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62화 (162/342)

162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62화

63. 드래곤 슬레이어(3)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러나 본 드래곤이 소멸을 맞이한다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큼지막한 문제가 지칠 대로 지쳐버린 올리버에게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

그 문제는 ‘폭발’이었다. 허공으로 만개한 뼛조각 하나하나에 폭발의 술식이 새겨지며 진동을 일으켰다.

물론 창공에서 일어난 폭발이니만큼 지면의 토벌대까지 충격을 받지는 않겠다만, 동일 선상에 놓인 올리버가 문제였다.

저 모든 뼛조각의 술식에 휘말린다면 제아무리 올리버라도 버텨낼 도리가 없을 터. 심지어 마나마저 몽땅 쏟아낸 상태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음…… 큰일인데?”

그 광경을 본 올리버의 건조함으로 가득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펑!

처음에는 아주 작은 뼛조각 하나, 딱 그 하나가 부피만큼의 폭발만을 일으키더니.

펑! 퍼어엉! 펑! 퍼엉! 펑-!

퍼엉! 펑! 퍼펑! 펑! 퍼어엉-!

폭발의 여파가 가까운 뼛조각으로 이어지며 점차 연쇄적인 폭발을 이루어냈는데, 많은 폭발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폭발의 규모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쾅! 콰광! 콰과광! 쾅! 쾅-!

콰과광! 과쾅! 콰과과과과광-!

불어나고 또 불어났던 폭발의 향연이 드디어 대초원 하늘을 붉은색 화염으로, 나아가 새까만 잿가루와 연기로 뿌옇게 물들었다.

“오, 올리버……?”

황태자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허망하게 떨어뜨렸다. 올리버 또한 저 폭발에 정면으로 휘말렸을 터.

“오, 올리버…… 올리버……!”

황태자가 울부짖기에 이르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황태자 자신의 곁을 지켜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협으로부터 구해준 은인이 아니던가? 그런 소중한 존재가 폭발 속에 휘말려버렸다.

“올리버!”

다른 누구도 아닌 올리버를 잃는 일이다. 그것은 곧 형제를 잃어버리는 비극과 마찬가지일 터.

“올리버어어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올리버의 축 늘어진 육체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은빛으로 빛났던 갑옷과 면갑에 그을린 자국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폭발의 세기가 상당했던 것 같았다.

“마, 마법사! 마법사들은 무얼 하느냐! 어서, 어서 추락을 막아라!”

하지만 너무나도 먼 거리였다. 황태자의 외침이 후방 쪽 마법사에게 닿기도, 마법사의 저속낙하 주문이 떨어지는 올리버에게 닿기도.

“안 돼애애애애-!”

황태자의 절규가 난전 속 동부 대초원을 쩌렁쩌렁 울렸고.

쿵!

그와 더불어 올리버의 육체 또한 대초원 바닥에 무참히 나뒹굴었다.

“으…… 으으으……!”

그 참변에 황태자가 울먹거리며 달려갔다. 목적지는 단연코 올리버의 추락 지점이었다.

아직 대초원 좀비 상당수가 남아있거늘, 중요한 순간에 이성을 잃어버린 황태자였다.

“화, 황태자 전하를 보필하라! 전하께서 올리버 경께 가신다!”

“제2 황실기사단 전원! 속히 길을 뚫고 주변을 경계하라!”

그 행보에 제2 황실기사단은 물론 가까운 병사들까지 합심하여 대초원 좀비를 몰아냈다. 덕분에 황태자의 앞길이 빠른 속도로 정리되었다. 그 사이를 계속 거닐다 보니 어느덧 올리버가 보였다.

“오, 오, 올리버……?”

올리버를 발견한 황태자가 허겁지겁 달려가려는 그때, 여덟 마리 좀비들이 쓰러진 올리버에게 달라붙었다.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린 탓일까? 놈들은 산 자와 죽은 자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새끼들이……!”

