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16화 (116/342)

116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16화

44. 8클래스 마법사의 복귀(1)

황태자의 명을 받은 공주 하이리, 그녀가 명령에 따라 이안의 식솔들을 보호했다. 수십 명의 백성들을 인솔 중인 부단장 폴도 함께였다. 그들의 목적지는 황궁 인근에 세워진 대피소, 오직 황족들과 귀족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대피소였다.

“아이스 월!”

공주 하이리의 목소리와 함께 얼음의 장벽이 사방으로 솟아났다. 그녀는 4클래스 마법사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접근하는 용아병들을 여러 고위마법으로 꾸준히 밀어냈다. 덕분에 인솔의 난이도가 수십 곱절은 수월해졌다.

“이쪽으로! 거의 다 왔어요!”

그 광경에 제2 황실기사단의 부단장 폴과 몇몇 부하들, 하다못해 백성들까지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주 하이리가 마법사였을 줄이야. 짐작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마법의 수준으로 짐작하건데 상당한 수준까지 이룬 것 같았다.

“고, 공주 마마께서 마법사셨어?”

“금시초문인데······.”

“그런 분께서 왜 우리 같은 것들을······?”

백성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그들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다.

갑작스런 뼈 괴물의 침공도.

저 공주가 마법사란 사실도.

목숨 걸고 나서는 황태자도.

고귀한 자들의 숭고한 희생?

흔한 음유시인의 선술집 노랫말.

혹은 책에서나 접할 이야기 아니던가?

‘놀랍군.’

이 상황이 여러모로 놀라운 것은 부단장 폴도 마찬가지였다. 휘하 기사들과 병사들도 그랬다. 대부분이 백성들과 비슷한 까닭이었으나, 부단장 폴의 눈과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안 공과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더니만.’

근자에 들어 황궁에는 그러한 소문이 돌았다. 상아탑주 이안 페이지와 공주 하이리 그린리버 간의 염문설에 관한 소문 말이다.

이안의 황궁 출입이 잦아졌고, 대부분 공주와의 만남을 위한 출입이었으니까. 한데 아무래도 잘못된 소문인 것 같았다.

‘마법 때문이었나.’

두 남녀의 만남, 그 사이에 마법이란 단어를 끼어넣자 확실해졌다. 동시에 명백해지기도 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밀 교습’ 정도였을 터. 이제야 소문의 진상이 밝혀졌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3클래스 이상.’

부단장 폴은 직속상관 올리버와 함께 ‘대 마법사 전투’를 연구했던 인재였다. 그만큼 마법사에 대한 지식이 남달랐고, 공주의 클래스를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숨겼던 건가.’

잠시 고민해 봤던 부단장 폴.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렸다.

지금은 잡념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집중하자.’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는 오직 하나. 백성들을 무사히 대피시키는 것.

그가 허리에 찬 검을 바라봤다.

무려 황태자로부터 하사받은 검.

느껴지는 무게가 남달랐다.

“멈추세요!”

그때, 공주 하이리가 인솔대 전원을 멈춰 세웠다. 그녀는 이동하는 내내 디텍션 주문으로 괴물의 접근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쪽, 한 마리가 접근하고 있어요.”

공주가 텅 빈 거주지의 골목을 가리켰다. 과연 그곳으로부터 뼈 괴물 한 마리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황금빛 안광과 거대한 창날이 흉악하게 번뜩거렸다. 덩치도 다른 괴물들보다 큰 것 같았다. 그러나 한 마리에 불과할 뿐, 문제될 건 없었다.

“한 마리뿐인지요?”

“제 마법으로는 그렇게 보여요.”

“그렇다면······.”

부단장 폴이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그 또한 제2 황실기사단의 부단장 아니겠는가? 충분한 재능을 겸비했다. 올리버에게 전수받은 피의 마나 블레이드 역시 사용할 수 있었다. 괴물이 강하다한들, 한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뼈 괴물에게 접근하는 부단장 폴.

가까워질수록 놈의 덩치가 느껴졌다.

확실히 다른 놈들보다 압도적이었다.

행동대장 격이라도 되는 걸까?

“하압!”

폴의 검 위로 붉은 피가 떨어졌다.

올리버에게 전수받은 마나 블레이드.

그 기사단의 절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카앙-!

이상했다. 비록 올리버의 검보다는 미약하나, 폴의 검 역시 푸른빛 마나로 일렁거렸다. 괴물의 뼈를 갈라버리고도 남을 법한 예기였다. 한데 그럴 수가 없었다. 놈의 뼈는 다른 괴물들과 달랐다.

베어지기는커녕 흠집조차 남지 않았다.

“무, 무슨······!”

폴은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재빨리 몸부터 틀며 자세를 고쳤다.

이어질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읏······?!”

