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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20화 (12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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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20화

    46. 용의 심장(1)

    “용의 심장이라니요?”

    가볍게 착지한 이안이 물었다.

    그 질문의 대상은 장인들 전체였다.

    “저희도 처음 접해보는지라…….”

    섬에 모인 다섯 명의 장인들.

    그중 연장자인 베르톨도가 나섰다.

    이리저리 만지며 상태부터 살폈다.

    “으음……!”

    다른 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물체를 다뤘다.

    소문으로만 접했던 물건이라 그럴까?

    갓난아기라도 다루는 듯 조심스러웠다.

    “심장, 맞는 것 같지?”

    “우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이거 봐. 스스로 마나를 저장한다고.”

    얼마나 용의 심장을 다루었을까?

    장인들이 한마디씩 의견을 표했다.

    경이롭고 놀랍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다들 비켜봐. 해볼 게 있어.”

    오직 단 한 사람.

    대장장이 할리아만이 한발자국 빠져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걸작, 보검을 들고 왔다.

    그러더니 모두에게 물러나기를 요청했다.

    “할리아, 뭘 하려고……?”

    “실험 좀 해보게.”

    “실험?”

    할리아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들고 온 보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정말 용의 심장이라면…….”

    동시에 있는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목표물은 명백한 용의 심장이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무식하면서도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카아앙-!

    할리아의 보검이 용의 심장을 내리쳤다.

    결과는 지극히 놀라우면서도 당연했다.

    내리쳐진 장검만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용의 심장은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으읏……!”

    튕겨나간 여파에 휘청거렸던 할리아.

    그녀의 관심은 심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걸작인 보검만 살펴봤다.

    “좋아. 완벽해.”

    그러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 심장과 부딪쳐도 멀쩡한 보검.

    과연 자신이 만들어낸 걸작다웠다.

    “뭐, 그건 용의 심장 맞네.”

    “어떤 근거로 확신을 하는가?”

    할리아의 말에 베르톨도가 물었다.

    “내 보검으로 내리쳐도 흠집 하나 없잖아?”

    “으음…….”

    “단단함으로만 따지자면, 아다만트 이상이란 얘기라고.”

    아다만트.

    모든 대장장이가 꿈꾸는 광물의 이름.

    흔히들 ‘완전무결의 광물’이라고도 불린다.

    한데 그 아다만트마저 뛰어넘는 강도란다.

    “아다만트 정도는 이 검으로 쪼갤 수 있거든.”

    자랑스러움으로 가득한 할리아의 목소리.

    그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장검으로 향했다.

    무려 아다만트를 갈라 버리는 날붙이라니?

    “대단한 아이를 만들었구먼.”

    “흥, 이 정도야 기본이지.”

    베르톨도의 칭찬에 할리아가 콧방귀를 꼈다.

    그러면서도 만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깟 단단함 따위…….”

    그때, 보석세공사 데니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아까부터 용의 심장을 어루만졌다.

    두 눈에 차오른 황홀함이 인상적이었다.

    “자네들은 지금 본질을 놓치고 있어.”

    데니스의 말에 장인들이 미간을 좁혔다.

    모두가 장인으로서 정점의 존재 아니던가?

    그런 존재들이 지금 본질을 놓치고 있단다.

    자존심을 건드는 일갈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본질을 말하는 겐가?”

    그러한 분위기를 읽은 베르톨도.

    그가 한발 먼저 데니스에게 물었다.

    작금의 분위기를 중재시키기 위함이었다.

    “눈이 달렸으면 자세히 보라고.”

    “아까부터 보고는 있네만.”

    “자태가 느껴지지 않나?”

    “확실히 마나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아니, 그딴 거 말고.”

    “하면…….”

    “보이는 그대로의 자태 말일세.”

    “으음, 글쎄…….”

    용의 심장으로 추정되는 물체.

    그것은 큼지막한 ‘구’의 형태였다.

    스스로 마나를 만들고, 저장시켰다.

    더불어 잡티 한 점 없이 검기도 했다.

    분명 대단하고도 신비로운 물건이었다.

    하나 그 이외의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잘 모르겠네만…….”

    “검은색이지 않은가?”

    “……검은색?”

    “그것도 광택 한 점 없는 검은색 말일세!”

    진지하게 들었던 베르톨도가 침묵했다.

