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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08화 (10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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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08화

    39. 아티팩트 강화(1)

    마을 주민들을 에반투스의 딸 ‘헤르넬리아’에게 떠넘긴 채, 이안은 클레반이 갇힌 창고 안으로 돌아왔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클레반과 함께 저택에 돌아간 뒤, 놈의 기억과 정신을 살려낼 방법부터 모색해 보고자 했다.

    “……?”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슬립 주문으로 잠재웠던 클레반은 어느새 깨어나 있었으며, 창고 내 구비된 몇 가지 도구와 재료로 조그마한 나무 조각상을 만들고 있었다.

    “앗, 오셨어요? 주인님!”

    척 보기에도 달라진 인격이 느껴졌다. 녀석은 이안을 ‘주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는데, 딱 그 나잇대 어린아이의 목소리와 말투였다.

    “어…… 그래.”

    이안은 일단 장단부터 맞춰줬다. 녀석이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있는 이상, 최대한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말이 통하는 인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조각상을 만드는 거니?”

    “네. 주인님께서 좋아하시는 용이에요.”

    “주인…… 내가 좋아한다고?”

    “네. 항상 그러셨잖아요? 용은 지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물체라고.”

    녀석이 제작 중인 나무 용 조각상은 생각보다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마을 중앙에 설치된 조잡한 석상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쪽은 정말 이안이 봤던 드래곤들과 흡사한, 그야말로 생생함이 살아있는 조각상이었으니까.

    “실력이 대단하구나.”

    “헤헷, 다 주인님 덕분이죠.”

    주인님이라, 촌장 잭슨의 앞에서는 분명 ‘프란’이란 이름을 언급했다고 하던데, 그 프란이란 자와 저 주인님이란 존재가 같은 인물일까? 아니면 다른 인물일까?

    ‘슬쩍 떠볼까?’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찰나.

    “주인님.”

    클레반이 조각하던 손을 멈춘 채 이안을 멀뚱멀뚱 바라봤다. 정확히는 이안의 손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그…… 반지 말이에요.”

    “반지?”

    이안은 총 두 개의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왼손으론 공주와 나눠 낀 은반지가, 오른손으론 모그리안 가문으로부터 귀빈의 증표로 받은 아티펙트, 모그리안 링이 그 정체였다.

    “오른손에 끼신 반지요.”

    클레반의 시선을 끌어당긴 반지는 바로 모그리안 링이었다. 잘 만들어진 아티펙트라서 그런 걸까? 아티펙트와 관련된 장인이라면 한번쯤 흥미가 생길 법도…….

    “너무 조잡한데요?”

    “……응?”

    이안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녀석은 모그리안 링을 흥미롭게 쳐다보지 않았다. 단지 ‘손볼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닌 조잡한 반지’쯤으로 치부했을 뿐.

    “주인님, 잠깐만 그 반지 좀 빼주시겠어요?”

    “빼달라고? 왜?”

    “빨리요. 진짜 잠깐이면 돼요.”

    그 말투가 마치 칭얼거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지금의 인격은 도대체 어떤 배경과 사유가 담긴 인격일까? 약간의 상상과 함께 모그리안 링을 손가락에서 빼낸 이안이었다.

    “망가뜨리면 안 된다?”

    “당연하죠. 제가 실수하는 거 보셨어요?”

    “……확실히 본 적은 없지.”

    그야 몇 시간 전에 처음 만났으니까.

    피식 웃은 이안이 반지를 건네줬다.

    “음…….”

    그러자 녀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아이 같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제법 깐깐한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문제가 많네요.”

    “어떤 문제가 있는데?”

    “말로 설명을 드리긴 어렵고……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말을 아낀 클레반.

    녀석이 조각칼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에 이안의 갸우뚱거렸다.

    저 부실한 칼로 무엇을 하겠다고?

    반지에 흠집조차 낼 수 없을 텐데?

    우우웅-!

    하지만 그 의문은 금세 풀어졌다.

    녀석이 조각칼에 마나를 입혔으니까.

    더불어 이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마법사였나?’

    이안의 상식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건에 마나를 입히는 행위는 오직 마나 브레인과 마나 하트를 가진 존재, 마법사만의 전유물 아니겠는가? 그 상식에 빗대자면 클레반은 명백한 마법사였다.

