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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45화 (14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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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45화

58. 불사의 힘(1)

“……사념체 따위로 그런 것까지 가능해?”

“하하, 좀 잘났어야지. 내가 말이다.”

“거 참 좋으시겠군.”

질린다는 듯 읊조린 이안의 말에 너스레로 일관하는 프란이었다. 비록 가볍게 말하고 가볍게 대꾸했으나, 가늠할 수 없는 경지의 깊이였다. 도대체 본신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드래곤 일족의 절반을 죽였다고 했으니…….’

언어의 힘을 익혔다고 해서 함부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약점부터 충분히 찾아놔야 승산도 존재할 터.

“먼저 고백하지. 드래곤을 만나고 오는 길이야.”

“알고 있다. 하지만 괜찮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중요한 건 이안, 네가 나를 택해줬다는 부분이다.”

프란의 목소리로부터 숨길 수 없는 흥분, 그리고 만족감이 드러났다. 수천 년 묵은 능구렁이답게 여러 가면을 쓰고 벗을 수 있겠다만, 적어도 이안이 느낀 바로는 그랬다.

“그래, 직접 만나보니까 어때? 생각보다 믿을 만한 족속들이 아니지 않더냐?”

“그건 당신도…….”

“물론 나도 믿기 힘들겠지. 이해한다. 다 이해해. 그래도 말이야. 이왕 나를 선택한 김에 지금부터라도 믿어주면 안 되겠느냐? 최소한 그 도마뱀 놈들보다는 믿어 달라 이거지.”

흥분과 만족감, 그다음은 감정적인 애원이었다.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에 호소력이 담겼다. 만약 이마저도 가식의 가면이자 연기라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미친놈이 분명하리라.

“……애초에 당신을 선택한 이유가 그거야.”

하지만 지금은 이안도 가식의 가면을.

속내를 숨기기 위한 연기에 나설 때였다.

“당신 말대로 그 드래곤, 도마뱀 놈들은 영 믿을 수가 없더라고. 겉으로는 점잖은 척을 하더니만, 내가 사라지자마자 감시자까지 붙이더군. 검은 용, 아타르 하카였던가?”

검은 용, 검은 불꽃, 아타르 하타.

프란 페이지 역시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림자의 용이라고도 불리는 도마뱀이지. 네발 달린 짐승 주제에 감이 꽤 좋은 놈이야. 그놈이 붙었다면……, 지금 이 대화도 엿듣고 있을지 모르겠네.”

감이 좋은 드래곤. 표현이 단순해서 그렇지, 실로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을 것이리라. 이안 정도 되는 존재의 감시자 역할로 붙인 만큼 탁월한 추적능력과 은신능력은 기본일 터.

“뭐 엿들을 테면 엿들으라고 해. 어차피 이안, 너에게 감시를 붙였다는 거 자체가 우리의 연합을 확신했단 증거니까. 이미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놨을 거다.”

프란이 별 대수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더는 걱정이나 근심 따윈 없는 것 같았다.

이안이라는 이름의 천군만마를 얻었으니까.

“이안, 계획은 간단하다. 다시 그 공간으로 보내줄 테니 봉인의 유지를 방해해 다오. 미약한 빈틈 하나면 충분해. 내가 직접 봉인을 깨뜨릴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는 전쟁이지. 7할의 승산을 가진 전젱, 제법 해봄직 하다고 보는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계획이었다. 물론 난이도로만 따진다면 이안의 인생을 통틀어 최고로 위험천만한 모험이기도 했다. 혼자 드래곤의 본진으로 쳐들어가 난동을 부리라니, 아마 며칠 전에 들었다면 미친 소리 좀 그만 하라며 일갈을 했으리라.

“정신 나갔군. 그게 간단한 건가?”

“끽해봐야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 죽을 생각이 없다니까.”

불사의 힘을 가진 프란.

그에게 죽음이란 머나먼 얘기일 뿐.

그러나 이안으로선 태연할 수 없었다.

또한 그 필멸자의 관점이야말로 기회였다.

“……그래서 말인데.”

