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10화 (110/342)
  • 110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10화

    40. 두드리는 섬으로(2)

    분명 ‘움직이는 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드시 동력원을 가졌을 터.

    거대한 섬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

    그 힘의 근원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동력원의 종류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섬 자체가 생명력을 가진 경우.

    즉 섬이 살아 있는 생명체거나.

    혹은.

    ‘마법으로 움직이고 있거나.’

    둘 중 어느 경우라도 상관없다.

    이안은 7클래스조차 넘어선 마법사다.

    상식이란 말을 아득히 초월해 버린 존재.

    그러한 마법사에게는 수단이 있다.

    섬을 찾아낼 마법 말이다.

    ‘서쪽 바다 어딘가에만 있다면 말이지.’

    물론 바다는 넓기에 확신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로 공국 서쪽의 바다.

    눈앞 대해의 어딘가라면 가능하다.

    “맥파든 님. 언제쯤 출항하십니까?”

    “예? 아, 아직 시간이 조금…….”

    “그럼 잠깐만 저 아이를 좀 봐주십시오.”

    “아이라 하시면……?”

    이안이 말 위에 잠든 클레반을 가리켰다.

    정말이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저 얼굴만 보자면 딱 어린애였다.

    “깨어나자마자 소란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잘 보듬어주시길.”

    “무, 무슨……?”

    클레반을 맡긴 이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제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가 필요하지 않았다. 로브의 효과를 빌리지 않아도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했으니까.

    “메타모포시스, 마나.”

    드래곤의 정신체를 쓰러뜨릴 당시 사용했던 마법. 육신을 마나 친화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주문. ‘메타모포시스 마나’가 펼쳐졌다.

    몸뚱이로부터 푸른색 마나가 넘실거렸고, 숨을 쉴 때마다 마나의 기운이 뿜어졌다. 두 눈 역시 새파란 안광으로 번뜩였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이안이 서쪽 바다로 날아갔다.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부두가 보이지 않았다.

    표현 그대로 망망대해의 한복판에 도착한 이안.

    곧바로 두 번째 고위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씨어 디텍션.”

    씨어 디텍션.

    선견자의 탐지.

    디텍션 주문의 최상위 등급 마법.

    그 회색빛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서쪽 바다 전체를 아울러 버릴 기세였다.

    “으윽……!”

    동시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이안의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범위가 범위이니만큼 감지되는 생명체와 마나의 기운 또한 방대했던 탓이었다.

    “……!”

    이안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단순한 두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금까지 전달받았던 정보들은 물론.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는 정보까지.

    하나하나 곱씹어볼 필요가 있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안의 감겼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 푸른 눈동자가 확신으로 차올랐다.

    “찾았다.”

    나지막이 읊조린 이안.

    그가 서둘러 부두 쪽으로 돌아갔다.

    클레반과 함께 섬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오, 오셨습니까! 마법사님!”

    부두에 착지한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로부터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는 맥파든에게 가벼이 던졌다. 천천히 던져진 지라 반사적으로 낚아챘고, 곧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화……?”

    던져진 물건의 정체는 바로 금화 몇 닢, 금으로 제작되었기에 대륙사회 어디서나 통용되는 화폐였다. 이안에게야 썩어나는 금화 중 일부였지만, 평범한 이들한테는 아닐 터.

    “정보값입니다.”

    “……예?”

    “그리고 그 괴물딱지 말입니다.”

    “괴, 괴물딱지요?”

    “생각만큼 나쁜 놈, 아닙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만나본 적이 있거든요.”

    “만나…….”

    맥파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저 마법사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괴물딱지, 그러니까 괴물딱지라 하면 그린리버의 상아탑주를 뜻하는 얘기일 터인데…….

    “그럼 수고하십시오. 무사항해를 기원하겠습니다.”

    클레반을 등에 업은 이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마나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섬’은 부두로부터 꽤나 먼 거리였다. 하지만 마법으로 감지된 거리이니만큼 못갈 곳도 아니었다.

    ‘이놈이 품은 비밀이 뭘까.’

    클레반이 가진 장인으로서의 능력.

