 영혼이 자폭과 함께 소멸하였을 경우, 지금은 기회다. 불사의 원천을 지키고자 심상 세계로 진입해버린 프란 페이지, 놈의 단 하나 남은 명줄을 끊어버리기에 완벽한 기회라는 소리다.

    ‘불사의 힘을 지웠을 뿐, 놈의 힘은 그대로야. 지금 끝내지 않으면 상황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

    분명 불사의 힘을 지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놈이 가진 힘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결착을 시켜야만 한다.

    ‘반드시.’

    만약 여기서 끝을 내지 못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경우였다.

    불사의 힘을 잃어버린 프란.

    궁지에 몰린 미치광이 괴물.

    놈이 어떤 수작을 부리겠는가?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어 버릴 터.

    (아이스 스피어.)

    마침내 언어의 힘이 가미된 얼음덩이가 이안의 손바닥에 생성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듯 날카롭고도 냉랭했다.

    ‘완벽에 가까운 보호막.’

    이안이 보기에도 프란 페이지가 펼친 얼음 보호막은 완전무결했다. 설령 드래곤 일족 전체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다 한들 수십 분은 족히 버틸 정도로 단단했으니까.

    ‘하지만.’

    이안은 드래곤과 다르다.

    보호막의 본질을 알고 있다.

    단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보호막을 이루어낸 술식부터 주입된 마나의 농도와 양, 냉기 마법으로서 근본적인 온도와 결정의 형태, 가미된 보조 마법까지 전부 다.

    ‘뚫지 못할 것도 없지.’

    이안이 빚어낸 아이스 스피어. 그 언어의 힘이 가미된 얼음송곳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프란 페이지가 임시로 펼친 얼음 보호막과 동일한 구조의 냉기 마법이었으니까.

    꽈드드드득-!

    마침내 이안의 아이스 스피어가 얼음 방어막을 꿰뚫었다. 아니, 꿰뚫었다기보다는 스며들었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조금만……!”

    이유는 간단했다. 프란이 펼친 얼음 방어막과 이안의 아이스 스피어, 두 냉기가 빚어낸 마법은 지금, 서로를 ‘동류’로 착각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속임수처럼 방어막을 파고들기 시작한 아이스 스피어.

    그 예리한 끝 부분이 마침내 프란 페이지의 살갗까지 닿았다. 조금만 더 파고든다면 심장마저 관통해버릴 위치였다.

    푹.

    이윽고 닿았다.

    이안의 아이스 스피어가.

    프란의 가슴팍 살갗에 말이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대로 밀어 넣었다.

    심장 깊숙한 곳으로.

    일말 멈칫거림조차 없이.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푸우욱-!

    살을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선혈이 얼음을 물들였다.

    등 뒤로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초 후.

    “커헉……!”

    여분의 영혼을 지켜내고자 심상 세계로 진입했던 프란, 그 존재가 단말마와 함께 돌아왔다. 동시에 육신 전체를 꽁꽁 감쌌던 얼음의 보호막 역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계획은 성공적으로 통했다.

    “전원!”

    그 모습을 확인한 이안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외쳤다. 사방에 포진해있는 드래곤 일족, 그 생존자들을 향한 외침이자 명령이었다.

    “공격!”

    이안은 동맹일 뿐.

    그 어떤 명령권도 없다.

    그는 일족의 수장이 아니니까.

    일원조차 아닌 인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동맹의 요청에 따른다!]

    [프란 페이지를 멸하라!]

    [일족과 동맹을 위하여!]

    그 어떤 드래곤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따로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젊은 용부터 수장 리시스 라덴쥬에 이르기까지, 표현 그대로 너나 할 것 없이 공격을 독려했다. 또한 직접 나서기에 이르렀다. 프란 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맹공이 펼쳐지기 시작한 거다.

    ‘됐어. 이 정도라면……!’

    그 광경에 이안 역시 한 손 거들고 나섰다.