프란 페이지가 지닌 불사의 힘.

그 힘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기회.

“도마뱀들 수장. 리시스 라덴쥬가 말하기로는 당신,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는 불사의 존재라 하더군. 나도 대충은 알아. 당신이 만든 장인들도 비슷한 힘을 가졌잖아?”

이안이 불사의 힘에 관한 운을 띄웠다.

프란 역시 태연하게 반응했다.

“재미난 힘이지. 나도 우연히 얻었거든.”

“우연히? 설마 방법을 모른다는 건가?”

“오, 그럴 리가 있나. 날 뭐로 보고!”

사뭇 새침하게 대꾸한 프란, 그가 서재 창문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웬 날벌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뿐만 아니라 검은 빛깔 기운이 프란의 손바닥으로부터 뿜어졌다. 대상은 단언컨대 벌레였다.

“이안, 그렇게 애쓸 것 없다.”

검은 기운에 휘감겼던 날벌레, 그 미물이 수명을 다한 듯 서재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프란의 발에 밟히기까지 했다. 표현 그대로 작살이 나버린 날벌레의 몸뚱이, 바로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설령 내 약점을 잡아둔다 해도.”

벌레의 바스러진 육신이 고운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일정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는데, 본디 살아생전 벌레의 형체와 색깔 그대로였다. 완벽하게 부활해 버린 거다.

“쓸모가 없을 테니까.”

되살아난 벌레가 창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이안의 눈앞에서 펼쳐진 불사의 권능.

한데도 짐작마저 해볼 수가 없었다.

‘뭐지? 정말 마법뿐인가?’

연금술과 같은 부가적인 영향력이 없는 걸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일말 마나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찌 되어 먹은 힘인지 추측조차 불가능하단 얘기였다.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 그럼에도 이안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약점도 약점이지만, 나도 그 힘이 탐나서 말이야.”

“그렇게 말해도, 이건 아무한테나 내어줄 수 있는 힘이 아니란다.”

“그렇겠지. 근데 내가 아무는 아니지 않나?”

이안이 계속해서 말문을 이어갔다.

“그 힘이 필요해. 그럼 이번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저승 갈 걱정은 없잖아? 목숨만 연명해둔다면 언젠가는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어? 지금 당신이 하는 것처럼 말이야.”

“정 그렇게까지 원한다면야…….”

프란의 손으로부터 다시금 불사의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하나 이안이 원하는 바는 달랐다. 그가 황급히 손바닥을 뻗어 보이며 프란의 기운을 제지했다.

“잠깐, 당신이 주는 힘은 받지 않겠어. 그 힘에 어떤 수작질을 부렸을지 어떻게 알지? 이래 보여도 첫 번째 삶을 독살로 날린 몸이라고. 아, 설마 그 독살. 당신이 꾸민 짓인가? 그럼 상당히 불쾌할 것 같은데.”

프란이 긍정의 침묵을 날렸다.

모든 것은 프란의 설계였으니까.

“……이제 와서 탓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불사의 힘을 부리는 법, 그 방법 자체를 알려줘. 단순히 힘을 내려달라는 게 아니라…….”

“설명할 필요 없다.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불사의 힘을 내려달라는 게 아니다. 그 힘을 부릴 방법이 필요하다. 이안의 얘기는 그러했고, 프란도 이해했다. 단지, 이해와 판단이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흐음, 그래. 알고 싶다니 알려줘야겠지. 그래도 내가 명색이 아비……, 아차! 취소. 이건 엄연히 말실수니까 또 살벌하게 굴지 말자꾸나.”

아비니 아들이니 절대로 운운하지 말라던 경고 탓일까? 프란이 괜스레 엄살까지 피워대며 중얼거렸다.

“안 그럴 거지……?”

“당신, 그거 다 연기야?”

“섭섭하게, 내 성격 알잖아?”

“연기면 그냥 그쯤하고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진짜 제대로 미친놈 같거든. 아니, 미친 거 맞나? 안 미치는 게 더 이상하긴 한데.”

“허어. 그래도 그렇지. 못하는 소리가 없구먼.”

