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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43화 (4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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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43화

    14. 큰 공을 쌓다(2)

    “하면 들려다오. 그날의 정황을.”

    황제의 요청에 이안은 잠시 숨을 골랐다.

    철저히 이안 자신한테 득이 되는 내용으로.

    그 어떤 의심도 생기지 않도록 그럴듯하게.

    “사교계 당일, 해가 진 이후였습니다. 황궁 안팎으로 연쇄적인 폭음이 들려왔습니다. 사교장 안에서도 들려왔기에 즉시 황태자 전하와 공주마마, 소인의 어머니를 방어막으로 보호했습니다. 이후 올리버 경과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사온데, 먼저 황궁을 직접적으로 노렸다 보기에는 폭발의 수준이 미약했으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안의 말.

    그것들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했다.

    다만 자신이 콜드워커를 알고 있다는 사실.

    그 맹점만 쏙 빼버린 껍데기로 상황을 압축시켰다.

    “……해서 의심만 들었을 뿐, 별다른 행동까지는 취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황태자 전하께 고하자 전하께서는 제게 의심이 되는 정황부터 쫓으라 명하셨으며…….”

    보고에는 없었던 새로운 내용.

    순간 모두의 시선이 황태자에게 쏠렸다.

    ‘내, 내가?’

    황태자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적이 없으니까.

    ‘내가…… 그랬던가?’

    어마어마하게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상황.

    그 혼란스러움 때문에 기억이 흐려진 건 아닐까?

    “태자.”

    “내가 그랬던…….”

    “태자!”

    “예, 예! 아바마마!”

    “사실인가?”

    “예?”

    “태자의 명이 있었다는 저 말, 사실여부를 묻고 있느니라.”

    황태자의 입으로 직접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다.

    이 모든 회의의 내용은 문서화 되어 남는다.

    수많은 대소신료들의 귓구멍에 틀어박힌다.

    자연히 다른 장소에서 입으로도 흘러나온다.

    즉, 기회라는 얘기다.

    ‘차려진 식탁에 황태자의 숟갈을 올릴 기회.’

    또한 황태자와 이안의 사이를 더욱 돈독히 만들어줄 수단.

    어느 때보다 빛나는 눈으로 황태자를 바라보는 황제.

    잠시 머뭇거렸던 황태자가 엉거주춤 입을 열었다.

    “그, 그런 것 같…… 아, 아니, 그렇사옵니다!”

    황태자의 말에 신료들이 일순간 술렁거렸다.

    결코 부정적인 술렁거림은 아니었다.

    단지 놀라웠을 뿐.

    저 황태자가?

    “그만.”

    충분히 술렁거릴 여유를 줬던 황제.

    그의 한마디에 다시금 정숙함이 돌아왔다.

    “비록 태자가 내린 명령이 있었다고는 하나, 전적으로 이안 페이지의 공이 컸음은 자명한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형체조차 잡지 못한 적에게 수많은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줬을 것이며, 제국과 황실의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을 터.”

    비웃음거리라는 말에 신료들의 고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안 페이지의 행동력이 바로 그러한 비극을 조기에 진압해 낸 바, 짐은 그 노고를 결코 외면치 않을 것이오. 또한 이번만큼은 짐의 손으로 직접 공을 치하해 주고 싶소.”

    오직 황제 본인이 하사하고 싶은 상을 내려주겠다.

    평소처럼 받고자 하는 상을 따로 묻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내 너에게 내릴 상은…….”

    동시에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내관과 하인들.

    금화와 저택 등의 재물은 이미 받아본 경험이 있다.

    공이 공이니만큼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사받을 터.

    내심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는 이안이었다.

    “이것이니라.”

    이안 앞으로 대령된 것은 단벌의 로브였다.

    새 옷처럼 주름 한 점 없는 코발트블루의 로브.

    크게 화려하진 않았으나 은은한 품위가 흘러넘쳤다.

    “그 로브는 짐의 선조이시자 황족 유일의 마법사, 미첼 그린리버 님께서 남긴 유일한 유품. 본디 황족 아닌 자에게 내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라. 따지자면 하사품이라기보단 대여라고 표현하는 쪽이 옳겠군.”

    설명 그대로였다. 이안 또한 접하기 어려운 물건이니까.