그 광경에 황태자의 얼굴이 악마처럼 일그러졌다. 어디 그뿐일까?

탕탕! 탕! 탕탕탕탕! 탕-!

곧장 붐 스틱을 고쳐 잡더니 빠른 속도로 난사했다. 물론 표현만 난사일 뿐 실상은 조준사격 수준의 완벽한 ‘속사’였다.

심지어 발포된 매직 미사일마저 좀비들의 머릿수대로 정확히 여덟 발이었다.

“올리버! 올리버? 그만하고 정신 좀 차려봐!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의 상체를 끌어안은 황태자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 주변을 제2 황실기사단이 지켰다.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면 나더러 어찌하라는 것이냐!”

그러나 제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올리버의 육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일말의 호흡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 강인한 기사 올리버 레이우드가 정말 죽었을까? 이리 허무하게 명줄이 끊어진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황태자의 부리부리한 눈매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 그때였다.

누군가 황태자의 팔뚝을 툭, 하고 쳤다. 처음에는 그저 주변을 지켜주던 기사가 다가온 것인가 싶었던 황태자였다. 한데 아니었다. 기사들은 여전히 원형의 진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감촉은 무엇일까?

“……?”

황태자가 자신의 팔뚝 언저리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솥뚜껑만 한 손에 씌워진 ‘건틀릿’이 수줍은 듯 손가락과 손목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오, 올리버……?”

그 건틀릿의 주인, 올리버의 손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면갑 쪽으로 힘겹게 옮겨졌다. 슥 올려 맨얼굴을 드러내고 싶은 것 같았으나, 추락의 과정에서 고장이라도 생겨버린 건지 쉽게 젖힐 수가 없었다.

“오, 올려달라고?”

끄덕끄덕, 아주 미약하나 명백한 끄덕거림이 올리버의 목과 머리로부터 전해졌다.

그 모습에 황태자 하이든의 미소가 화사하게 만개했다. 올리버가 살아있다, 지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존재하겠는가?

땡그랑!

요청대로 면갑의 안면보호대를 힘껏 젖혀주는 황태자였다. 정말 고장이라도 났던 건지 젖혀지다 못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허억! 허어억! 허어어억……!”

면갑 안이 답답했던 걸까? 면갑이 벗겨지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는 올리버였다. 깨끗한 공기를 한숨이라도 더 들이쉬려는 듯 몹시 전투적인 호흡이었다.

“허억! 헉! 후우우……!”

“올리버!”

“전흐아……! 후! 하아……! 저, 전하. 소장, 소장은 괜찮사옵니다.”

본 드래곤을 쓰러뜨린 기사.

올리버 레이우드는 살아있었다.

심지어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이 갑옷들 덕분에 말이지요.”

오늘따라 올리버의 무장상태가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던 까닭, 그것은 올리버 나름대로의 방비였다.

“어쩐지 오늘따라, 폼 나는 황실기사처럼 갖춰 입고 싶더군요.”

생소한 면갑부터 풀 플레이트 아머 까지 모든 방어구가 할리아의 작품이었는데, 전부 어마어마한 방어력과 충격흡수력, 여타 수많은 보호 마법을 자랑했다. 덕분에 폭발은 물론 추락에서도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던 거다.

“살았으면 되었다. 살았으면.”

비교적 멀쩡한 올리버의 모습에 깊이 안도한 황태자, 그가 올리버를 부축하며 일어났다.

아직 갑옷에 폭발의 열기가 남아있음에도 꾹 참아냈다. 오히려 올리버의 상태만 걱정할 뿐이었다.

“걸을 수는 있겠느냐?”

“솔직히,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멀쩡히 살았다고는 해도, 그 모든 후유증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웠다. 이미 올리버의 몸뚱이는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올리버 경을 후방으로 안전하게 대피시킨다! 속히 길을 열고 응급처치에 나설 마법사를 호출하라!”

황태자의 명령에.

“존명!”

