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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19화 (11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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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19화

45. 진실, 혹은 거짓(2)

지이이이이이잉-!

드래곤 브레스의 폭발음은 특별했다.

결코 기존의 상식과 동류가 아니었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폭발음.

‘폭발음’보단 ‘소멸음’에 가까웠다.

쿠구구구구구……!

폭발의 후속타는 강렬한 진동이었다. 쩌렁쩌렁 울려대는 진동이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갔다. 솟구치는 먼지와 물보라가 하늘을 가렸다. 더는 이 세상에 두드리는 섬이란 존재가 사라져버렸을 기세였다. 하지만.

(……제법이군.)

본 드래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브레스가 임무에 실패했다는 사실, 그 제거의 대상이었던 새싹이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로 의외의 결과였다.

(어린 싹일지언정, 그 위선자의 씨라는 건가?)

진심으로 감탄한 듯 중얼거린 본 드래곤. 놈이 떠있는 하늘 아래로 진동이 잦아들었다. 뿌연 먼지도 조금씩 걷어졌다. 그곳에는 과연 절경이라 부를만한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

이안은 죽지 않았다.

섬 또한 소멸되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

사방에 출렁거리는 바닷물, 바로 그 바닷물을 이용한 ‘얼음의 방패’였다. 그 짧은 찰나, 섬 전체를 보호할 정도로 거대한 얼음의 방패가 펼쳐진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꿈도 꾸지 못할 규모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쩍! 쩌저적! 쩌적!

물론 오래 유지시키란 불가능했다. 얼음방패의 표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와르르 무너져버렸으니 말이다. 마나공급의 유무 탓은 아니었다. 이는 순수한 내구성의 문제였다.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섰다.

“그건 내가하고 싶은 말이야.”

조용히 읊조린 이안. 그가 허공으로 떠올라 본 드래곤의 눈높이를 맞췄다. 더 이상 내려다볼 수 없도록 약간의 우위까지 점했다.

“뼈밖에 없는 주제에, 드래곤은 드래곤인 모양이지?”

(……고통 없이 끝내주고자 했거늘.)

본 드래곤의 어조로부터 노기가 느껴졌다.

이안이 필요 이상으로 건방진 탓이었다.

적어도 본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내가 줄곧 생각을 해봤는데.”

이안은 그리 중얼대며 무한대의 마나를 끌어 모았다. 명백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는 드래곤이다. 뼈로 이루어진 ‘현신’일지언정 최소한의 권능을 부리지 않던가? 그럼에도 거침이 없었다. 물러서지도 않았다. 당당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

이안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 행동으로부터 일말 여유가 느껴졌다.

“내 의지였음을 확신할 수 있냐고? 인정해. 그 확신이란 걸 못하겠어. 놀아난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냐고? 그것도 마찬가지야. 쉬운 일이 아니네.”

이안은 솔직한 심정을 내비췄다.

정말이었다.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끝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조차 마찬가지였으니까.

“내가 멍청한 편은 아니라고 자부하거든. 근데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모르겠다. 며칠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한데도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미루었을 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안이 발아래 펼쳐진 바닷물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당장은 확신할 수 있는 사실만 믿기로 했어.”

(우습군. 대체 무엇을 확신한다는 거지?)

“일단 오늘은.”

이안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바닷물이 출렁거렸다.

“내가 죽을 날이 아니라는 것.”

단순한 출렁거림이 아니었다.

설익은 냉기가 표면에 드러났다.

“그리고, 이건 나로서도 흔치 않은 기회인데.”

혹시 아는가? 이안은 오래 전부터 냉기 마법을 즐겨 사용한다. 또한 5클래스 이후부터는 자체적으로 창조해 낸 주문이 많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독자적으로 창조시킨 주문 중 7할 가량이 냉기와 관련된 마법이란 소리다. 이는 곧…….

“이런 환경에서는, 내가 조금 더.”

이런 환경.

바다의 한복판.

이안의 취향이자 특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나아가 절정으로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천연의 배틀 필드나 마찬가지였다.

“세져.”

작고 나지막한 한마디, 그와 동시에 출렁거리던 바닷물이 허공으로 용솟음쳤다.

그 즉시 얼어붙기도 했다. 고작 몇 초 만에 커다란 얼음기둥 수천 갈래가 탄생해 버린 거다.

쿠웅! 쿵! 쿠우웅!

그 수많은 얼음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본 드래곤을 덮쳤다. 말이 수천 갈래지, 사실상 무한대나 다를 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뻗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바닷물이 씨가 마르지 않는 이상, 무한대의 마나를 기반으로 둔 무한대의 공격이 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스 붐.”

일전에 용아병을 상대하면서도 사용했던 주문.

일명 ‘얼음 폭탄’이 요란하게 펼쳐졌다.

심지어 그때와는 수준차이가 엄청났다.

다른 마법이라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클레반 님!”

이안은 얼음의 기둥과 폭발로 본 드래곤을 괴롭히는 동시에, 두드리는 섬으로부터 클레반을 찾았다. 클레반 역시 부름의 이유를 알아챘다. 척하면 척 아니겠는가?

“2호! 3호! 5호! 7호!”

“크르르릉!”

“크릉!”

“키르르…….”

“크으으응?”

죽을 수 없다는 속성 때문일까? 클레반은 이 절제절명의 순간에도 마냥 즐거워보였다. 아니, 확실히 즐거웠다.

“전군 앞으로! 후손님을 돕는다!”

이안은 본 드래곤과 정정당당한 대결을 펼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아군이라면 최대한으로 동원하고자 했다. 특히 그 한 마리가 한 마리가 용아병 빈껍데기 수백 마리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괴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크으으으으……!)

