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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13화 (1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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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13화

    42. 여덟 장인 집결령(1)

    거대한 드래곤 조각상, 통칭 ‘용용이 3호’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결코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정말 두 날개를 퍼덕거리며 두드리는 섬의 창공을 자유로이 날았다.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있는 드래곤처럼 말이다.

    “아,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주목하세요! 주목!”

    그리 말한 클레반이 첫 번째 드래곤 조각상으로 다가갔다. 베르톨도의 로브가 보관되었던 조각상이었는데, 녀석은 그 조각상의 꼬리 밑에도 말뚝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순서상으로 그 이름을 짐작해보건대.

    “용용이 형제 중 맏형! 용용이 1호!”

    첫 번째 조각상 역시 세 번째 조각상과 마찬가지였다. 그 움직임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비슷한 존재로 골렘이 존재하긴 하나, 저 정도 크기와 움직임은 흉내조차 낼 수 없으리라.

    “어때요? 멋지죠?”

    클레반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어깨까지 한껏 으쓱거렸다.

    어지간히도 자랑스러운 모양인가보다.

    “감탄스럽습니다.”

    “헤헷.”

    충분히 인정한다는 듯 끄덕거린 이안.

    하나 머릿속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클레반 님.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뭐든 말씀만 하세요. 자객…… 후손님!”

    “저 조각상들은 클레반 님의 명령을 듣는 겁니까?”

    “당연하죠! 제가 부모님이나 마찬가진데.”

    “그렇군요.”

    “그리고 용용이에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확인되었다.

    이안이 베르톨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베르톨도 님.”

    “듣고 있소.”

    “나머지 여섯 장인 분들을 모셔오겠습니다.”

    아티펙트를 모두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여섯 장인의 행방은 필수였다. 오직 그들만이 저 보관함을 열어줄 수 있으니까.

    베르톨도 역시 동의하며 나섰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오. 살아들 있을 테니까. 애초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는 몸이니 말이오. 다만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소만…….”

    “아뇨.”

    이안이 베르톨도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에게는 계획이란 것이 있었다.

    “무작정 찾아다니진 않을 겁니다.”

    “음? 그럼 어찌 하겠다는 말씀이시오?”

    “섬으로 돌아오게 만들 생각입니다.”

    “돌아오게 만든다? 내 동지들이 직접?”

    “그렇습니다.”

    여섯 장인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다.

    그들이 직접 돌아오도록 만들 것이다.

    이안의 계획은 그러한 목표를 가졌다.

    “방법이라도 있는 것이오?”

    “드래곤이란 존재가 다시 나타났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베르톨도 님께서는 저에게 어떤 것부터 확인하셨습니까?”

    “음? 내가 말이오?”

    갑작스런 질문에 고민했던 베르톨도.

    곧 대답을 찾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야…… 프란 님께서도 나타났느냐 물었소만.”

    여덟 장인의 주인, 프란 페이지는 드래곤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드래곤의 등장과 연관성을 부여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그거라니, 무슨……?”

    테르톨도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안이 어떤 계획을 세워둔 걸까?

    “이 대륙 전체에.”

    이안이 하늘을 배회하는 드래곤 조각상.

    용용이 1호와 3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라졌던 드래곤이 나타날 겁니다.”

    “좀 더 알아듣게 설명을 해주시오.”

    “그런 소문을 퍼뜨릴 생각입니다.”

    “소문?”

    “저 조각상, 용용이로 말이죠.”

    용용이를 통하여 소문을 퍼뜨린다.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과연.”

    이제야 베르톨도도 이안의 계획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방법만 놓고 보자면 상당히 간단했다.

    먼저 실제와 똑같은 드래곤 조각상, 용용이를 세상 밖으로 보낸다. 몇몇 주요한 도시와 지역의 하늘을 유유히 날아가는 거다.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할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된 소문들이 파다하게 퍼져나갈 터. 세상 곳곳 숨어 있을 장인들의 귀에도 한번쯤 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라.

    ‘그들도 베르톨도와 똑같이 반응할 거다.’

    사라졌던 드래곤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렇다면 프란도 나타나지 않았을까?

    여덟 장인이라면 분명 그리 생각하리라.

    ‘결국 제 발로 찾아오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다면, 그들은 분명 두드리는 섬으로 돌아올 것이다.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직접 찾아다니는 것보단 보장된 계획이 아니겠는가?

