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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25화 (12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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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25화

    49. 상아탑 의회(2)

    공주 하이리의 처분을 5년 유보, 그녀의 마나 반응검사 결과를 조작하고 마법까지 전수해준 황궁 마법사 케빈은 공주 하이리의 보조마법사로서 똑같이 5년 유보, 불가항력이었던 하녀들과 몇몇 하인들은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럼 이제부터.”

    이안이 과장된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신분적인 불가항력도 없었으니 무죄판결은 힘들겠고, 아무리 제국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지만, 죄는 죄니까요.”

    “그, 그것은…….”

    이안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데커드가 당황했다. 아마 이안이 스스로 언급하지만 않았다면 이대로 슬쩍 넘어갔을 문제였다. 누구도 저 상아탑주에게 죄를 물어낼 배포가 없었으니까.

    “가끔은 덕이 죄를 덮어줄 때도 있는 법이지요.”

    고위마법사 전원이 당황한 가운데.

    오직 로난의 목소리만 장내를 울렸다.

    “탑주님께도 불가항력은 있었습니다. 먼저 처음 목격하셨을 때, 그땐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 아니십니까? 마법 전수라는 죄목 역시 마찬가집니다. 5황자를 조사하기 위해서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겠죠. 저희와 상의하셨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조사가 황제 폐하의 독살까지 막아내셨습니다.”

    로난의 맹목적이면서도 그럴듯한 비호가 이어졌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컨대 중립도시 데미데라에서 처음 본색을 드러낸 그 순간부터 이안의 추종자로 돌아섰다.

    “탑주께서 이 제국을 구명한 일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그것만 해도 쌓인 덕이 죗값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한데 그런 분께 죄를 묻는다? 그깟 자기네 마법사들 알력다툼으로 구국의 영웅 되시는 분을 벌한다? 오히려 그 선택이 상아탑의 위신을 떨어뜨릴 거라 봅니다.”

    더 듣다가는 이안이라 할지라도 낯짝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로난의 찬양은 맹목적이었다. 심지어 설득력까지 갖췄다. 유능한 간신과도 같았다.

    “죄를 묻는다면 탑주님를 제외한 상아탑 전원이 물어야지요! 불손한 주군을 모시며 흑마법까지 탐했던 허버트 레온, 그런 작자를 상아탑주랍시고 모신 탓에 여럿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죄인이 있다면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들!”

    이쯤 되자 다른 고위마법사들도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처음 모그리안 영지의 소년 이안 페이지에 관한 보고가 상아탑에 올라왔을 때, 어떻게든 목에 목줄을 채워야 한다며 노발대발했던 자. 그랬던 자가 바로 저 로난 아니었던가?

    한데 이제는 스스로에게 목줄을 채웠다.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든다. 좋게 말하자면 완벽한 처세술이며, 나쁘게 말하자면 배알도 없는 놈이나 마찬가지였다.

    “……로난 공의 고견은 잘 알겠소.”

    “어흠! 모두 생각 잘하셔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경고하듯 읊조린 로난.

    그가 이안 쪽을 힐끔 바라봤다.

    설마 칭찬이라도 바라는 걸까?

    '하…….'

    이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저 낯간지러운 찬양 일색을 계속 들어야 할 느낌이었다.

    ‘전생에도 이 정돈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전생에도 저러한 기질이 있었기에, 상아탑의 장악 과정 중 가장 먼저 접근하긴 했었다. 하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지금은 좀 심해진 것 같았다.

    ‘하기야, 전생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로난은 마법적 성취를 최우선으로 두는 자다. 전생에도 새로운 호흡법과 여러 정보를 공유해준 탓에 충성도가 높았지만, 당시에는 이미 나이를 상당수 먹어버린 뒤였다. 성장의 속도도, 성장을 이루어낼 여유도 적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전생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알려줬고, 그에 따른 여유와 발전이 엄청났다.

    ‘5클래스를 눈앞에 뒀다고 했던가?’

    현재 로난의 클래스는 4클래스 마스터.

    곧 5클래스의 경지까지 오르게 된다.

    응당 충성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 탑주님의 앞으로 걸린 몇 가지 죄목들. 이에 관해서 발언하실 분이 더 계신지요? 계신다면 가감 없이 말씀해보시구려.”