    그린리버 제국의 황족 중 첫 번째이자 마지막 마법사.

    마법적 역량을 인정받아 탑주의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

    지난 생, 이안은 다양한 황실의 보물들을 하사받았다.

    그럼에도 미첼의 로브는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다.

    황족 아닌 자에게 하사하지 말라는 유언이 있었으니까.

    “대여의 기한은 이안 페이지, 그대의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혹은 그대가 더 이상 원치 않는 그 순간까지로 정해두도록 하겠노라.”

    한데 그 유언을 빌려준다는 명목하에 깨버린 거다.

    여러모로 파격적인 하사품이 아닐 수 없으리라.

    “한 번 입어보아라. 로브니 따로 탈의할 필요는 없겠지.”

    황제의 말 한마디에 하녀 여럿이 환복을 도왔다.

    문제는 로브의 크기가 이안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성인 기준으로 만들어진 로브인데, 이안은 아직 소년이다.

    그럼에도 황제는 여전히 재촉의 눈길만을 보냈다.

    “괜찮으니 대충이라도 입혀주세요.”

    결국 억지로 입은 이안의 꼴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아비의 옷을 몰래 입어본 어린아이의 꼴.

    신료들이 고개를 돌리며 웃음부터 참아냈다.

    “많이 크구나. 언제쯤 네 몸에 맞출 수 있겠느냐?”

    장난기 넘치는 황제의 물음.

    이안 역시 그 진의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착용하는 순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가 품은 마법 중 하나를.

    “바로 맞춰보도록 하겠사옵니다.”

    로브에 천천히 마나를 불어넣은 이안.

    그러자 곧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마나를 머금은 로브가 육신으로 착 달라붙었다.

    어디 그뿐이랴? 제 스스로 꿈틀거리기까지 한다.

    새로운 주인의 몸뚱이를 가늠이라도 하듯.

    우우웅 - !

    작게 방출되는 마나의 울음소리와 함께.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기장이면 기장, 둘레면 둘레, 폭이면 폭.

    어린 주인에게 알맞은 크기로.

    “오오…….”

    “어찌 저런 일이……?”

    체면을 잊은 채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소신료들.

    황태자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안을.

    아니, 로브의 변화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만큼 신비롭기 짝이 없는 현상이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군. 특히 그 파란색이.”

    황제의 가벼운 품평.

    이안은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가 지닌 모든 능력을.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물건이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래서 아무한테나 하사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건가.’

    만족스러운 듯 옷매무새부터 챙긴 이안.

    그가 황제에게 군신의 예를 취해보이며 읊조렸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 * *

    이안의 두 번째 알현.

    대전회의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다른 신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황궁기관 내 자리로 돌아가거나, 아예 퇴청하는 행렬이 이어졌으니까.

    ‘보면 볼수록 신기한 로브야.’

    자꾸만 전해져 온다. 로브의 속삭임이.

    당장 로브의 능력부터 확인하고픈 이안이었다.

    ‘몇 가지 술식들이 느껴져.’

    분명 몇 가지의 뚜렷한 ‘술식’이다.

    당장 주문을 펼쳐보라는 유혹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참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간만에 설레네.’

    그야말로 뜻밖의 횡재 아니겠는가?

    당분간 로브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 같다.

    전생에도 접해본 바 없는 미지의 로브.

    살펴볼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리라.

    “음?”

    그때, 이안의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아주 멀찍이서 이안을 바라보는 여인.

    공주 하이리 그린리버였다.

    ‘아직 불안한가 보군.’

    그녀가 마법사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상아탑의 마법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모든 마나를 소모, 보호막도 거둬진 상태였다. 애초에 공주의 마나로 배리어를 오랫동안 유지했을 리가 만무했으니까.

    ‘마나 주입이 딱히 티 나는 동작도 아니고.’

    워낙에 경황이 없었던 상황.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에 있었던 황태자와 베네사까지도.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저리 바라보는 이유야 뻔하다.

    공주는 마법사임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

    상아탑 몰래 마법까지 전수받고 있다.

    들통 난다면 엄벌로 다스려질 중죄 중에 중죄.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까.’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숨겼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알아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공주까지 신경 쓴다?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그래도…….’

    마나가 맺힌 이안의 오른쪽 손가락.

