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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33화 (1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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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33화

53. 독불장군은 장수하지 못한다(2)

“저게…… 뭐지?”

곧 모습을 드러낸 ‘소리의 근원’.

그 첫인상에 이안이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표현 그대로였다.

저 물체가 대체 뭘까?

“……배?”

배, 분명 배의 모습이 맞았다. 하지만 몇몇 차이점도 존재했다.

먼저 단순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비행, 물 위가 아니라 하늘 위를 날아다닌다는 거다. 그 비행의 보조적인 추진력을 위한 회전물체도 곳곳에 보였다. 그것이 산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의 원인이었다.

[아-! 아-! 증폭구 테스트, 하나! 둘! 셋!]

하늘을 나는 배, 그 갑판으로부터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성 증폭구로 키워진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이안과 장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스람……?”

“스람 아저씨?”

“저 기술공 놈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공학자 스람의 새로운 걸작.

그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야, 뭔지는 몰라도…….]

스람의 어조가 평소와는 달랐다.

어떤 기대감으로 고양된 느낌이었다.

들끓는 흥분감 또한 감추지 못했다.

[바글바글하네?]

배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또한 그럴수록 배의 규모마저 실감 났다. 그 크기만 놓고 보자면 수백 명의 사람을 태우고도 남을 것 같았다. 비행 가능 여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먼저 신사숙녀 여러분께 소개를 해드리겠…… 엉?]

스람의 말문이 이어지려는 찰나, 가고일 중 일부가 비행을 시작했다.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배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말이 좋아 일부지, 그마저도 상당한 머릿수를 자랑했다.

[저게 그 가고일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구먼?]

그 덤벼드는 꼬락서니가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린 스람. 물론 증폭구 덕에 그 작은 중얼거림마저 산맥 전체에 퍼졌다.

[부나방들한테 맛보여줄 선물이 하나 있긴 하지.]

스람이 배의 키를 놨다. 그리고는 주변 조종석의 장치들로부터 이것저것을 만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답은 금방 나왔다. 배의 옆구리로부터 수많은 물체가 우후죽순 튀어나왔으니까. 하나같이 굵고 기다란 ‘원통’의 형태였다.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 포격준비 완료!]

비행포격선 ‘용의 심장.’ 이름처럼 용의 심장을 연구했고, 그 용의 심장으로부터 공급되는 마나를 동력 삼아 제작된 스람 ‘희대의 걸작’이 성이라도 난 듯 불꽃을 뿜어댔다.

콰광! 쾅! 콰앙! 쾅! 콰아아앙-!

용의 심장이라는 이름보다도 그 앞에 붙은 명칭, ‘비행포격선’이란 표현이 참으로 적절했다. 날아드는 가고일을 무자비하게 격추시키기 시작했으니까. 용의 심장이 보유한 무한대, 그리고 고품격의 마나로만 이루어낼 수 있는 ‘꿈의 비행포격선’이었다.

[크하핫!]

항상 점잖은 줄만 알았던 그가 달라졌다.

포격과 함께 우렁찬 광소까지 터뜨렸다.

본연의 성정이 튀어나오는 모양새였다.

[그래. 저런 친구였어. 이제야 기억나는구먼.]

재봉사 베르톨도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저 거대한 걸 어디서 만든 거지? 혼자 만들었을 리는 없는데…….]

목수 제르비오의 의구심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췄다.

[내가 이래서 저놈을 싫어하는 거라고! 혼자 튀잖아! 혼자!]

스람을 ‘기술공’이라 깎아내렸던 대장장이 할리아 역시 학을 떼며 말했다. 물론 타당한 근거로 삼기엔 부족함이 따랐다.

[우와아……!]

꼬마 조각사 클레반은 그저 신기했다.

두 눈마저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가장 정상적인 반응이기도 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라니.

신기할 수밖에 없을 거다.

[정말이지…….]

대장장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같았다.

그중 특히나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면.