    녀석이 찾는 ‘프란’이란 이름의 정체.

    이제 곧 낱낱이 파헤칠 수 있으리라.

    “……어?”

    비행에 비행을 거듭한 끝에, 이안은 드디어 목적지 인근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한데 그 형태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허공에 떠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섬이 아니었다. 단지 바다 위에 떠있는 땅이었을 뿐, 다만 그 높이가 낮아 섬처럼 보였던 거다. 심지어 땅덩어리 위로 널따랗고 고른 평야가 펼쳐졌다.

    ‘여긴…….’

    공중에 붕 떠버린 땅덩어리하며, 토질의 큰 변화 없이 고르고 넓은 평야까지. 이는 분명 환술 속 ‘부유의 땅’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니, 똑같다고도 표현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다른 곳이다.’

    가장 확연한 차이점은 흔적이었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

    예를 들자면 폐허처럼 무너져 내린 집터.

    특정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다져진 토지 등.

    마치 섬 자체가 하나의 마을인 것 같았다.

    아니, 마을이었던 것 같았다.

    ‘꽤 오래 전까지는 말이지.’

    흔적의 상태로 볼 때 엄청난 세월이 흘렀으리라. 못해도 백 년은 훌쩍 넘어버리지 않았을까? 이안은 그 조심스러운 추측과 더불어 섬의 중심부로 향했다. 적당한 곳에 클레반을 뉘이고 깨우기 위함이었다.

    ‘이쯤이 좋겠군.’

    이안의 발걸음이 멈췄다.

    사방은 집터로 가득한 폐혀였다.

    그 한가운데에 클레반을 내려놨다.

    슬립 주문부터 거두기 위함이었다.

    “누구…… 시오?”

    바로 그때였다.

    폐허가 된 집터로부터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안이 곧장 반응했다.

    더불어 마나까지 잔뜩 끌어모았다.

    완연한 전투태세를 갖춘 거다.

    ‘인간이 아니다.’

    이안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아챌 수 있었다. 당연한 이치였다. 씨어 디텍션 주문은 범위 내 모든 생명체와 마나의 흐름을 감지해내는 마법, 한데 그 마법으로부터 ‘생명체’에 관한 정보를 넘겨받지 못했다. 즉…….

    ‘인간도, 몬스터도, 그 무엇도 아니다.’

    인간이든, 몬스터든, 하다못해 드래곤이든.

    모두 ‘생명의 범주’까지 넘어서진 못하니까.

    그 범주를 벗어났음에도 멀쩡한 존재.

    저리 말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

    그러한 존재는 오직 하나뿐.

    ‘언데드.’

    흑마법으로 재탄생된 언데드.

    그렇게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

    “경계를 거두시오. 이곳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나와 내 동지들의 터전이었소. 경계 받아야할 불청객이라면 그쪽이 더 마땅할 것 같소만.”

    “……?”

    언데드로 추정되는 남자의 말에 이안이 눈매를 좁혔다. 저 남자, 일기장의 묘사와 상당수 일치하고 있었다. 미첼 그린리버의 일기장에 묘사된 ‘장인의 특징’과 말이다.

    ‘검은 머리, 창백한 피부, 외모와 다르게 노회한 말투.’

    하나부터 열까지 몽땅 일치했다.

    마지막 특징을 확인해볼 차례였다.

    “저는 이 꼬마의 부탁에 따라 두드리는 섬을 찾아왔습니다.”

    이안은 일부러 그린리버 제국의 언어로 물었다.

    “꼬마? 그 잠들어있는 아이 말이오?”

    그러자 언데드로 추정되는 남자 역시 능숙한 그린리버 제국어로 대답했다. 일말 미흡함조차 없었다. 아직 두개의 언어밖에 주고받지 못했지만, 이안은 확신을 가졌다.

    이 남자, 분명 미첼 그린리버의 일기장에 언급된 장인과 깊은 연관을 가졌으리라.

    “물론 당신을 찾아오기도 했죠.”

    “……나를 아시는가?”

    그 물음에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로부터 미첼 그린리버의 일기장와 클레반의 메시지가 담긴 돌멩이를 각각 끄집어냈다.

