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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22화 (12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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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22화

48. 도시 복구, 그리고 강화(2)

제국력 509년.

얼마 남지 않았던 해가 넘어갔다.

이안 페이지의 나이 올해로 19세.

“에이, 그래도 너무 과장 아니야?”

그 19살 청년에 관한 소문은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심지어 불어난 대다수가 사실이기도 했다.

기존의 마법사들조차 상대하기 버거웠던 뼈 괴물 수만 마리를 한순간에 전멸시킨 대마법사, 심지어 소문의 화이트 드래곤까지 타고 나타난 장본인.

그것이 바로 현재의 ‘이안 페이지’였다.

“과장이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우리 매형께서 그 뭐냐, 수도 통신역참 경비병 아니신가? 엉? 다른 건 몰라도 옆 동네들 소문만큼은 그냥 콱! 틀어쥐고 있는 양반 아니겠어?”

상식을 넘다 못해 찢어버린 대마법사. 백색의 용마저 탈것처럼 다루는 존재.

심지어 나이가 고작 19살이란다.

영웅담을 다룬 책도 이러지는 않는다. 그럴듯해야 서책도 팔리는 법.

하여 로 공국과 콜드우드 제국의 백성들.

그 평범한 이들의 생각은 반반으로 갈렸다.

“그것도 다 부풀려진 정보겠지. 대단한 마법사인 건 인정해. 벌써 몇 년째 듣고 있는 얘기니까. 그런데 뭐? 용을 타? 번개를 수만 갈래 떨어뜨려? 이 사람아, 우리 막내애가 보는 이야기책도 그딴 얘기는 안 써. 유행이 지났다고.”

이안에 관한 소문을 믿지 않는 이가 절반.

“아이고! 글쎄 그거 아니라니까! 높으신 분들만 주고받는 연락책인데 허언이 있겠어? 엉? 모가지 날아갈 일 있는가?”

무언가 듣고 맹신하는 이들이 절반이었다.

타국이 아닌 그린리버 제국의 백성, 그중에서도 수도 그린리버디움과 가까이 사는 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저기, 제가 이번에 듣기로는…….”

소란스러운 이곳은 콜드우드 제국의 어떤 선술집. 손님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던 주인장이 조심스레 나섰다.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포이언 상단이라고. 그 이안 페이지와 아주 긴밀한 친분 관계에 놓인 상단이 있습니다만, 거기서 전속으로 마부일 하시는 분께서 저희 단골로 계십니다. 그분께서 며칠 전에 귀띔해 주시길…….”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주인장, 그가 까칠한 콧수염을 뽐내며 읊조렸다.

그러자 어느새 수많은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선술집 내 모든 손님이 주인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부 다,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들었지? 지금 주인장 말 들었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마저도 절반씩 나누어지는 가운데.

곧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곳을 향했다.

사실이라면, 모든 소문이 사실이라면…….

“근데 있잖아. 만약에 소문이 다 사실이라고 쳐. 정말로 그런 괴물딱지가 그린리버 제국에 있다면 말이지.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응? 그린리버 쪽으로 망명이라도 해야 하나?”

삼국이 팽팽하게 경계 중인 형국.

그 대륙의 만사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린리버 쪽에서 갑자기 대륙일통이니 나발이니 하겠답시고 나서봐. 그냥 싹 다 뒤지는 거 아니냐 이거지! 안 그래?”

선술집 남자들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전쟁’ 쪽으로 돌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래 지속되는 평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가 그렇게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야 뭐, 높으신 분들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 저번에도 무슨 지원이니 위로니 하면서 물자에 인부들까지 가져다 바친 거, 그 꼴을 보고도 모르겠나? 자고로 이 전쟁이란, 할 만한 상대끼리 나는 게야. 한쪽이 이길 만하다 싶으면! 다른 한쪽은 버틸 만하다 싶으니까 터지는 게 전쟁이라고.”

나름 정세를 읽어낼 줄 아는 중년 손님.

그가 모두에게 설교하듯 중얼거렸다.

“근데 손짓 한 번으로 대륙을 일통시킬 마법사가 존재한다? 그럼 이제 알아서 그쪽으로 기는 거지. 신하국이니 뭐니, 어떻게든 유지라도 하는 거라고. 적어도 그 마법사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좀 되시나들?”

“그럼 그 소문도 다 사실인가 보구먼? 윗분들이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달려간 거 보면 말이여. 안 그런가?”

“그럴 가능성이 크지.”

“허어…….”

비단 이 자그마한 선술집만이 아니었다.

지금 대륙은 어느 도시, 어느 영지를 가도 이안과 관련된, 혹은 이안으로부터 파생된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마치 대륙적 유행과도 같았다.

* * *

“그게 다 사실이라고? 드래곤까지?”

“자, 작금의 보고사항을 종합해 보자면…….”

“사실인가 아닌가! 그것만 얘기하라!”

“사실인 것으로 추정, 아니 확신하옵니다. 전하.”