[정신 나간 자가, 정신 나간 물건을 만들었군.]

그 말에는 이안도 동감했다.

지켜보던 기사 올리버도 동감했다.

헤르넬리아와 페어리 일족도 동감했다.

저 광소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결코 온전한 정신머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콰앙! 쾅! 콰과광! 쾅-!

[으하하핫-!]

그러나 공학자 스람의 웃음소리와는 달리, 저 어마어마한 포격은 전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화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으며, 갑작스러운 등장과 공중이라는 위치가 그야말로 절묘했다. 불리했던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 버리기 충분했다.

“지금입니다. 모두 배 위로!”

이안이 모두에게 외쳤다. 대부분 비행을 할 수 있었으나, 불가능하거나 부상당한 이들은 모두 용용이의 등에 태워졌다.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산맥을 벗어나야 합니다.”

[응? 벌써? 아직 보여주지 못한 기능들이…….]

“기습이라 이 정도로 먹혀든 겁니다. 머릿수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저놈들이 정신 차리고 한꺼번에 덤비면 이 배, 그대로 추락합니다. 그걸 바라진 않으시겠죠?]

[으으음…….]

이안의 말에 스람이 광기를 거뒀다.

더는 광소도, 기이한 구호도 없었다.

음성 증폭구 역시 한쪽으로 치웠다.

“알겠소. 일단 빠져나갑시다.”

증폭구를 거치지 않은 스람의 목소리. 금세 점잖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기보다 변했다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아무거나 꽉 잡으시오!”

스람이 다시금 비행선의 키를 잡았다. 그 주변으로 펼쳐진 조종 장치들도 능숙하게 다뤘다. 포격은 멈추지 않았으나 배의 머리가 돌아갔다. 방향을 잡고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비행포격선 곳곳에 자리 잡은 회전물체들이 추진력을 끌어모았다. 비행의 기본적인 원리는 배 전체를 ‘아티펙트화’시켜 걸어둔 플라이 주문이었지만, 보조적인 추진력도 필요했다.

“속도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아주 잠깐 사그라졌던 스람의 광기.

그 웃음소리가 또다시 비집고 나왔다.

‘포격광’의 다음은 ‘속도광’인 것 같았다.

“자, 갑시다!”

엄청난 속도로 추진하기 시작한 비행선. 이안의 비행만큼은 아니어도 준수한 속도였다. 특히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를 입고 날아다니던 시절의 이안보단 훨씬 빨랐다. 페어리 퀸이나 용용이의 비행 역시 비교될 바가 아니었다.

‘계속 따라오면 큰일인데.’

이안의 우려가 깊어졌다. 가고일 무리가 포기하지 않고 쫓아왔으니까. 속도의 차이는 컸다. 다만 저 괴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까 염려되었다. 민간 피해가 유발된다면 새로운 대응을 모색해야 할 터.

지이이이잉-!

그때, 이안의 우려가 결말을 맞이했다. 동그란 구체형태의 마법진이 산맥 전체적으로 펼쳐졌다. 가고일 무리의 빗물받이 산맥 한계선 접근을 감지한 ‘결계’의 발동이었다.

‘다행이다.’

이안의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드래곤 일족의 관리하에 놓여 있는 괴물이니만큼 어떤 조치가 있을 거란 추측 말이다. 이안이 리시스 라덴쥬의 정신체로부터 경험해 본 드래곤이란 존재는, 비록 인간을 아래로 볼지언정 지켜줘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캬오오오오오-!)

강력한 결계에 공격당한 가고일들.

놈들이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스람의 작품.

덕분에 도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문제군.’

이안에게는 숙제가 생겨 버렸다. 여전히 한 톨 마나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오늘의 작전으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곤 하나,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큰 것 같았다.

‘다시 그 공간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니…….’

당장의 방법은 하나.

바로 ‘리시스 라덴쥬’의 정신체.

그에게 답을 구하는 것뿐이리라.

* * *

(갑자기 웬 소란이었지?)