그러나 뼈 괴물은 폴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팔 한쪽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며 내팽겨 쳐버릴 뿐이었다. 그 팔짓에서 놈의 생각이 느껴졌다. 마치 귀찮은 파리를 내쫓는 느낌, 폴을 향한 뼈 괴물의 취급은 딱 그 정도였다.

“크윽!”

어렵사리 중심을 잡은 부단장 폴.

지금까지 상대했던 뼈 괴물과 달랐다.

덩치며, 힘이며, 뼈의 단단함까지.

모든 것이 압도적이기만 했다.

(목적······ 임무······.)

거대한 뼈 괴물이 중얼거렸다.

아주 느릿하고 작은 목소리였다.

앞장서 대치중인 폴과 하이리.

그들에게만 겨우 들릴 수준이었다.

(페이지와······ 관련된······.)

페이지?

갑자기 페이지가 왜 나온단 말인가?

이안 페이지의 성씨를 뜻하는 걸까?

(모든 존재의······ 말살······.)

뼈 괴물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페이지와 관련된 모든 존재의 말살.

그것이 자신들의 목적이라 말했다.

또한.

(목표를······.)

놈이 거대한 창날을 앞으로 겨눴다.

그 끝에 지목된 존재는 여인이었다.

바로 이안 페이지의 어머니.

‘베네사 페이지’였다.

(제거······ 하라······.)

마치 주변에 명령하듯 읊조린 뼈 괴물.

공주가 급히 디텍션 주문부터 펼쳤다.

괴물의 접근을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아······?”

공주의 낯빛이 급격하게 시들어갔다.

방금만 해도 감지할 수 없었던 괴물들.

놈들의 사방으로부터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폴 경!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예? 어디에서 몰려온단 말입니까?”

“곧 포위당할 거예요! 일단 도망쳐야······!”

그러나 공주의 판단은 틀렸다.

‘곧’ 포위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포위당하고 있었을 뿐.

(목적······.)

(제거······ 하라······.)

(우리들의······ 임무······.)

(페이지와 관련된······.)

(말살······.)

(모든 존재를······.)

사방에서 엄습해 오는 목소리.

그렇다. 놈들은 숨어 있었던 거다.

기척도, 마나의 기운도 모두 감췄다.

애당초 도망칠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매복······?”

부단장 폴이 현실을 직시했다.

뼈 괴물들의 매복에 당해 버렸다.

전투의 기본이라 불리는 매복.

하나 지금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상대는 그저 뼈 괴물에 불과했으니까.

바로 그 안일함이 패착으로 돌아왔다.

“제기랄······.”

부단장 폴이 검을 움켜쥐었다.

하이리 또한 마나를 끌어 모았다.

실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이를 어찌 뚫고나간단 말인가?

“파이로 블레스트!”

공주 하이리가 불꽃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큼직한 불덩이였다.

힘으로 뚫고 나갈 수 있을까?

공주는 한 가닥 희망을 잡았고.

콰아앙!

곧 그 결과가 가감 없이 밝혀졌다.

처참한 결과였다. 괴물들은 멀쩡했다.

아무리 마법을 퍼부어도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불꽃이든, 살을 에는 바람이든.

날카로운 얼음도, 격렬한 천둥번개도.

하이리의 모든 마법이 무용지물이었다.

(트, 틀렸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페어리 퀸.

그녀가 베네사의 품에서 중얼거렸다.

(방패의 진······, 저건 방패의 진이야.)

“방패의 진이라니요?”

그 중얼거림에 베네사가 되물었다.

도움이 될 이야기라면 전해줘야 할 터.

하나 여왕의 대답은 절망적이기만 했다.

(저 뼈다귀 놈들이 방패의 진을 펼친 이상, 무슨 짓을 해도 뚫어낼 수 없을 거야. 적어도 저 인간 계집아이의 수준만 가지고는······.)

방패의 진.

‘드래곤의 방패’라 불리는 용아병.

바로 그 스파르토이의 권능이었다.

(내가······ 내가 좀 더 힘을 비축해 뒀어야······.)

물론 페어리 퀸이 합류한다 해서 저 용아병들의 진열을 뚫어낸단 보장은 없었다. 한데도 그녀는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권속으로서의 명령 때문일까? 아니, 그것과는 감정 자체가 달랐다.

“파이로 블레스트!”

공주는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불덩이를 불러냈다.

또한 괴물에게 작렬시켰다.

콰아아앙-!

그 불덩이를 가볍게 막아낸 뼈 괴물 한 마리, 놈이 방패의 진열에서 이탈한 채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아까 부단장 폴의 검을 막아냈던 바로 그놈이었다.

(목표······, 임무······.)

누구도 놈의 접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물러날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혼비백산에 빠지기 시작했다.

“으······, 으으으!”

“사, 살려줘······!”

“뭐라도 해보란 말이야!”

