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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46화 (14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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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46화

58. 불사의 힘(2)

“불사의 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나와 내 장인들처럼 자아를 그대로 가진 부류, 그리고 저들처럼 자아가 사라진 채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류.”

“…….”

“물론 너까지 저들처럼 만들고 싶진 않아. 불사의 방식 자체가 다르거든. 애초에 그럴 수도 없지. 언어의 힘을 습득해 버린 이상 통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머릿수.

심지어 죽지 않는 불사의 군단.

이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뼈저리도록 느껴지는 사실 하나.

‘……정말 단단히 미쳤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대초원 모든 생명체조차 말살시킬 수 있는 미치광이, 그것이 바로 프란 페이지였다. 과거 모든 인류를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 인류 중 일부인 원주민마저 하수인으로 만들어버린 거다.

“당신, 인류를 수호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물론이다. 지금도 그 이상향에는 변함이 없지.”

“저들도 인류라는 구분에 들어갈 텐데?”

이안이 불사의 군단으로 편입된 몬스터, 그리고 대초원 원주민들. 그 중 원주민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이지 모순덩어리였다. 저들이 인류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구분에 들어간다고 해서 다 같은 인간은 아니지. 알잖아?”

드래곤 일족과 프란 페이지의 관점.

그 차이점이자 모든 분쟁의 시작.

프란의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도마뱀들은 인정하지 못했다만, 인류의 경중은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 나는 더 가치 있는 인류, 그리고 그 후손을 오래도록 지키고자 소수를 희생시켰을 뿐이야. 아니, 희생이라 표현하기도 뭣하군. 저들은 어차피 대초원의 몬스터에게 몰살당했을 운명, 그런 자들에게 불사의 힘을 내려줬으니 사실상 구원과도 같지.”

그것은 명백한 궤변이었다. 물론 인류의 경중을 나눌 수 있다. 그 부분만큼은 이안 역시 공감했다. 인류의 경중이란 분명 존재한다. 나눌 수도 있다. 단지 분류하기가 어려울 뿐.

‘그렇다 해도, 희생이 아니라 구원이라니.’

아무리 곱씹어 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미쳤다. 프란 페이지는 확실히 미쳤다. 인류의 수호라는 ‘맹목적 껍데기’만 남은 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미쳐버린 게 분명하리라.

“해서, 배신한다면 저것들을 도시로 진군시키겠단 건가?”

“이미 그렇게 예정되어있다. 내가 진군을 명령하는 게 아니라, 저들이 직접 감지하고 움직이는 원리지.”

이안이 다시금 불사의 군단을 바라봤다.

정말 죽지 않는 존재들이라면 문제가 컸다.

도시 스스로 막아낼 수가 없을 테니까.

이안의 고민이 그쯤에서 머물렀을 때.

“아, 혹시 확인이 필요해?”

프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큼지막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 파동은 일직선으로, 불사의 군단 중 일부를 향해 사정없이 뻗어나갔다. 나아가 그들을 집어삼키기까지 했다.

쿠구구구구구……!

다량의 먼지가 자욱하게 퍼졌다. 그 파동을 정면으로 받아버린 괴물과 원주민들도 졸지에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끔찍한 광경, 하나 그 광경은 지속하지 않았다.

파스스스스……!

서재에서 날벌레에게 불사의 힘을 내렸을 때, 그때와 똑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모든 시신이 가루가 되어 각각 한 점으로 뭉쳤다. 그 점은 곧 형체를 이루어냈고, 동시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표현 그대로 ‘불사의 군단’이 아닐 수 없었다.

“도시가 가진 대책, 올리버였던가? 그 기사를 포함한 기사들, 제국군, 상아탑의 마법사로는 막을 수 없을 거다. 막아내기는커녕 순식간에 밀리겠지. 죽일 수가 없는데 어찌 막겠느냐? 네가 뒤늦게 합류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을걸?”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제국군, 기사단, 상아탑의 마법사. 그뿐만 아니라 모든 영지의 병력을 다 합친다 해도 시간 벌이만 가능할 뿐, 막아내기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리라.

‘장인과 권속들도 확신할 순 없다.’

그들은 각각 프란 페이지의.

드래곤 일족의 수족이 아니던가?

논외의 경우로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안, 허튼짓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다면 그냥 그쯤에서 접어둬. 벌써 두 번째 말하는 것 같다만, 나도 내 아내가 되도록 오래 살기를 바라니까.”

할 말을 모두 끝낸 프란, 그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불사의 군단이 가루로 무너졌다. 불사의 힘이 발동될 때와 똑같은 가루였다. 동시에 지면 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동부 대초원을 가득 채웠던 불사의 군단이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었다.

“…….”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프란은 여유로운 눈빛을 내비쳤다.

반면 이안의 고민만 깊어졌다.

프란 페이지가 준비해 둔 한 수.

저 한 수의 대항마가 필요했다.

‘저 힘의 약점을 찾는 수밖에는.’