    그야말로 인외 최강의 존재들이 퍼붓는 가열찬 맹공 아니겠는가? 제아무리 프란 페이지라 할지라도 불사의 힘을 잃어버린 이상, 결단코 무사할 순 없으리라.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마침내 모든 공격이 멈췄다. 그 맹공은 가히 대제국 하나를. 아니, 인간문명 자체를 통째로 말살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아닌 게 아니라, 만약 무차원의 공간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펼쳤더라면 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모했을 터.

    “후욱……! 훅! 하아……!”

    거칠어진 숨을 고르는 것은 이안뿐만 아니었다. 모든 드래곤 일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친 호흡을 안정시켰다. 가진 바 힘에 대부분을 소모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놈은……?”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봤다.

    폭발의 여파가 잦아드는 곳.

    프란 페이지가 서 있던 지점을.

    바로 그 찰나였다.

    쇄애애애액-!

    폭발로부터 피어나 아직도 잦아들지 않은, 여전히 뿌옇기만 한 먼지로부터 난데없는 촉수가 뻗쳐왔다. 광기로 물든 흑색 촉수였다.

    쇄애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액-!

    비단 한줄기만이 아니었다. 수십 가닥에 달하는 촉수의 줄기가 연기를 꿰뚫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으윽……?]

    [무, 무슨……!]

    그 흑색의 촉수는 사방에 포진된 드래곤들을 무작위로 포박했다. 드래곤의 그 압도적인 힘과 권능으로도 감히 벗어날 수 없는 강도였다.

    “아직……, 살아있다고?”

    이안의 단말마와도 같은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드래곤을 포박한 수십 가닥 촉수가 다시금 먼지 속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쿠우웅-!

    촉수에 휘감긴 수십 마리 드래곤이 지면으로 추락했다.

    그 부딪치는 소리가 여지없이 들려왔다.

    어디 그뿐일까?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영영 듣지 않을 거라고 희망했던 흉측한 음성마저 들려왔다.

    “감히…….”

    연기가 걷어지며 들려온 목소리.

    여전한 광기로 타오르는 목소리.

    광기로 미쳐버린 인류의 수호자.

    프란 페이지의 목소리였다.

    “물려준 힘으로 내 등에 칼을 꽂은……, 그 짐승만도 못한 도마뱀과……, 내 씨를 받아먹고 태어난 복제품……. 두 배신자가 잘 어울리는구나. 아주 잘 어울려.”

    이내 모든 먼지와 안개가 걷어졌다. 그 안에 여전히 군림하는 존재. 프란 페이지의 몰골은 처참했다. 머리는 물론 몸뚱이마저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정상적인 생명체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상황, 그럼에도 프란은 멀쩡했다. 쓰러지기는커녕 말문까지 열 수 있었으니까.

    “설마 그 찰나 잔꾀를 부릴 줄이야……. 아까웠어. 나로선 철렁하기도 했지. 가까스로 지켜냈다. 단 하나의 영혼을 말이야. 덕분에…….”

    곤죽이 되어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였던 프란, 그 망가진 육체가 점차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 냈다.

    심상 세계 속 자폭으로부터 지켜낸 마지막 영혼 한 기, 그 혼백을 재료 삼은 마지막 ‘불사의 힘’이었다.

    “나도 신중함을 되찾았다. 정신머리가 바짝 드는 기분이로군.”

    촉수에 잡혀 추락했던 수십 마리 드래곤, 그들은 이미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처참히 박살 나 있었다.

    더는 불사의 존재가 아닐지언정, 그는 여전히 최강의 존재이자 최악의 존재, 프란 페이지였다.

    “너희들…… 평생을 살아도 큰 뜻 하나 품지 못할 아둔하고 가여운 족속들을 위해서라도…….”

    그 존재의 눈으로부터 흑광이 소용돌이쳤다.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았던 목소리 또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뿐일까?

    내뿜는 마기조차 불사의 힘을 잃기 전처럼 날뛰지 않았다. 한층 더 단단하고도 정갈하게 정돈되어 주변을 맴돌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겠다,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드는구나.”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어낸 사람처럼 읊조린 프란, 그가 허공에 공간을 열어 그 너머로 건너갔다.

    동시에 이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이 노리는 게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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