    “당신에 대한 기록은 이 책에서 봤습니다. 미첼 그린리버란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물론, 내 어려운 부탁을 들어줬던 친구요.”

    “이게 그 마법사의 일기장입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거둔 이안이 클레반의 메시지를 보였다.

    “이건 이 꼬마가 남긴 메시지입니다.”

    클레반의 메시지를 건네받은 남자.

    그가 클레반의 얼굴까지 살펴봤다.

    “아아, 이 친구였군. 클레반.”

    이내 남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야 클레반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아쉽게도 헛된 걸음이다만…….”

    그리 중얼거린 남자가 이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를 깨우지 마시오.”

    “이유가 있습니까?”

    “실망만 남을 테니까.”

    이안은 눈치가 빨랐다. 클레반의 메시지는 분명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단 내용이 있었고, 섬을 지키고 있던 저 남자는 언데드가 분명했다. 클레반 역시 언데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신들은 모두 언데드입니까?”

    “비슷하오. 아니, 그렇다고 봐야겠지.”

    순순히 인정하는 남자였다.

    짧은 대답임에도 애증이 느껴졌다.

    “제가 알기로 언데드가 불사의 존재라곤 하나, 소멸되는 방법이 영영 없는 것은 아닌 걸로 압니다만.”

    방법이야 조금 잔혹할지 모르겠으나, 분명 가능한 일이었다. 이안이 언데드로 되살아났던 전 상아탑주 허버트를 소멸시켰던 것처럼, 조각난 시신을 하나하나 불태워 없애버리는 방법이 존재했으니까.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소.”

    하지만 남자의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그 마법사, 미첼 그린리버라는 친구에게 거듭 부탁했던 것도 그것이었지. 나는 이만 죽고 싶으니, 내 조각난 시신을 불태워달라고. 몇 번을 거절당했지만, 끝내 들어줬소.”

    일기장에는 없었던 ‘장인의 부탁’.

    과연 언급하지 않을 만도 했다.

    너무 잔혹한 처사 아니겠는가?

    “그렇게 영원히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거기까지 얘기한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결국 이렇게 되살아났다, 그런 뜻이었다.

    “죽음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동지들의 목표였소. 이 섬에 살았던 모두가 말이지. 세상으로 나가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고자 했지만,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지. 클레반, 그 친구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기억 속에 숨어버린 모양이군.”

    기억 속에 숨어버렸다.

    본래의 기억을 봉인했다는 뜻일 터.

    다중인격의 증세의 원인이기도 했다.

    수많은 모습으로 살았을 테니 말이다.

    “…….”

    이안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장인을 찾아 아티펙트를 만든다.

    그 단순했던 시작이 점점 커져갔다.

    저 남자에게 무엇부터 물어봐야할까?

    “……프란.”

    정답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들은 순간부터 쭉 거슬렸던 이름.

    그 이름의 정체를 물어봐야겠지.

    “혹시 프란이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

    건조함으로 일관되었던 남자의 표정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그만큼 프란이라는 이름이 중요하단 뜻일 터.

    “클레반, 그 친구가 말해줬소?”

    “가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언급했던 이름이라더군요. 다만, 그 프란이라는 이름이 저에게도 중요한 이름인지라, 가능하다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으음…….”

    그 말에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또한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특히 머리칼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고 보니,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군.”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끼는 이안이었다.

    닮았다, 저 말의 무게가 남달랐으니까.

    “혹시 그쪽도 마법사가 되시오?”

    “그렇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자식은 아닐 터이고.”

    “무슨…….”

    “그 후손쯤 되시는가?”

    이제는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정적으로 돌변했다. 극한의 긴장 상태에 빠져 버린 까닭이었다. 결단코 열지 말아야할 상자, 그 금지된 상자의 뚜껑을 젖히는 것 같았다.

    “프란 페이지.”

    “지, 지금 뭐라…….”

    “그분께서 즐겨 쓰시는 이름이었지.”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한때나마 바랐던, 영원한 생명을 내려주신 분의 이름말이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