    데커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물론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설 생각도 없었거니와, 로난의 일장연설로 마침표까지 콱 찍혀 버린 상황이었다.

    “…….”

    계속되는 침묵, 데커드 역시 쉽게 판결을 내릴 수 없었다. 어찌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안도 그 분위기를 읽어냈다. 직접 마무리시킬 차례였다.

    “알겠습니다.”

    이안이 일어났다. 그 길로 자신의 자리, 즉 회의장에서 가장 상석인 '상아탑주의 자리'로 돌아왔다. 더는 피의자로서의 입장을 고수치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제 부주의로 빚어진 죗값은 앞으로도, 제국과 상아탑에 헌신하면서 조금씩 갚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이제부터는 독단적인 계획을 세우지도, 진행하지도 않을 것이며, 어떤 계획을 추진하든 여기 계신 선배 여러분께 가장 먼저 고견을 여쭈겠습니다.”

    존중으로 가득한 이안의 목소리였다. 물론 독단적으로 나선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다. 거의 신적인 힘까지 보여준 직후인지라 더할 나위 없을 터. 하지만 그런 식의 통솔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조금 돌아갈지언정 마음부터 얻어야 뒤통수가 든든한 법, 그것이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이안의 방침이었다.

    “마침 첫 번째 고견을 여쭤볼 기회가 있겠군요. 다름이 아니라, 재판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갈까 합니다만. 계속 진행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안의 물음에 고위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법사로서 까마득한 경지에 닿은 상아탑주가 자신들을 무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선배로서 극진히 대접해 준다. 기분이 나빠지고 싶어도 나쁠 수가 있겠는가? 사람의 감정이란 단순하고, 때론 유치하기도 하다.

    “그럼 고위마법사분들을 제외한 모든 분은 이제 나가셔도 좋습니다. 바깥에 대기 중인 다른 마법사분들께서 안내해 주실 겁니다.”

    이안의 말에 공주 하이리와 하녀들, 황궁 마법사 케빈이 피의자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대회의장을 빠져나가고자 커다란 철문으로 향했다.

    “마마께서는.”

    그때 이안의 목소리가 공주만 멈춰 세웠다.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라도 남아 있는 걸까?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본 공주.

    하나 돌아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이쪽으로 오셔서 착석하시죠.”

    “예? 제, 제가 어째서……?”

    “마마께서도 고위마법사십니다.”

    그렇다. 비록 몇 가지 조건부가 붙긴 했으나, 지금 이 순간부터 공주 하이리 그린리버는 상아탑의 고위마법사로 인정을 받았다. 의회에 참석할 권한이 생겼다는 뜻이다.

    “하,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시니까 앉으라는 겁니다. 모르면 배워야죠. 대체 뭘 하는지, 어떻게 하는 건지, 뭘 하면 되는 건지. 그렇지 않습니까?”

    “……아!”

    마법재판으로 뒤숭숭한 기분 탓일까.

    평소보다 이해력이 잔뜩 더뎌진 그녀였다.

    * * *

    제국력 509년의 첫 상아탑 의회.

    그 행사는 무사히 끝을 맺었다. 재판에 이어 몇몇 안건들이 이어졌고, 대부분 긍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흘러갔다. 새로운 해의 시작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이안은 오래간만에 마차를 탔다. 그간 비행과 텔레포트 등 마법에만 의존해서 그럴까? 이제는 마차의 승차감마저 생소할 지경이었다.

    ‘너무 각박하게 살았나……?’

    전생에도 마차가 생소하진 않았는데.

    물론 생소한 것은 마차뿐만이 아니었다.

    마차를 함께 탄 여인도 생소했다.

    아니, 생소하다기보다는…….

    ‘……어색하지.’

    이안이 슬쩍 옆을 바라봤다. 그곳으로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녀이자, 조건부 고위마법사의 자격까지 얻어낸 공주, 하이리의 그림과도 같은 옆선이 보였다.

    ‘괜히 같이 타가지고.’

    이안이 제안한 것은 아니다.

    전적으로 공주의 요청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수락했거늘.

    설마 이 정도로 어색할 줄이야.

    “저기…….”

    공주도 견디기 힘들었던 걸까?

    먼저 이야기를 걸어왔다.

    “말씀하세요.”

    “……감사드려요. 스승님.”

    그녀의 첫마디는 감사 인사였다.

