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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58화 (15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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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58화

62. 삼국 토벌대(1)

바이온의 말에 래디오가 침을 꼴깍 삼켰다. 삼류 연금술사조차 일류로 만들어주는 도감이라니? 연금술사로서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고, 입술마저 바짝바짝 말랐다. 오죽하면 갈증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그게 어찌 가능합니까?”

떨리는 손, 그리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묻는 레디오였다.

“연금술이란 게 단순히 재료만 배합한다고 해서 뚝딱 만들어지는 영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차 없는 계량이 필요하면서, 매순간 달라지는 약초의 상태를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경험과 타고난 안목…….”

“맞다. 그런 게 다 필요하지. 단.”

바이온이 ‘고급자용 도감’으로 제 엉덩이 쪽을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긴 그 모든 것이 전부 담겨 있다. 누가 되었든 가장 최적의 계량법을 알게 될 것이며, 안목이나 경험 역시 나와 필적할 수준으로 거듭나게 되겠지.”

“그, 그런…….”

“왜, 못 믿겠느냐?”

“아, 아무리 양질의 설명이 담겨 있다 해도, 어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씀이십니까? 삼류 연금술사가 아니라 저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죽어 자빠진 줄 알았던 애비가 살아 돌아오는 세상 아니냐? 이 미친 세상에 못 믿을 것도 많구먼.”

“…….”

“에잉! 거 재미없게 자랐어. 이래서 부모 없이 크면 안 되는 건데.”

정말이지 막말도 그런 막말이 없으리라.

입맛을 쩝 다신 바이온이 더글라스를 바라봤다.

“야, 손자야.”

“예? 아, 예! 하, 할아…… 할아버지.”

“너도 네 애비처럼 생각하느냐? 이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저, 저는…….”

질문의 화살이 더글라스에게 돌아갔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한 듯 보이는 더글라스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네 애비와 정반대의 대답이로군. 왜냐? 설명해봐라. 별 생각없이 반대로 말한 것이라면 네놈도, 이 죽여주는 도감을 가져갈 자격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냥 주려고 온 게 아니었나? 시간 없는데,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이안, 그가 어렵사리 말문을 참았다. 대신 돌아가는 상황을 잠자코 지켜봤다.

“만약에 말이에요. 제가 드리는 대답이 만족스러우시면요. 아버지께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셔야 해요! 할아버지께서의 정체가 뭔지, 왜 난데없이 연금술 도감 속에서 나타나신 건지. 아셨죠?”

“당돌한 놈. 오냐, 우선 네놈이 지껄이는 수준부터 감상해 보고, 그다음에 고려해 보도록 하마.”

바이온이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글라스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말씀드릴게요. 그 도감만 있으면 누구나 연금술사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더글라스의 대답이 시작되었다. 자연히 이목도 녀석에게 쏠렸다. 이안은 물론 래디오도, 심드렁하게 따라왔던 에반투스까지 전부 다.

“그…… 하, 할아버지의 경지가 너무 높아 하늘까지 닿아서……?”

“……?”

“그러니까 마, 마법으로 따지면 이안님 같은 분이셔서…… 저희는 상상도 해볼 수 없는…… 그런 방법으로 마법 같은 도감을……”

점점 기어들어가기 시작한 더글라스의 목소리였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첫마디와는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한 것 같았다.

“만드신 게 아닐까…….”

솔직히 말이 되지를 않았다. 책 하나로 재능 없는 연금술사가 최고의 연금술사로 변모한다? 어디 대단한 마법으로도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터. 더글라스라고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었으리라.

“지금 그 대답, 최선이냐?”

“…….”

“정말?”

“저, 저도 실은…….”

“정답이다.”

“잘 모르…… 네?”

“정답이라고, 네 대답. 뭐, 뒷걸음질치다가 얼떨결에 얻어걸렸겠다만.”

정답이라고?

더글라스의 대답이?모두가 의구심을 표하는 가운데.

“옜다.”