불사의 힘을 완벽하게 파훼하는 것.

프란조차 생각지 못했던 약점 말이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방법은 그뿐이었다.

“자, 고민할 시간은 충분했겠지.”

그 침묵을 먼저 깨뜨린 쪽은 프란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다급한 것 같기도 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자꾸나.”

프란이 허공으로부터 약병 하나를 쑥 꺼냈다. 인류 최강의 마법사인 이안조차 신기함을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마셔보아라.”

“또 과거라도 가서 배우라는 건가?”

“오, 이번 건 달라. 조금 까다롭지.”

약병의 마개부터 열어준 프란.

그가 병을 이안에게 건네며 말했다.

“약에 이상한 짓을 했다거나…….”

“그럴 기회는 이미 많았어. 알잖아?”

틀린 말도 아니었다. 프란이 이안에게 수작을 걸고자 했다면 진즉 그리했을 것이며, 높은 확률로 성공까지 해냈을 터.

“내키지 않는다면 포기해도 괜찮다만, 불사의 힘을 원한다면 마실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야 얘기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이안이 건네받은 비약을 바라봤다.

어떠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걸까?

꿀꺽!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안이 비약을 털어 넣었다.

자신의 목구멍 속으로 말이다.

“……!”

언어의 힘을 익히기 위한 과거.

그 시간대로 넘어갈 때와 같았다.

시야 내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그때는 그저 과거의 세상일 뿐이었다.

시간대만 달랐을 뿐, 익숙했단 얘기다.

들판도, 하늘도, 살아 숨 쉬는 인간도.

모든 것이 같은 세상임을 증명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안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이곳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달랐다.

“여긴……?”

마치 쩍 벌린 목구멍 안쪽처럼 질척거리는 선홍빛의 세상, 혹은 동굴. 바로 그러한 광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뿐일까? 살아서 숨이라도 쉬는 듯 선홍빛 물질 전체가 쌕쌕거리기에 이르렀다.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 불쾌감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눈살 찌푸릴 필요 없다. 너는 지금 스스로 내면에 진입한 상태니까. 굳이 제 속살을 보고 불쾌할 필요는 없겠지.]

이안의 정신을 통해 들려오는 음성.

바로 프란 페이지의 목소리였다.

“내면……?”

[너의 정신 속 깊숙한 심연까지 내려온 셈이라고 할까? 오직 언어의 힘을 부리는 존재, 그들만이 닿을 수 있는 심상 세계의 끝자락이지. 아마 다른 존재가 비약을 마셨다면 그 자리에서 미쳐버렸을 거다. 언어의 힘에 숙달하기 이전의 네 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고.]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 심상 세계의 끝자락이라고? 이안으로선 당장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심상이란 본디 마법사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마나 호흡의 궁극적 단계가 바로 심상 세계의 ‘진입’ 아니겠는가?

[그 심상의 세계에 익숙해진다면 곧 비약 없이도 진입할 수 있을 거다. 허나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지. 여러모로 연금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심상 세계가 불사의 힘과 무슨 관계가 있지?”

[그럼 막간을 이용해서 문제 하나…….]

“할 말은 그냥 해줬으면 하는데.”

[에이! 그럼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장난스럽게 말문을 반복시킨 프란.

그가 그 문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네 녀석은 시간을 되돌렸다. 약 삼십 년가량의 세월을 말이야. 어린 시절의 육신으로 돌아왔고, 두 번째 삶을 가히 쥐락펴락하듯 만끽했지. 그럼 여기서 문제, 본디 존재했어야 할 12살짜리 이안 페이지. 그 소년은 어찌 되었을까?]

이안 페이지가 30년이란 세월을 되돌린 시점, 아무것도 모른 채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마나 반응검사를 기다렸을 이안 페이지, 그 ‘12살배기 소년’이자 ‘과거의 이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프란이 던진 질문은 그것을 묻고 있었다.

“…….”

이안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고민해 본 바 없는 문제였으니까. 단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고만 생각했다. 한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리시스 라덴쥬의 언급을 떠올려 봐도 그랬다. 프란이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새로운 차원이 생성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무분별한 차원의 분열을 막고자 프란과의 전쟁을 선택했다고도 말했다. 같은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 그렇다면 이안 페이지란 존재 역시 하나가 아닐 터.

“……정답이 뭐지?”

[어찌 되긴, 잘 자고 있지.]

프란의 대꾸가 들려오기 무섭게.

선홍빛 바닥이 뭉툭하게 솟아올랐다.

[너의 내면, 심상 세계의 끝자락.]

솟아오른 선홍빛의 기둥, 그 기둥 윗부분이 양쪽으로 쩍 갈라졌다. 기둥 안쪽에 담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변화였는데.

[그곳에.]

