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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41화 (4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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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41화

13. 사교계(3)

“올리버 경?”

그는 놀랍게도 단장 올리버였다.

놀라운 이유는 바로 저 복장.

갑옷 입은 모습만 봤기 때문일까?

정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실로 어색했다.

“이안 님.”

본인 또한 심히 어색한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황태자 전하께서 내리신 명령인지라.”

정복 차림새의 까닭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올리버까지 초대해 버린 모양이다.

갑옷이 아닌, 정복으로 참석하라 명령했겠지.

“갑옷이 날개셨네요.”

“크흠!”

이안의 농담에 헛기침마저 내뱉는다.

평소 흐트러짐이 없음으로 유명한 기사.

그런 자도 사교계는 영 취미가 아닌가 보다.

“…….”

농담을 끝으로 잠시간 찾아온 정적.

그 정적을 깨는 쪽은 올리버였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소문이요? 어떤 소문을 말씀하시는지.”

“고위마법사, 헬레느. 그 여인을 꺾었다 하더군요.”

“그런 소문이 돈단 말입니까? 신기하네요. 상아탑에서 일어난 일은 대부분 기밀로 처리가 된다던데.”

“정보력조차 없다면 기사가 무엇을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시대에.”

이런 시대.

마법사가 무력의 최정상에 군림하는 시대.

칼잡이는 단지 소모품, 집지키는 개.

심지어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 시대.

올리버의 목소리가 씁쓸함으로 물들었다.

“황태자 전하께 보낸 편지도 읽어봤습니다.”

“그것도 기사의 정보력인가요?”

“아뇨. 전하께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나름대로 농담을 건넨 것인데.

두 번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놀라웠습니다. 어린 나이에 고위마법사로 등극한 것, 그런 건 마법적 역량으로 정해지는 거라 치겠으나, 편지의 내용은…… 전하께서 처하신 상황은 물론 성정까지 꿰뚫어본 것 같더군요.”

작금의 황태자가 처한 상황, 성정.

전생과 마찬가지로 최악이나 다름없다.

누구도 황태자를 황제감이라 여기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를 모시는 단장 올리버조차.

“어린 나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하하. 별일을 다 겪다보니까…….”

이안의 가벼운 얼버무림.

들고 있던 술잔을 홀짝거린 올리버.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취기가 제법 오른 상태였다.

“한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전하께서 이안 님의 말이라면 일단 듣고 본다는 겁니다. 폐하의 말씀조차 흘려 버리시던 분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마법사의 말은 끝내 들으시더란 말입니다.”

올리버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희망이란 신기루가 잡히는 것 같았다.

황태자를 변모시킬 유일한 기회가.

“그렇기에, 확인을 해둬야겠습니다.”

“확인?”

“이안 님께서는 누구십니까?”

올리버는 확실히 알아둬야만 했다.

이 현상이 과연 올바른 변화인지.

아니면 경계해야 할 변화인지.

“아니,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어느 쪽에 서느냐가 중요하겠죠. 상아탑은 5황자전하를 지지한다 하더군요. 그러니 묻겠습니다. 이안 님께서도 상아탑과 뜻을 함께 하실 생각이십니까?”

상당히 직설적인 질문.

아이에게 던질 만한 질문이 아니었다.

하나 올리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어린 나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보았다. 이안 페이지가 가진 힘을.

편지로 확인했다. 저 소년이 품은 생각을.

또한 느꼈다. 저택에서 마주했던 그 기세를.

“취하신 것 같군요. 저는 아직…….”

“들어야겠습니다. 그래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안을 보는 올리버의 눈이 일순간 번뜩였다.

취기 따위 단숨에 몰아내 버리는 정신력.

“피아를.”

황태자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아탑의 마법사.

그 위험한 존재를 확실하게 정의해야만 했다.

지난 세월, 모든 명예와 속삭임을 뒤로한 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지켜낸 위치.

황태자의 첫 번째 호위기사로서.

“무의미한 질문이네요.”

천천히 입을 여는 이안.

올리버가 바랐던 대답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답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맞는 얘기다.

황태자의 편에 설 것이라 대답하면 그만이다.

진실을 말해봐야 무엇 하겠는가?

“거짓이든 진심이든.”

하나 올리버는 바보가 아니다.

그러한 경우를 떠올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토록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이유.

“판단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으니까.

함께 할 여지가 충분하다 판단했으니까.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그런 대답은 원치 않습니다.”

“사실인 걸 어찌 합니까?”

이안 또한 진심어린 대꾸였다.

누군가를 지지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황제고 통일이고 이제와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저 라그나르의 모든 것을 방해하고자 했다.

