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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15화 (1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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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15화

4. 가장 반대편의 연금술사(4)

다사다난했던 로이드 마을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일전의 소란조차 잠이 든 뒤였다.

“더글라스, 자느냐?”

연금술사 레디오의 허름한 오두막집.

딱딱한 나무 침대에 레디오가 있었다.

누워 있기만 할뿐, 잠들지는 않았다.

“……아직요.”

반대편 작은 침대에 누워 있는 더글라스.

녀석도 좀처럼 잠을 청하기가 힘들었다.

“바튼에게 들었다. 마을에 마법사가 왔다고.”

“저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던데요.”

“또 무모한 짓을 하려고 했다면서.”

“……그냥 꽃을 찾으려고 했을 뿐이에요.”

“그게 무모한 짓이지. 마을 밖이 얼마나 위험한데.”

아비의 질책에 더글라스가 벌떡 일어났다.

몹시 화가 난 얼굴이다.

“그럼 어떻게 해요! 그 마법사가 그랬다고요. 당분간만 괜찮을 거라고. 나중에 또 그렇게 될 거라고. 아빠가!”

수면마법에서 깨어난 뒤부터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아비를 향한 걱정, 혼자 남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

“아빠는 괜찮아. 이제 란데오르의 꽃만 찾으면…….”

“아직도 못 찾았잖아요.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사실이었다.

마나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란데오르의 꽃을 찾고자 북부로 이주한 지 1년째.

“그 꽃으로 나을 수 있는 건 맞아요?”

“더글라스…….”

“아니, 정말 존재하긴 하는 거예요?”

레디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들의 심정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존재해.”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답.

레디오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

두 부자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목소리는 내부가 아닌, 문밖에서 들려왔다.

“누, 누구시오?”

레디오가 조심스레 물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 앞으로 다가간다.

장작용 도끼까지 손에 쥐고서.

“란데오르의 꽃.”

“……?”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더 이상 되묻지 않는 레디오.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

낡아빠진 이음쇠가 불쾌한 소리를 토한다.

목소리의 주인은 오두막벽에 기대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린아이다.

“대체 무슨 소리를…….”

“잠시 실례하죠.”

자연스레 집 안으로 들어오는 아이.

“넌……?”

그리고 그 아이를 알아보는 더글라스.

“흡!”

이내 말실수라도 저지른 듯 제 입을 틀어막는다.

“더글라스? 아는 아이니?”

“아, 아까 그 마, 마법사님…….”

“……뭐?”

그래서였다.

더글라스가 제 입을 틀어막은 이유.

무의식적으로 반말이 튀어나온 거다.

비슷한 또래였으니까.

“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시, 실수를……!”

“괜찮아. 그보다.”

더글라스를 진정시킨 이안이 레디오에게 말했다.

“이안 페이지입니다.”

동시에 가까운 탁자 위로 무언가를 내려놓는 이안.

주먹만 한 크기의 얼음덩이였다.

“그, 그게 무엇입니까?”

“아마 필요하실 겁니다.”

그 말에 본능적으로 다가가는 레디오.

얼음덩이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

“이건……?”

레디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떨리는 손으로 얼음덩이를 집어 든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바라본다.

어떤 자줏빛의 야생화가 뿌리째 얼어붙어 있었다.

“란데오르의…… 꽃?”

레디오의 중얼거림에 덩달아 더글라스도 놀랐다.

벌써 1년째 찾기는커녕 구경조차 못해본 꽃.

그 실존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꽃을 찾아왔다고?

저 마법사가?

“그 꽃, 드리겠습니다.”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 레디오의 눈동자.

“대신 질문 하나만.”

어떠한 질문이든 대답해 줄 기세였다.

오랜 세월 마나중독으로 고통받았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더글라스를 두고 죽을 수는 없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예?”

“효능이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이안의 질문에 가까스로 이성을 찾은 레디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마법사에게는 더없이 치명적인 약초.

그런 약초에 관한 정보를 마법사가 묻고 있다.

어쩌면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상황.

“의미 없는 걱정입니다.”

레디오의 심중을 꿰뚫어본 이안.

그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언제든 가능하니까요.”

어린 더글라스를 배려한 간접적인 표현.

레디오는 이안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마법사가 자신들을 해치고자 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막을 방법도, 피할 곳도 없다.

대답의 유무는 중요치 않다.

“물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하나 저 마법사는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렸다.

비적의 칼에 죽임을 당하기 직전.

마나중독으로 죽어나가기 직전.

“……도감.”

이내 결심이 선 듯 말문을 여는 레디오였다.

“도감에서 봤습니다.”

레디오가 구석진 책장으로 걸어갔다.

하나같이 연금술과 관련된 서적들.

꼬마를 위한 이야기책도 몇 권 보인다.

달칵!

레디오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책장 아래 바닥을 한 조각 뜯는다.

그러자 조그마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

그곳으로부터 책 한 권을 끄집어 올린 레디오.

아주 두껍고 오래된 서책이다.

걸레짝마냥 너덜너덜해진 겉표지.

세월을 대변하듯 누렇게 뜬 속지.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약초도감입니다.”