    그 검지로 하여금 허공을 휘적거렸다.

    작은 손짓인지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휘적거림에 생겨난 마나의 일렁거림.

    이안이 그 일렁이는 마나를 공주에게 보냈다.

    바람을 타고 나풀나풀 날아간 마나의 다발.

    곧 공주의 면전에 닿아 풀어지기 시작했다.

    마나로 새겨진, 깨알 같은 푸른 빛 글자였다.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안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

    공주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것으로 충분한 모양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황궁을 빠져나온 이안.

    그런 이안의 앞길을 넉넉하게 가로막는 무리들.

    머릿수로 봐서는 황태자와 그 기사단인 것 같은데.

    “아주 장한 일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황태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셨습니다. 이안 공.”

    어리지만 익숙한 목소리, 특유의 상냥함.

    아직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황족.

    ‘……?’

    이안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근원부터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곳에는 이안보다 두 살가량 많은 소년이, 황족의 백금발 만큼은 확실하게 타고난 소년이 서 있었다.

    ‘라그나르.’

    바로 그놈이었다.

    이안은 지금껏 놈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피할 수 있다면 피했고, 숨을 수 있다면 숨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너무 로브에만 신경을 썼다.

    미리 눈치챘다면 다른 길을 택했으리라.

    “덕분에 황실이, 그리고 제국 전체의 안녕이 지켜졌습니다. 아바마마께서 하신 말씀처럼 이안 공의 활약이 독보적이었죠. 황실의 일원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이미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전생보다 일찍 찾아온 대면식. 본래는 14살이 되던 해, 아카데미에서 이안을 천재라 치켜세우기 시작했을 쯤 찾아왔었으니까. 무려 2년이나 앞당겨진 만남이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위대하신 황제폐하의 다섯 번째 핏줄, 라그나르 그린리버라고 합니다.”

    드디어 우려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항상 이 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라그나르와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살심을 억누르며 대화할 수 있을까?

    “큰일을 해주신 분께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자 하는데, 혹 시간이 괜찮으신지?”

    한데 의외의 반응이 고개를 내밀었다.

    심장이 요동치기는커녕, 평소보다 차분해졌다.

    라그나르의 새하얀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놈이 내뱉는 말소리가 건조하게 들렸다.

    참아내야 할 건 살심이 아니었다.

    자꾸만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뿐.

    ‘이런 꼬맹이였나.’

    30년 후의 라그나르 그린리버.

    그는 명백히 위대하고 냉철한 황제였다.

    하나 지금의 저 조그마한 모습은 어떤가?

    야심을 숨겨야 하는 어린 황자에 불과하다.

    가진 바 힘은 미약하나, 언젠가 황좌를 거머쥐고 싶은.

    넘치는 욕망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을 어린아이.

    ‘가소롭구나.’

    라그나르와 마주한 지금.

    이안이 사로잡힌 감정은 그뿐이었다.

    분노나 살심, 심지어 애증조차도 아닌.

    그저 가소롭기 짝이 없는 다섯 번째 황자.

    언제든 절망 속으로 빠트릴 수 있는 소년.

    이제야 확실하게 정해진 것 같다.

    시간을 뛰어넘은 복수의 대상.

    그리고 복수의 방식이.

    “아뇨. 선약이 있습니다.”

    라그나르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버린 이안.

    그럼에도 라그나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언제든 좋으니 시간을…….”

    “앞으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만큼은 살짝 일그러지는 기색이 보였다.

    곧바로 지어진 미소가 그 속내를 감춰 버렸지만.

    “까닭을 여쭈어도 될까요?”

    “많이 바쁩니다. 제가.”

    아무리 다섯 번째 황자라 한들 황족의 일원이다.

    만약 다른 이였다면 분노를 피하지 못했을 오만함.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할 일이 많죠.”

    하나 이안은 고위마법사다.

    그것도 황제와 황태자의 총애를 받는 마법사.

    황자라 한들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상대일 터.

    “……이거 괜히 시간만 빼앗은 것 같군요.”

    “깨달아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럼.”

    예를 취한 이안이 라그나르를 지나갔다.

    구시렁거리는 친위대원들, 뒤돌아보는 라그나르.

    모든 것이 느껴졌으나, 이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반대에 서주마.’

    저번 생의 이안은 라그나르의 아군이었다.

