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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52화 (15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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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52화

60. 반격의 서막(3)

[숨기지 않았다면 굳이 날 감시자로 보낼 이유도 없었겠지. 리시스 라덴쥬, 그 앞뒤 꽉 막힌 자가 그대를 제거대상으로 분류했을 테니까. 하지만 난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 지긋지긋한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간만에 세상 공기도 마시고, 밝은 햇빛도 좀 쐬고 싶었고 음, 역시 좋군.]

그윽한 목소리로부터 빚어진 말, 그건 이안이 예상했던 바와 한참 달랐다.

저 검은 몸뚱이, 강렬한 기백, 목소리라면 무언가 대단한 이유를, 못해도 일족의 반란 정도는 입에 담아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한데 갑자기 바깥세상 공기에 햇빛 타령이라니, 지하 감옥 잡범들이나 입에 담을 법한 까닭이었다.

“고작 그따위 이유로 감시 대상에게 접근할 것 같진 않은데. 숨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본론부터 꺼내란 얘기를 참 길게 하는군.]

“내가 요즘 헛소리를 밥 먹듯이 내뱉는 족속 덕에 고생이 많아서.”

한 치의 양보조차 없는 대화.

아타르 하카가 희미하게 웃었다.

[건치로다. 그 바람대로 결론부터 주도록 하지. 단순하게 표현하건대,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든다. 계속 지켜본 결과, 써먹을 구석이 제법 다양한 인간인 것 같더군.]

정신으로 직결되어 전해지는 목소리가 이안의 골통을 울렸다. 특히 아타르 하카의 경우는 어찌나 더 쩌렁쩌렁 울려대는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물론 일족의 수장 리시스 라덴쥬는 그대가 프란 페이지의 핏줄임을 우려했다. 하여 위협의 소지가 될 싹이 보인다면 가차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거하란 명령까지 내렸다만, 뭐 어떤가? 내 마음에 들었는데. 무릇 일족의 이인자로서 이 정도 권한쯤은 누려도 되는 법이지.]

검은 용 아타르 하카, 그는 아무래도 드래곤 일족 전체의 이인자. 즉 수장 리시스 아덴쥬의 바로 아래 서열인 것 같았다.

[괜히 견제만 하다가 적으로 돌아설 바에는, 프란 페이지를 완전히 소멸시킬 동맹이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보아하니 무언가를 알아낸 모양인 것 같군. 예컨대 불사의 원천이라든가.]

당연한 얘기였으나, 아타르 하카는 프란이 가진 불사의 원천을 알지 못했다. 이안과 프란의 대화를 엿듣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알지. 그 약점을 찾는 중이고.”

이안은 부정하지 않았다. 애당초 그 원천이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계속 죽이다 보면 언젠가는 죽지 않을까 싶은 추측만 품었을 뿐, 그마저 상대가 프란 페이지인 이상 비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생각해 보라. 그와 같은 강자를 얼마나 죽일 수 있겠는가? 프란 역시 파훼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기에 비밀도 공유했을 터.

[그러므로 이안 페이지, 난 그대의 행보를 돕기로 정했다.]

잠시 말문을 멈췄던 검은 용 아타르 하카, 그가 웬 검은색 그림자를 이안에게 뿜었다. 공격적이거나 수상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뭐지?”

[그대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것.]

이윽고 그 새까만 그림자가 이안의 발밑으로 꿈틀꿈틀 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이안 본연의 그림자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참으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자, 이제 마법을 부려보아라.]

“뭐?”

이안이 반문하면서도 가벼운 마법을 발동시켜봤다. 가장 기초적인 공격마법, 매직 미사일부터 시작했다. 다만 이안의 주문인 만큼 그 크기와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쿠웅-!

거대한 매직 미사일 한 구가 아타르 하카를 향해 날아들어 폭발했다.

물론 그 정도로는 드래곤 일족 이인자의 육신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케케묵은 먼지만 뿌옇게 퍼져나갈 뿐, 하타르 하카가 앞발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

[만족스러운가?]

“…….”

이안이 제 육신 속 미미한 흐름에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는 그랬다.

큰 마법이든 작은 마법이든, 일단 사용하고 나면 특유의 여파가 어김없이 느껴졌다.

마치 가득 쉬었던 숨을 내뱉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느낌이 전혀 일어나질 않았다.

“……어떻게 한 거지?”