    “클레반 님.”

    “넵! 후손님!”

    “조각상들, 어떤 명령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까?”

    “우음, 딱히 한계랄 건 없어요. 명령권자만 주변에 계속 있어주면 되거든요. 두 녀석 전부 제가 주인으로 되어 있을 텐데……, 원하신다면 후손님으로 바꿔드릴 수도 있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안이 만족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타고 다니면 편하겠군요.”

    “원래 그러려고 만든 녀석들이긴 해요.”

    “탁월하십니다.”

    “헤헷.”

    명령권자가 가까워야 한다.

    다소 번거로웠지만, 괜찮았다.

    그 정도야 충분히 감수해낼 수 있다.

    오히려 기분 좋은 수고가 아닐까?

    ‘나머지 아티펙트만 얻어낼 수 있다면 말이지.’

    결심을 내린 이안이 클레반에게 말했다.

    “우선 한 마리만 빌려볼까 하는데.”

    “그러실래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실 건 없고, 잠깐만요!”

    클레반의 손짓 한 번에 창공을 날던 용용이 1호와 3호가 제자리로 착지했다.

    꼬마를 주인으로 모시는 드래곤이라니, 비록 조각상에 불과할지라도 나름 근사해 보였다. 이야기책이나 연극 속에서나 등장할법한 드래곤 마스터,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겼다.

    “1호! 꼬리 들어!”

    “그으으……?”

    클레반의 명령에 용용이 1호가 쇳소리를 내며 갸웃거렸다.

    “이거 말이야! 이거! 위로 올려보라니깐?”

    결국 클레반이 꼬리를 툭툭 쳐주고 나서야 알아듣는 용용이 1호였다. 그 단단하면서도 기다란 꼬리가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렸으니까. 덕분에 박혀있던 말뚝의 끝부분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옳지! 착하다 용용아.”

    “그으응……!”

    “오구 오구, 귀여운 것.”

    기괴한 쇳소리였으나, 클레반의 귀에는 아주 귀여운 울음소리 정도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이안 본인도 마법에 미쳐본 경험이 있는만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무릇 취향은 방대하며 자유로운 법이니까.

    “잠시 이쪽으로 와주실래요?”

    용용이 1호기의 말뚝을 살짝 뽑아 만지작거리던 클레반, 그가 이안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신호와 함께였다.

    “이 말뚝에 후손님의 성함을 새길 거예요.”

    “이름으로 각인을 시키는 겁니까? 신기하군요.”

    “아니요, 그냥 적어두는 건데…….”

    “……이안 페이지입니다.”

    실로 소꿉놀이와 흡사한 분위기, 그러나 실상은 거대한 드래곤 골렘의 소유권을 양도받는 상황 아니겠는가?

    묵묵히 클레반의 요청대로 따라주는 이안이었다.

    “여기, 이 부분에 마나도 주입해주시고요.”

    “얼마나 주입시키면 되겠습니까?”

    “으음, 딱 코딱지만큼만요.”

    “코…… 알겠습니다.”

    이안은 요청대로 정말 조금만 주입시켰다.

    그러자 클레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조금 더 쓰셔야죠.”

    “…….”

    “왕 코딱지요. 왕 코딱지.”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삐끗하면 자괴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만! 좋아요. 잘하셨어요.”

    “휴우…….”

    “말은 어지간하면 다 알아들을 거예요.”

    “그린리버 제국의 언어도 가능합니까?”

    “당연하죠! 용용이는 똑똑하거든요.”

    “그렇군요.”

    “근데 거기 왕국 아니에요?”

    “……그린리버 왕국, 맞습니다.”

    후유증으로 뒤죽박죽이 된 클레반의 기억이다.

    그린리버를 왕국으로 기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안 님은 혹시 돼지고기 좋아하세요?”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닙니다.”

    “염소고기는요?”

    “마찬가지로 가리지 않습니다.”

    “용용이 1호는 돼지랑 염소를 좋아해요.”

    “……조각상이 고기도 먹습니까?”

    “그냥 설정이에요.”

    “…….”

    “아, 과일은 싫어해요.”

    “…….”

    “절대 주지 마세요. 아셨죠?”

    의외의 강적을 만나 버린 이안.

    그 천진난만한 협업이 끝나갈 때쯤.