    “무엇이 말입니까?”

    “직접 나서주셨잖아요..”

    공주는 바보가 아니다. 이안의 입장에서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던 상황, 그럼에도 선뜻 나서줬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덕분에 하녀 아이들, 그리고 케빈 님이 형벌을 면할 수 있었어요. 염치없지만 죄를 지은 장본인인 저도 마찬가지고요.”

    “마마께서는 무죄가 아니십니다. 유보되었을 뿐이죠.”

    “그, 그렇긴 해도…….”

    이안의 냉랭한 반응 때문일까?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공주였다.

    “뭐 아시면 됐습니다.”

    “……네, 네?”

    “제가 어째서 나섰는지, 제가 나섬으로써 마마께서 어떤 이익을 보셨는지, 아시면 됐다는 뜻입니다. 더 설명해 드릴까요?”

    “아, 아뇨!”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던 공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조용해졌다.

    금방의 반응이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사실.”

    그 모습에 이안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감사하실 필욘 없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을…….”

    “제 가족들을 구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용아병 사태 당시, 공주 하이리는 이안의 가족들을 구출해줬다. 자기 자신보다 가족의 안위를 더더욱 우선시 두는 이안으로선 최고의 은혜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릴 일입니다. 오늘은 그 보답의 일부고요."

    “그, 그건 오라버니의 명령으로…….”

    “생각난 김에 보답을 하나 더 드리도록 하죠.”

    “……네에?”

    이안이 허리춤 아공간 주머니로부터 푸른색 로브를 꺼냈다. 황실의 아티펙트 로브인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였다.

    “아마 내일이면, 마마께서 고위마법사로 등극하셨다는 사실이 온 제국에 퍼질 겁니다. 이 로브 역시 제대로 된 주인을 찾은 셈이겠죠.”

    본디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는 황족 마법사에게만 전승되도록 유언까지 남겨진 물건이었다. 그리고 오늘, 거의 삼백여 년 만에 황족을 대표하는 고위마법사가 탄생했다.

    “하, 하지만 이건 폐하께서 하사하신…….”

    “선 조치 후 보고, 탑주의 권한 중 하납니다.”

    이안의 말문이 이어졌다.

    “미리 드리고, 후에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공주 하이리가 조심스레 로브를 받았다. 황족 대대로 전해지는 로브, 오직 황족 마법사에게만 정식으로 계승되는 아티펙트가 지금 자신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건…….”

    이안의 보답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이 진정한 보답이었다.

    그 정체는 바로 대초원의 지팡이.

    끄트머리에 통신구만 제거했다.

    “이제 마마께서도 지팡이 하나쯤 있어야겠죠.”

    이안은 목수 제르비오의 걸작 지팡이를 받았다.

    더는 대초원의 지팡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썩혀두기란 아까운 일.

    다른 누구에게 맡기는 것보다야.

    ‘공주가 백번 낫지.’

    가족들을 지켜준 행위에 대한 보답, 더불어 마법사 중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주변인에게 맡기는 것. 제법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 수 없으리라.

    “아……!”

    어째 공주는 로브보다도 지팡이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마법사에게 지팡이란 상징과도 같은 존재, 그러한 상징을 공주는 단 한 번도 가져볼 수가 없었다. 장난삼아 잡아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을 테니까.

    “우와!”

    그녀 또한 마법사다. 대초원의 지팡이로부터 전해지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일 터. 저리 아이처럼 감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들고말고요!”

    “얼마만큼 마음에 드십니까?”

    “엄청 엄청…….”

    본능적으로 유치찬란한 대답을 늘어놨던 공주 하이리, 그녀가 한 박자 느리게 입을 꾹 다물었다. 얼마나 마음에 드는가를 표현하고자 벌렸던 팔도 거뒀다. 다만 붉어지는 얼굴색까지 제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고위마법사라도 그건 힘들다.

    “…….”

    그런 와중에도 지팡이를 쥔 손은 여전히 완고했다.

    대초원의 지팡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새였다.

    “참고로, 그 로브를 입으시면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해지실 겁니다. 로브의 효과 중 하나가 플라이 주문의 강화니까요.”

    “아! 그래서 스승님께서도…….”

    “맞습니다.”

    하이리가 이안의 자유로운 비행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곧장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를 걸쳐보기 시작했다. 이안이 처음 입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체형의 특징에 딱 맞춰졌다.