[내게는 쉬운 일이다. 달리 나를 감시자로 보냈겠는가? 아, 미리 말하건대 언어의 힘은 아니다. 그대와 인간들이 술식의 힘을 부리듯, 우리 일족 또한 고유의 권능을 조금씩 발전시켜왔지. 이는 우리 검은 용 일족 고유의 권능이다.]

검은 용이자 이안의 감시자 아타르 하카의 도움, 이로서 이안이 원했던 모든 요소가 이루어졌다.

더 이상 움직여도 기척을 일으키지 않으며, 감정의 변화가 생겨도 생체반응은 평온함을 유지하며, 아무리 마법을 발동시켜도 그로 말미암은 파동이나 흐트러짐이 발생하지 않을 터. 프란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프란 페이지, 그대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론을 알고 있다. 언젠가 프란 페이지는 물론 우리 일족까지도 깨끗하게 소멸되길 원하겠지. 단지 그럴 만한 힘과 여유가 없기에 시급한 불부터 멸화되길 원하고 있을 뿐.]

그는 이안의 심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그 파악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작금의 상황을 인지한 존재라면, 나아가 이안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누구든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허나 그 전에,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군. 좋은 선물을 주었으니, 말 한마디 정도는 들어주겠지?]

“……들어는 보겠다.”

[한 번쯤 객관적으로 되짚어보길 바란다. 프란 페이지는 그대에게 명백한 위협을 가했겠지. 안 봐도 빤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일족으로부터 가해진 위협은? 프란 페이지의 속임수가 아닌, 정말 우리 일족으로부터 받았던 위협이 존재하긴 하던가?]

그 말에 이안이 조금 흠칫했다.

사실 예전부터 느끼는 바가 있었다. 정말 자신의 삶에 드래곤 일족의 개입이 있었던가?

프란 페이지의 속임수가 아닌, 순전히 드래곤으로부터 뻗어져 나온 마수 말이다.

‘만약 지금까지 얻었던 정보가 전부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용언서를 발견했던 일도, 전생에 당했던 독살도, 어렵게 성공시킨 시간 회귀도, 골드 드래곤이 나타났던 순간도, 용아병 부대와 본 드래곤이 이안을 노렸던 당시까지도.

‘전부 프란 페이지의 각본이다.’

딱 하나, 용아병과 본 드래곤의 침공은 양쪽 모두 얘기가 달랐다. 서로에게 원인과 책임을 전가하기 바빴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상으로 미루어봤을 때, 그 사태 역시 프란 페이지가 꾸민 각본 중 일부인 것 같았다.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증거가 없으니 확신도 없다.

다만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가정만으로 여부를 유추해 본다면.

‘……없다.’

바로 그랬다. 드래곤 일족이 이안에게 끼친 피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애당초 드래곤은 이안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하지 않았던가?

“…….”

이안은 말문이 턱하고 막힘을 느꼈다. 자신의 느낌과 정황이 틀려먹지 않았을 경우, 저 물음에 논리적으로 반박할만한 거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이는 충고이며, 동시에 부탁이기도 하다. 허니 신중하게 생각해보아라. 과연 어떠한 선택이 옳은지, 어떤 존재를 그대의 진정한 적으로서 마주해야 하는지.]

강렬한 화두와 함께, 사방을 칠흑으로 물들였던 어둠이 느릿하게 거두어졌다. 더불어 아타르 하카의 육신 또한 신기루처럼 파스스 흩어졌다.

‘진정한 적이라…….’

이윽고 모든 어둠이 사라졌다. 제법 긴 대화를 나눴던 결계가 완벽하게 허물어졌다. 그럼에도 세상은 똑같았다. 대화의 시작으로부터 채 몇 초도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움직이자.’

우선 이안이 생각을 갈무리시켰다. 우두커니 서 고민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설령 고민하더라도 계속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다음 목적지로.’

이안에게 당장 주어진 목표는 ‘언어의 힘’과 ‘흑마법’의 조합, 그리고 진화다. 하여 불사의 군단이 가진 약점까지 한 번에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깊은 흑마법적 조예가 요구되었다.

‘전 상아탑주, 허버트 레온.’

흑마법에 한해서는 이안보다 높은 경지에 닿았던 존재, 전 상아탑주 ‘허버트 레온’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허버트가 그 정도 수준의 흑마법을 익힐 수 있었던 ‘수단’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고작 흑마법서 몇 권 뒷구멍으로 구해서 익힌 수준이 아니었어.’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녔던 전생의 이안과는 달리, 허버트는 전생이나 이번 생이나 대부분을 수도와 상아탑에서 지냈다.