    가장 가깝고 강력한 힘을 가진 아군.

    하나 이번 생은 다를 거다.

    정확히 반대편에 설 생각이니까.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도록.’

    라그나르가 행하고자 하는 모든 계획.

    그 앞을 하나하나, 사사건건 가로막으리라.

    하는 일마다 이안의 이름이 거슬리도록.

    끝내 그 이름을 원망하며 좌절할 수 있도록.

    ‘나를 죽여 치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죽일 수가 없는 강력한 힘의 대척점.

    가장 반대편에서 모든 것을 방해하는 ‘절대 악’.

    ‘네 머릿속에서만큼은.’

    * * *

    라그나르의 무리와 멀어질 무렵.

    복잡해진 머릿속을 깨끗이 정리시킨 이안.

    그가 기다렸다는 듯 마나를 끌어 모았다.

    미첼의 로브가 속삭이는 첫 번째 술식.

    그 실체부터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플라이.’

    본디 플라이는 비효율적인 마법이다.

    짧은 지속시간, 기어가는 수준의 비행속도.

    바로 그러한 술식을 로브가 속삭였다.

    이유가 뭘까?

    펄럭!

    본격적으로 플라이 주문을 발동시키는 순간.

    아주 격하디격한 펄럭거림을 일으키는 로브.

    단언하건대,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설마.’

    평소의 플라이라면 그 속도가 느려야만 한다.

    그것이 플라이 마법의 정석적인 이론이다.

    이미 몇 번을 언급했던 이론인데.

    후우우웅-!

    그 정석적인 이론이 방금 조각나버리고 말았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플라이 주문에 맡겨진 이안의 몸뚱이가.

    ‘거의 전속력으로 뛰는 수준인데?’

    비단 허공으로 떠오르는 속도만이 아니다.

    전진하는 속도까지 엄청나게 빨라졌다.

    미첼의 로브에 잠재된 고유능력.

    그중 하나의 효과가 분명하리라.

    ‘유지도 계속되는 것 같고.’

    뿐이랴? 마나소모량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해진 상황.

    이 정도라면 플라이 마법도 가치가 생긴다.

    다른 마법과의 연계를 이용한 활용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가치 말이다.

    플라이보다 상위의 비행 마법은 아직 멀었으니까.

    ‘상상 이상이군.’

    전생에서는 접해볼 수 없었던 아티펙트.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가 가진 능력.

    그 일부만 접했음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겠지.’

    그린리버 제국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온 대륙을 통틀어 어딘가는 존재하고 있을 터.

    누가 만들었는지, 어찌 제작되었는지조차 모르는.

    유물이나 다름없을 전설적인 아티펙트가.

    ‘예전과는 달라.’

    마법에 미쳐, 라그나르가 주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전생.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원한다면, 마음만 먹는다면.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취할 수도 있겠지.

    미첼 그린리버의 로브와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아티펙트를.

    ‘전생의 나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마법사 이안 페이지’ 그 자체로도.

    본신을 보좌해줄 외적인 힘으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한편으론 의구심이 들었다.

    그 정도로 초월적인 힘이 꼭 필요할까?

    이번 삶을 영위하는데? 복수를 해나가는데?

    끝없는 생각이 마지막 종착지로 치달을 무렵.

    이안 역시 저택의 앞에 도착했다.

    창문 안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전생에는 너무 일찍 여읜 어머니.

    비적 떼에게 죽어 사라졌을 레디오.

    이안의 치명적인 적이 되었을 더글라스.

    ‘그때는 텅텅 비어 있었지.’

    전생에는 그랬다.

    이안을 기다리는 사람도.

    이안이 지켜줄 사람도 없었으니까.

    하나 이번 삶은 다르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지켜줘야 할 사람도 생겼다.

    ‘지켜낼 힘.’

    설령 세상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상상을 초월한 적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지키고픈 이들을 반드시 지켜낼 수 있는 힘.

    ‘그 힘이 적당할 필요는 없어.’

    그렇다. 그 힘이 적당할 필요는 없는 거다.

    강하면 강할수록 완벽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

    ‘강해진다. 내 몸이 버티는 한, 끝까지.’

    처음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던 순간.

    당시보다도 더욱 확고하게 굳은 다짐.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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