(일족의 수장이시여.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가고일의 우두머리, 그자가 되지도 않는 착각을 하는 바람에…….)

보랏빛 무차원의 공간.

그곳에 두 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대화였음에도 큰 울림이 빚어졌다.

(자세히 말해보라.)

보랏빛 구체의 가장 높은 곳 중심에서 마나의 파동을 일으키는 존재, 붉은 용이자 모든 용일족의 수장 ‘리시스 라덴쥬’의 ‘본신’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정신체의 것보다도 깊이가 있었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 존재’가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소신이 확인해 본 결과 전혀 다른 인간이었습니다. 적당히 돌려보냈으니, 아마 지금쯤 처리가 끝났을 것이옵니다.)

이안의 마나 하트에 ‘금제의 힘’을 건 드래곤. 리시스 라덴쥬와 똑같은 레드 드래곤이자 일족 중 가장 어린 문지기, ‘헤르파이 도토스’가 있었던 일을 고했다.

(금제의 힘을 사용했군. 술식을 부리던 인간이었나?)

(인간치고는 제법 강한 자였으나, 그 존재와 비교하기엔 부끄러울 지경의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육신을…….)

(되었다.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송구하옵니다.)

짧게 끄덕거린 리시스 라덴쥬의 본신.

그가 다시금 구체의 유지에 힘을 기울였다.

(자네는 그자의 힘을 모르겠지.)

(직접 경험해 본 바 없습니다만, 여러 일족 분들께 충분히 듣고 익혀두었습니다. 감별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아니, 감별의 문제가 아니야.)

리시스 라덴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목소리로부터 일말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 앞에서 정체를 감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자네는 이미 육편과 핏물이 되어 흩어지고 있을 테니까.)

(…….)

문지기 헤르파이 도토스가 입을 닫았다.

비록 어릴지언정 그 또한 드래곤이었다.

자존심에 흠집을 낼 법한 이야기였다.

(믿지 않는군.)

(아, 아니옵니다. 소신이 어찌 일족의 수장께서 하명하신 말씀을 달리 듣겠사옵니까? 단지 소신이 떠올렸던 생각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문지기 헤르파이 도토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물론 최초의 마법사, 그 힘은 익히 들어 유명했다.

척살령이 내려져 추격을 받는 와중에도 절반가량의 일족을 무참히 학살한 ‘소 괴물’이 아니던가? 다만 그 추격의 결과가 바로 ‘보랏빛 구체’일 뿐.

(본신이 아닌 사념체만으로도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찰나 떠올렸을 뿐이옵니다. 부디 믿어주시옵소서.)

최초의 마법사. 그 존재의 ‘본신’은 보랏빛 구체에 갇혔다. 이 봉인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존한 일족 전원이 달라붙었다. 그뿐일까? 세상과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차원의 공간을 택했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물론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감내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대의 뜻을 안다. 상식적인 의문이기도 하지.)

헤르파이 도토스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수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오금이 다 저릴 정도였으니까.

(단.)

그러나 리시스 라덴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최초의 마법사, 그 존재에 한해선 상식이란 가치를 거두도록 하라. 이것은 조언이 아닌 수장으로서의 명령이자, 그대가 오래토록 살아남을 수 있는 지침이니.)

리시스 라덴쥬는 굳이 최초의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가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대신 상식을 거두라는 ‘명령’ 한마디로 모든 걸 축약시켰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

일족과 최초의 마법사가 대립각을 세우기 이전부터 사용했던 표현이었으니까.

(명을 받드옵니다.)

명은 받았다. 결코 흘려듣지도 않았다.

하나 헤르파이 도토스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전 세대의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후세대 드래곤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일족을 향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인간 따위를 두려워하라니? 실로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그자의 사념체가 얼씬도 못하도록, 감히 본신을 되찾아낼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도록. 그대는 문지기로서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라.)

두 붉은 용의 대화가 끝났다.

더 이상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간은 또다시 고요 속으로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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