갈라진 기둥 윗부분으로 무언가가 보였다. 사람의 머리였다. 밝은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소년, 이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그렇다. 그 기둥 속에 갇힌 소년은 12살의 이안 페이지, 마나 반응검사를 받기 직전의 소년이 포근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한 육신에 두 영혼이 깃들 수는 없는 법. 자연히 선택받지 못한 영혼은 뒷전으로 물러나 영원한 잠에 빠져들 수밖에.]

세상 편안하게 잠든 12살의 이안.

이안이 그 어린 얼굴을 바라봤다.

실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굵직한 흐름의 핵심적인 고리는 오로지 네 행보로만 결정되니까. 다른 차원이란 그저 너의 권능으로부터 파생된 아류에 불과할 뿐이지.]

프란이 안심하라는 어조로 말했다.

그럼에도 혼란을 지우기란 어려웠다.

“……잠깐, 그럼 하나 더 있어야 하지 않나?”

한참을 고민했던 이안이 말했다.

한 가지 의구심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내가 라그나르를 처리했던 당시, 그때도 잠깐이지만 시간을 되돌렸잖아?”

5황자 라그나르를 끝장냈을 당시.

그때도 분명 시간을 되돌렸다.

몇 초 남짓이긴 했지만 말이다.

[예리하군.]

프란의 한마디와 함께 선홍빛 기둥이 하나 더 솟아올랐다. 먼저 솟아났던 기둥보다 조금 더 굵직하고 길었다.

[고작 몇 년 전의 너다. 기분이 좀 묘할 거야. 나도 처음엔 그랬거든. 뭐가 맞는 건지 혼란스럽더라. 뭐, 결국 별거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

프란의 말이 정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12살 꼬마 시절의 얼굴과는 달랐다. 5황자 라그나르를 궁지로 몰아 처리할 때의 자신 아니겠는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다.

[좋아. 잡설은 여기까지.]

프란이 자연스레 주제를 바꿨다.

본래 다루던 주제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마. 네가 원하는, 그리고 도마뱀 놈들이 말해준 ‘불사의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 심상 세계에 쌓인 ‘여분의 영혼’을 활용했을 뿐이지.]

불사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곧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네 녀석의 입장으로 따지자면, 거기 잠들어있는 소년과 청년이 합쳐져 너를 두 번 되살려줄 도구. 아니, '대신 죽어줄 도구'란 거다.]

또 다른 자신의 영혼.

그 영혼이 이안을 살려준다.

아니, 대신 죽어줄 도구다.

[도마뱀 놈들에게 들었겠지. 한때 나는 무수하게 많은 차원을 분열시켰다. 인정해. 나도 시간의 힘에 그런 부작용이 존재할 줄은 몰랐거든. 하지만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행위야말로 인류를 위한 길이었으니까. 오직 이 세상만을 위한 길……!]

프란의 목소리가 점점 광기로 물들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영혼이 내 심상 세계로 떨어졌더군. 해서 자유로이 해방해줬을 뿐이다. 내 영혼을 대신하여 소멸할 ‘여분의 생명’으로서 말이지.]

장난스럽고 너스레 넘쳤던 존재.

하나 그 존재의 본색은 저랬다.

[무의미하게 잠들어있기보다는 대의를 향한 초석, 그 밑거름으로 희생되는 쪽이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아마 원했을 거야. 그들 또한 나 자신이니까. 만약 나보다 더 상위의 내가 나를 희생시킨다면, 나는 순순히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도무지 끝을 모르는 광기.

그대로 굳어버린 아집.

소름이 끼치는 집착.

이야말로 프란 페이지.

그 ‘괴물’의 본모습이었다.

[이안, 불사를 원한다면 먼저 시간의 힘부터 누려라. 바꾸고 싶은 과오가 있다면 마음껏 바꿔봐라. 언어의 힘에 숙달한 이상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럴 자격도 충분하고.]

드래곤 일족이 그토록 우려했던 차원의 분열, 하나 정작 분열의 원흉인 프란 페이지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오로지 두 눈에 보이는 가치, 인류의 수호라는 허울만 남은 채 잔뜩 변질되어버린 이상향. 그 꽁무니만 쫓아갈 뿐이었다.

‘시간의 힘으로 파생된 여분의 영혼.’

그러나 이안은 달랐다.

프란의 말을 듣고 떠올린 생각.

그것은 우려나 막막함이 아니었다.

‘그게 불사의 근원이란 뜻인데.’

오히려 심정이 한결 편해졌다.

나아갈 길을 찾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럼 결국 불사가 아니잖아?’

수많은 시간의 되돌림.

그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영혼.

그 영혼으로 누리는 불사의 힘.

달리 표현하자면 무엇이겠는가?

‘계속 죽다 보면.’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

혹은 그 이상까지 시도한다면.

‘결국에는 죽는다.’

이안의 결론은 간단했다.

불사의 힘은 불사가 아니다.

프란 페이지도, 불사의 군단도.

이안의 장원에 머무는 장인들도.

죽음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란 거다.

벗어난 것처럼 착각하도록 유도할 뿐.

자신에 하여금, 그리고 상대방에 하여금.

‘해볼 만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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