실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흑마법을 접하고 연구할 기회 자체가 일천했을 터. 그럼에도 꽤 상당한 수준의 흑마법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분명 흑마법과 연관된 공급처가 따로 존재했으리라.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

이안이 텔레포트 주문을 발동시켰다. 새하얀 빛줄기와 함께 이동된 장소는 바로 수도 밖 야산, 과거 허버트가 처형된 이후 언데드로서의 부활을 도모했던 바로 그 야산이었다. 심지어 시신조각을 하나하나 불태웠던 장소 그대로였다.

‘이런 짓까지 하게 될 줄이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방법, 단언하건대 이안의 취향에서 한참 벗어난 방법이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금은 시간이 최우선이었으니까.

“흙과 증오 아래 파묻혀 평생 눈감지 못할 저주받은 망령이여.”

이안이 전생에 익혔던 흑마법 중 하나, 물론 이론만 알고 있을 뿐 한 번도 사용한 바가 없었던 주문, ‘강령술’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일어나라.”

그러자 사방으로부터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 아지랑이가 몰려들었다. 모두 이 야산 일대에 묻혀 그대로 귀속된 망령들임이 분명했다.

“깨어나라.”

그 아지랑이는 저마다 절규하듯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이안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돌아와라.”

주문이 세 번째에 닿았을 때, 섬뜩한 기운의 망령들이 점차 인간의 형체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허버트 레온.”

하나 그 흉내도 잠시, 이안의 입으로부터 특정한 이름을 나오자 모든 망령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오직 단 하나의 망령만 이안 앞에 덩그러니 남은 채로 말이다.

(네, 네놈……?)

망령으로부터 흘러나온 음성.

결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이노오오옴……!)

그 섬뜩한 소리가 곧 사람의 음성을 닮아갔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목소리는 마치 노기로 가득한 늙은이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노인네, 오랜만이야.”

이안이 강령술로 불러낸 영혼. 그 정체는 바로 전대 상아탑주이자, 고위마법사 헬레느 등 여러 마법사를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던 흑마법사, 허버트 레온이었다.

(이노오오오옴!)

“계속 이놈 저놈 할 거면 그냥 완전히 소멸시키는 게 좋겠군.”

(……!)

이안이 던지듯 내뱉은 한마디에 고함소리가 잦아들었다. 영혼의 완전한 소멸, 그 협박이 통한 거다.

“날 보고 흥분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단 대화부터 천천히 나눠보는 게 어때? 당신 경험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말했잖아. 물어볼 게 있다고.”

전 상아탑주 허버트의 영혼이 이안을 의뭉스럽게 노려봤다. 그럼에도 방금처럼 고함을 치진 못했다.

“대답만 잘하면 육신을 줄 수도 있어. 그 정돈 나도 가능하거든.”

(……뭐? 정말, 정말로 내게 육신을 주겠다는 소리냐? 네놈이?)

“더덕더덕 기워 붙인 누더기 시체라도 괜찮다면.”

(사, 상관없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어서, 어서 내게 육신을 다오. 육신만 준다면 네놈이 원하는 대답을 전부……!)

“아니, 대답이 먼저야.”

(놈! 그 말을 어찌 믿느냐!)

“믿기 싫으면 말든가. 나는 잃을 게 없어. 당신한테만 구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거든. 그냥 제일 빠른 방법인 것 같아 찾아왔을 뿐이지.”

이안이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서자, 허버트의 망령이 그 앞길을 막아섰다. 재빠르기가 쏜살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자, 잠깐! 멈춰라 애송이! 말하겠다! 대답할 테니 제발! 제발!)

아무래도 증오와 허탈함에 미쳐버린 듯 느껴지는 허버트의 망령이었다. 아니, 이미 미쳐 버린 상태에서 죽었던가?

“내가 묻고 싶은 건 간단해. 당신이 익혔던 흑마법, 절대 자력으로 익힐만한 수준이 아니었어. 특히 상아탑주의 자리에 묶인 채로는 더더욱 말이야. 내가 추측하기로 흑마법과 연관된 정보와 물건을 따로 공급받은 것 같은데, 그 공급처가 어디지? 음지에 살아남은 흑마법사 길드라도 존재하나?”

질문을 받은 허버트의 망령.

그가 킬킬거리며 대꾸했다.

가소롭다는 웃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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