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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9화 (1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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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9화

    5. 황태자가 오다 (4)

    “너…… 누구야?”

    경계심 가득한 세실리아의 목소리였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야말로 콜드워커의 기본.

    하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방법이 없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잘 알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제국에 숨어든 콜드워커의 덜미를 잡아낸 자.

    또한 그 대부분을 소탕한 인물.

    그것이 바로 전생의 이안 페이지였으니까.

    “너희들이 어떤 가면을 쓰고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원한다면 읊어줄 수도 있어.”

    “헛소리도 정도껏…….”

    “몰튼가 마구간지기 욜, 황실 서기관 로빈.”

    다짜고짜 누군가들의 이름과 소속을 부르는 이안.

    “9군단 국경수비대 소속 에리오, 황실 별궁 시녀장 이자벨. 아, 시녀장은 아직이겠군.”

    전생에서 이안이 찾아냈던, 그리고 기억에 남은 콜드워커.

    그중 지금의 시간대에도 충분히 활동할 법한 첩자들.

    “이 사람들의 공통점, 혹시 알고 있나? 난 알 것도 같은데.”

    그들의 이름과 대략적인 소속을 나열했다.

    “도대체…….”

    세실리아의 평정심은 엎어진 조각배나 마찬가지였다.

    혼란이 한계를 넘어섰다.

    “걱정 마. 아직 나밖에 모르니까.”

    그런 세실리아에게 이안이 말했다.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누구한테 말할 생각도 없고.”

    “그게 무슨 소리지?”

    “너희들은, 그러니까…….”

    잠시 표현을 떠올리려는 듯 생각에 잠긴 이안.

    “여분의 식량.”

    “……?”

    “필요할 때마다 한 명씩 잡을 생각이거든.”

    제국에 숨어든, 혹은 앞으로 숨어들 콜드워커들.

    이안으로서는 그저 공 쌓기의 한 방편에 불과했다.

    필요할 때마다 한 명씩 끄집어낼 공적 덩어리.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 지 알 수 없는 시대다.

    첩자 색출이야말로 가장 큰 공적 아니겠는가?

    여분의 식량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정체가 뭐지?’

    입술을 잘근 깨무는 세실리아.

    실로 기이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콜드워커의 명단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존재.

    심지어 아군도 아닌, 적군일 가능성이 농후한 존재.

    최소한의 평정심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대책은 세워야 했다.

    본국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없는 상황.

    모든 것은 그녀의 손에 달렸다.

    ‘내가 판단해야 해.’

    우선 본국의 명령대로 이 꼬마부터 생포한다.

    명령도 명령이거니와, 그냥 두기에 위험한 아이니까.

    이후 본국으로 비상 연락을 취한다.

    모든 콜드워커가 발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다행이 여기는 국경과 인접한 북부.

    가까운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

    ‘여의치 않다면…….’

    그럴 경우 반드시 사살해야 한다.

    첫 순위는 생포, 후순위는 사살.

    간을 볼 여유가 없다. 단숨에 끝낸다.

    “그 이름을 어찌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마야.”

    세실리아의 사방으로 불덩이가 피어올랐다.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불덩이 여섯 구.

    매직미사일과는 파괴력부터 차원이 다를 터.

    “모르는 척하는 편이 좋았을 거야.”

    그 말과 동시에 맹렬한 기세로 날아드는 불덩이.

    여섯 구 모두 이안의 몸뚱이를 노렸다.

    실드 따위로는 감히 버틸 수가 없을 터.

    “마나 배리어.”

    하나 이안의 대응은 간단하면서도 놀라웠다.

    실드보다 한 단계 상위마법으로 꼽히는 마나 배리어.

    어마어마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푸른 빛 방어막이었다.

    ‘마나 배리어를?’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나 배리어는 무려 3클래스의 마법.

    인즉 자신과 저 꼬마가 최소한 동급이라는 뜻이다.

    파견마법사의 보고와 소문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 같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앙!

    불덩이가 이안의 마나 배리어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커다란 폭발음이 연무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사방이 조용한 탓에 생각보다 요란스럽다.

    자칫 사람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는 상황.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르게 끝내야 한다.

    ‘어떻게든 저 배리어 안에서 끄집어내야…….’