이안의 맹공은 상식을 넘어섰다.

본 드래곤의 예상 역시 넘어섰다.

‘무한의 마나’란 그만큼 상식 밖의 힘이었다.

프란 페이지조차 갖지 못했던 힘 아니겠는가?

(이노오오옴……!)

본 드래곤의 분노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밟으면 찢겨질 줄만 알았던 어린 새싹.

그 인간 따위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

(아타르 하카!)

이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본 드래곤의 주변으로 큼직한 검은색 불꽃 수백 덩이가 피어났다. 아타르 하카, 이안도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의 힘’이었다.

(뼛가루조차 남겨주지 않으리라!)

그 수백 덩이의 검은 불꽃이 한곳으로 작렬되었다. 표적은 오직 하나, 이안 페이지였다. 제 아무리 이안이라도 검은 불꽃 수백 덩이를 견뎌낼 보호막 주문이란 존재하지 않을 터.

“아이스 블록.”

한데도 이안의 선택은 보호막이었다. 다만 본래의 보호막 주문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이안의 보호막은 술자를 지켜주지 않았다. 대신 불꽃보다도 많은 수의 얼음방패가 하늘을 수놓았다.

뿐이랴? 겹겹이 쌓여 검은 불꽃을 하나씩 전담하기에 이르렀다.

(뭣이……?)

수백 덩이의 불꽃이 허무하게 시들어 버렸다.

생성된 자리로부터 얼마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 대처에 본 드래곤조차 할 말을 잃었다.

“블링크.”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이안의 마법은 쉴 새가 없었다.

어느새 본 드래곤의 등뼈로 이동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회심의 주문.

바로 그 마법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이레이즈 매직.”

이안은 시간의 보고 속 드래곤의 정신체를 상대하며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바로 이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권능과 상관없이 너무 단단했다. 기본적으로 뼈와 가죽 자체에 엄청난 마법 저항력이 동반되어 있다는 거다.

우우우우우웅-!

탁한 보랏빛의 마나가 본 드래곤의 등뼈를 타고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뼛속 깊숙하게 새겨진 마법 저항력이 제 기능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었다.

(……?)

“내가 특별히.”

이레이즈 매직, 대상의 저항력을 무력화시키는 주문. 8클래스에 해당하는 주문이며, 전생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주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 사용할 수가 있느냐고?

“너희들 생각하면서 만든 주문이야.”

간단했다. 이번 생에 창조시킨 따끈따끈한 주문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곤의 정신체를 상대한 이후, 그 족속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상대하고자 만들어낸 마법이었다.

“몇 초 유지되진 않겠다만.”

본 드래곤이 당혹감에 물든 사이, 바닷물로부터 빚어진 대용량의 얼음덩이가 본 드래곤을 꽁꽁 묶었다. 놈의 육신과 함께 얼어붙어 버렸다는 얘기다. 물론 이조차도 본 드래곤의 힘이라면 몇 초 버티지 못하겠으나.

“충분하지.”

이레이즈 매직의 지속시간은 10초 남짓.

붙잡은 얼음의 한계 역시 비슷한 상황.

그 안으로 끝장을 내볼 요량이었다.

“익스팅션 언데드.”

익스팅션 언데드(Extinction Undead).

기존 ‘턴 언데드’ 주문보다 진보된 마법.

아주 맑고 깨끗한 회색빛 기운의 마나가 본 드래곤의 전신을 휘감았다. 평소였다면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겠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크어어어어어어-!)

놈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졌다.

이는 명백한 고통의 증거였다.

(무, 무슨 짓을……! 대체 무슨……!)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포효였다. 인간의 마법 따위에 당해버렸다는 현실을 결코 인정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상대는 최초의 마법사조차 아니다. 언어의 힘마저 능숙치 못한 새싹에 불과할 뿐. 분명 그럴 지언데…….

“말했잖아.”

인정하지 못하는 본 드래곤.

그런 놈에게 이안이 속삭였다.

“오늘 죽진 않을 거라고.”

(이, 이노오오옴……!)

딱 거기까지였다. 뼈로 이루어진 본 드래곤의 몸뚱이가, 그 엄청난 양의 뼛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마치 우박처럼 두드리는 섬과 바다 위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우…….”

이안이 그 광경을 지그시 바라봤다.

긴장으로 가빠졌던 호흡부터 안정시켰다.

“음?”

그때 기이한 물체가 이안, 그리고 장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본 드래곤의 육신 깊숙한 곳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핵,’ 혹은 ‘심장’처럼 보였다.

쿠우웅-!

그 물체가 섬으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육중하고 단단한 물체였다. 제법 높은 거리를 추락했음에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인간의 장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뭐지……?”

장인들이 그 물체가 떨어진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도망치거나 숨지 않았다. 이안과 본 드래곤의 싸움을 있는 그대로 지켜봤다. 애당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전투의 여파로 죽을 수만 있다면 행복할 지경이리라.

“서, 설마 이건…….”

그 중 가장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쪽은 보석세공사 데니스였다. 매사에 냉소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성정의 소유자조차 목소리를 떨었다.

“드래곤…….”

여타 생물체의 심장과는 다르다. 그 자체로 가장 완벽한 보석이자 어마어마한 마력을 지닌 마석, 아티펙트의 재료로서 유일무이한 가능성을 자랑하는 전설적인 재료.

“……하트?”

드래곤 하트.

이른바 ‘용의 심장.’

그 신비의 물체가 두드리는 섬 한복판에 덩그러니 떨어져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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