복수는 아주 극적인 순간에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때쯤이면 거의 모든 힘을 되찾을 터.

소중한 이들과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다만.”

이안이 올리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2 황실기사단장, 올리버 레이우드.

끝까지 황태자의 곁에서 생을 마감한 기사.

이 정도 언질은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5황자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로.”

올리버가 흠칫 놀란 듯 주변부터 둘러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직설적인 확언.

그러나 걱정한 바는 벌어지지 않았다.

사일런스 주문이 소리를 차단한 뒤였으니까.

오직 올리버 한사람만 들을 수 있었던 대답.

“대답이 좀 되었나요?”

“지금으로서는 충분합니다.”

“다행이네요.”

“하면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들어는 보죠.”

“결정을 내리실 때까지, 대련 상대가 되어주십시오.”

“대련 상대?”

다소 뜬금없는 요청에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아구분에 이어 이번에는 대련 상대가 되어달라?

“맞설 힘이 필요합니다.”

“마법사에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기사는 마법사와 합을 맞춰볼 기회가 적다.

아니, 아예 없다고 표현하는 쪽이 옳으리라.

올리버로서는 그 기회가 누구보다 절실했다.

“그 검이 저를 향할 수도 있을 텐데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생각보다 뻔뻔한 구석이 있으시네요.”

그 또한 결코 부정하지 않는 올리버였다.

백번이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었으니까.

대 마법사전의 경험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절합니다.”

“까닭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득이 될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노골적이면서도 명확한 이안의 대답.

득 될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대가를 지불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족할 만한 대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안은 시간이 빌 때마다 수련에 매진해 왔다.

독자적인 마나호흡부터 술식의 개량까지.

그만큼 이안에게 자투리 시간이란 중요했다.

어지간한 재물로는 내어주기 힘들 정도로.

황제나 황태자가 내린 명령이라면 모를까.

“이 목걸이는.”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 보이는 올리버.

흔한 보석조차 장식되지 않은 목걸이였다.

“처음 황태자 전하의 호위기사로 임명되었던 날, 황비마마께서 하사해 주신 목걸이입니다. 언제나 머리를 맑게 해주는, 특별한 마법이 담긴 목걸이라 하시면서.”

마법이 담긴 목걸이?

다시 한 번 목걸이를 자세히 바라본 이안.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착용해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더군요.”

심지어 효과가 있단다.

그렇다면 마법의 효과가 명백하다.

올리버 또한 마나하트를 가진 기사니까.

‘아, 그러고 보니.’

희미한 기억 한줌이 이안 앞에 아른거렸다.

마지막 소유자가 황비였다는 사실만 파악된.

끝내 찾을 수 없었던 황실보고의 보물 중 하나.

그 또한 목걸이였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건가.’

정황상으로 볼 때는 맞는 것 같다.

당시 올리버의 시신은 그야말로 참혹하게 조각났다.

온갖 고위마법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는 얘기다.

목걸이 역시 주인과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목걸이를 대가로 지불하겠습니다. 저보다는 이안 님께 도움이 될 물건이라고 확신합니다. 마법사는 머리로, 칼잡이는 본능으로 싸우는 법 아니겠습니까?”

꾸준한 대련이 필요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 발동시킬 기사로서의 본능.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본능을 육신에 새기기 위하여.

“돌아가신 황비마마의 하사품 아닌가요?”

“황태자 전하를 잘 보필하라는 뜻으로 하사 받은 물건입니다. 그 뜻을 좀 더 오래 지키고자함이니, 황비마마께서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올리버의 뜻은 확고했다.

이안에게도 나쁘지 않은 대가였다.

마법사는 언제나 최상의 두뇌를 유지해야 하는 법.

저 정도 수준의 아티펙트라면 꽤나 도움이 되리라.

“좋습니다. 받도록 하죠.”

조심스레 목걸이를 건네받은 이안.

마나를 살짝 주입시키자 기다렸다는 듯 공명한다.

고차원적 술식이 걸린 아티펙트 특유의 반응.

바로 그때였다.

콰앙!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황궁 밖으로부터 들려왔다.

먼발치 하늘 높게 치솟는 까만 연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콰앙! 쾅!

연이어 들려오는 단발적인 폭발음.

지축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폭발은 아니었다.

하나 황궁 안팎을 위협적으로 압박해 왔다.

무엇보다도.

콰아앙!

사교장 안쪽에서 똑같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구석진 곳에 크지 않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황태자 전하!”

올리버가 황태자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안 또한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황태자 옆에 세웠다.

베네사와 함께 있었던 공주 역시 함께였다.