다른 이들이 어찌 보든 말든, 더글라스에게 도감을 휙 던져주는. 바이온이었다. 워낙 두꺼운 책인지라, 가만히 서서 받는 것만으로도 몸뚱이가 크게 휘청거릴 정도였다.

“펼쳐봐라. 그럼 그 시답잖은 대답이 왜 정답인지,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더글라스가 바이온의 도감, 일명 ‘고급자용 연금술 도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바이온의 제안대로 천천히 펼쳤다. 잔뜩 경직된 심호흡이 절로 내쉬어졌다.

“쓰으읍-! 후우……!”

더글라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제 소년을 벗어나 청년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의 얼굴, 그 표정이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그려졌다.

“지, 지금…… 지금 당장 열어봐도 될까요?”

“좋을 대로 해라.”

이윽고 도감이 활짝 펼쳐졌다. 시작이 어려울 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한 장, 또 한 장. 거침없이 넘어가기 시작한 도감, 그리고 더글라스의 손놀림이었다. 녀석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책장만 미친 듯이 넘겼고, 그때였다.

“……!”

더글라스의 눈이 눈에 띄게 커져 버렸다. 연금술 도감으로부터 선홍빛 마나의 글자 뭉텅이가 마치 꽃가루처럼 내뿜어진 탓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더글라스의 눈과 귀로 흡입되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건……?’

그 광경에 이안의 눈에도 이채가 서렸다. 방식은 조금 달랐으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것 같았다. 그 역시 얼마 전 ‘흑마법’을 빠른 속도로 익히고자 비슷한 방법에 나선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방법이라면…… 더글라스가 버티기는 힘들 텐데……?’

간단히 표현하자면, ‘방대한 자료를 머릿속으로 단숨에 쑤셔 박는 행위’나 같은 이치였다. 오죽하면 이안조차 언어의 힘으로 뇌를 보호하기 전까지는 사용을 꺼렸겠는가?

‘저대로 뒀다간……!’

하나 더글라스에게는 없다. 두뇌를 보호해줄 언어의 힘은커녕 엇비슷한 마나조차도. 표현처럼 평범한 인간 그 자체란 거다. 부작용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멈춰!”

이안이 더글라스와 도감을 떼어놓았으나,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더글라스는 벌써 두 눈이 뒤집혀 흰 부분만 보였으며, 입과 코, 귀로부터 불그스름한 거품이 부글거렸다.

“……!”

그 부작용을 확인한 이안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래디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두 남자가 동시에 바이온을 노려봤다. 하나 바이온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 듯, 도감이 보관되었던 조각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었다.

“하나가 덜 나왔네.”

그는 마치 들으라는 것처럼 중얼거리더니, 조각상에 다시 한 번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조각상의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부터 물건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연금술 도감은 아니었다. 책 종류 자체가 아니었으니까.

툭!

바이온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 물체, 그것은 연한 녹색 빛의 액체가 담긴 약병이었다.

“먹여.”

바이온이 그 녹색 액체가 담긴 약병을 래디오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약입니까?”

“거 뭐냐, 머리통 보호제다. 운 좋으면 더 똑똑해질 수도 있고.”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안 먹이면 죽을 텐데? 일 분 내에 골로 간다.”

바이온의 선고와도 같은 한마디, 그 말에 래디오가 잡념을 집어던졌다. 재빨리 약병의 마개를 뽑아 더글라스에게 복용시켰다.

한 모금 한 모금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뒤집혔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았고, 뿜어지던 불그스름한 거품 역시 잦아들었으며, 새파랗게 질렸던 안색도 곧 정상적인 혈색을 되찾았다.

“이, 이게 무슨……?”

레디오는 그 엄청난 회복세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론 연금술사로서의 놀라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약이 존재했다고……?”

래디오의 연금술 상식으로, 이처럼 마시자마자 바로 생체적 반응을 일으키는 약, 심지어 그 효과의 끝까지 순식간에 작용하는 약은 단 하나뿐이었다.

‘극독밖에는 없다.’

그것도 몸값 비싼 암살자나 사용할법한 최상의 극독이 아닌 이상, 세상의 모든 약물이란 본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육신에 약효가 퍼져 작용할 때까지의 시간 말이다.