    “와! 신기해요!”

    방금까지의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걸까?

    또다시 감탄해버리는 공주 하이리였다.

    이번에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덜컹!

    이안이 하이리와 사제의 연을 맺고 느낀 건데, 저 얌전한 외모와 말투와는 달리 제법 거칠면서도 활동적인 면모의 소유자였다. 눈앞에 저 여인, 어느덧 마차 문을 열어 젖히고 몸부터 내던지기 시작한 공주 하이리 말이다.

    “플라이!”

    그녀의 몸뚱이가 마차 밖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처음에는 어색한가 싶더니만, 금세 감을 잡았다.

    ‘아주 신이 났군.’

    피식 웃은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를 바라봤다. 용아병 사태 속에서 가족들을 지켜준 존재, 그 고마운 존재는 공주뿐만이 아니었다.

    ‘한명 더 있지.’

    제2 황실기사단 단장.

    황태자의 호위 기사.

    그린리버의 검공.

    '올리버 레이우드.'

    그 또한 은인 아니겠는가?

    그럴싸한 보답도 존재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과한 것 같단 말이지.’

    물론 이안에게 가족의 안위란 세상 그 어떤 아티펙트보다 값진 가치를 지녔다. 다만 올리버에게 보검을, 그러니까 대장장이 할리아의 걸작을 내어줘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에 있어선 여전히 물음표가 떠 있었다. 이는 공주에게 준 로브나 지팡이와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니겠는가?

    “흐음.”

    처음 이 보검을 봤을 때. 그리고 올리버가 가족의 구출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때 당시만 해도 이안은 생각했다. 할리아의 걸작은 올리버에게 주겠노라고. 한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결심이 희미해져 갔다.

    ‘아까운 건 아니야. 단지 걱정될 뿐.’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지는 않았다. 다만 걱정이 앞섰다. 비단 그 걱정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갈래의 걱정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뭉쳐 버렸다.

    “나리, 도착했습니다요.”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적지에 도착한 까닭이었다.

    그 목적지는 바로 이안의 저택 앞.

    “수고가 많으십니다. 마마께서는 아무래도 계속 저러고 계실 것 같으니…… 적당히 보시면서 황궁 쪽으로 몰아주세요. 그래도 마차는 계속 따라오실 겁니다.”

    당부의 말을 남긴 이안.

    그가 은화 몇 닢을 마부에게 내어줬다.

    마부의 입꼬리가 금세 귓바퀴에 걸렸다.

    “아이고, 뭐 이런 걸 다…….”

    “그럼 계속 수고해 주세요.”

    “본부대로 하겠습니다요.”

    이안이 마차에서 내렸다. 공주는 아직도 저 멀리 하늘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지팡이도 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안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것처럼 보였다. 저리도 신이 날까? 분명 이안 역시 저랬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안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동시에 저택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데 저택으로부터 누군가가 나왔다.

    낯선 사내 둘이었다.

    “내가 뭐랬나? 뭐가 떨어졌다고?”

    “아니라고, 분명히 봤다니깐?”

    “잘못 봤겠지. 아무 일도 없다고 하잖아?”

    자세히 보니 수도 내 제국군 복장.

    그러니까 수도경비병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안이 그들에게 묻자.

    “사, 상아탑주님!”

    두 명의 경비병 또한 읍하며 인사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 그, 그게…….”

    우물주물거리는 경비병들.

    그중 오른쪽에 선 자가 나섰다.

    “저택으로 무언가가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웬 사람이 떨어지는 건가 해서 탑주님이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보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습니다. 날개 같은 것도 달린 것 같았고요. 해서 확인 차 왔습니다만…··.”

    “이, 이봐!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탑주님께 알리면 쓰겠는가? 자네가 헛것을 본 거라니까? 탑주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페이지 부인께서 직접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이 친구가 요즘 피곤한 모양입니다. 하하.”

    “아닙니다. 정말 제 눈으로 똑똑히…··!”

    “어허! 이 사람, 자꾸 왜 이래?”

    멀어져 가는 두 경비병의 뒷모습.

    이안이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큰 덩치에 날개까지 달린 인간.

    그러한 존재를 하나 알긴 안다.

    ‘드래고니안?’

    그로부터 잠시 후.

    이안의 추측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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