    ‘아니, 마법사라기에는…….’

    잠시 생각했던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라기엔 의문스러운 점이 제법 많았다. 저 정도 마나의 운용이 가능한 마법사라면 최소 3클래스 이상의 경지일 터, 한데 녀석은 이안의 슬립 주문 한방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순전히 평범한 꼬맹이를 대상으로 했던, 아주 미약한 수준이었는데도 저항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3클래스 수준의 마나가 있다면, 저항을 했을 텐데?’

    기억을 잃은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육신의 마나가 스스로 저항할 테니까.

    “흐음.”

    이안이 클레반을 바라봤다.

    참으로 의문투성이인 꼬마였다.

    어쩌면 꼬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더 지켜봐야겠지.’

    이윽고 클레반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조각칼 끝 마나가 반지를 어루만졌다.

    실낱처럼 세밀하면서도 과감한 손놀림.

    그 긴장감 속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다.

    “휴우! 자, 받으세요.”

    “다 끝난 거야?”

    “만족하실지 모르겠네요.”

    이안이 모그리안 링을 건네받았다.

    ‘별로 달라진 건 없는데…….’

    겉보기로는 차이점이 없었다.

    착용해 봐야 알 것 같은데.

    ‘어……?’

    모그리안 링을 착용한 이안.

    그의 안색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착용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체감.

    그 달라진 느낌을 정의하자면.

    ‘차원이 다르다.’

    모그리안 링의 능력은 ‘마나 회복력의 상승’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한데 그 상승의 정도가 차원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회복력은 물론이거니와, 근본적인 마나의 한계치까지 상승시켰다.

    ‘등급이 달라졌어.’

    전생의 상아탑은 확인 가능한 아티펙트에 등급을 매겼다. 능력에 따라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다양하게 분류했는데, 모그리안 링의 경우 ‘하급’에 속하는 아티펙트였다. 분명 그랬거늘.

    ‘이건 최소한으로 잡아도 상급 이상이다.’

    그나마 이안 본인이 착용했기에 체감도 약한 거다. 만약 이 달라진 모그리안 링을 3클래스 이하의 마법사가 착용한다면?

    ‘클래스 자체가 달라지겠지.’

    적어도 마나의 총량과 회복력에 한해서는 클래스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가는 효과를 누리게 될 터,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능력이 아닐 수 없으리라.

    ‘엄청나군.’

    잠시 반지의 효능을 만끽했던 이안.

    그가 서둘러 목에 걸린 목걸이를 의복 밖으로 꺼냈다. 지금 이안에게는 대초원의 지팡이도,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도 없었다. 모그리안 링과 황비의 아뮬렛이 전부였으니, 급한 대로 목걸이부터 꺼내 보였다.

    “이건 어때?”

    “어? 목걸이네요?”

    이안이 목걸이를 풀어 클레반에게 건넸다.

    “혹시 이것도 어딘가 조잡하다거나…….”

    이안의 목소리가 사뭇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기대감이 가득했다.

    답지 않은 설렘이었다.

    “우음, 이건 괜찮은데요?”

    “괜찮다고?”

    “네. 이 정도면 뭐, 완벽에 가깝죠.”

    “……그래?”

    "누가 만든 거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구나."

    이안은 애써 실망감을 숨겼다.

    동시에 의문스러움이 느껴졌다.

    황비의 목걸이가 완벽하다고?

    ‘이게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인가?’

    물론 잘 만들어진 아티펙트 목걸이였다.

    능력도 괜찮고, 외관 역시 깔끔했으니까.

    다만 ‘완벽’하다고 표현할 정도인가는 의문이 생겼다. 방금 클레반의 손으로부터 재탄생된 모그리안 링과 비교하자면 한참 떨어지는 능력을 가졌거늘, 어째서일까?

    ‘기준이 다를 수도 있겠지.’

    무릇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가볍게 넘어간 이안이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헥토르 콜드우드가 보내준 선물, 아티펙트의 재료로 추정되는 비단을 꺼내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 비단은…….”

    이안이 푸른색 비단을 펼쳐 클레반에게 보여줬다.

    혹시 이 비단으로 무언가 제작할 수 있진 않을까? 가능하다면 굳이 일기에 기록된 장인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으리라.