    대책을 강구하는 세실리아.

    시간은 자신이 아닌 저 꼬마의 편이었다.

    ‘속 좀 탈거다.’

    그 모습에 이안이 피식 웃었다.

    마법사의 대결, 그것은 생각보다 지루한 싸움이다.

    사람들은 그저 화려한 마법의 대향연을 기대한다.

    하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서로 방어마법에 꽁꽁 숨어 기회만을 노린다.

    목숨이 걸린 판국에 마법쇼나 펼치고 앉았겠는가?

    지루함 속에서도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마법사, 대부분 그러한 마법사가 마법전의 승리를 거둔다.

    ‘물론 그건 평범한 마법사들의 경우.’

    하나 전생의 이안은 달랐다.

    압도적인 공격마법으로 마법사와 방어막을 동시에 박살 내버렸다. 어디까지나 전생에서는 말이다.

    ‘지금은 좀 힘들고.’

    그 정도의 고위마법을 펼쳐낼 마나가 부족하다.

    지금은 이안으로서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세실리아 역시 3클래스의 마법사다.

    그녀 또한 마나 배리어가 가능할 터.

    다행이 이안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른 방법을 만들어놨지.’

    영주성 앞에서 세실리아를 봤을 때.

    이미 그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다.

    타국의 첩자로서 접근을 해올 거라고.

    단순한 포섭시도가 아닐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약간의 준비를 해뒀다.

    저 어둠으로 가득한 연무장의 밤하늘에.

    “라이트.”

    작은 빛의 덩어리를 만들어낸 이안.

    랜턴이나 촛불 대용으로 쓰이는 생활마법이다.

    ‘갑자기 라이트는 왜?’

    이안의 선택에 세실리아 또한 의문을 가졌다.

    당장 생사가 오고갈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 순간에 무슨 라이트란 말인가?

    “난 당신이 콜드워커란 걸 알고 있었어.”

    빛의 덩어리가 허공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높이, 더 높이, 조금 더 높이.

    “알면서도 여기에 혼자 있었지. 왜?”

    라이트로 하여금 환하게 비춰진 연무장의 밤하늘.

    순간 세실리아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했다.

    허공에 수놓아진 대량의 얼음덩이들.

    잘 벼려진 얼음덩이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연무장으로 찾아올 것도 예상했거든.”

    연회가 시작된 직후부터 미리 준비해 놨다.

    수 시간에 걸쳐 준비한 이안의 걸작.

    연무장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함정을 말이다.

    “아이스 스피어.”

    비가 내리듯 얼음덩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는 막무가내로 내리치는 소나기 따위가 아니었다.

    한발 한발이 저마다 뚜렷한 목적지를 가졌다.

    세실리아의 몸뚱이라는 매력적인 목적지를.

    “이런……!”

    황급히 마나 배리어를 펼치는 세실리아.

    수많은 얼음덩이가 그녀의 마나 배리어에 몸을 날렸다.

    카앙! 캉! 카앙! 카아앙!

    마치 쇠붙이가 방패를 두들기는 소리.

    더 이상 숨어 있는 쪽은 이안이 아니었다.

    쩌적! 쩍! 쩌저적!

    세실리아의 배리어에 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마나 배리어라 한들 한계란 존재한다.

    물론 깨지는 순간에 재생성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세실리아 정도의 마법사라면 크게 어렵지 않을 터.

    다만, 이안의 얼음덩이는 그런 용도가 아니었다.

    “후우우…….”

    지켜보던 이안이 두 손바닥을 어깨너비로 맞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화르르륵!

    불덩이였다. 고작 한구의 불덩이.

    단지 그 덩치가 상상 이상으로 커다랗다.

    눈밭을 구르는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불덩이 역시 점점 더 불어났다.

    “가만히 있어.”

    연무장 하늘에 만들어놓은 아이스 스피어들.

    그 수많은 얼음덩이는 단지 미끼에 불과했다.

    본능적으로 방어막을 펼치도록.

    해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도록.

    모두 이 한방을 위하여 준비된 일련의 과정일 뿐.

    “파이로 블래스트.”

    이윽고 거대한 불덩이가 이안의 두 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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