제2 황실기사단이 바쁘게 움직였다. 대다수는 병사들과 함께 좀비를 척살했고, 몇몇은 마법사와 연결되는 통신구로 하여금 치료 마법에 능한 마법사를 호출했다.

“오라버니!”

곧 후방으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은 마법사 두 명이 도착했다. 먼저 고위마법사이자 제국의 공주 ‘하이리 그린리버’가 달려왔으며.

“화, 황태자 전하.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수줍으면서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의 마법사. 그, 아니 ‘그녀’는 피에릭 영지의 파견마법사이며, 이안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맥기디’란 이름으로 남장을 했던 여성 마법사 ‘매리’였다.

“소인은 상아탑의 일원이자 피, 피에릭 영지의 마법사로 파견 중인 매리라고 하옵니다!”

그녀는 이안과 헤어진 순간부터 남장을 하지 않았다. 맥기디란 가명도 과감하게 버렸다.

매사 자신 있게 정진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진척이 없었던 마법적 성장에 불꽃이 붙기 시작하더니, 불과 며칠 전 3클래스 초입에 이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으리라.

“하이리, 매리. 잘 왔다. 어서 올리버의 상태를 살펴다오. 너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니라.”

두 여류 마법사를 반겨준 황태자가 올리버부터 챙겼다. 그녀들 또한 황태자의 뜻을 알기에 군말 없이 뜻대로 따랐다. 가장 먼저 올리버의 몸 상태를 살폈으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급치료까지 마무리했다. 이제 후방으로 옮겨가 본격적인 치료에 돌입할 차례일 터.

“전하.”

후방으로 옮겨지기 직전.

올리버가 황태자를 불렀다.

“마지막까지 전하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한 불충, 소장의 고장 난 몸뚱이가 회복되는 즉시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나이다.”

그럴 리가.

올리버는 할 만큼 했다.

충분히 그 이상을 해줬다.

그럼에도 죗값을 치르겠단다.

심지어 진심 어린 목소리였다.

“암, 죗값은 치러야지. 조속한 시일 내로 성한 몸뚱이와 함께 복귀하도록. 어떤 엄벌에 처할지는 그때 가서 친히 고민해줄 터이니.”

그 말에 황태자가 피식 웃으며 화답했다. 그는 올리버의 지극한, 하물며 지독하기까지 한 충성심을 알기에 이렇듯 웃을 수도 있었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전하.”

인사를 남긴 올리버가 두 마법사, 그리고 몇몇 병사들과 함께 안전히 후방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토벌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수많은 좀비가 동부 대초원에 잔뜩 꿈틀거리고 있었으니까.

“들어라! 삼국 토벌군의 용사여!”

올리버를 후방으로 떠나보낸 황태자. 이내 그가 음성 증폭구로 하여금 위엄 넘치는 목소리를 유감없이 내질렀다.

“그린리버의 검공, 레이우드 가문의 올리버가 간악한 ‘마룡’을 물리쳤다! 저 괴물들이 오매불망 기다렸을 ‘최강의 아군’을, 우리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을 ‘최악의 적군’을 혈혈단신으로 말이다!”

황태자의 외침에 모든 병사와 기사들이 엄청난 고취감을 느꼈다. 결코 마법사가 아닌, 일개 칼잡이의 비현실적인 활약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단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뛸만한 광경이었다.

“이제 저 괴물들은 가장 믿었던 아군을 잃었다! 반면 우리의 피해는 전무하다! 승리의 여신께서 우리와 함께 해주시거늘 무엇이 두렵겠는가? 이 기세를 가슴에 품고 몰아쳐라! 더는 이 땅에 서 있지 말아야 할 모순을 용납하지마라!”

일장연설과 함께 붐 스틱을 고쳐 잡은 황태자 하이든, 그의 발언과 모습에 일대 모든 토벌대가 우레와도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그린리버의 검공 ‘올리버 레이우드’는 새로운 호칭과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수놓았다.

인류를 위협했던 마룡의 척살자, ‘드래곤 슬레이어’란 이름으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