진심으로 시무룩해져 고개까지 푹 떨어뜨린 프란,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시무룩함도 완벽하게 거둬졌다. 과연 감정 기복이 변화무쌍한 존재였다.

“어쩔 수 없지. 바라는 건 알려주도록 하마. 그 힘으로 내 약점을 잡아 쥐든, 불사의 권능을 누리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으마. 단, 그 힘을 전수해 주기 전에 보여줄 것이 있다.”

“보여줄 거? 뭐지?”

“따라와라.”

프란이 공간을 여닫이문처럼 열었다.

그 건너편은 이안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과거 예정되었던 삼국의 토벌이 불발된 땅.

몬스터들의 터전이나 다를 바 없는 곳.

‘동부 대초원’의 풍경이 펼쳐졌으니까.

“갑자기 여긴 왜…….”

“직접 보면 알아.”

동부 대초원.

피에릭 영지와 맞닿은 땅.

왠지 모를 아득함이 느껴졌다.

“……어?”

동시에 한줄기 의아함도 피어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정말 동부 대초원의 ‘한복판’이라면 반드시 보여야 할 존재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대초원이 맞는다면 보여야 한다.

다양한 몬스터, 혹은 원주민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말이다.

그런데…….

“……없어?”

몬스터도, 원주민도, 하다못해 짐승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걷거나 뛸 수 있는 생명체의 씨가 말라 버렸다는 얘기다. 이안이 황급하게 씨어 디텍션 주문을 펼쳤다. 일대의 생명을 감지할 수 있는 마법,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이른바 ‘무생명의 땅.’

지금 동부 대초원의 상태가 그랬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별건 아니고.”

프란이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일종의…….”

프란이 두 손을 양쪽으로 곧게 뻗었다. 나아가 검은 빛깔의 기운을 대량으로 방출시키기에 이르렀다. 아까 전, 날벌레를 되살릴 때 뿜었던 바로 그 기운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방출되는 기운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는 정도일 뿐.

“안전장치라고 할까?”

그 검은 빛깔의 기운. 달리 말하자면 ‘불사의 힘’으로 추측되는 기운이 수만 마리 뱀처럼 나뉘어 지면을 파고들었다. 땅속에 특정한 목적이라도 묻혀있는 것처럼 거칠게도 파헤쳤다.

“……안전장치?”

“네가 내 약점을 잡아도 안심할 수 있는…….”

잔뜩 땅속으로 파고든 ‘불사의 힘’.

그 결과물이 곧 사방으로 펼쳐졌다.

이 땅에서 사라졌던 몬스터와 원주민.

그들이 다시금 돌아오기 시작했으니까.

다만, 산자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안전장치 말이야.”

동부 대초원을 양분했던 두 생명체.

다양한 종의 ‘몬스터’와 ‘원주민 부족’. 그들이 땅속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더는 ‘생명체’의 모습이 아닌, ‘불사의 군단’으로서.

“이안. 네가 내 약점을 쥐고 허튼짓을 하려는 즉시, 이 가엾은 아이들은 너의 소중한 것들을 짓밟고, 산산이 부수고자 진군할 거다. 이미 자아가 그렇게 형성되어있지.”

이안의 소중한 것. 필시 가족을 포함한 주변 모든 것을 뜻할 터, 특히 이 정도 머릿수와 죽지 않는 불사의 군단이라면 용아병 사태 당시보다 절망적인 난국을 맞이하리라.

“미리 알려주는데, 불사의 힘은 하나를 거둘 때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내게 전수를 받더라도 이 군대, 완벽하게 막아낼 순 없을 거다. 아니, 막아낼 순 있겠지. 오래 걸릴 뿐이야. 모든 걸 잃어버릴 때쯤 돼서야 전멸시킬 수 있을걸?”

만약을 대비한 안전장치.

그 표현은 결코 허황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안.”

“…….”

“내 뒤통수를 칠 생각이라면 그만두어라.”

마치 제안과도 같은 목소리, 말투, 표정. 하나 그것은 명백한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나도 내 아내를 잃고 싶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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