“짜식, 놀랐냐?”

“아, 그게…….”

“기대해봐라. 이제 저 녀석한테 이런 물약 쪼가리쯤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될 테니까. 아마 코를 파면서 대충 만들어도 뚝딱뚝딱 찍어낼 거다.”

“그 말씀은.”

바이온의 말에 이안이 껴들었다.

“제가 말씀드린 그 비약도, 더글라스 선에서 가능하다는 겁니까?”

“오, 물론.”

바이온의 대답에는 일말 망설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그 이상이겠지.”

* * *

준비해야 할, 혹은 해결할 문제가 아무리 넘쳐난다 한들, 시간이란 놈은 이안의 사정을 손톱만큼도 봐주지 않았다.

이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피할 수 않을 터.

‘프란 페이지, 그 모든 문제의 근원만 제외한다면 말이지.’

시간의 힘을 마음껏, 저급한 표현으로는 ‘제 꼴리는 대로’ 써먹는 그 작자야 시간적 압박이 무엇인지도 모를 테지만, 이안은 달랐다. 열흘이란 시간을 정말이지 숨 막히게 보냈다.

“슬슬 출격하겠습니다.”

마도공학자 스람이 이안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금 그들이 위치한 곳은 스람의 지하공방, 인즉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이 보관된 바로 그 거대한 지하공간이었다.

“그러십시오.”

스람이 ‘출격’하겠다며 비행포격선 위로 오르자, 이안 역시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줬다.

“준비된 물량을 전부 투하하신 뒤, 곧바로 신호탄부터 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삼국 토벌대가 아무런 버벅임 없이 움직여 줄 테니까요.”

이안의 마지막 당부와 함께, 지하공방의 허공으로 커다란 포탈 하나가 생성되었다.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이 지하로 들어올 수 있는, 나아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였다.

쿠구구구구구구……!

자체적으로 마나를 생성하는 드래곤 하트, 그 심장을 동력원 삼아 떠오르기 시작한 비행포격선의 뱃머리가 포탈 쪽으로 잡혔다. 동시에 전진하기 시작했다. 포탈 너머에는 당연하게도 '하늘'이 펼쳐졌다. 모든 준비가 역사적인 격전을 빚어낼 동부 대초원 부근의 상공 말이다.

“음, 제대로 왔구먼.”

흡족하게 뇌까렸던 스람, 그가 계속해서 텅텅 빈 동부 대초원의 상공을 비행했다. 실로 고요한 땅 위로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의 거대한 그림자가 살금살금 드리웠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 일정한 방향과 느린 속도로 미루어보건대, 아무래도 대초원의 중심부가 일차적인 목적지인 것 같았다.

“좋아. 이제 슬슬…….”

얼마나 살금살금 비행했을까? 드디어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이 동부 대초원 중심부 상공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스람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 가지, 그중 첫 번째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임무부터 수행할 차례였다.

“후우우……!”

스람의 오른손이 조종석 근처로 돋아난 손잡이의 근처를 하염없이 맴돌았다. 아무래도 그 손잡이를 잡아당겨야 하는 눈치였는데.

“간다…… 간다…… 갈…… 까?”

생각보다 길어지는 망설임. 결국 스람이 자신의 두 눈을 왼손으로 가렸다. 그러더니 오른손을 더듬거리며 손잡이 위에 살포시 올려놨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스람의 기합소리와 함께 조종석 옆으로 솟아난 ‘붉은 손잡이’가, 포격선 아래 부착된 타원형 구체와 직결되는 바로 그 ‘잠금 해제 손잡이’가 거침없이 당겨졌다.

쿠궁! 쿵! 철커덕!

쿠궁! 쿵!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쿵! 쿵! 쿠궁! 쿠구구구궁……!

그러자 구체와 연결되었던 안전장치들, 그 모든 잠금의 금속들이 빠른 속도로 해제되었다.

“가자아앗-!”

이윽고 비행포격선 아래 설치된 검은 구체, 그 타원형을 이룬 정체불명의 구체가 동부 대초원 중앙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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