    “자, 이제 용용이 1호는 자객…… 후손분, 이안 페이지 님의 명령을 따를 거예요. 실수해도 너무 혼내시진 마시고요. 용용이 1호가 마음이 좀 여리거든요.”

    드디어 드래곤 조각상, 정식명칭 ‘용용이 1호’가 이안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제 놈을 타고 대륙을 순회할 차례만 남았다.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됩니까?”

    “안돼요! 무조건 용용이에요!”

    “…….”

    이안의 취향은 아니다만, 어쩌겠는가?

    제작자가 그렇다는데, 별수 없지.

    한숨을 내쉰 이안이 입을 열었다.

    “용용이…… 1호?”

    “그르르릉……!”

    여전한 쇳소리.

    무려 울음소리였다.

    물론 귀엽지는 않았다.

    “등에 좀 올라타도 되겠니?”

    말을 하고도 당혹스러운 이안이었다.

    골렘에게 이토록 공손한 부탁이라니.

    생김새가 영락없는 드래곤인 탓일까?

    영 편하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르…….”

    어쨌거나 명령권자의 명령이다.

    용용이 1호가 몸을 잔뜩 낮췄다.

    날개와 꼬리까지 축 내렸다.

    밟고 올라오란 뜻이리라.

    ‘그래도 골렘은 확실하군.’

    용용이 1호의 몸뚱이는 당연하게도 단단했다.

    잘 조각된 백색 광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골렘이라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날아볼까?”

    용용이의 목덜미 끝부분에 자리를 잡은 이안, 그가 가볍게 속삭이자 기다렸다는 듯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용용이 1호였다.

    비록 날개를 휘젓기는 했으나, 날개의 부력으로 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단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처럼 '강화된 플라이 주문'의 효과인 것 같았다. 아마 용용이 1호가 스스로 발동시키는 마법일 터.

    “대단하군.”

    “그르르릉……!”

    이안의 짤막한 감탄을 듣기라도 한 걸까? 용용이가 더더욱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주인에게 가진바 능력이라도 뽐내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워워! 천천히! 천천히!”

    그 빨라진 속도에 이안이 용용이 1호를 진정시켰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빠른 비행이 가능한 이안이었으나, 다른 존재의 등 위에서 맛보는 속도감이란 생각보다 경악스러웠다.

    “휴우, 앞으론 이 속도로 날자고.”

    “그르르르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안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베르톨도와 클레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대륙 순회 한번 해보고 오겠습니다.”

    “기간이 얼마나 걸리시겠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안은 자신감이 넘쳤다. 굵직한 도시들의 위치라면 어느 정도 꿰고 있으며, 텔레포트 주문의 활용으로 이동거리를 최소화시킬 수도 있었다.

    물론 이 거대한 용용이 1호와 공간이동을 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무한대의 마나’가 장착된 지금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로부터 무언가를 꺼냈다.

    콜드우드 황태자에게 받은 ‘마법의 비단’이었다.

    “호오, 제법 괜찮은 비단이로구먼.”

    비단을 건네받은 베르톨도가 감탄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딱 한번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비단의 가치가 단박에 느껴지는 모양새였다.

    “선물로 받은 비단입니다. 이제야 다뤄주실 분을 만난 것 같네요.”

    “이왕 엮인 거 단단히 부려 먹으시겠다, 뭐 그런 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내키지 않으신다면…….”

    “농담이오. 농담.”

    베르톨도의 두 눈이 비단을 훑었다.

    그 속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

    “……거의 삼백 년만 아니겠소? 후손 분을 여기까지 인도해 준 그 친구, 미첼에게 선물해 줬던 로브가 마지막이었으니 말이오.”

    재봉사로서 비단을 만지는 것.

    익숙했던 바늘과 실을 다루는 것.

    모든 게 장장 삼백 년 만의 일이었다.

    충분히 감회가 남다를 만도 했다.

    “마침 푸른색이로군.”

    베르톨도가 본격적으로 마법의 비단을 살폈다. 명백한 장인의 눈매였다. 이미 그 머릿속엔 수많은 가공법과 도안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다녀오시오. 어여쁜 아이를 만들어두도록 하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어낸 이안.

    그가 용용이 1호와 함께 날아올랐다.

    오직 장인만이 들을 수 있는 메시지.

    그 ‘집결령’을 온 대륙에 뿌리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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