    할리아와 제르비오도 고개를 저었다.

    클레반만 여전히 눈을 껌뻑거렸다.

    “이토록 깔끔한 무광의 보석이라니!”

    보석세공술의 장인 데니스.

    그는 ‘무광’의 보석을 선호했다.

    “이걸로 조각은 할 수 있을까요?”

    이후로도 장인들의 관찰은 계속되었다. 먼저 클레반이 조각 정과 망치로 용의 심장을 두들겨봤다. 물론 조각의 재료로 사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다. 아다만트보다 강력한 강도의 물체가 아니던가? 조각은커녕 그 어떤 가공도 어려울 터.

    “목재가 아니고서야…….”

    목수 제르비오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에는 단지 새까만 덩어리에 불과했다. 어찌 써먹어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목공의 재료로 쓰이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았다.

    “자넨 어때?”

    “나도 마찬가질세.”

    제르비오의 물음에 베르톨도가 대답했다.

    그 또한 재봉기술의 장인일 뿐.

    실과 바늘, 비단이면 모를까.

    용의 심장은 처음이었다.

    “감도 잡히지 않아.”

    자체적으로 마나를 생성하는 건 알겠다. 심장 내부에 그 마나가 축적되는 것도 알겠다. 아다만트보다 단단한 물체임 또한 확인되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물건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 튼튼하고 큼직한데다가 무겁기까지 한 구체를 어찌 ‘활용’하느냐다.

    “이 물건은 아무래도…….”

    잠시 고민에 빠졌던 베르톨도.

    그가 천천히 말문을 이어갔다.

    “그 친구가 살펴줘야 할 것 같구먼.”

    베르톨도가 누군가를 언급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세 명의 장인.

    그중 한명을 얘기하는 모양새였다.

    “확실히 그 친구라면…….”

    “그놈이 무슨 장인이라고! 기술공에 불과하지.”

    “지금 스람 아저씨 말씀하시는 거 맞죠?”

    데니스를 제외한 장인들이 말했다.

    또한 클레반이 결정타를 날려줬다.

    이안 역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스람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 네. 맞아요! 스람 아저씨.”

    그린리버 제국 제일의 마도공학공방.

    이안이 통신구를 구매했던 ‘스람 공방.’

    그곳 공방주의 이름이 스람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스람에 대한 첫인상이 떠올랐다.

    보기 드문 흑발의 사나이였다.

    두드리는 섬의 장인들처럼 말이다.

    ‘전생에는 분명 늙기도 했었는데.’

    이번 생이 아닌 전생.

    당시 봤던 스람은 분명 늙어갔다.

    영생의 삶을 사는 자가 늙는다고?

    ‘위장을 했을 수도 있겠지.’

    깊게 생각할 거리는 아니었다.

    이들 역시 마법사와 비슷한 존재.

    그렇게 보일 방법이야 많지 않겠는가?

    “그 스람이란 분께서는 정확히 어떤……?”

    “우리와는 분야가 좀 다른 양반이오.”

    이안의 물음에 베르톨도가 대답했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지. 우리들 사이에서는 ‘발명가’라 불리곤 했소.”

    “발명가는 얼어죽을! 기술공이라니까! 기술공!”

    할리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베르톨도.

    더욱 확신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스스로는 ‘공학자’라 불리길 원하는 친구였소만.”

    “공학자 말씀이십니까?”

    “그렇다오. 마도공학자라고도 하지.”

    마도공학자 스람.

    그의 정체는 확실한 것 같았다.

    이안이 자신 있게 말문을 열었다.

    “그분이라면 제가…….”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두드리는 섬의 신전, 걸작들이 보관된 신전 한가운데로 작은 포탈이 열렸다. 요란한 소리 덕분에 모두가 알아챌 수 있었다. 이안이 경계의 날을 바짝 세웠다. 하나 나머지 장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

    장인들에게는 익숙한 포탈이었다.

    그들 또한 저 포탈을 타고 왔으니까.

    이안과 클레반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누가 오는 겁니까?”

    “아, 후손 분께서는 모르시겠군.”

    베르톨도가 품에서 작은 책을 꺼냈다.

    장인들이 하나씩 나눠가진 아티펙트.

    이안도 잘 아는 포탈의 서책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섬으로 돌아올 수 있소.”