이 대륙적인 유행은 각국의 귀족과 관료들, 그리고 지도자급 인물들에게 더더욱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안 페이지가 대단한 마법사임이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도 눈과 귀가 있고, 산하에 수많은 정보조직이 있으니까.

하지만 설마 그 정도였다니? 이젠 하다하다 전설 속 드래곤까지 부린다고?

“허허허…….”

그 중 이안 페이지에 관련된 보고로부터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존재, 콜드우드 제국의 황태자이자 실질적인 통수권자 ‘헥토르 콜드우드’가 헛웃음을 쳤다.

“그놈이 정말 드래곤, 아니 신이라도 된다는 건가?”

“소, 송구하옵니다.”

헥토르도 이미 알고는 있었다.

다만 지금까진 추측에 불과했다. 하여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했다.

오늘로 몇 달째 진행되었던 조사.

그리고 확인 작업 끝에 결론이 났다. 그 허무맹랑한 소문은 모두 사실이다.

조금의 오차조차 없을 정도로 완벽히.

“그런 놈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

“그런 존재가 내 생사를 쥐고 있다고……?”

“저, 전하, 심기를 가라앉히셔야…….”

“아아아아악!”

헥토르 콜드우드가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놓여있던 테이블마저 엎어버렸다.

와장창 하는 소리가 집무실을 가득 울렸다.

“전하!”

“나가!”

“이럴 때일수록 심기를 굳건히 하셔야…….”

“나가라는 말, 안 들려?”

이내 칼까지 뽑아 든 헥토르 콜드우드. 그가 보고를 올렸던 신하에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마저 음울하게 내리깔렸다.

“네놈도 내가 우습나? 그놈처럼?”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그럼 나가. 거기서 날 쳐다보지 말고 나가라고!”

“하, 하오시면 소인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보고를 올렸던 신하가 황급히 빠져나갔다.

계속 있다간 목이 달아날 것 같았으니까.

“젠장, 젠장, 젠자아아앙……!”

헥토르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했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무얼 어떻게 바꿔야 할까?

“대체…… 대체 뭘 어찌하라고!”

성공가도만을 달려왔던 인생이었다.

잘못된 선택은 고작 한 번에 불과했다.

섣불리 전쟁을 일으키고자 했던 선택. 설마 그 선택이 이토록 치명적일 줄이야.

하필 천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괴물’.

그 괴물의 이빨에 물려버렸을 줄이야!

“크흐흐……!”

콜드우드 제국의 철혈 황태자 헥토르. 그의 광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 * *

해가 넘어가기 불과 며칠 전.

그린리버 제국의 황제 테리 그린리버. 그는 이안에게 큰 상을 내려주고 싶었다.

‘구국 영웅’에 걸맞은 대우를 주고자 했다.

“송구하오나, 상은 받지 않겠습니다.”

하나 그 상은 오히려 이안이 되돌렸다.

황제 테리 그린리버가 의아함을 느꼈다.

“어째서? 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네만, 짐이 아는 이안 페이지는 상을 거절한 적이 결단코 없었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지. 그래서 더 좋아했거든. 솔직한 친구니까.”

농담인 듯 농담 아닌 황제의 말.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이안은 언제나 상을 마다치 않았으니까.

예의상의 거절조차 해본 바가 없는 인물 아니겠는가? 그런 이안이 상을 거절한다? 필시 어떠한 까닭이 존재할 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안에게도 ‘양심’이란 게 있다.

없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존재한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이안의 책임이다. 이안을 노리고 침공해 온 존재였으니까.

‘애초에 내가 없었다면.’

그 어떤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러하거늘 어떻게 구국 영웅의 대우. 나아가 큰 상까지 넙죽 받아먹겠는가?

‘아무리 나라도 그건 좀…….’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며 살아야 할 터. 다만 그 사실을 황제에게 고할 순 없다.

조금 더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하겠지.

“소인의 솔직함이 마음에 드셨다니, 솔직하게 답변을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조금 건방지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 자신감 넘치는 건방짐도 자네의 매력이지. 가진 바 일신의 능력에 합당하기도 하고. 어디 한번 말해보게나.”

황제는 확실히 난 사람이었다. 보통 이안의 힘과 입지가 이쯤 된다면 눈치라도 보기 시작할 텐데, 예나 지금이나 대우에 달라진 점이 없었다.

비록 속내까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표면적인 면만 살핀다면 대단한 담력의 사나이였다.

“아무리 토지를 받고 재물을 받아봐야 쓸 곳이 없습니다. 결국 공주마마와 어머니께서 운영 중이신 페이지 재단을 통해 제국으로 환원되겠지요. 그리 거추장스럽게 자금이 유통될 바에는 그냥 황실에서 직접 하시는 편이 모양새로 보나, 시간이나 인력소모로 보나 올바르지 않겠습니까?”

토지는 있어봐야 쓸모없다.

재물이야 아직도 차고 넘친다.

줘봤자 써먹기만 귀찮을 뿐이다.