놈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백성들 또한 절망감에 물들었다. 그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소리치고 애원하기 바빴다. 그들은 죽고 싶지 않았다. 하이리와 폴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지······.)

워낙 혼란스러운 탓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뼈 괴물의 번뜩이는 황금빛 안광은 오직 베네사 페이지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거······.)

바로 그 순간.

“누구를.”

허공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비단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쿠우웅-!

아주 커다란 백색의 존재.

용아병보다도 훨씬 거대한 존재.

항간에는 ‘화이트 드래곤’이라고 알려진 ‘용용이 1호’의 육중한 앞다리가 용아병의 머리통을 땅바닥으로 처박아 버렸다.

“제거하겠다고?”

분노가 넘실거리는 목소리.

그것은 하이리의 것도, 폴의 것도.

땅에 처박힌 용아병의 것도 아니었다.

화이트 드래곤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 이안······.”

“이안님······?”

“이안 공!”

용용이 1호의 등에서 내려온 이안.

그는 새로운 로브를 입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팡이와 장갑.

왼쪽 귀로 작은 귀걸이까지 착용했다.

“잠시 그대로들 계십시오.”

이안의 목소리가 한층 차분해졌다.

하나 두 눈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깔끔하게 정제된 분노의 표출이었다.

“용용아.”

“크르르······?”

“사람들 지켜.”

“크릉! 크릉!”

이안의 명령에 용용이 1호가 알아들었다는 듯 긴 목을 끄덕였다. 그러더니 사방으로 좁혀오는 용아병들에게 푸른색 불꽃을 활활 뿜어댔다. ‘드래곤 브레스’의 재현이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용용이 1호의 힘과 권능은 용아병들을 앞서나갔다. 오죽하면 완전무결의 진영이나 마찬가지인 방패의 진조차 흔들리기 시작했겠는가? 과연 용용이 1호라는 존재 자체가 곧 엄청난 수준의 아티펙트였다.

“좋아.”

만족한 이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미 도시의 상황은 파악해뒀다.

완벽한 해결만을 남겨뒀을 뿐.

“배틀 필드, 다크 클라우드.”

이안이 첫 번째 주문은 기상변화였다.

도시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잔뜩 몰려든 먹구름의 위용이었다.

“씨어 디텍션.”

두 번째 마법은 씨어 디텍션, 그린리버디움 전체에 회색빛 마나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이안이 씨어 디텍션, 이른바 ‘선지자의 탐색’으로 하여금 도시 내 백성들과 용아병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답은 가까웠다.

“후우!”

깊은 숨을 내쉰 이안.

세 번째부터가 ‘진짜배기’였다.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을 아는 자라면 다소 맥이 빠질 법한 주문, 물론 그 자체로 강력한 방어막이긴 하나, 작금의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는 여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안의 마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말미로 한 가지 술식을 더 추가시켰다.

“원 바이 원.”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력한 방어막인 앱솔루트 배리어.

그것이 모두에게 씌워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지?”

“마법······ 인가?”

“방어막······?”

씨어 디텍션 주문으로 분류시킨 도시 내 모든 백성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몸뚱이에 배리어가 씌워진 것이었다.

표현 그대로 원 바이 원, 한 명 한 명이 앱솔루트 배리어를 받았다. 무한의 마나를 손에 얻은 이안, 오직 그만이 펼칠 수 있는 마법 쇼였다.

“용용아.”

“크릉?”

“이제 웅크려.”

이안의 쇼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강력한 보호막을 걸어뒀다.

왜 굳이 그러한 수고를 했겠는가?

단순히 모두를 지켜주기 위하여?

물론 그러한 의향도 있었을 터.

하지만.

“흐으읍······!”

이안이 다시금 호흡을 참았다.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무한의 마나가 펄펄 끓어올랐다.

“한 놈만 남겨두면 되겠지.”

낮은 어조로 중얼거린 이안, 그는 이미 도시 내 모든 사람들을 구분해뒀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용아병들의 위치 또한 확실하게 구분 중이라는 얘기였다. 평범한 디텍션 주문과는 차원이 달랐다. 감추고 숨는다한들 피할 수가 없을 터.

“나머지는 전부.”

이안에게는 수단이 있었다.

수만 마리의 용아병 껍데기들.

그 전체를 박살 내버릴 수단이.

“끝을 보자고.”

이안의 선언과도 같은 말소리와 함께.

하늘을 잠식시켰던 먹구름이 요동쳤다.

천둥과 번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먹구름 속으로 한가득 머금었다.

금방이라도 토해낼 기세였다.

쿠구구구구구······!

이윽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도시 전체를 뒤덮은 뇌전의 기운.

그 모든 기운이 명령을 기다렸다.

술자, 이안의 명령 말이다.

“로드 프롬 갓.”

로드 프롬 갓(Rod from god).

이른바 ‘신의 지팡이’.

그 주문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