    “하지만 클레반 님은…….”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하더군.”

    클레반에게는 포탈의 아티펙트가 없었다.

    오랜 세월 방황하며 잃어버렸음이 분명하리라.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만.”

    포탈 속으로부터 나타난 남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말투였다.

    “역시나.”

    이안의 추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여덟 장인 중 하나, 공학자이자 발명가.

    그는 바로 스람 공방의 공방주, ‘스람’이었다.

    * * *

    “요 근래 드래곤에 관한 소문이 돌더니만.”

    스람 공방의 공방주, 스람은 첫인사 대신 중얼거렸던 그대로 ‘혹시나 해서’ 와봤다. 다른 장인들이 반응했던 화이트 드래곤에 관한 소문, 그 소문은 이미 접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더는 죽음을 갈망하지 않았으니까.

    “하다하다 이제는 도시에 용아병 놈까지 싸돌아다니더군. 이거 원 불안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수백 년을 조용하더니만 왜 이제 와서 난리야?”

    문제는 그의 안락한 터전이었던 그린리버디움까지 드래곤의 여파가 미쳤다는 거다. 장인들은 드래곤의 권속들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상아탑주, 당신이 프란 님의 후손일 거라고는 진즉에 예상하고 있었소. 확신만 못했을 뿐이지. 흔하긴 해도 페이지라는 성씨,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마법적 재능. 그 머리칼까지 판박이더군. 외모만 좀 떨어졌다면 확신할 수 있었을 텐데…….”

    스람이 선뜻 돌아오지 않았던 이유.

    죽음의 갈망조차 사라져 버린 이유.

    그 까닭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뭐, 그래봐야 아는 척은 하지 않았을 게요. 섬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고. 내가 요즘 살아가는 재미를 찾았거든. 벌써 죽어버리기엔 아깝단 얘기지. 아직 천 년은 일러.”

    “무슨 재미를 찾으셨나?”

    스람의 말에 베르톨도가 질문했다.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표현하기가 좀 그런데. 음……, 그러니까 인류의 문명을 내 손으로, 다분히 의도적으로 발전시키는 재미? 아주 조금씩, 탈나지 않게 말이야. 이 정도면 이해할 수 있겠나?”

    ‘스람’이 새롭게 찾아낸 재미.

    그것은 인류문명의 발전이었다.

    급진적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만.

    “신제품이랍시고 하나씩 툭툭 던져주는 거지. 너무 앞서나가면 여러모로 피곤해질 테니까, 적당히 눈치도 좀 봐가면서 말이지. 예를 들자면 여기 상아탑주님 앞에서 벌벌 떨기도 했었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안은 당시의 스람이 떠올랐다. 상대가 고위마법사임을 알고 당황했던 그 모습 말이다. 설마 그게 연기였을 줄이야, 이제는 거의 7넌 전의 일이었다. 세월 한번 빨랐다.

    “그것도 다 자네니까 가능한 여흥 아니겠나? 우리들이야 백날 바느질하고, 망치질하고, 톱질하는 게 전부인데.”

    재봉사 베르톨도가 어렵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지. 자네들은 아직도 최고의 장인들 아닌가? 하려고만 한다면 뭔들 못할까. 베르톨도, 한계를 두지 말게.”

    스람은 베르톨도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줬고.

    “맞는 얘기야. 내가 마음먹고 군대 하나 지원해 봐. 무기며 갑옷까지 싹 다 갈아주는 거지. 왕이라는 놈마다 울부짖는 대륙일통, 그 정도야 순식간 아니겠어?”

    대장장이 할리아는 인정했다.

    “그렇다면 나도 이번 사업으로 문명을…….”

    “아직도 사업타령인가? 질리지도 않는군.”

    “잔소리라면 이미 베르톨도한테 들었어!”

    아무래도 목수 제르비오는 장인들 사이에서 ‘동네북’으로 통하는 모양이었다. 베르톨도한테 한동안 잔소리를 듣더니만, 이제는 스람에게 듣기 시작했다. 덩치는 태산과도 같은 작자가 동네북이라니. 덩치값이 아까웠다.

    ‘생각보다 말들이 많네.’

    오래간만에 만나서 그렇겠지.

    이안이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연속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본론에 나설 순간이 찾아왔다.

    “이게 정말 용의 심장이란 소린가?”