“마나 베리어.”

황태자와 어머니, 그리고 공주에게 보호막을 씌운 이안.

그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공주에게 말했다.

“보호막에 마나, 주입시킬 줄 압니까?”

“……네?”

실로 많은 의미가 담긴 이안의 물음.

당황한 듯 눈동자를 떠는 공주 하이리.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은 비밀 중에 비밀이다.

한데 그 비밀을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이 최연소 고위마법사라는 소년이?

“정신 차리고 대답부터 하세요.”

“배, 배우기는 배웠는데…….”

“조금씩 주입시키세요. 당분간 유지될 겁니다.”

용건을 끝낸 이안이 단호하게 시선을 거뒀다.

더 이상 말 한마디 붙이기조차 어려운 상황.

보호막 유지부터 집중하는 하이리였다.

“너무 좁습니다.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리버가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공격을 감당해낼 공간이 필요했다.

이안도 같은 생각이었다.

방금까지는 그랬다.

‘뭔가 이상해.’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허술하다.

황궁 안팎으로 들려왔던 연쇄적인 폭발음.

미리 설치해둔 폭약들을 터뜨린 게 분명한데.

‘목적이 뭐지?’

내부까지 설치된 것으로 봐선 내부자의 소행이다.

그것도 꽤나 오랜 기간 준비했을 터.

한데 그런 것치고 너무 미약하다.

이 폭발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애매하다는 얘기다.

황궁을 무너뜨릴 만한 대규모 폭약이었다면 모를까.

이 정도로는 성벽조차 제대로 허물지 못한다.

딱히 인명피해를 노렸다 보기도 힘들다.

“황태자 전하! 괜찮으십니까? 황태자 전하!”

폭발음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제2 황실기사단.

그들이 훈련 받은 그대로 넓게 포진되었다.

황태자의 신변을 지키기 위한 진영.

“단장,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괜찮다. 바깥 상황은?”

“급히 긴급 통신구를 발동시켰습니다.”

황궁의 긴급 통신구.

모든 기사단 본부와 제국군 병영.

그리고 상아탑까지 연결되는 통신망이다.

유사시 대부분의 병력을 황궁으로 집중시키는 수단.

그 긴급 수단이 바로 지금 발동된 거다.

‘긴급 통신구?’

황성으로 모든 병력이 집결되는 상황.

오히려 이러한 경우를 노린 폭발이라면?

허술한 게 아니라,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면?

‘혹시.’

이안이 다가간 사교장 한쪽 구석.

넙죽 엎드려 떨고 있는 하녀들이 보였다.

“고개들 드세요.”

“나, 나리! 쇠, 쇤네들은 아무것도…….”

“묻는 말에 대답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드는 하녀들.

하나같이 겁에 질린 얼굴이다.

“별궁 시녀 이자벨, 혹시 아는 이름입니까?”

갑자기 별궁 시녀는 왜 찾는 걸까?

눈치를 살피던 하녀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사교장에 왔었나요?”

“예? 아, 예! 구경을 해보고 싶다면서, 원래 배속되었던 제 친구랑…….”

본디 사교장에 배속된 황태자궁의 하녀들.

그중 한 명과 하루 업무를 바꿨다는 소리였다.

잘난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계 구경을 핑계 삼아.

‘콜드워커.’

별궁 시녀, 미래의 별궁 시녀장 이자벨.

그녀 또한 콜드우드의 첩자, 즉 콜드워커다.

세실리아와의 일전에서 언급했던 바가 있다.

아마 사교장의 폭발은 이자벨이 담당했을 터.

‘속임수다.’

몇몇 첩자들을 이용해 장기간 설치해 둔 속임수.

마침 사교계의 소식이 전해졌고, 시기를 잡았으리라.

귀족들이 대거 모인 상황, 그 와중에 벌어진 테러.

성급히 대응하기에 차고 넘치는 요건이니까.

예컨대 긴급 통신구를 발동시킨다든가.

지금처럼 말이다.

‘놈들의 진짜 목적은 세실리아.’

상아탑이 허술해진 틈을 타 접근할 계획.

그녀를 구출한다?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제아무리 콜드워커라도 구출은 불가능하다.

찰나의 기회를 틈타 접촉만 시도할 뿐.

세실리아가 가진 정보를 취한 뒤에.

‘아마 제거하겠지.’

흔하디흔한 꼬리 자르기.

세실리아가 제거되는 것은 괜찮다.

다만 이안에 관한 정보가 넘어가는 일.

이안 페이지라는 소년이 콜드워커는 물론.

대부분의 명단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큼은 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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