이안이 건네받은 책을 펼쳤다.

깨알 같은 크기로 빼곡하게 채워진 글자들.

하나같이 약초의 이름과 정보였다.

고유의 효능부터 자라는 지역.

생김새에 관한 묘사, 채집 방법까지.

‘어마어마하군.’

몇 장 넘겨본 이안의 감상이었다.

약초의 정수가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여기, 이쪽 페이지를 보시면…….”

그곳에 란데오르의 꽃을 다룬 기록이 보였다.

희귀한 약초답게 정보가 많지는 않았다.

-마나를 중화시키는 효과.

-대륙의 북부에서만 발견됨.

-열두 갈레의 탁한 자줏빛을 띤 꽃잎.

-파란 잎사귀와 줄기에는 독이 묻어남.

-뿌리내린 곳을 벗어나는 즉시 시들어 버림.

-현재로서는 채집 및 재배 불가능.

그럼에도 기록된 정보만큼은 정확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책을 엮어냈을까?

“부친께서도 연금술을 연구하셨습니까?”

“가업이었죠.”

“그럼 이 도감은 가보겠군요.”

“비슷합니다.”

연금술을 가업으로 삼는 집안이라.

단언컨대 흔치 않은 경우다.

하물며 이 정도 수준의 도감까지 엮어낼 정도라니.

바로 그러한 핏줄을 이어받은 더글라스.

녀석의 재능이 더욱더 탐이 났다.

“듣고 싶었던 대답입니다.”

란데오르의 꽃이 담긴 얼음.

이안이 그 얼음덩이를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한 얼음덩이.

곧 축축하게 젖은 흙과 꽃만이 외부에 노출되었다.

“미안합니다.”

파스스스……

외부와 접촉된 란데오르의 꽃이 순식간에 시들었다.

아니, 시들음을 넘어서 아예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바스러져 흩날릴 정도로.

“저로서도 방법이 없더군요. 냉동시켜 형태나마 유지하는 쪽이 전부였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도감의 내용과 그대로 일치했다.

뿌리내린 곳을 벗어나는 즉시 이 지경이다.

“저를 속이신 겁니까?”

“증명부터 한 겁니다.”

“증명이라니…….”

“언제든 란데오르의 꽃을 찾을 수 있다는 증명.”

누구는 1년이 넘도록 구경도 못한 란데오르의 꽃.

그 꽃을 이안은 고작 반나절 만에 찾았다.

정점의 응용력을 지닌 마법과 소환술의 결과였다.

“거래를 하죠.”

“거래……?”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안.

“저와 함께 갑시다.”

“갑자기 그게 무슨…….”

“지속적으로 마나를 주입시켜 드리겠습니다.”

마나중독으로 얼마 버티지 못할 목숨.

당분간 연명시켜주겠다는 얘기였다.

“란데오르의 꽃을 약재로 쓸 수 있는 방법. 그 또한 반드시 찾아드리죠. 황실과 상아탑의 기록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분명 관련된 기록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전생의 라그나르와 더글라스도 찾지 않았겠는가?

“…….”

레디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안.

하나 분명 거래라고 표현했다.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이 있을 테지.

“바라는 게 뭡니까?”

레디오가 물었다.

“연구하고, 만드세요.”

“무엇을 말입니까?”

“엘릭서.”

“엘릭서?”

“제가 가진 체질, 마나의 성질, 그밖에 세세한 것 하나까지 초점을 맞춘 엘릭서. 오직 저만을 위한 엘릭서를 원합니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엘릭서.

그 대답에 레디오가 의심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마법사께서 원하신다면 더 이름난 연금술사에게 의뢰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전 그렇게 대단한 연금술사가 아닙니다만.”

“잘 압니다.”

자칫 자존심을 건들 수도 있는 대답.

그럼에도 이안은 거침이 없었다.

“때로는 능력보다 절박함이 통할 때가 있죠.”

“제가 그 정도로 절박해 보이십니까?”

“어린 피붙이만 두고 떠나기는 싫을 테니까.”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히는 레디오였다.

물론 이안의 말에 정곡을 찔렸다. 하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결코 아이가 구사할 수 있는 언변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마법사라해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레디오가 겪었던 마법사들. 마나하트가 없는 자신을 장난감 취급했던 그들.

‘하나같이 오만했지.’

물론 현명함과도 거리가 멀었다.

어린나이에 틀어쥔 권력과 힘.

그것은 장전된 석궁과도 같았으니까.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석궁 말이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선뜻 손을 잡기 망설여지는 이질감.

잠시 생각에 잠겼던 레디오가 입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이안은 레디오의 뜻을 존중했다.

어린아이의 탈을 벗어던졌다. 정체 모를 이질감을 느꼈을 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리라.

‘이번 생은 다를 거다.’

이안이 더글라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비를 잃지도, 노예가 되지도 않겠지.’

갑작스런 상황에 얼어붙어버린 녀석.

전생의 악이라고는 한점도 보이지 않는 얼굴.

‘특히 아비는 어떻게든 살려주마.’

레디오의 목숨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이안이 정말 바라는 것은 더글라스의 재능.

‘네 재능을 갖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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