    “그렇게들 추측하고 있네만.”

    첫 번째 본론은 바로 용의 심장.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스람이 새까만 구체, 용의 심장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다른 장인들과는 관찰의 방식이 사뭇 달랐다.

    “어디 보자.”

    그는 먼저 기이한 물건 하나를 꺼냈다. 원통 앞부분에 수정구가 박힌 물건이었는데, 마나를 주입시키자 수정구로부터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빛의 방향은 직선이었다.

    “호오라…….”

    원통의 수정구를 심장에 비춰본 스람.

    조금은 묘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건 마치…….”

    모두의 이목이 스람에게 집중되었다.

    “마도공학의 산물 같군.”

    마도공학의 산물.

    뜻밖의 결론이 나왔다.

    모두가 의구심을 느꼈다.

    “마도공학의 산물?”

    “그게 뭐에요?”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봐.”

    “…….”

    너도나도 한마디씩 묻는 장인들.

    가까스로 침묵을 지켜낸 이안이었다.

    하마터면 분위기에 휩쓸려 질문할 뻔 했다.

    “복잡한 마나회로가 표면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새겨져 있어. 그러니까 육신의 장기라기보다는, 마도공학품의 이론에 더 가깝단 얘기지.”

    용의 심장이 마도공학품에 가깝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걸까?

    “확신할 수 있는가?”

    재봉사 베르톨도의 물음에.

    “확신하네.”

    공학자 스람이 단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다만,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확신하기 힘들군.”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이런 건 나도 못 만들어. 따지자면 무한동력 아닌가? 자네들도 기술자니까 이상이 하나씩 있겠지. 무한동력은 우리 공학자들의 이상이나 마찬가지야.”

    무한동력. 그것은 베르톨도가 만들어준 로브의 힘, ‘무한대의 마나’와는 달랐다. 무한대의 마나란 단지 이안의 심장 속 마나 하트를 보조하고 변형시킨 결과에 불과했다. 다른 아티펙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용의 심장은 그렇지 않았다.

    “재창조의 영역이란 거지.”

    심장 속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장기.

    아주 극소수만 타고 나는 신비의 핵.

    ‘마나 하트’ 그 자체를 복제시켰단 뜻이다.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원리의 산물이란 거다.

    “으음, 과연…….”

    장인들도 조금은 진지해졌다. 더는 단단함이나 무광 따위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도 보조와 변형의 영역과 재창조의 영역이 얼마나 다른지를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이 심장이 소유자가 누구지? 자네들인가? 아니면 상아탑주, 프란 님의 후손되시는 분이신가?”

    그 물음에 모두가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의 전리품이라는 뜻이었다.

    “상아탑주, 부탁 하나만 하겠소.”

    “들어보죠.”

    “이 용의 심장, 내게 맡겨주셨으면 하오.”

    충분히 예상했던 요청.

    준비해 둔 대답 역시 존재했다.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든 만족시켜 드리겠소.”

    “먼저, 다른 장인 분들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이안의 조건에 스람이 다른 장인들을 바라봤다. 그들도 딱히 반발하지는 않았다. 보석세공사 데니스와 대장장이 할리아가 아쉽다는 눈빛을 보이긴 했지만, 눈빛에서 그쳤다.

    “두 번째 조건은 결과물입니다. 물론 한계를 둘 생각은 없습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제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방향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당연한 말씀이오.”

    이안은 용의 심장을 다룰 기술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장인 중 누군가에게 맡기고자 했다. 다만 선을 그어둘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 조건은 바로 그 ‘줄긋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은…….”

    이안이 신전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걸작이 보관 중인 용용이들.

    그 세 개 남은 조각상을 바라봤다.

    “저기 보관 중인 스람 님의 걸작을 원합니다.”

    재봉사 베르톨도의 로브.

    목수 제르비오의 지팡이.

    보석세공사 데니스의 귀걸이.

    대장장이 할리아의 보검.

    조각가 클레반의 용용이들.

    그 뒤를 이어갈 스람의 걸작.

    세 번째 조건은 바로 그것이었다.

    “어렵지 않소. 어차피 프란 님께 드리고자 했던 물건, 그 후손께 드리는 것도 그림이 살겠지.”

    드래곤 조각상 앞으로 다가간 스람.

    그가 조각상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걸작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자, 받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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