    “…….”

    그런데 조금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클레반의 눈빛과 표정이 달라졌다.

    이안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저 눈빛과 표정, 기억난다.

    그러니까, 분명히…….

    ‘처음 만났을 때…….’

    이안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 순간.

    “자객! 또 나타났느냐!”

    “이런.”

    이안의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정신 나간 꼬맹이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이래서 잭슨 패거리도 처분이 힘들었나 보다.

    “이 자객 놈! 이번에야말로 요절을 내주마!”

    “후우…… 일단 한숨 자라.”

    “헛소리!”

    “깨어날 땐 아까 그놈으로 돌아오고.”

    슬립 주문이 클레반을 재웠다.

    분명 마법사라면 저항을 할 텐데.

    하는 척이라도 해내야 정상인데.

    “쿠울…… 쿨…….”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저항은커녕 곧바로 잠든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놈이었다.

    “그럼 이제…….”

    꺼냈던 마법의 비단부터 아공간 주머니로 넣었다. 혹시 모르니 창고에 뒹굴고 있는 조각도구와 몇몇 재료, 결과물까지 싹 다 챙겨 담았다.

    ‘또 챙길 게 남았나?’

    창고 안을 구석구석 살펴본 이안.

    한데 웬 돌덩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구석진 곳에 뒹굴고 있던 돌덩이였다.

    ‘글자……?’

    그 돌의 표면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로 공국의 문자였는데, 조각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새겨놓은 것 같았다. 몇몇 고어가 섞여있었으나 언어를 공부했던 이안에게는 문제되지 않았다.

    ‘누군가 이 메시지를…….’

    [누군가 이 메시지를 본다면, 부탁하건데 나를 서쪽 바다 건너 ‘두드리는 섬’으로 데려가주시오. 이제 영원히 잠들고 싶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지. 이 메시지를 보는 당신도 알아챘을지 모르겠군. 허니 두드리는 섬으로 가야만 하오. 이쯤이면 나의 동지들이 기록을 남겨놨을지도 모르니까. 만약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반드시 보상하도록 하겠소.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오. 적어도 나의 몸뚱이를 팔거나 이용하는 것보다 수천 배, 아니 수만 배 더 이익을 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하오.]

    * * *

    기이한 꿈에 이끌려 부유의 땅을 찾았던 용아병 스파르토이,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부유의 땅 아래 묻혀있던 드래곤들, 그들의 뼈로 하여금 탄생시킨 수많은 육신과 함께였다. 그 수는 처음보다 훨씬 불어나 부유의 땅 위를 가득 채웠다.

    (…….)

    그 육신 중에도 가장 덩치가 큰 본체, 눈 뼈 부분으로 안광이 넘실거리는 스파르토이가 부유의 땅 낭떠러지 앞에 서있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봤다.

    (곧…….)

    그런데 하늘을 올려다보는 스파르토이의 안광이 예전과 달랐다. 분명 스파르토이의 안광은 ‘푸른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황금색’의 안광을 뿜어댔다. 동그랗게 뚫린 눈 뼈 속으로부터 ‘황금빛 안광’이 번뜩거리고 있단 얘기였다.

    (당신의…… 뜻대로…….)

    용아병 스파르토이의 느릿한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수만 마리 용아병 또한 양쪽 눈 뼈로부터 안광을 피어올렸다. 본체와 똑같은 황금빛 안광이었다.

    “크어어어어어-!”

    어디 그뿐일까? 일제히 허공을 올려다보며 쇳소리까지 토해냈다. 그야말로 용아병 부대의 고함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큰지 부유의 땅 일대가 쩌렁쩌렁 울려댔다.

    쿠구구구구구……!

    그러자 곧 놀라운 사태가 벌어졌다.

    강렬한 진동이 부유의 땅을 강타했다.

    설마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움직였다.

    쿠궁! 쿠구궁! 쿠구구구구구…….

    본디 하늘에 멈춰 있었던 부유의 땅. 그 거대한 땅이 태동을 시작한 거다.

    비록 움직임의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목표된 위치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부유의 땅이 움직이기 시작한 방향. 그 끝자락에 위치된 인간들의 대도시.

    그곳은 바로 그린리버 제국의 수도. 이안의 집, ‘그린리버디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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