이안의 대답을 요약하자면 그랬다.

“그럴싸한 명예직도 함께 내릴까 했는데.”

“그 또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슨 뜻이지?”

“이 제국에서.”

잠시 말문을 멈췄던 이안.

그가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

“황실 아래 그 어떤 명예직이 상아탑주의 자리보다 높은 곳에 있겠습니까? 대단한 명예직을 하사받아봐야, 어디 가서 소인의 소개를 하기만 거추장스러워질 뿐이겠지요.”

“하하하하하!”

이안의 대답에 황제가 웃었다.

아주 호탕하고 큼지막한 웃음소리였다.

“짐이 미처 그 생각을 못했소. 하긴, 전설 속 드래곤까지 부리시는 상아탑주께 명예직 따위가 무슨 소용이시겠소?”

일부러 반 존대를 사용하는 황제였다.

이안으로서 대할 때에는 평대를. 탑주로서 대할 때에는 반 존대를.

그것이 황제 테리의 방침이었다.

“받잡기 민망합니다.”

“민망할 건 또 뭔가? 사실인데.”

기분 좋게 읊조렸던 황제 테리. 잠시 탁자에 놓인 찻잔을 홀짝거렸다.

대화는 몇 초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그 침묵을 깨는 쪽은 황제였다.

황제는 다짜고짜 감사의 말을 표했다.

“자네가 이 나라를 여러 번 살렸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가식적인 대답도 언제나 고맙네.”

그 가식조차 고맙다는 말.

황제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안이란 존재 자체가 고마웠다.

“아직 많이 부족하네만, 그래도 황태자가 제구실을 하기 시작한 것도 모두 자네 덕분이다, 자네를 만난 것이, 자네란 존재가 이 제국의 테두리 안에서 태어나준 것이 이 나라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축복이다. 적어도 나는 그리 여기고 있어.”

“그럴 리가요. 장차 성군으로 기록되실 황제 폐하의 올바른 치세야말로 진정한 축복이지요. 황태자 전하 역시 올바른 훈육과…….”

“가식마저 고맙긴 하네만, 과한 것 같군.”

“……물론 소인의 덕도 크다고 봅니다.”

“하하!”

황제와 상아탑주.

제국의 일인자와 이인자.

두 사람의 대화가 제법 괜찮았다.

“으음, 그래도 상을 내리지 않는 것은 무리가 있네. 아주 간단한 문제야. 업을 쌓은 이에게는 상을 주고, 죄를 쌓은 이에는 벌을 내린다. 짐은 그 치세의 근본과도 같은 기둥이 흔들림을 원치 않아. 허니 말씀해 보게. 아주 소소한 것이라도 말일세.”

작은 상이라도 내리고 싶은 황제.

그 요청에 이안이 잠시간 고민했다.

뭐라도 받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하오시면.”

“말해보게나.”

마침 생각해 둔 바가 있긴 있었다.

‘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허가’였다.

“폐하께서 내려주신 저택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저택의 확장이라? 자세히 말해보라.”

“본디 황실의 사가였던 저택이 아니옵니까? 그 목적에 따른 안전의 문제로 버려져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합니다.”

이안 일가의 저택은 본래 황실의 사가였던 만큼, 일대의 손쉬운 경계를 위하여 상당 부분 빈 공터가 존재했다.

정원처럼 꾸며지긴 했으나,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버려진 공간들을 연구실이나 재단의 사무실, 기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해 보고 싶습니다.”

이안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또 다른 진실을 빼뒀을 뿐.

‘마침 장인들의 거처가 필요한 참이었는데.’

이안은 장인들을 도시로 부르고자 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까닭들이 있었다.

‘곁에 두는 편이 지원하기도 쉽고, 뽑아먹기도 쉬워.’

물론 텔레포트 주문과 포탈, 아공간 주머니에 난쟁이 광선마저 있으나, 그래도 가까운 곳에 두는 편이 훨씬 편했다.

‘무엇보다 그 섬에서 사는 것 자체가 문제야.’

죽음의 방도를 얻고자 흩어졌던 장인들.

그들이 다시금 두드리는 섬에서 산다? 그 사방으로 고립된 바다 한가운데서?

‘죽음에 대한 갈망만 더 키우는 꼴이다.’

이안의 판단으로는 그랬다. 그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새로운 인연을 사귀며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편이 옳다. 죽을 때 죽을지언정, 그전까지는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다른 아티펙트도 기대할 수 있겠지.’

결론은 장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아티펙트, 바로 그것이었다. 이안의 생각이 그쯤 머물었을 때, 황제가 답변을 내놓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흔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몇 가지가 더 붙기도 했다.

“그 일대를 자네의 사유지로 내어주도록 하겠네.”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하면 상이 아니라 황명으로 해두지.”

“…….”

그린리버 제국의 수도 그린리버디움, 그 대도시 속 자그마한 명물이자 제국문명을 본격적으로 만개시킨 ‘이안 페이지의 장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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